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SEPTEMBER+OCTOBER

[ TWO CHAIRS ]에셋

쏠림의 역사
그리고
자산 배분이라는 답

Writer. 이희재
(우리자산운용 글로벌운용2실 실장)
Photo. 프리픽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느 모임을 가든 화제는 늘 코스피와 반도체였다. “삼성전자 얼마에 샀어?”라는 질문이 인사처럼 오갔고, 반도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지인은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모임에서 주식 이야기만 나오면 길고 깊은 한숨부터 터져 나온다. 국내 주식시장이 극심한 변동성을 겪으면서 미처 대응도 못 하고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켰다가 대량 마진콜(추가 담보 요구)을 당하는 사태마저 벌어졌다. 여기서 잠시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코스피에 열광했던가?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리는 미국 빅 테크에 열광하지 않았던가? 미국 주식시장에서 한국 증시로 돌아온 동학개미들은 높아진 코스피 변동성을 마주하면서 다시 서학개미가 되어야 할지, 아니면 또 다른 유행을 찾아 떠나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국내 투자자 미국 주식 순매수

자료 우리자산운용 단위 100만 불

시장의 쏠림을 이기는 자산배분의 본질

이런 현상은 비단 주식에만 한정되는 얘기가 아니다. 부동산 광풍이 불던 시절이 있었고, 그 전엔 펀드 열풍이 시장을 휩쓸었다. 사람들은 늘 ‘지금 가장 뜨거운 곳’으로 몰려들었고, 신기하게도 그 쏠림이 절정에 달할 즈음에는 판도가 거침없이 뒤집혔다. 광풍의 막차를 탄 사람들은 많은 손해를 봤고, 깊은 상처를 입었다. 운 좋게 손실을 피한 이들은 유행을 좇아 이리저리 몰려다니느라 포트폴리오는 누더기가 되고, 피로감에 시달려야 했다. 시장의 쏠림에 흔들릴 때 떠올려볼 만한 우화가 있다. 우산 장수를 하는 큰아들과 짚신 장수를 하는 작은아들을 둔 어머니 이야기다. 비가 오면 짚신 장수 아들 걱정을, 해가 나면 우산 장수 아들 걱정을 하느라 어머니의 하루는 늘 근심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사실 이 어머니는 아들을 걱정해야 할 이유가 없다. 비가 오든 해가 뜨든 두 아들 중 한 명은 언제나 장사가 잘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비록 자신은 인지하지 못했지만, 날씨 변화에 대비하는 포트폴리오를 이미 구축하고 있었던 셈이다.

실전 투자에서 말하는 자산 배분의 본질도 이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금융시장에서 영원히 1등을 지키는 자산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해에는 미국 주식이, 어떤 해에는 한국이나 신흥국 증시가 우수한 성과를 거둔다. 또 인플레이션이 높은 시점에는 상품(원유 등) 자산이 돋보이는 수익률을 낸다. 연도별 자산군 수익률을 살펴보면, 시장의 승자가 매년 숨 가쁘게 교체돼왔다는 사실을 수치로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빠른 트렌드 변화(연도별 성과)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일

이자산 배분을 한다고 해서 매년 수익률 1위를 기록한 자산을 보유하게 되는 건 아니다. 자산 배분의 진정한 가치는 높은 수익률이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의 풍파 속에서 내 자산을 지켜내는 ‘단단한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이 원리를 실제 운용에 적용하면 그 결과는 숫자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2022년 5월부터 2026년 7월 말까지, 당사에서 운용 중인 자산배분펀드 하나를 예시로 살펴보자. 이 펀드는 해당 기간 연 환산 기준으로 약 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24.37%)나 MSCI 선진국(15.05%)과는 수익률 차이가 크다. 하지만 변동성과 최대 낙폭을 함께 살펴보면, 펀드의 성과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코스피가 35.2%의 변동성과 -22.2%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던 사이, 당사 자산배분펀드의 변동성은 6.9%, 최대 낙폭은 -6.1%에 그쳤다. 4년여의 운용 기간 중 손실을 기록한 해도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화려하게 1등을 차지한 적은 없지만, 시장의 거센 변동성 속에서도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 두 아들을 둔 어머니처럼 균형을 유지했다. 손실 위험을 낮추고, 수익을 꾸준히 쌓아가는 구조가 장기투자와 연금 투자에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자산배분의 목표는 매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는 게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의 풍파 속에서도 자산의 변동성을 관리하면서 끝까지 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시장의 유행이 바뀌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자산을 지켜내는 힘은 결국 장기적인 수익률이라는 숫자로 증명된다.

순위 자산 최대
손실(%)
연평균(%) 변동성(%) 손실
연도(회)
1 MSCI 선진국 -14.8% 15.05% 14.9% 1
2 우리자산운용
자산배분
(OCIO)
-6.1% 6.05% 6.9% 1
3 KOSPI -22.2% 24.37% 35.2% 2
4 MSCI 신흥국 -21.3% 12.37% 19.4% 1
5 국내KIS
종합채권지수
-6.1% 2.16% 4.4% 2
6 글로벌 리츠 등 -20.7% 5.94% 17.9% 1
7 글로벌채권
종합지수
-10.5% 1.54% 7.7% 3
8 상품가격
종합지수
-34.1% -1.57% 19.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