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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AUGUST

[SPECIAL THEME]Pick

The Masterpiece

이쯤 되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한 점의 예술이다.
브랜드가 잘하는 것을 진짜 제대로 잘할 때,
특정 사건과 시기가 만났을 때 그 희귀한 만남 끝에 탄생한
럭셔리 브랜드의 초고가 아트 피스들.

Writer. 유나리
Photo. 소더비, 한경DB

1  유산이 된 스타일

제인 버킨이 쓰던 에르메스 오리지널 버킨 백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라이프스타일로 아이콘이 된 제인 버킨 Jane Birkin. 밀짚 바구니에 소지품을 터질 듯 담아 다녀 보부상 버킨으로 일컫던 그녀를 위해 에르메스의 CEO였던 장 루이 뒤마 Jean Louis Dumas가 그녀의 이름을 따 ‘버킨 백’을 만들었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비행기에서 뒤마를 만난 버킨은 그에게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대형 가죽 가방을 찾기가 힘들다”는 고민을 털어놨고, 이에 뒤마가 고안한 새로운 형태의 가방이 바로 버킨 백이다. 제인 버킨은 버킨 백에 주렁주렁 참 Charm을 달거나 캐주얼한 옷차림에 매치하는 등 자유분방하고 여유로운 스타일을 연출했다. 이렇게 그녀가 남긴 스타일은 유산이 됐다. 2025년 7월 소더비 경매에서 제인 버킨이 사용하던 검은색 버킨 백이 858만 2,500유로, 151억 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됐다. 이전까지 가장 비싼 핸드백은 51만 3,000달러(7억8,400만원 가량)에 팔린 다이아몬드와 악어가죽으로 만든 에르메스 켈리 백이었다. 다이아몬드와 악어가죽이라는 초호화 재료를 뛰어넘게 만든 일등 공신은 당연히 버킨이 주야장천 백을 들고 다니며 보여준 ‘넘사벽’ 라이프스타일이다.

2  2세기 동안 숙성된 와인의 맛

샤토 라피트 로칠드 1870

와인은 경매에서 고가를 기록하는 대표적 수집품 중 하나다. 2026년 4월 소더비 뉴욕 경매장에선 와인 애호가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진귀한 경매가 열렸다. 일명 ‘불멸의 와인전’. 무려 100년 넘게 글래미스성 Glamis Castle 지하 셀러에 보관되어 있던 보르도 와인 250여 병이 출품된 이번 행사에서 최고가 와인 기록이 경신됐다. 샤토 라 피트 로칠드 Château Lafite Rothschild 1870 매그넘 2병이 그 주인공. 2병은 총 30만 6,250 달러, 약 4억 6,800만원에 낙찰됐다. 첫 번째 병은 경매 예상가의 2배를 넘는 10만 6,200달러에, 두 번째 병은 4배가 넘는 20만 달러에 팔리며 그간의 최고가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 와인이 특별한 이유는 19세기 후반 유럽 전역의 포도밭을 초토화한 해충 필록세라가 나오기 이전에 생산된 순수한 유럽 포도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와인 제조에 사용하는 포도는 필록세라에 강한 미국산 뿌리를 접목한 혼합 종 나무에서 나는 포도이다. 그러나 1870년산 라피트는 미국산과 혼합되기 전, 순수한 유럽 포도나무에서 수확돼 지금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양조 스타일로 주조한 점을 평가받아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3  셰이프 오브 유니크, 셰이프 오브 클래식

까르띠에 런던 크래쉬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까르띠에 시계다. 지난 4월 홍콩 소더비에서 열린 경매에서 1987년에 제작된 이 옐로 골드 까르띠에 런던 크래쉬가 1,560만 6,000홍콩달러에 낙찰됐다. 한화로 29억 원 정도. 18K 옐로 골드 케이스에 비대칭 형태, 수작업 디테일이 돋보이는 이 시계는 1987년 런던에서 딱 3점만 한정 생산한 모델이다. 마치 달리의 그림처럼 초현실적이고 비대칭 형태로 까르띠에 디자인 중 가장 희귀하고 소장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크래쉬 라인은 1960년대 까르띠에 런던 부티크를 이끌던 장자크 까르띠에 Jean-Jacque Cartier에 의해 탄생했는데, 이런 파격은 재미있게도 아주 ‘우연히’ 탄생했다. 한 VIP 고객이 교통사고로 파손된 맥시 오벌 Maxi Oval 워치를 가져와 수리를 맡겼는데, 케이스가 완전히 찌그러진 모습에서 매력을 발견한 장자크가 그 형태를 본떠 크래쉬를 만든 것. 당시 런던은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젊은 세대의 에너지가 충만했고, 실험적 디자인의 아방가르드가 꽃피우던 시기였다. 기존의 전통적 시계 제조 방법과 디자인에서 벗어난 클래식한 브랜드의 ‘파격’에는 이런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

4  하이 주얼리와 혁신이 만났을 때

부쉐론 푸앙 당테로가시옹

19세기를 떠올려보자. 모든 것이 정교하고 거추장스러워야 고급스러움을 인정받던 시기엔 목걸이도 혼자서 착용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하녀의 도움이 있어야 뒤를 잠글 수 있었다. 하지만 부쉐론의 이 목걸이가 나오면서 잠금장치 없이 스스로 착용할 수 있게 됐다. 바로 물음표 모양을 닮아 ‘퀘스천마크 목걸이’로 부르는 푸앙 당테로가시옹 Point d’Interrogation이다. 간결한 라인과 화려한 모티브가 어우러진 이 목걸이는 1881~1883년 출시와 동시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수많은 작은 부품이 맞물려 유연하게 착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디자인 덕분에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부쉐론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 공을 세웠다. 사용자가 혼자서 착용할 수 있다는 자유와 혁신은 다양한 변주를 만들어내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5  물성을 뛰어넘는 가치

미라 나카시마의 산소 다이닝 테이블

디자인 가구는 이제 소더비 경매에서도 고가로 팔리는 인기 품목이다. 전설적 목공예가 조지 나카시마 George Nakashima의 딸, 미라 나카시마 Mira Nakashima가 잇는 나카시마 가구는 중고 시장에서 최고 12억 원에 낙찰된 적이 있을 정도로 요즘 인기 높다. 생 로랑은 파리에 레스토랑을 열 때 나카시마의 라운지체어를 들였고, 할리우드 배우 줄리앤 무어, ‘더 로우’를 이끄는 올슨 자매부터 애플의 (고)스티브 잡스까지 나카시마 가구의 매력에 빠진 사람의 명단은 아주 길다. 나카시마의 가구는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낸 미드센추리 디자인의 단순함에 자연이 빚은 자연 스러움을 더한 것으로 평가된다. 나무 안에 있는 요철도 그대로 작품이 된다. 나무 본연의 성질을 유지한 채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 소더비가 7월 경매에 공개할 미라 나카시마의 1999년 작 산소 다이닝 테이블 Sanso Dining Table은 아버지가 만든 세계를 같은 듯 다른 방식으로 잇는 걸작으로 꼽힌다. 조지의 작품이 좀 더 절제되어 있다면 미라의 작품은 나무의 표현력을 더욱 잘 드러낸다. 소더비는 미라의 산소 다이닝 테이블 낙찰 예상가를 4만~6만 달러(약 6,000만~9,000만 원) 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