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SEPTEMBER+OCTOBER

[ TWO CHAIRS ]부동산

K 전성시대가
즐거운 호텔

Writer. 조규성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전문가)
Photo. 한경DB

최근 해외에서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인기가 아주 높은 편이다. 드라마, 웹툰, 아이돌 같은 콘텐츠부터 참기름, 계란장 같은 의외의 아이템까지 화제가 되며 그야말로 K 전성시대를 맞이한 모습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다. 화면으로만 보던 것을 직접 경험하고 싶은 외국인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광숙박업계의 대표 주자인 호텔도 호황을 맞이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과연 호텔 시장은 얼마나 성장 했고,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가져온 호황

최근 호텔 같은 숙박업의 성장을 설명하는 첫 번째 키워드는 폭발적 수요의 증가다. 2025년 방한 외래관광객은 1,894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9년(약 1,750만 명)과 비교하면 회복률 108%로,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104%)을 웃도는 수치다. 2026년 들어서도 열기가 꺾이지 않아 6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21.3%의 성장률을 이어오고 있다. K-팝, K-뷰티, K-푸드, 의료관광 등 목적형 방문이 늘면서 숙박 수요는 과거 단체 관광 중심에서 개별 자유여행과 체험형 소비 중심으로 재편되는 중이다.

관광객 수가 늘어난 것도 흥미롭지만, 더 눈여겨볼 점은 관광객의 구성이다. 과거 한국 관광을 떠받치던 중국인 관광객은 2025년 약 548만 명으로 여전히 최다이지만, 2019년 대비 회복률은 91%에 머물러 있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팬데믹 이전 약 35%에서 29%로 내려왔다. 그 빈자리를 일본, 대만, 미국, 유럽 관광객이 채웠다. 서구권 여행객은 좀 더 오래 머무르고 소비액도 좀 더 큰 경향을 보인다. 쇼핑 위주의 단체 관광이 중저가 객실을 채우던 시절과는 결이 다른 것이다. 한 나라에 기대던 시장이 여러 나라로 나뉘었다는 것은 관광객이 늘었다는 사실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변화로 해석될 수 있다.

두 번째 키워드는 부족한 공급이다. 팬데믹을 버티지 못한 곳은 대부분 브랜드가 없는 중소형 호텔이었다. 문을 닫거나, 오피스텔과 생활숙박시설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2022년에는 없어진 객실이 새로 생긴 객실보다 많아 서울의 총객실 수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났다. 문제는 그렇게 빠져나간 물량이 관광이 회복된 뒤에도 바로 증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2023년 이후 신규 공급은 연간 1,000실 내외로, 2010년대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관광 수요는 역대 최대인데 숙박 공급은 그대로여서 지금의 호황은 이 엇박자 속에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방한 외래관광객 수 추이

자료 한국관광공사 단위 만 명, %

국적별 방한 관광객 비중 변화

분류 2019년
비중
2025년
비중
비중 증감(%p) 상대
증감률
중국 34.4% 28.9% -5.5%p -15.9%
일본 18.7% 19.3% +0.6%p +3.2%%
대만 7.2% 10.0% +2.8%p +38.7%
미국 6.0% 7.8% +1.9%p +31.3%
유럽 6.3% 6.9% +0.7%p +11.0%
기타 27.5% 27.0% -0.5%p -1.7%

자료 한국관광공사

연도별 관광 수입 추이

자료 한국관광공사 단위 100만 달러

호텔의 격이 달라지고 있다

관광객이 늘어난 만큼 호텔업계의 실적도 개선됐다. 서울 호텔의 객실점유율(OCC)은 2020년 31.8%까지 곤두박질쳤다가 2025년 79.2%로 올라섰다. 이는 회복의 수준을 넘어 팬데믹 이전 최고치를 넘어선 수치다. 같은 기간 외래관광객의 비율도 2019년 60.8%에 71.2%로 높아졌다. 이 두 지표가 함께 올랐다는 것은 내국인의 호캉스 수요보다 외국 관광객의 이용 비중이 더 커졌다는 의미다. 호텔의 실적을 좌우하는 RevPAR (판매 가능 객실당 매출) 는 2025년 약 20만 7,345원으로 팬데믹 직전 정점이던 2019년 12만 4,305원과 비교하면 약 67% 높다. 흥미로운 건 이 상승을 이끈 것이 점유율이 아니라 가격이라는 점이다. 점유율은 2019년 수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같은 기간 ADR (평균 객실 단가)는 약 63% 뛴 것으로 추산된다. 객실을 한 번 더 빌려주는 대신, 같은 객실을 더 비싸게 한 번만 빌려주는 구조로 바뀐 셈이다. 빌려주는 호텔 측이 더 유리한 입장이 된 것이다.

서울 호텔(3~5성급)
RevPAR 및 객실점유율(OCC) 추이

자료 Cushman & Wakefield

공급을 위한 시도는 계속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호텔 공급은 현재 크게 늘지 못한 상황이다. Cushman & Wakefield의 ‘Seoul Hospitality Report’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서울 총객실 수는 아직도 약 5만 3,675실 수준으로 6년 동안 1,500실 남짓 늘어나는 데 그쳤다. 팬데믹 기간에 애물단지가 된 호텔은 한동안 신규 공급이 쉽지 않았으며, 관광이 재개된 이후에는 개발 가능한 용지의 부족과 건축 원가 상승, 높은 금리 등으로 공급 조건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현재는 이런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민관이 함께 노력하고 있지만, 호텔은 설계와 인허가 및 시공을 거쳐 문을 열기까지 통상 수년이 걸린다. 이를 고려하면 단기간에 큰 폭의 공급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오피스를 호텔로 바꾸는 용도 전환 방식이다. 실제로 매각된 강남 오피스 사옥을 호텔로 전환하기로 한 사례도 등장했다. 다만 이 방식이 주류가 되기는 쉽지 않은 편이다. 객실마다 욕실을 갖추려면 배관과 구조를 정비해야 하고, 오피스 기준으로 지은 층고로는 상품성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손님 동선과 환기, 방음까지 따지면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그 보다 현실적 선택지로 떠오른 것이 기존 자산의 리브랜딩이다. 노후한 독립 호텔이나 중저가 자산을 글로벌 체인의 브랜드로 바꿔 단가를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최근 서울에서 활발하게 시도하고 있는 편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

시장의 방향은 투자자의 행동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 2022년 거래된 서울 호텔의 상당수는 호텔이 아닌 다른 용도로 바뀌었다. 운영 실적이 바닥이던 시절에는 호텔을 계속 호텔로 두는 것보다 오피스나 주거로 바꾸는 편이 나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비율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었고, 2025년에는 호텔 용도를 유지한 상태로 거래하는 편이 더 유리하게 되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커지는 관광시장 덕에 호텔을 유지하는 것이 수익성이 더 나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초럭셔리 글로벌 호텔 브랜드들의 잇단 한국 진출 움직임도 호텔 자산의 위상을 한층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호텔을 검토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투자자 구성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국내 리츠와 자산 운용사가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여기에 글로벌 사모 펀드와 국부펀드가 지분을 얹는 형태가 늘었다.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도 이런 자금이 들어왔다는 것은 서울 호텔이 국제기준으로도 투자할 만한 자산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리하면 이렇다. 방한 수요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관광객 구성은 더욱 다양해졌으며, 투자자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또한 다양한 등급의 객실이 중장기적으로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호텔 시장이 앞으로 더 기대되는 이유다. 어쩌면 앞으로는 외국인들이 한국 여행의 매력 중 하나로 우리나라의 다양한 호텔 인프라를 꼽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