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List Up
축제로 보는
新로컬 여행 #키워드
각 지자체가 1년을 공들여 준비하는 축제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여행 키워드나 다름없다. 지역 축제에 맞춰 여행하면 한층 풍성하고
독특한 지역 문화를 만끽할 수 있을 것. 유서 깊은 전통 축제부터
이목을 집중시킨 신생 축제까지 모았다.
Writer. 한소영
Photo. 각 축제, 한국관광공사, 한경 DB
지난 국향대전 때 조성된 정원의 전경
국화를 비롯한 색색의 가을 꽃들로 정원을 꾸몄다.
#Nature #국화 #국향대전
함평국향대전
동글동글 수수하게 생긴 국화는 여러 송이가 바글바글 모여 있어야 훨씬 아름답다. 국화처럼 축제에 어울리는 꽃이 또 있을까? ‘국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함평이다. 함평은 지난 2004년 국화를 주제로 한 축제 ‘함평국향대전’을 개최한 이후로 이 축제를 도시의 대표 가을 축제로 만들어 놓았다. 함평에 핀 국화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국화를 주제로 한 대형 정원설치작품. 마치 구절판 모양으로 수많은 국화를 가지런히 심은 국화 정원은 정겹고 친근한 멋이 일품이다. 이외에도 현대미술을 방불케 하는 실험적인 국화 작품들이 설치된다. 국화 동호회의 분재 작품 전시도 매회 인기를 모은다.
축제가 열리는 함평엑스포공원에서는 어디에 서든 그림 같은 사진이 찍힌다. 꽃보다는 게임이 좋다던 천방지축 아이들도, 체면치레하는 어른들도 이날만큼은 국화로 뒤덮인 세상에서 무장해 제다. 가을 정취 물씬 나는 국화뿐만 아니라 친환경 농작물 전시· 판매, 전통민속놀이 체험, 문화예술공연 등 다양한 무대와 체험 활동도 즐길 수 있다. 체험 활동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할 수 있도록 국화 방향제 만들기나 국화차 시음, 소망 트리 꾸미기 등 다채롭게 준비된다. 올해는 10월 24일부터 11월 9일까지 17일간 개최된다.
박물관 야외에 자리한 살아 움직이는 듯 생생한 초대형 공룡 설치물
영화 <쥬라기 월드>를 재현해놓은 듯한 박물관 실내
드넓은 야외 잔디에서 축제를 즐기는 아이들
#Nature #공룡화석 #우항리공룡화석지
해남공룡대축제
해남공룡박물관은 세계 최초로 물갈퀴 달린 새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곳이자, 독특한 고생물 화석지인 우항리공룡화석지와 인접한 곳에 자리한다. 이 박물관을 중심으로 매년 어린이날을 기념해 5월에 ‘해남공룡대축제’가 열린다. 화석지에 대한 정보를 흥미롭게 전시하는 박물관에서 아이들은 마치 영화 <쥬라기 공원>속에 들어온 듯한 환상적 체험 활동에 빠져든다. 실내 전시실에는 몸길이 9~14m에 몸 무게 1톤이 넘는 육식 공룡 알로사우루스 진품 화석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야외에는 21m에 이르는 마멘치사우루스 모형 등 초대형 공룡 설치물뿐 아니라 대형 초식 공룡 발자국 보호각에서 실제 화석도 볼 수 있다. 야외 전시관은 5월이면 노란 유채꽃이 만발해 더욱 아름다우며,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다. 어린이날 기념식, 공룡 가족 음악회, 공룡 열차 및 놀이터, 공룡 발자국 탐험대를 비롯해 공룡 시대를 상상케 하는 다양한 어린이 프로그램이 함께 열린다.
