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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FEBRUARY

[SPECIAL THEME]Focus

세계적 명문가가 전하는

위대한 유산

나눔을 통해 부의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지켜온
명문가에서 배우는 자녀 교육의 다섯 가지 원칙.
이 원칙들이야말로 진짜 위대한 유산이다.
이 유산 없이 막대한 부는 진정한 가치와
사회적 효용을 지닐 수 없기 때문이다.

Writer. 유나리
Photo. 국가유산청, 게티이미지뱅크, 리카싱 재단,
언스플래시, 한경DB
Reference.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윤리경영 브리프스,
<세계 명문가의 자녀 교육>(최효찬 지음, 예담),
<5백 년 명문가의 독서 교육>(최효찬 지음, 한솔수북)

1

때로는 손해 볼 줄도 알아야 한다

‘나’만 생각하면 결국 실패한다

조선 선조 때 의령현감을 지낸 운악 이함 종가의 사훈은 ‘지고 밑져라’였다. 예나 지금이나 자기 것을 내주기 힘든 시대에 색다른 신조다. 이는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빚졌다는 마음을 상대에게 남겨두면 나중에 더 크게 돌려받을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일명 ‘상생의 처세술’이라 할 수 있다. 상대방과 더불어 성공해야 진짜 성공이며, 더 큰 목표를 위해 작은 손해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그릇이 커야 더 많이 채울 수 있고, 채우기만 하면 언젠가는 넘친다. 이 절묘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2

1924년 촬영한 발렌베리 일가

강인한 정신과 양심을 길러라

사회에서 자질을 검증받아야 한다

발렌베리 Wallenberg 가문은 스웨덴의 대표 명가다. 스웨덴 정부는 장관 등 고위직 인사를 임명할 때나 정책을 입안할 때 발렌베리 가문에 의견을 묻고 반영한다. 발렌베리가 소유 기업들의 총매출은 스웨덴 국내총생산 GDP의 30%에 달한다. 이렇게 한 국가 안에서 영향력이 큰 가문임에도 왜 스웨덴 국민의 사회적 저항이 작은 걸까? 이는 이들이 철저히 사회 안에서 활동하고 돌려주는 ‘기업의 생존 토대는 사회’라는 기본 신념 아래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념은 자녀 교육에도 배어 있다. 이들은 어린 자녀에게 특권보다 의무와 책임부터 가르친다. ‘존재하지만 드러내지 않는다’는 가문의 모토 아래 대중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미디어에 조명되는 것을 금지한다. 그 결과 발렌베리 가문이 탈세나 사생활 문제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이 없다. 대신 사회 공동체가 위기에 처하면 모습을 드러내는데, 자신들이 지닌 영향력을 이때 행사하는 것. 그 외에는 철저하게 사회 안에서 잠행한다. 이런 가문의 후계자가 되려면 사회 안에서 자신의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 후계자는 반드시 혼자 힘으로 명문대를 졸업하고, 해군사관학교를 나와야 한다. 바다라는 거친 현장을 경험하며 도전 정신, 위기관리 능력, 다른 군인과 어울리는 법, 애국심을 키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 거치면 런던이나 파리 등지의 국제금융 기업에서 근무하며 국제금융과 산업의 흐름, 사회생활을 배워야 한다. 이 모든 것은 혼자 경험해야 한다. 모든 과정을 거친 후 후계자 자리에 오르면 매년 그룹의 이익금 85%를 법인세로 내 사회에 환원한다. 재단의 수익금으로는 대학, 도서관, 박물관 등을 건립해 모든 사회 구성원이 혜택을 보게 한다.


3

최 부잣집 안채 전경
  

최 부잣집은 기근이 들거나 보릿고개가 오면 곳간을 열어 사람을 살렸다.
5~6동의 곳간채 중 현재는 사진 속 한 곳만 남아 있다.

