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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OCTOBER

[SENIOR&]Reading

그 도시처럼
읽고, 쓰고, 여행하라

유명 관광지 순회가 아니라, 도시 문화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여행을 하고 싶다면
아마도 이런 책들이 필요할 것이다. 도시의 문화,
건축, 문학, 영화에 관한
이야기에서 우리는
그 도시처럼 사는 법을 배운다.

Writer. 한소영
Photo. 김영사, 소전서가, 흰소, 덴마크 관광청

현대 도시에서 공동체 생각하기

호텔 빙수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스몰 럭셔리가 우리는 늘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건축가인 이 책의 저자는 코펜하겐 사람들의 관계 맺기에 주목한다. 현대 도시에서 사는 누구나 이웃을 바라보는 눈앞에는 커다란 익명성의 벽이 놓여 있다. 익명성 안에서 과연 공동체적 관계 맺기가 가능할까? 저자는 코펜하겐에서 공동체적 관계 맺기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여기에 건축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들여다 본다. 이를 보여주는 예가 크리스티아니아 Christiania다. 크리스티아니아는 코펜하겐 내에 있지만, 코펜하겐에 속하지 않는 다소 심오한 곳이다. 1971년 군사시설이던 공간에 집 없는 사람들이 들어와 살면서 형성된 ‘자율 도시’로, 다양한 사람이 자기들만의 규율을 만들어 살아가는 일종의 코뮌이다. 이곳에서는 주민들 스스로 지은 개성 넘치는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주민들이 운영하는 공방에서 수작업으로 생산하는 크리스티아니아 카고 바이크는 덴마크를 대표하는 자전거가 되었다고 한다. 크리스티아니아는 연중 다양한 문화 예술 이벤트를 열어 수많은 코펜하겐 시민과 여행자에게 활력과 영감을 불어넣는다.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편한 도시 코펜하겐에서 자전거를 타고 크리스티아니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도시와 건축을 매개로 덴마크와 한국 사회의 차이까지 소개하는 이 책은 인문학 서적에 가깝지만, 코펜하겐으로 여행을 떠나려는 이에겐 좋은 여행 안내서가 된다. ‘평생 한 번은 가봐야 할 곳’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름난 장소들은 아니지만, 그 도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곳들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책을 참고하면 좀 더 특별한 코펜하겐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관계도시>

박희찬 지음, 돌베개 펴냄, 2024

<관계도시>

박희찬 지음, 돌베개 펴냄, 2024

코펜하겐과 서울을 오가며 사는 한국의 젊은 건축가가 코펜하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익명성이 지켜지는 현대 도시의 한가운데서도 공동체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코펜하겐의 도시 구조, 건축, 제도, 문화에 대해 말한다.






카프카가 걷던 곳

이 책의 저자가 말하듯, 그리고 프라하를 가보지 않은 모든 이가 짐짓 생각하듯 프라하만을 위한 여행을 계획하는 일은 별로 없다. 프라하는 독일 드레스덴에서 1시간 30분이면 닿는 거리에 위치해 하루이틀 정도 묵고, 이후 오스트리아 빈으로 넘어가는, 즉 유럽 여행에서 잠시 들르는 도시쯤으로 여기기 마련이다. 저자는 카프카와 프라하에 대해 책을 쓰기로 하고 조사를 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프라하 여행을 그저 구시가지와 카를교를 걸으며 맛있기로 소문난 맥주를 마시는 것으로 만족하는지를 알게 됐다. “프라하에 가면 카프카를 몰라도 카프카를 만나게 된다.” 이 책은 프라하 곳곳에서 위대한 소설가 카프카의 흔적을 찾는다.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며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그 외 시간에 글을 쓰려 한 카프카의 마음 급한 발걸음이 이 도시 곳곳에 녹아 있다. 바츨라프 광장을 거닐다 볼 수 있는 붉고 화려한 네오바로크 양식의 건물인 아시쿠라치오니 제네랄리 건물은 카프카가 잠시 근무했던 보험회사 건물이었다. 이후 이직해 삶의 대부분 기간을 근무하는 노동재해보험 공단의 건물은 지금 호텔로 변해 있다. 그리고 그 호텔에는 카프카를 주제로 한 다소 기괴한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다. 난해한 인간 군상을 거리낌 없이 소설 속에 그려낸 카프카를 기리는 아주 적절한 방식이다. 책에는 저자가 직접 번역한 카프카 작품을 부분 부분 수록했다. 카프카의 삶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장소들과 이 장소와 묘하게 겹치는 카프카의 작품을 읽어가는 것 자체가 왠지 한 편의 소설처럼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 카프카의 책을 읽고 싶어진다. 또는 프라하로 떠나고 싶어진다. 물론 둘 다 할 수 있으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카프카의 프라하>

최유안 지음, 최다니엘 사진, 소전서가 펴냄, 2024

<카프카의 프라하>

최유안 지음, 최다니엘 사진,
소전서가 펴냄, 2024

출판사 소전서가의 ‘도시 산책’ 시리즈의 첫 책이다. 이 시리즈는 위대한 소설가의 산책길을 한국의 젊은 소설가가 직접 걸으며 도시를 새롭게 조명한다. 최근에는 일본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가 걸은 도쿄를 소설가 양선형이 들여다본 <미시마의 도쿄>가 출간됐다.