극한의 트레일 러닝과 장수의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코스들. 러너들은 고통스럽겠지만, 사진 속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극한의 트레일 러닝과 장수의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코스들. 러너들은 고통스럽겠지만, 사진 속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Running #트레일러닝 #장수레이스
장수트레일레이스
논개 사당인 의암사와 논개 생가가 있어 논개의 기개가 전해 내려오는 전북 장수는 지금 트레일 러닝으로 더 유명하다. 트레일 러닝은 트랙이나 아스팔트 도로가 아닌, 숲길·산길 등 자연을 달리는 산악 마라톤이다. 장수에 거주하는 트레일 러너가 만든 ‘장수트레일 레이스’는 2022년 첫 대회를 개최한 이후 올해 제6회 대회가 9월에 열리면서 장수를 다시 한번 들썩이게 할 예정이다. 레이스 도중 드러나는 천혜의 자연경관이 러너들을 이곳 장수로 모이게 하는 일등 공신이다. 레이스 코스는 산·숲길·계곡·농촌 마을을 달리며 아름다운 장수의 자연경관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로 설계됐고, 입문자부터 수준급 트레일 러너를 위한 코스가 단계별로 있다.
지원자는 100M(173km), 100K(100.4km), 38K-J (38.8km), 38K-P(38.7km), 20K(20.1km) 등 다섯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해 지원하며, 6월에 사전 접수해 추첨을 통해 등록자를 선발한다. 극한의 러닝을 사랑하는 이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100M 코스의 면면은 더 충격적이다. 100M 코스는 올해 신설된 국내 최초의 100마일 코스다. 제한 시간만 해도 무려 45시간 30분이며, 거치는 장소를 읊는 데도 숨이 찰 지경이다. 그러니 입문자 코스인 20K 코스 소개로 대신한다. 이 코스도 결코 만만치 않다. 제한 시간 6시간 코스로 무룡고개에서 출발해 장안산, 지실가지마을, 밀목재, 신덕산마을, 논개활공장, 마봉산, 동촌리 가야고분군을 돌아 장수종합경기장으로 골인한다. 해발 1,200m 고지의 무룡고개를 넘는 것이 레이스 초판의 승부처다. 이 대회의 여름 버전인 ‘쿨밸리 트레 일레이스’가 지난 8월에 성황리에 열렸다. 10월 18일에는 반려견과 함께 달리는 이색 트레일레이스인 ‘제2회 캐니크로스 장수’가 열린다.
옹기를 주제로 한 축제에서 선보인 다이내믹한 무대
공연의 한 장면
울산에서 옹기의 전통을 이어가는 허진규 명인
#Craft #공예 #옹기
울산옹기축제
매해 5월, 외고산옹기마을에서 열리는 ‘울산옹기축제’는 국내 유일의 옹기 축제다. 옹기는 진흙만으로 구워낸 질그릇과 오짓물을 입혀 검붉은 윤이 나는 그릇을 통틀어 일컫는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장독대가 있어 장독 안에 맛있는 장을 두고 1년 내내 먹었다. 축제에서는 이렇게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했던 옹기를 탐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옹기 장인의 옹기 만들기 시연을 볼 수 있고, 직접 흙을 밟고 옹기를 빚어 구워볼 수도 있다. 옹기 축제 퍼레이드, 도붓장수의 옹기 경매 프로그램, ‘순창장류축제’와 협업한 장류 판매까지 이뤄진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젊은 감각을 충족시키기 위해 준비한 듯한 이색 행사다. 이른바 ‘불멍’ 프로그램에서는 마시멜로·감자 등을 구워 먹고, 옹기에 삼겹살을 구워 먹거나 ‘트레비어’, ‘옹기종기’ 등 로컬 맥주·막걸리와 함께하는 먹거리 행사가 있어 누구나 쉽게 참여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옹기를 형상화한 흙 놀이터와 폐옹기 공장에서 열리는 전시·참여형 프로그램, 지역 아동을 대상으로 한 참여형 공공 미술 작품 전시 등 아이들을 위한 공간도 고루 갖췄다.
축제가 열리는 김제 벽골제
축제 기간 저녁에는 벽골제 쌍룡광장에서 화려한 불꽃 쇼가 펼쳐진다.
