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RDV
©MVRDV
[TREND]Architect
색이 도시를 바꾸다
회색을 거부한
다채로운 세계 건축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와 소재, 마감 등 실험적 건축물들이
눈길을 끄는 가운데,
‘색’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원색과 다채로운 조합으로 외관을 완성해
도시 풍경을 재구성한 이 건물들은
분위기를
전환하고, 공간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Writer. 두경아 Photo. 각 사진에 표기
©MVRDV
©MVRDV
조경 스튜디오 유를링크&헬뤽의 설계로 옥상에 조성된 녹지 공간
도시의 색을 반영한 복합 건물
네덜란드 로테르담 스히블록스
Schieblocks
‘건축의 도시’라 일컫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들어선다. 기차선로를 따라 길게 뻗은 오피스 빌딩으로, 좁고 긴 부지에 높이 61m, 길이 약 150m 규모로 계획됐다. ‘3D 동네’ 라는 콘셉트로 설계한 이 건물은 여러 개의 컬러 블록을 입체적으로 쌓아 올린 형태다. 꾸준히 실험적이고 컬러풀한 작업을 선보여온 건축 스튜디오 MVRDV가 설계를 맡았다.
건물은 주변 건물의 성격과 역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는데, 상층부는 높이를 조절해 철도 건너편 주거지의 일조량을 해치지 않도록 했다. 디자인은 미니멀리즘의 거장 도널드 저드 Donald Judd의 다채로운 가구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각 블록은 로테르담의 역사적 건축물에 착안한 창호 패턴과 색채를 적용했다. 인근 보행교의 선명한 노란색, 로테르담 시청의 사암색 등이 반영됐으며, 팔각형 창 형태 안에는 로테르담의 지역 전화번호 ‘010’을 형상화한 디테일이 숨어 있다.
지속 가능성 역시 중요한 설계 요소다. 전체 11개 블록 가운데 2개는 재활용 벽돌을 사용했고, 3개 동의 파사드에는 건물 일체형 태양광 패널을 적용해 에너지를 생산한다. 옥상에는 조경 스튜디오인 유를링크&헬뤽 Juurlink & Geluk이 설계한 녹지 공간이 조성된다. 이 옥상 정원은 빗물 저류 기능을 수행하며, 서로 다른 높이의 옥상을 잇는 나선형 계단을 통해 건물 끝에서 끝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를 만든다. 녹지 위로는 태양광 패널을 지지하는 구조물을 설치해 그늘을 만드는 동시에 상당한 양의 에너지도 생산한다.
역동적으로 튀어나온 발코니는 다채로운 컬러로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역동적으로 튀어나온 발코니는 다채로운 컬러로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역동적 캔틸레버, 컬러풀한 발코니
보조코 아파트
Wozoco Apartments
MVRDV가 처음으로 선보인 컬러풀한 주거용 프로젝트다. 건물 외벽에서 돌출된 발코니와 캔틸레버 형태의 외형은 멀리서도 단번에 시선을 끈다. 특히 각기 다른 색으로 마감한 발코 니는 건물에 경쾌한 리듬을 부여하며, 역동적인 입면을 완성한다.
이 프로젝트는 고령자를 위한 100세대 규모의 공동주택으로, 갤러리형 동선(통로식 발코니) 을 갖춰야 한다는 조건이 주어졌다. 암스테르담은 계속 증가하는 인구로 인해 ‘빛, 공기, 공간’이 위협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새로 짓는 건물은 주변 건물의 일조권을 해치지 않아야 했다. 이러한 제한된 부지 안에서 모든 요구를 충족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MVRDV가 농담처럼 제안한 아이디어가 해법이 됐다. 일부 세대를 외벽 밖으로 돌출시키는 과감한 설계였다. MVRDV는 북측 파사드에서 13세대를 캔틸레버 구조로 돌출시켰고, 동서 방향으로 배치된 세대들은 인근 녹지를 조망하면서도 남북 방향 세대들의 채광을 유지할 수 있었다.
세대 간 벽체는 방음 성능을 높이기 위해 8cm 더 두껍게 시공했다. 이 여유 공간은 돌출 구조의 접합부를 수용하는 역할까지 겸하며, 기능과 구조를 동시에 해결하는 설계적 해법이 됐다. 이처럼 구조적 실험과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한 설계 덕분에 이 프로젝트는 당시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낮은 건축비로 실현한 사회 주택으로 기록됐다.
©MVRDV
©MVRDV
캔틸레버 형태로 돌출시켜 동서 방향으로 배치한 세대들은 인근 녹지를 조망할 수 있으면서도, 남북 방향 세대들의 일조 조건을 해치지 않는다.
©Ossip van Duivenbode
©Ossip van Duivenbode
네덜란드 로테르담 블라크역 위에 54.7도 기울어진 노란
큐브들이 숲처럼 들어서 있다.
©Iris van den broek
©Iris van den broek
큐브 하우스는 서로 맞물리듯 연결되어 독특한 파사드를 형성한다.
숲을 이루는 노란 큐브들
큐브 하우스
Kubuswoningen
큐브 하우스는 로테르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축 명소다. 도시 한복판 블라크역 위에 54.7도 기울어진 노란 큐브들이 숲처럼 들어서 있다. 이 때문에 이곳은 ‘블라크 숲 Blaak Forest’으로도 불린다.
