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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APRIL

[ WEALTH ]Real Estate

집은 좁아도 삶은 넓게,
셀프스토리지가
관심받는 이유

최근 1인가구의 증가와 물품 또는 서비스의
이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우리나라에서도 셀프스토리지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셀프스토리지 시장의
성장배경과 현황 및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알아보자.

Writer. 조규성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전문가)
Photo. 프리픽

“집은 늘어나지 않는데, 짐은 계속 늘어만 간다.” 현대 도시인이 겪는 가장 고질적 고민 중 하나다. 대형 아파트에 살든, 대학가의 작은 원룸에 살든 공간 부족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숙제와도 같다. 사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주거 공간을 넓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더 큰 집으로 이사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도심의 높은 집값을 감당하며 무한정 면적을 늘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신축 아파트들이 세대별 지하창고를 앞다투어 만드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모든 아파트가 이런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결국 천덕꾸러기가 된 짐들은 거실 한구석, 침대 밑, 베란다를 점령하게 된다. 그렇게 몇 년을 살다 보면 아무리 큰 아파트도 작아 보이는 것이리라. 이러한 절박한 공간 갈증에 도움을 주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있으니 바로 셀프스토리지 Self-Storage라는 공간이다. 다른 말로는 ‘개인형 창고’나 ‘공유 창고’라고도 부른다.

소유 가치에서 이용 가치로 패러다임 이동

우리는 이제 가전을 사지 않고 ‘구독’을 통해 정기적으로 케어받는 상품을 이용하기도 하고,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차가 필요할 땐 앱으로 ‘공유 차량’을 불러 이용하곤 한다. 사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무조건 물건을 소유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필요한 만큼만 이용하는 가치 중심의 패러다임에 익숙해진 것이다. 셀프스토리지 역시 이러한 시대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내 짐을 보관하기 위해 수억 원의 대출을 더 받아 넓은 집을 소유하기보다 내 생활권과 가까운 곳의 공간을 필요한 만큼만 ‘창고 구독’해 이용하는 것이다. 즉 ‘공간도 스트리밍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왜 사지 않고 구독하는가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월 구독료를 내면서까지 셀프스토리지를 찾는 것일까? 세 가지 이유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구독의 편리함이다. 구독은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관리에 대한 불편함을 구독료에 녹여 관리를 대행해 주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경우, 바쁜 현대인은 소유하지 않고 구독하며 관리의 불편함에서 벗어나 편리함을 추구할 수 있다. 셀프스토리지의 경우 짐을 최적의 상태로 보관할 수 있는 항온 및 항습 같은 환경을 관리해 주기도 한다. 두 번째는 경제적 이유다. 구독은 구독료 항목으로 비용이 지출되지만, 소유 역시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일시금을 현금으로 지불했다면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비용을 지불한 셈이고, 대출이나 할부를 이용했다면 금융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비용의 총액이 구독료 총액보다 비싸다면 꼭 소유해야 하는 이유가 희미해질 수 있는 것이다. 구독은 기본적으로 이용에 가치를 두고 있기에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만큼만 이용해 비용 자체가 줄어들게 된다. 가전 같은 최종 소유형 구독은 다르겠지만, 창고나 차량같이 일시적으로 사용하고 반납이 가능한 경우는 자산을 가볍게 하고 기회비용을 줄이는 도구가 된다. 더구나 비싼 집에 사람의 거주가 아닌 짐보관을 위한 공간을 할애 하는 것은 공간 낭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 이유는 우리나라의 인구구조와 문화의 변화다. 2024년 기준 전국 1인가구 비중은 이미 30%를 넘어섰으며, 서울은 38%를 상회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40㎡(약 12평) 이하의 소형 주거지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 중 소비성향이 강한 요즘 1인 가구에게 캠핑 장비, 골프백, 계절별 의류 같은 것은 소형 주거지에서 감당하기 벅찬 짐들이다. 이들에게 셀프스토리지는 단순한 창고가 아니라, 내 집의 거실과 드레스룸을 도시 전체로 확장하는 구독 공간인 것이다.

가파른 시장의 성장세

이렇듯 수요가 증가하면서 셀프스토리지의 시장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2023년 200여 개 점포에서 2024년 300여 개 점포로 급성장하기도 했고, 매출 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최근에는 약 2,000억 원의 시장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2025년 7월에는 셀프스토리지에 대한 용도가 건축법 개정을 통해 제2종 근린생활시설(공유 보관시설)로 정해지기도 했다. 그전까지 셀프스토리지 사업은 건축법상 용도가 불명확해 일종의 회색 지대에 있었는데, 용도가 정해지면서 임대차를 진행하거나 점포 개설을 위한 신고 등을 할 때 훨씬 명확한 요건이 생겨나 산업 확장에 도움이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엔 자산운용사 같은 전문 투자자도 투자자산의 임차인으로 셀프스토리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게 된 것이다.

