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ALTH & ]Investment
연준의 9월 선택,
물가와 독립성을
동시에 지킨다
불투명한 인플레이션과 시장 상황에서 앞으로
연준이 어떤 결정을 하는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하지만 과거 사례에 비추어 볼때
9월 발표의 주요 포인트는
결과가 아니라
그 선택이 담고 있는 메시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Writer. 박형중
(우리은행 WM상품부 Economist)
Photo. 프리픽, 한경DB
불투명한 인플레이션 경로 속
연준의 선택은?
최근 미국의 물가 지표가 엇갈리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소비자물가지수 CPI가 둔화하자 시장은 연방 준비제도 Fed가 곧 금리를 크게 인하하리라는 기대를 품었지만, 이어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 PPI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됐다. 기대가 솟구쳤다가 꺾이는 이 변화무쌍한 흐름은 지금 연준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연준은 물가안정이라는 본래의 책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게다가 글로벌 공급망 혼선, 무역 긴장, 특히 상호 관세의 여파로 인플레이션 경로가 여전히 불투명한 지금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9월 FOMC, 연준이 전달할 표현 방식이
더 중요
9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에서는 금리인하가 주요한 논의 대상이 될 것이다.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도 있지만 전격적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이번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이를 경기부양의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연준은 이 번 인하로 정치적 간섭에서의 독립성을 조용히 과시하고, 동시에 물가안정 의지를 금융시장에 확인시키고자 하는 전략적 제스처, 즉 ‘매파적 인하 Hawkish Cut’에 가까운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일부 산업의 경기둔화, 고용 냉각 등이 그 근거다.
하지만 그러한 필요가 인하를 정당화할 만큼 충분한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물가는 목표치인 2%를 여전히 웃돌고, 관세 여파도 점점 현실화할 조짐이다. 결국 9월 FOMC는 기준금리 인하 여부보다 연준의 표현 방식, 즉 ‘메시지’에 더 큰 초점이 맞춰진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
과거 사례: 물가 불안 안고 기준금리
인하하면 장기적 균형 훼손
이런 맥락은 과거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헤지펀드 LTCM의 파산 위기는 연준을 세 번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로 이끌었다. 당시 인플레이션은 안정되지 않았지만, 금융 불안의 확산을 막는 것이 선결 과제였다. 위기를 진정시킨 것은 성과였지만, 이후 주식시장 과열이 IT 버블로 이어진 부작용도 있었다. 즉, 물가 불안을 안고 내린 인하가 장기적 균형을 흔들 수 있다는 교훈이다. 반대로 2019년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무역마찰로 경기둔화 우려가 실제로 존재 했고,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에 근접한 상태였다. 연준은 이를 ‘보험성 인하 Insurance Cut’라 불렀고, 이는 경기방어라는 명분을 갖춘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연준은 “연 속 인하 국면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했지만 시장은 이를 인하 사이클의 시작으로 해석했다.
이 두 사례는 지금 연준 앞의 선택지를 이해하는 데 귀중한 비교점이 된다. 1998년은 물가 위험을 무릅썼고, 2019년은 경기둔화가 명확했다. 지금은 이들 사이 어딘가에 있는 형세다. 경기둔화 신호는 있지만 확실하지 않고, 물가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 따라서 이번 인하가 현실화된다면, 그 의미는 정치적 독립성과 기준금리 인하를 둘러싼 금융시장의 기대 관리라는 맥락에서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세 가지 시나리오
그렇다면 연준의 선택에 따라 금융시장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1. 단발성 매파적 인하 후 동결 유지
위험자산은 단기적으로 반등할 수 있으나, 연속 인하 기대가 꺾이며 조정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고, 단기채 금리는 하락, 장기채 금리는 반대로 오를 수 있다.
2. 금리인하 없이 동결 지속
금융시장은 실망하겠지만, 연준의 신뢰는 장기적으로 강화될 여지가 있다.
3. 연속적인 인하 사이클 개시
위험자산이 반등하겠지만, 오히려 인플레이션 기대가 자극돼 채권시장 불안, 달러 약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첫 번째, 단발성 인하 후 동결이다. 이는 연준이 시장에 메시지를 주되, 정치적 압력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절충적 선택이다.
연준의 메시지: 물가와 독립성 동시에
지킨다
중요한 것은 연준이 일부러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연준은 시장이 기대를 스스로 조정하도록 유도한다. 불확실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지만, 이는 시장의 기대를 연준의 의도에 맞추기 위한 수단이지 공포를 조장하는 방식은 아니다. 시장이 빅 커트 혹은 연속적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다 그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게 되면, 연준은 더 강한 신호를 보낼 필요가 없어진다. 다시 말해, 글쓰기보다 메시지가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이번 9월 FOMC에서 핵심은 ‘금리인하 여부’보다 인하에 덧붙여질 언어(연준이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가)에 있다. 과거 사례가 보여주듯 금리인하는 단기 불안을 완화하면서도 장기 해석 오류를 낳기 십상이다. 그래서 투자자와 정책 당국이 주목해야 할 것은 금리인하의 횟수가 아니라, 연준이 던지는 메시지의 무게다. 숫자보다 문장이, 금리보다 언급이 더 강력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번 9월, 연준의 메시지는 아마도 “우리는 물가와 독립성을 동시에 지킨다”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