#Farming #농경문화 #벽골제
김제지평선축제
전통 농경문화를 주제로 개최하는 ‘김제지평선축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 시설이자, 규모도 가장 큰 김제 벽골제를 중심으로 열린다. 각종 농경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농경문화를 주제로 한 권위 있는 무대 행사가 압권이다. 축제와 함께 진행되는 ‘대통령 배 지평선 전국 농악 경연 대회’는 전국 축제 경연 대회 중 유일한 대통령배 경연 대회로, 전국 지역 농악을 대표하는 팀이 참가해 전통 농악의 실력을 견준다. 이 대회는 농악을 지키기 위한 일환으로 지난 2018년 대통령 배로 승격됐다. ‘벽골제 쌍룡놀이’도 장관이다. 벽골제에 얽힌 쌍룡 설화를 바탕으로 상황극 퍼포먼스가 연출되는 화려한 무대를 감상할 수 있다. 김제시 주민들이 참여해 이뤄지는 대표 전통 행사인 ‘풍년 기원 입석 줄다리기’도 정겨운 모습을 연출한다. 이 외에 소형 아궁이에서 직접 가마솥 밥을 지어 먹는 체험인 ‘아궁이 쌀밥 짓기’나, ‘지평선 연날리기’, ‘메뚜기 잡기’, ‘벼 베기’ 체험 등 우리 농경문화를 알차게 체험할 기회를 놓치지 말자. 올해 축제는 10월 8일부터 12일까지 김제시 일대에서 열린다.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즐기는 강릉의 커피 문화
#Coffee #커피 #커피거리
강릉커피축제
강릉이 커피로 유명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신라 시대 차 茶 문화 유적지인 한송정 寒松亭이 강릉에 있어 강릉의 물맛이 1,000년 전부터 유명했음을 알 수 있다. 신라 화랑들이 이곳에서 차를 마시며 강릉의 경치를 즐기곤 했다. 강릉은 안목 강릉항에 커피거리가 형성되면서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생겨났다. 그 가운데 ‘강릉커피축제’가 2009년 처음 개최됐다. 강릉에 자생적으로 발달한 커피 명가들과 바다를 마주한 자연적 조건을 활용할 만한 문화 사업을 고민하던 강릉시가 기획한 행사다. 강릉은 카페 투어를 하러 찾아오는 커피 애호가들이 1년 내내 많은 도시다. 바다를 바라보며 갓 볶은 고급 커피를 맛보는 시간, 커피 애호가라면 거부하기 어렵다. 올해도 강릉을 커피 향으로 물들일 축제가 10월 23일부터 26일까지 강릉시 일대에서 펼쳐진다.
에스프레소를 부어 먹는 팥빙수. 커피를 활용한 참신한 메뉴가 커피 애호가들을 즐겁게 한다.
대전 성심당 매장
#Food #빵 #성심당
대전빵축제
대전은 ‘성심당 보유 도시’라고도 일컫는다. 성심당은 대전이 자랑하는 빵집이지만, 대전보다 성심당이 더 유명할 때도 있다. 대전이 왜 빵으로 유명해진 걸까? 교통의 요지인 이곳은 6·25전쟁 직후 미국 원조 물자가 집중된 도시였다. 특히 밀가루가 대량으로 들어오면서 밀가루 음식 문화가 뿌리내렸다고 한다. 밀가루를 활용해 식량난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레시피가 탄생했을 터. 성심당 같은 빵집이 생겨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난해 열린 ‘대전빵축제’는 대전 지역 70여 개 빵집 및 전국 유명 빵집이 한자리에 모였고, 10m 대형 빵 커팅 퍼포먼스, 빵들벨을 울려라 등 빵을 주인공으로 한 이색 행사가 열렸다. 2022년과 2024년 빵 어워즈 1등을 한 빵집 ‘몽심’은 빵지순례 필수 코스로 떠올랐다. 올해 ‘대전빵축제’는 아직 예정되어 있지 않다.
성심당에서 새롭게 선보인 브랜드 ‘성심당 샌드위치’
축제가 열리는 구미역 일대는 저녁에 더욱 활기가 넘친다.
