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REND ]Travel
21세기 첫 유럽 개기일식 무대
지중해의 보석 마요르카
Mallorca
전 세계 여행자의 시선이 지중해의 섬 마요르카의
하늘로 쏠린다.
27년 만에 찾아오는 개기일식과
유성우가 동시에 펼쳐지는 유일한 무대이기 때문이다.
지상 최대의 우주 쇼와 보석같이 아름다운 풍경, 역사 유적으로 가득한 섬 마요르카로 떠나보자.
Writer. 두경아
Photo. 스페인 관광청, 게티이미지, 셔터스톡
올여름, 전 세계인의 관심이 스페인으로 집중된다. 2026년부터 2028년 사이, 이베리아반도에서 두 번의 개기일식 皆旣日蝕과 한 번의 금환일식 金環日蝕이 연달아 펼쳐지는 이른바 ‘이베리안 트리오 Iberian Trio’ 현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유럽 대륙에서 21세기 최초로 관측 가능한 개기일식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 첫 번째 무대가 바로 올해 8월 12일 펼쳐진다. 베링해 상공에서 출발한 달의 그림자는 아이슬란드 근처에서 절정을 맞이한 뒤 스페인을 향해 내려온다. 레온, 사라고사, 발렌시아를 거쳐 마요르카와 이비사 등 발레아레스제도가 개기일식의 마지막 순간을 장식한다. 일몰 무렵의 낮게 깔린 태양 위로 달이 완전히 겹치는 순간, 하늘은 낮도 밤도 아닌 빛으로 물든다. 1999년 이후 27년 만에 찾아온 기회다.
타이밍 역시 절묘하다. 이 개기일식은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절정 시기와 맞물린다. 일식이 끝난 밤하늘에선 유성이 쏟아지는 또 하나의 우주 쇼가 펼쳐진다. 하룻밤 사이 두 가지 천문 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은 올여름 마요르카가 유일하다.
마요르카는 지중해 발레아레스제도에 속하는 섬이자, 스페인에서 가장 큰 섬이다. 투명한 튀르쿠아즈 블루빛 해변과 숨어 있는 동굴, 끝없이 펼쳐진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을 자랑한다. 온화한 기후와 지중해식 라이프스타일 덕분에 오랜 세월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곳으로 사랑받아 왔다. 여행은 마요르카의 심장부 팔마데마요르카 Palma de Mallorca(이하 팔마)에서 시작해 외부와 단절된 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바데모사 Valldemossa, 소예르 Sóller 등으로 이어진다.
수 세기에 걸쳐 건립된 팔마의 랜드마크 산타 마리아 데 팔마데마요르카 대성당
유럽의 휴양지, 그 이상의 오랜 역사 도시
마요르카의 주도 팔마는 유럽의 휴양지로 유명하지만,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여행지다. 기원전 120년경 로마 도시로 건설됐으며, 902년부터 1229년까지는 이슬람의 지배를 받으며 도시의 원형이 완성되어 당시 흔적들이 도시 곳곳의 다양한 건축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팔마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는 웅장한 고딕 양식의 산타 마리아 데 팔마데마요르카 대성당Catedral de Santa María de Palma de Mallorca이다. 과거 로마 신전 위에 세워진 이슬람 모스크 자리에 수 세기(1229~1601년)에 걸쳐 건립된 이 성당은 오래전 바다와 맞닿아 있던 구시가지 성벽 위로 압도적 자태를 드러낸다. 1904년에는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내부 보수 작업에 참여해 독창적 예술성을 더했으며, 거대한 장미창을 통해 성당 내부로 쏟아지는 빛의 향연이 그야말로 장관을 연출한다. 대성당 바로 옆에는 13세기 건립된 알무다이나 왕궁 Palacio Real de la Almudaina이 아름다운 정원과 함께 자리한다. 이 역시 10세기 무슬림들이 지은 요새인 ‘알카사르’를 기반으로 증축한 궁전으로, 현재도 스페인 왕실의 공식 거처로 사용되고 있다. 내부에는 왕실 예배당과 중세 홀이 잘 보존 돼 있다.
지중해를 180도로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를 갖춘 푸로 비치
신선한 지중해산 식재료들을 만날 수 있는 전통 시장 메르카도 데르올리바르
고대 로마 유적과 이슬람 지배 시절의 건축물들이 남아 있는 팔마
미로 같은 골목길에서 만나는 팔마의 진짜 얼굴
이 두 건물 뒤편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진짜 팔마의 매력인 구시가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무어 시대부터 형성된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으며, 곳곳에 아기자기한 광장과 안뜰, 로컬 타파스 바와 감각적인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구시가지 중심부에 자리한 메르카도 데 르올리바르 Mercado de l'Olivar는 팔마의 대표 전통 시장이다. 신선한 지중해산 해산물과 현지 특산품, 풍미 가득한 하몽을 구경하고 맛보기에 제격이다.