미국, 일본, 한국 셀프스토리지 비교표

구분 미국 일본 한국
시장규모 약 40조원 약 8,000억원 약 2,000억원(추산)
가구당
이용률
약 10% 약 1%
(도심 지역
높음)
초기 단계
(성장 중)
주요 형태 교외형 대형 창고, 드라이브업 도심형 트렁크 룸, 컨테이너 도심형 빌딩 내 실내 창고
성장 동력 잦은 이사,
라이프 사이클 변화
좁은 주택,
수집 문화
1인가구,
주거비 급등,
캠핑 등

자료 출처 Statista, JLL, Mordor Intelligence

IoT와 AI라는 날개를 달다

우리가 떠올리는 일반적인 창고는 교외에 위치한 한적하고 대형화된 공간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셀프스토리지는 도심형 공간으로, 서울 및 수도권에 그 비중이 가장 높게 포진되어 있다. 또 지금의 셀프스토리지는 IoT와 AI를 활용해 운영되는 스마트한 공간이다. 특히 스타트업이 주도 하는 이 시장은 IT 기술을 통해 무인으로 운영되며,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IoT 기술 덕분에 사용자는 앱으로 예약하고, 모바일 스마트키로 24시간 언제든 출입할 수 있다. 공간을 계약하기 전에 둘러보는 것도 앱을 통해 임시 출입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관리자가 상주하지 않아도 온습도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어 최적의 보관 환경(항온·항습)을 유지하기도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는 AI를 통해 보관 물품의 데이터 분석을 하고, 최적의 공간 배치 제안을 하거나, 자율주행 로봇이 무거운 짐을 운반해 셀프스토리지에 넣어주는 등 서비스가 한층 진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아파트 베란다와 침대 아래보다 훨씬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 소중한 물건을 보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셀프스토리지 형태별 비교

구분 미국 일본 한국
입지 특성 도심 내 상업지구, 주거 밀집 지역의
건물 지하 또는 지상층
도심 외곽,
고속도로 인근의
넓은 부지
위치 무관
(저렴한 외곽 물류센터 기반)
접근성 도보 및 대중교통·승용차 이용 가능,
접근 빈도 높음
차량 필수, 접근 빈도 낮음 앱으로 픽업/배송 요청 가능
주요 고객 1인가구, 도심 소상공인,

취미 수집가(피겨, 와인 등)
이사 화물 보관,
대형 레저 장비 보유자
비대면 서비스 선호층,
차량 미소유자
공간 형태 0.5~3평 내외의 소형 유닛,
철제 캐비닛 형태
컨테이너 박스,
차고형(Drive-up) 유닛
박스 단위 보관,
행어 단위 보관
비용 구조 보관료, 필요 시 부가서비스 보관료 보관료 외
배송비 발생
기술 적용 IoT 항온·항습, QR 출입, 무인 관제 CCTV 등 기본 보안 중심 물류관리 시스템(WMS),
배송 트래킹

임차인으로서 셀프스토리지

공실로 고민하는 임대인에게 셀프스토리지는 매력적인 임차인이 될 수 있다. 셀프스토리지는 햇빛이 들지 않는 지하공간이나 상층부의 외진 공간에서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하다. 접근성만 확보된다면 다른 용도로 임대하는 것보다 더 좋은 임대수익을 올릴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임대를 한다면 사전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는데, 셀프스토리지 경우 무인으로 24시간 운영이 가능해 다양한 시간대에 다양한 사람이 출입 가능한 창고시설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보니 24시간 출입이 가능한 동선의 사고 예방을 위해 CCTV나 방재시설이 필요하다. 이 필요 시설의 설치 주체와 운영 주체가 사전에 협의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개인용이긴 하나 화물이 들고 나가는 시설이다 보니 동선이 화물 이동에 적합해야 할 것이다. 임차인이 가장 먼저 체크하겠지만, 임대인은 화물이 움직이면서 건물에 손상을 주진 않을지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고, 만약 손상이 있는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내용도 가능한 한 구 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일이 기대되는 도심의 새로운 공간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높고, 우리 삶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미니멀리즘 트렌드가 맞물리는 오늘날, 셀프스토리지 시장의 성장은 필연적이다. 아직은 건물의 구석진 공간을 채우는 창고시설로 보일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도심 곳곳에서 세탁과 택배 및 개인 취미 공간과 결합한 ‘라이프스타일 허브’로서 셀프스토리지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넓은 집을 굳이 사지 않아도 넓게 살 수 있는 시대, 셀프스토리지가 열어갈 도심 주거의 새로운 미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