전통과 혁신의 사잇길을 걷다

약 1,000년 동안 일본 수도였던 교토의 유적지들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지만, 교토 거리의 다채로운 문화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저자는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연구하는 역사지리학자의 시선으로 외지인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다양한 교토의 생활 문화를 들려준다. 이러한 문화는 대부분 거리에서 발견된다. 교토 거리를 유심히 보면 곳곳에 커다란 돌이 놓여 있다. 아무렇게나 생긴 바위이기 때문에 외지인 눈에는 띌 리 없는 이 돌은 이웃과의 대립이나 분쟁을 피하기 위해 교토 사람들이 일부러 놓아두는 것으로, 엄연히 ‘이케즈이시’라는 이름까지 있다. 이 돌은 차가 들어오면 안 되는 곳이나 지나다닐 때 조심하라는 의미로 집주인이 집 주변에 세운 것이다. 실제로 길을 잘 보고 걷지 않으면 걸려 넘어질 수도 있다. 거리에 이 ‘못생긴’ 돌을 놓는 문화까지 이어져 오는 것을 보면 교토가 어느 정도로 옛것을 지켜오는지 가늠이 된다. 교토는 도시형 전통 주택인 ‘마치야’도 많이 남아 있다. 교토 사람들은 낡고 오래된 이 주택을 헐기보다 카페나 음식점, 명품 매장 등으로 활용한다. 마치야야말로 교토가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교토는 조금 예스럽고 고루해 보여도 수도인 도쿄보다 먼저 근대화를 시작한 혁신성을 지닌 도시다. 대학교가 많아 젊은이가 많이 거주해 새롭고 다양한 문화에 열려 있다고 한다. 교토의 전통과 혁신 사이를 걷는 이 책은 지나치기 쉬운 교토 구석구석을 찬찬히 들여다봄으로써 독자에게 여행에 관한 다양한 영감을 안겨준다.

<교토의 방식>

정치영 지음, 흰소 펴냄, 2025

<교토의 방식>

정치영 지음, 흰소 펴냄, 2025

지리학자인 저자가 1년간 교토 구석구석을 다니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다. 수백 장의 사진과 글로 꼼꼼하게 기록한 교토 모습을 통해 전통을 지키면서도 혁신에 열려 있는 다양하고 섬세한 교토 문화를 발견할 수 있다.






영화 속 대사를 떠올리며

홍콩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에서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을 떠올린다면 여행은 한층 낭만적으로 변한다. 이 책은 열성적인 ‘홍콩 영화 팬보이’ 주성철 영화 평론가가 쓴 책으로, 영화 촬영지를 중심으로 한 홍콩 여행을 제안한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홍콩에서 머물며 취재한 덕에 최신의 알찬 여행 정보를 담고 있다. <화양연화>에서 차우(양조위 역)와 수리첸(장만옥 역)이 몰래 만나던 레스토랑이자 <2046>의 차우(양조위 역)가 연신 담배를 피우며 소설을 써 내려가던 곳인 골드핀치 레스토랑은 현재 사라졌는데, 다행히 골드핀치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몇몇 직원이 ‘노스탤지어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개업했다고 한다. <2046>세트와 <화양연화>세트를 맛볼 수 없게 됐지만, 아쉬운 대로 영화를 추억할 방법이 새로 생겨난 것이다. <중경삼림>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중경빌딩·캐슬 로드, <영웅본색>과 <무간도>의 누아르 분위기를 풍기는 황허우샹 광장과 훠궈집 홍복, 포린사까지. 영화 속 장소를 톺아가며 장소가 등장한 영화 장면을 설명하니 가보지 않아도 가본 듯한 기분이다. 아름다운 홍콩 영화 스틸 컷과 저자가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비교해 가며 읽는 여행책은 이 무더운 여름 집에서 보내는 가장 호사스러운 휴가가 되지 않을까? 영화를 보는 관점도, 홍콩 문화에 대한 지식도 풍부해진다. 이 외에 홍콩 스타들의 단골 맛집 등 영화 밖 장소도 소개한다. “아무 곳이나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영화 속 양조위의 대사처럼 각자 원하는 홍콩의 그곳으로 떠나보시길.

<헤어진 이들은 홍콩에서 다시 만난다>

주성철 지음, 김영사 펴냄, 2022

<헤어진 이들은 홍콩에서
다시 만난다>

주성철 지음, 김영사 펴냄, 2022

영화 잡지에서만 20년 동안 일하며 양조위, 유덕화, 왕가위, 성룡, 주성치 등 수많은 홍콩 영화인을 인터뷰한 주성철 기자가 쓴 홍콩 영화 성지순례기다. 수차례 홍콩을 여행하며 영화 속 중요한 배경이 된 홍콩의 아름다운 공간들을 취재해 책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