1984년 건축가 피트 블롬 Piet Blom이 설계한 이 주거 단지는 ‘도시의 지붕 아래에서 살아가기 living as an urban Roof’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높은 주거 밀도를 유지하면서도 지상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주거 방식으로, 내부 공간의 효율적 활용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단지에는 38채의 큐브형 주택과 기업용으로 사용하는 13채의 대형 큐브가 있다. 전통적 주거 건축 개념을 거부한 블롬은 정육면체 한쪽 모서리를 기울여 육각형 기둥 위에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큐브 하우스는 서로 맞물리듯 연결되어 독특한 파사드를 형성한다. 지상층은 삼각형 평면으로 구성해 거실로 사용되며, 상부로 갈수록 공간이 확장된다. 벽이 기울어 있어 내부는 실제 면적보다 넓게 느껴지지만, 구조적 특성상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면적은 제한적이다. 최상층에는 18개 창이 설치돼 도시를 향해 시원한 조망을 확보한다. 현재도 주민이 거주 중이지만, 박물관으로 조성된 호실이 있어서 들어가 살펴볼 수도 있다.
©Iris van den broek
©Iris van den broek
피트 블롬이 설계한 큐브 하우스와 연필 모양의 ‘펜슬’은 로테르담 블라크 지구를 상징하는 실험적 주거 건축으로, 인근의 마르크트할과 함께 도시의 현대적 스카이라인을 완성한다.
©WienTourismus/Paul bauere
©WienTourismus/Paul bauer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는 예술가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의 독특한 개성이 고스란히 녹아든 첫 건축물이다.
©WienTourismus/Paul bauer
©WienTourismus/Paul bauer
외벽을 뒤덮은 강렬한 색채, 곡선으로 흐르는 형태, 서로 다른 패턴의 창과 기둥은 건축이라기보다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도심에 들어선 거대한 예술 작품
훈데르트바서 하우스
Hundertwasserhaus
컬러풀한 건축물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물이다. 이 건물은 예술가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 Friedensreich Hundertwasser의 독특한 개성이 고스란히 녹아든 첫 건축 작품으로, 1985년에 완공되었다. 빈에서 손꼽히는 독창적 건축물 중 하나로 공동주택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다.
외벽을 뒤덮은 강렬한 색채, 곡선으로 흐르는 형태, 서로 다른 패턴의 창과 기둥은 건축이라기보다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다가온다. 이 프로젝트는 건축가 요제프 크라비나 Josef Kravina와의 협업으로 완공됐다. 세월이 지나 색채의 선명함은 다소 부드러워졌지만, 그 강렬함은 여전히 건재하다.
옥상은 900톤의 흙을 쌓아 조성한 녹지로 덮여 있다. 건물 곳곳의 창과 발코니에서는 식물이 자라나는데, 훈데르트바서는 이를 ‘나무 세입자’라 불렀다. 예상치 못한 위치에서 등장하는 나무와 풀은 건물과 자연의 경계를 흐린다. 현재도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어 내부 관람은 불가능하지만, 입장권 없이도 로비·숍·안뜰까지는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맞은편의 쇼핑몰 훈데르트바서 빌리지 역시 그의 아이디어로 완성된 공간으로, 보다 가까이에서 색과 장식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쿤스트 하우스 빈 Kunsthaus Wien에서도 훈데르트바서의 건축적·예술적 비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WienTourismus/Paul bauere
©WienTourismus/Paul bauer
붉은 외벽은 지중해의 푸른 하늘 및 거친 암석 풍경과 극적 대비를 이루며, 자연의 순수함을 더욱 또렷하게 부각한다.
©WienTourismus/Paul bauer
©WienTourismus/Paul bauer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계단 세트를 연상시켜 최근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절벽 위 붉은 미로
라 무라야 로하
La Muralla Roja
‘붉은 벽’을 뜻하는 라 무라야 로하는 스페인 칼페 Calpe에 위치한 라만사네라 La Manzanera 개발 지구 안에 자리한 주거 단지다. 외부와 내부를 감싸는 강렬한 색채는 이 건축물의 정체성이다. 붉은 외벽은 지중해의 푸른 하늘 및 거친 암석 풍경과 극적 대비를 이루며, 자연의 순수함을 더욱 또렷하게 부각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계단 세트를 연상시켜 최근 다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건축물 역시 북아프리카의 전통 성곽 도시인 ‘카스바 Kasbah’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경계를 실험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1973년 완공된 이 프로젝트는 리카르도 보필 Ricardo Bofill과 그의 건축 그룹 타예르 데 아르키텍투라 Taller de Arquitectura가 설계했다. 요새처럼 형상화된 매스는 절벽에서 솟아오르는 성곽을 연상시킨다. 건물은 서로 맞물린 계단과 플랫폼, 다리로 이루어진 입체적 구조를 통해 50세대의 주거 공간을 연결한다. 이 동선 체계는 전통 카스바의 미로 같은 골목길을 현대적으로 변주한 것이다.
색의 대비는 라 무라야 로하를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외관은 다양한 톤의 붉은색으로 마감해 주변 자연과의 긴장을 강조한다. 반면 계단과 복도 및 공용 동선은 하늘색에서 인디고, 보라에 이르는 여러 단계의 파란색으로 마감해 지중해의 푸른 하늘과 하나 된 듯 조화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