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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AUGUST

[ WEALTH ]Investment

AI 투자 확대와
고금리의 힘겨루기

사상 최고치의 실적을 기록 중인 반도체의 견인으로 한국 주식시장은 가파른 상승세에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미약한 내수와 인플레이션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공존한다.
고유가의 고착화로
고금리 시대의 서막이 본격화되는 지금,
하반기 코스피는 과연 어디로 향할까?

Writer. 최진호(우리은행 WM상품부 Economist)
Photo. 프리픽, 한경DB

상반기 숨 가쁘게 달려온 코스피

주식시장의 애널리스트들이 주가의 고평가 혹은 저평가를 논할 때는 여러 가지 판단 지표가 거론된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 지표는 PER 주가수익비율이라는 것과 EPS 주당순이익 라는 것을 들 수 있다. 여기서 PER이라고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애널리스트가 얘기하는 주가의 밸류에이션 혹은 멀티플이라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 PER은 주가를 EPS로 나눈 값이기 때문에 반대로 얘기하면 주가는 PER과 EPS의 곱으로 정의될 수 있다. 따라서 주가는 기업이익≒EPS이 늘어나거나, 혹은 밸류에이션≒PER이 높아지면 상승할 수 있다. 기업이익이라는 것은 실제로 그 기업이 얼마나 돈을 잘 벌었느냐 하는 재무적 수치다. 돈을 잘 버는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는 데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반면 밸류에이션 혹은 멀티플이라는 것은 다소 주관적일 수 있다. 돈을 잘 벌고 있는 기업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즉 성장성 growth에 대한 금융시장이 부여하는 컨센서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가라는 것은 당장 어떤 기업이 돈을 크게 벌지 못하고 있어도 미래가 촉망받는 회사라면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아 상승할 수 있는 것이고, 또 반대로 성장성은 다소 약하더라도 꾸준히 돈을 안정적으로 벌고 있는 기업이라면 주가가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이익과 성장성이 함께 높아지는 기업의 주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고금리의 서막이 시작될 하반기 매크로 환경

작년부터 코스피를 견인해 온 국내 반도체 기업의 주가 랠리의 핵심 요인은 기업 이익 증가에 기반해 왔다. PER로 보자면 미국 AI와 빅테크 기업이 몇십 배에 달하는 두 자릿수를 보이고 있는데, 아직도 국내 반도체 big 2 기업은 PER이 5배 내외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들의 주가는 결코 고평가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하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미국의 빅테크 기업만큼 적용받을 경우, 멀티플 확장에 기반한 주가 상승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밸류에이션이라는 것이 다소 주관적, 즉 금융시장이 공통적으로 바라보는 의견인 컨센서스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고, 이런 컨센서스는 매크로 환경에 민감도가 클 수밖에 없다는 한계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은 반도체 기업들의 압도적 기업 이익에 가려져 있던 매크로 환경이 슬슬 표면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대표적 매크로 환경의 변화는 고금리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는 점이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미-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충격이 반영되면서 4%대에 진입했다. 트럼프는 “전쟁만 종료되면 인플레이션은 빠르게 내려올 것이다”라는 발언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잠식시키려 노력하고 있으나, 연준의 통화정책이 완화적 방향으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 같다는 판단이다. 전쟁 종료 시점을 예상하는 것 자체가 무모하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확인해야 할 지표는 국제유가의 향방이다. 국제유가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유가 선물곡선 forward curve을 살펴보면 향후 1년 내외의 원월물 구간은 여전히 80달러 수준에 걸쳐 있는 모습이다. 즉 올해 미-이란 전쟁이 앞으로 종전 수순을 밟는다고 하더라도, 향후 12개월 내 선물 가격은 전쟁 이전 유가(60달러 내외) 대비 약 20~30% 상승한 가격이고, 이는 분명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국제유가 선물곡선이 우하향 backwardation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가 충격이 물가에 반영되는 크기는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원월물 구간이 전쟁 이전 대비 약 20~30% 높아진 수준(80달러 내외)에서 고착화된다면 향후 미국 CPI는 현재 4%대에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울러 유가 충격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가 연내 1~2회 인상될 가능성이 이미 메인 시나리오로 등극했다.

안정적인 반도체와 고금리 환경의 힘겨루기가 전개될 전망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주가의 할인율을 높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긍정적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주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인 PER과 EPS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고금리는 PER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고금리 시대가 본격화된다면 높은 PER을 적용받고 있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먼저 조정받을 수 있고, 낮은 PER을 적용받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빅테크 주가 조정의 부담은 일정 부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글로벌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사실 어제오늘 알려진 얘기는 아니다. 다만 그동안은 작년부터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온 국내 반도체 산업의 이익 성장이 매크로 불안을 잠식시킬 정도로 압도적이었기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국내 반도체 big 2 기업 실적은 이미 회사 단위 firm level의 성장을 넘어섰기 때문에 더 이상 미시적 동인 micro momentum이라는 기존의 프레임으로 바라볼 수도 없다. 높아진 국제유가 충격으로 미국과 EU 등 주요국들의 경제성 장률 전망치가 낮아지는 과정에서도 한국은 유일하게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높아지는 국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수와 전통 제조업은 여전히 미약하고, 미약한 내수에도 불구하고 공급충격발 인플레이션이 혼재되어 있는, 어울리지 않는 현상들이 불편하게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 거슬리는 것도 현실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 국내 반도체 기업의
밸류에이션
(12MF PER)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부문별 상승 기여도
  

반도체 이후의 주역을 발굴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간

하반기 코스피는 반도체 big 2 기업을 중심으로 안정적 기업이익과 고금리라는 불안정한 매크로 환경 사이에서 그 균형점 어딘가를 향해 갈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그동안의 코스피 상승 패턴에서 보여왔듯이 압도적인 기업이익이 불안정한 매크로 환경을 잠재울 수 있을지, 아니면 고금리라는 환경이 주가의 장애물로 부각될 것인지는 예단하기가 힘들다. 다만 2025년 대비 2026년 코스피 기업들의 영업이익 증가분의 업종별 기여도를 살펴보면 약 88%가 반도체 산업에 기인하고 있으며, 6월 수출 역시 반도체를 중심으로 사상 최고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2/4분기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강화하는 요인들이다. 전쟁의 포화 속에도 빛나는 반도체 덕분에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취약한 고리들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다행스러우면서도, 개인적으로는 한국 실물경제에서 그리고 주식시장에서 일부 기업과 산업의 쏠림 현상이 이토록 심했던 적이 있었나 하는 불편함을 감추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쏠림이 심한 모멘텀은 그 반작용도 클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의 파티가 아직 현재진행 중이지만, 주인공 대신 자리를 채울 수 있는 다음의 주역들을 발굴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간이다. 하반기에 본격화될 고금리 시대를 맞이하는 현시점에서 투자자는 하반기 주식시장의 향방을 가늠해 보는데, 어떤 요인이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있는지, 어떤 요인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는지를 한 번쯤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