#Food #라면 #치팅데이
구미라면축제
라면 브랜드에는 빠삭한 사람이라도 국내 라면의 30% 이상을 생산하는 지역이 경북 구미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벌교 꼬막, 청송 사과처럼 ‘구미 라면’으로 인스턴트 라면이 팔리는 일은 없으니까. 경북 구미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독보적 생산량을 자랑하는 농심 라면 공장이 있다. 이 공장에서 신라면의 75%, 짜파게티의 95%가 생산된다. ‘라면의 고장’ 구미에서 드디어 라면 자랑에 나선 건 2022년부터다. 그해 8월 ‘구미라면캠핑페스티벌’을 처음 개최했고, 2023년부터는 이름을 지금의 ‘구미라면축제’로 바꾸고, 개최 일자도 수능 직후인 11월 17일로 옮겼다. 입김이 조금씩 불어나올 정도로 쌀쌀한 계절이지만, 원래 라면은 후후 불어 먹으면 더 맛있으니 축제에 온 사람들 모두 추위는 괘념치 않는 모양이다. 구미역 일원에서 열리는 거리형 도심 축제로,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갓 튀겨낸 라면은 무슨 맛일까? 갓 튀긴 농심 라면 판매와 함께 다양한 부스에서 이색 라면 메뉴를 팔고, 인파가 상당해 몇몇 인기 라면은 대략 40분~1시간 정도 대기해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긴 젓가락으로 라면 먹기, 라면 수프 맞히기, 로봇이 끓여주는 라면 등 독특하고 흥미로운 행사가 열려 도전적인 관람객을 즐겁게 한다. 라면 관련 굿즈나 구미 수제 라거 등 구미에서 생산한 다양한 특산품과 친해질 수 있는 홍보 부스도 마련되어 있다. 라면의 고장에서 원 없이 라면을 먹어보는 치팅데이를 즐겨보면 어떨까? 올해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열린다.
다양한 맥주를 무제한으로 즐긴다
강진하맥축제
강진의 하멜촌맥주는 조선 시대 때 강진에 7년간 머무른 네덜란드 선원 헨드릭 하멜의 이야기에 착안해 개발한 지역 맥주 브랜드다. 강진에서 자란 쌀·귀리와 네덜란드산 맥아를 주원료로 사용해 깔끔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하멜촌맥주를 알리고, 지역을 찾는 여행자들과 지역 주민이 함께 공연을 보며 맥주를 즐길 기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2023년부터 시작된 축제가 ‘강진하맥축제’다. 올해도 여름 막바지인 8월 말 3일간 강진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하멜촌맥주뿐만 아니라 타 브랜드 맥주, 무알코올 맥주, 수입 맥주 등 다양한 맥주를 입장료만 내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으며, EDM·댄스·밴드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알코올음료 축제인 만큼 차로 방문하는 것은 어려우니 강진 버스여객터미널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셔틀버스는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수시로 운행한다. 지난해 병맥주로 제공한 하멜촌맥주를 올해는 병영양조장에서 생산한 생맥주로 전면 교체해 축제 현장에서 더욱 신선한 맛을 선사했다고 한다.
당일 생산한 신선한 맥주를 맛보다
전주가맥축제
한옥마을, 풍년제과, 피순대 등 전주에는 유명한 것이 참 많다. 그중에서도 애주가들의 전주 추억담을 들으면 역시 가맥집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가맥’이란 가게 맥주의 줄임말로, 슈퍼마켓이나 소매점에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가게에서 만든 간단한 안주를 즐기는 전주 특유의 식문화다. ‘전주가맥축제’는 이런 전주의 가맥 문화를 전국에 알리고, 지역 경제와 상권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매년 여름에 개최한다. 작은 가게에서 소박하게 맥주를 즐기던 문화가 전주를 대표하는 여름 축제로 이어진 셈이다. 하이트진로 공장 전주점에서 당일 생산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축제로도 주목받는다. 전주 현지인이 인정하는 가맥 업소들이 참여해 가맥과 대표 안주를 선보인다는 점이 무엇보다 매력적이다. 지역 문화 예술인과 인기 가수의 공연 무대가 펼쳐지고, DJ 파티와 불꽃놀이가 축제의 열기를 북돋운다. 지역 상권과 연계한 이벤트로, 행사장에서 받는 팔찌를 착용한 방문객은 전주 효자동 일대 가맹 업소에서 뽑기 이벤트, 가격 할인 등의 혜택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