구시가지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파세이그 델 보른 Passeig del Born은 팔마에서 가장 활기찬 메인 거리로, 울창한 가로수 아래 카페와 갤러리 및 쇼핑 매장이 늘어서 있다. 이 길을 따라 해안 방향으로 내려가면 산책로가 이어지며, 푸른 지중해 위에 정박한 수많은 요트와 그 뒤로 우뚝 솟은 대성당을 함께 조망할 수 있다.
도심에서 서쪽으로 약 3km 떨어진 언덕 위에는 베베르성 Castell de Bellver이 서 있다. 14세기에 지은 이 성은 유럽에서 보기 드문 ‘원형 성채’ 구조를 지니고 있다. 요새 꼭대기에 오르면 팔마 시내와 만 전체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프레데리크 쇼팽과 그의 연인이 머물면서 유명해진 바데모사
돌담을 수놓은 화분들 덕분에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꼽힌다.
예술가의 영혼이 깃든 산악 마을 바데모사
마요르카의 주도 팔마에서 벗어나 북서부로 향하면 나타나는 웅장한 트라문타나 산맥 자락에는 팔마와는 전혀 다른 얼굴의 매력적인 마을 두 곳이 나란히 자리한다. 바데모사와 소예르다. 두 마을은 차로 30~40분 거리에 있어 하루 일정으로 함께 둘러보기 좋다.
팔마에서 북쪽으로 약 17km 떨어진 바데모사는 해발 400m 고지대에 자리 잡은 고즈넉한 산악 마을이다. 지형적 특성 덕분에 사시사철 서늘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감도는
이곳 중심에는 카르투하 수도원 Real Cartuja de Valldemossa이 있다. 14세기에 세운 이 왕립 수도원은 1838년 겨울, 작곡가 프레데리크 쇼팽과 그의 연인이자 소설가 조르주 상드가 머물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쇼팽은 폐결핵 요양을 위해 찾은 이 차가운 수도원에서 불후의 명곡들을 쏟아냈는데, 현재 수도원 내부에는 그가 당시 사용했던 피아노와 친필 악보, 유품 등이 고스란히 전시되어 있다.
수도원을 나와 마주하는 바데모사의 골목길은 그 자체로 거대한 야외 미술관이다. 단정하게 쌓아 올린 돌담마다 주민들이 가꾼 화분이 줄지어 있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꼽힌다. 마을 규모가 크지 않아 반나절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오렌지 재배로 번영한 덕분에 화려한 건축물이 많이 남은 소예르
소예르 여행의 하이라이트 빈티지 목조 열차
마요르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꼽히는 소예르만
빈티지 교통수단으로 닿는 오렌지 향 가득한 소예르
바데모사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해안 도로를 따라 30분쯤 달리다 보면 싱그러운 오렌지 향이 가득한 소예르에 닿는다. 과거 오렌지 재배로 오랫동안 번영을 누려온 이 마을에는 19세기 말부터 지어진 화려한 건축물들이 남아 있다. 소예르 중심 광장에 우뚝 솟은 산트 바르토메우 교회 Iglesia de Sant Bartomeu는 고딕 양식의 골조에 화려한 아르누보 양식이 절묘하게 혼재된 독특한 외관으로 유명하다.
소예르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팔마에서 출발하는 빈티지 목조 열차다. 1912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이 열차는 트라문타나 산맥을 넘어 소예르까지 1시간 동안 터널과 절벽, 오렌지 과수원 사이를 지난다. 소예르 시내에 도착한 후에는 다시 낭만적인 빈티지 트램으로 갈아타고 종점인 항구, 포르트 데 소예르 Port de Sóller로 향한다. 항구 주변에는 해산물 레스토랑이 즐비하며, 잔잔한 만을 품은 아늑한 해수욕장도 있다.
하이킹을 원한다면 소예르를 출발해 인근 예술가 마을 데이아 Deià까지 이어지는 트라문타나 트레일 코스를 걸어보자. 깎아지른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끝없는 지중해의 수평선은 최고의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마요르카 가는 법
한국에서 마요르카로 가는 직항 항공편은 없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유럽 주요 도시를 경유해 팔마데마요르카 공항(PMI)으로 입국하는 것이다.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파리 등이 주요 경유지다. 인천에서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까지 약 12~13시간, 이후 팔마까지 국내선으로 약 1시간이 소요된다. 바르셀로나 여행을 겸한다면 페리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바르셀로나 항구에서 팔마 항구까지 페리로 약 4시간 30분~8시간이 걸린다. 야간 페리를 이용하면 숙박비와 시간을 절약하면서 이동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