부자는 혼자서 존재할 수 없다

사회 고위층에 요구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한국형 원형은 조선 시대 경주 교동 최씨 집안에서 찾을 수 있다. ‘경주 최 부잣집’으로 알려진 이들은 300여 년간 12대를 이어 대대손손 부자였고, 그 부를 잘 나누는 것으로 유명했다. 지금도 남아 있는 경주 교동의 최 부잣집에는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 마라’,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에는 땅을 늘리지 마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는 여섯 가지 육훈 六訓이 아직도 걸려 있다. 이 여섯 가지 가르침은 3대 가기 어렵다는 부가 12대를 이어 온 이유 중 하나일 터. 이들이 실천한 사회 환원 활동을 살펴보자. 최 부잣집의 2대 부자 최동량은 많은 재산을 물려받아 땅을 구입했고, 뒤를 이은 3대 최국선은 흉년이 들어 농민이 빌려간 쌀을 갚지 못하자 자기 아들 앞에서 농민들의 담보 문서를 모두 없애고, 죽을 쑤어 배곯는 이웃에게 푸짐히 나눠줬다. 보릿고개 시절엔 100석의 쌀도 베풀어 나눴다. 이렇게 덕을 쌓은 덕분에 최 부잣집 소작농이 되려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부자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준 활빈당이 활개를 치던 시절에도 최 부잣집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부와 함께 덕을 쌓아야 진정한 부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달은 혜안 덕분이다. 이런 가풍은 교육으로 철저히 이어졌다. 최 부잣집의 명맥이 12대에서 멈춘 이유도 결코 사소하지 않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던 12대 최준 시기에 ‘나라가 없으면 부자도 없다’라는 신념으로 독립 자금을 마련해 내놨다. 광복 후에는 교육 사업에 전 재산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들의 부가 민족의 미래를 밝혀주는 불씨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최 부잣집의 2대 부자 최동량은 많은 재산을 물려받아 땅을 구입했고,
뒤를 이은 3대 최국선은 흉년이 들어 농민이 빌려간 쌀을 갚지 못하자
자기 아들 앞에서 농민들의 담보 문서를 모두 없애고, 죽을 쑤어 배곯는
이웃에게 푸짐히 나눠줬다.

4

워런 버핏은 하루에 총 6종류의 신문을 읽는다.

책을 읽혀라

나를 위한 가장 쉬운 투자 방법 독서

‘인간 됨’을 먼저 배우지 않으면 잘못된 길로 갈 수 있다. 그래서 명문가들은 한결같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독서는 단순히 학문의 기초를 쌓는 것을 넘어 훌륭한 인간이 되는 데 필요한 기본 소양을 갖추는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지식을 쌓고 타인의 삶을 상상하며 물질로 헤아릴 수 없는 무형의 세계를 배운다. 이황은 아들과 손자들에게 1,300여 통의 편지를 써 보낼 정도로 교육열이 강했고, 이익은 조부모와 아버지가 중국에서 수천 권의 책을 사 온 덕분에 실학자가 될 수 있었다. 세계적 투자가 워런 버핏은 아직도 매일 5~6시간씩 독서를 한다. 버핏이 이렇게 책을 열심히 읽는 이유는 간단하다. 독서가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는 “최고의 투자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투자이고, 자신에게 하는 투자 중 최고는 책과 신문 읽기”라며 독서를 통한 끊임없는 배움을 강조한다. 버핏은 “지식은 복리처럼 쌓이는 것”이라며, 꾸준히 지식을 확장한 덕분에 60여 년간 다양한 산업에 투자할 지식의 원천을 쌓을 수 있었다. 막대한 부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버핏이 자식에게 물려준 인생 조언 역시 바로“Read 독서해라!”.


5

리카싱은 홍콩 최고의 갑부이지만 10년 된 양복을 입고
3만원짜리 세이코 시계를 착용하는 검소한 생활로 유명하다.

부모가 먼저 본을 보여라

삶의 원칙은 자연스레 세습된다

아시아 최고의 부자이자 자선사업가인 리카 싱 Li Ka Shing의 아버지는 평생을 검소하게 살다 떠났고, 리카싱에게 한 푼의 유산도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생전 자급자족하며 청렴하게 사는 삶을 실천했고, 이를 아들에게 가르치지 않았음에도 리카싱에게는 삶의 기본이 됐다. 또 어렵게 자란 리카싱은 젊어서 경험한 고생이 자신의 성공 이유 중 하나라고 여겨 자녀들에게도 좋은 교육 환경은 제공했지만 고생도 기꺼이 하게 했다. 아이들에게 “먼저 인간이 돼라”고 입버릇처럼 가르치면서 유학 간 자식에게 충분한 용돈을 주지 않았으며 차도 사주지 않았다.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하고 골프장에서 공을 줍는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버는 평범한 유학생의 삶을 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