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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April

[SPECIAL THEME]Scene

멋진 신세계

기술 트렌드의 최전선이라 불리는
세계 최대의 IT·가전 전시회 CES의
올해 화두는 바로 ‘라이프 테크’.
팬데믹 장기화로 삶의 질을 높여줄
다양한 기술이 대거 등장했다.

Writer. 유나리

01. MARs

차에 타자 주변이 화성으로 바뀐다. 화성의 공기를 느끼고 바위 감촉도 느껴진다. 나 대신 아바타 로봇이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 느끼기 때문이다. 이제 사용자가 가상과 현실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동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현대 자동차는 이 기술을 ‘메타 모빌리티’라 이름 붙이고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이 장면에는 지금 가장 핫한 기술이 집약됐다. 메타버스, 인공지능, 로봇이다. 지금까지 우리 일상을 크게 바꾼 기술 중 하나인 PC, 인터넷의 다음 모습은 무엇일까? CES 2022 참가 업체의 대답은 바로 MARs. 메타버스Metaverse, 인공지능AI, 로보틱스Robotics 셋을 모두 모은 ‘MARs’는 코로나19 3년 차에 접어들며 바뀐 일상을 반영해 탄생한 미래 키워드다. 비즈니스부터 의사 결정 전반에 깊숙이 관여할 인공지능,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더욱 주목받게된 로보틱스, 이미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은 메타버스는 차세대 모바일 시대의 주역으로 꼽힌다.
구현하기 어렵던 인간적 감정의 영역까지 판단해 놀람과 슬픔 등 감정 표현을 따라 하는 영국 로봇 기업 엔지니어드 아츠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 메타버스로 쇼핑할 수 있게 한 롯데정보통신의 플랫폼 등은 MARs가 그린 환상적 세계를 경험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엔지니어드 아츠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

롯데정보통신의 버추얼 숍

02. 미래 모빌리티

뤽 베송의 영화 <제5원소> 속 브루스 윌리스의 직업은 택시 기사다. 그 택시는 땅이 아닌 하늘을 난다. 이제 하늘을 날아 출퇴근할 날이 온다. CES 참가 기업인 스카이드라이브는 ‘날아서 출퇴근하는 꿈같은 미래’를 보여줬다. 회사의 주력 제품인 전기 수직이착륙기는 400kg까지 싣고 시속 40~50km로 날 수 있다.
하늘 사정은 이런데 땅은 어떨까.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2014년 처음 제시한 개념인 하이퍼루프는 공기저항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열차 모양도 캡슐로 바꿔 음속보다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태양광으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해 온실가스와 소음도 없다. 머스크가 차세대 대중교통의 미래라며 주장한 이 개념을 CES에서 맛볼 수 있었다. 그가 설립한 보링 컴퍼니의 ‘베이거스 루프’는 CES의 주요 장소를 지하 터널로 연결해 전기차로 이동하며 미래형 대중교통 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보링 컴퍼니는 현재 라스베이거스 전역을 46km의 루프로 감싸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그 외에 CES에서 공개된 현실화에 가까운 기술은 전기차의 자율주행 기능 탑재다. 그동안은 테슬라 등 전기차 스타트업이 흐름을 주도했다면, 이번엔 CES에 참가한 GM·포드·메르세데스-벤츠·BMW 등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대거 관련 기술을 선보이며 판을 주도한 만큼 변화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의 메타 모빌리티가 그리는 미래 도시 풍경

보링 컴퍼니의 베이거스 루프

03. 헬스 테크 르네상스

집에서 마치 강에 있는 듯 실감 나게 다른 사람과 함께 노 젓는 운동을 한 후 피로도에 맞춰 로봇의 마사지를 받고, 코골이가 시작될 때쯤 베개가 알아서 내 몸 위치를 바꿔주는 세상이 온다. 각각 하이드로, 마사지 로보틱스, 10마인즈가 CES에 선보인 제품들이다.
올해 CES는 ‘헬스케어 쇼’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을 만큼 개인 건강관리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길어진 팬데믹이 바꾼 실감 나는 변화다. 지난해까지는 당뇨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기술이 주로 선보였지만, 올해는 일상에서 건강관리를 돕는 서비스와 가상현실·휴머노이드 등을 접목한 헬스 테크가 주를 이뤘다.
하이드로의 로잉 머신 ‘하이드로 로어’는 자전거나 러닝 등에 국한됐던 집콕 운동을 노 젓기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한 제품이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실제로 노를 젓고 있는 듯 영상을 보여주고 물 튀기는 소리까지 들려준다.
또 전례 없는 팬데믹에 앞으로는 스마트폰에 포드를 끼워 코로나19 검사를 일상적으로 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랩힐이 내놓은 신속 진단 키트 ‘테스트&패스’는 별도의 장비 없이 스마트폰으로 5분이면 검사 결과를 알려준다. 그랩힐은 이 제품으로 CES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코로나19 검사와 진단이 필수가 된 시대에 반가운 혁신이다.

마사지 로보틱스의 마사지 로봇

그랩힐의 코로나19 신속 진단 키트

04. 스페이스 오디세이

지금까지의 모든 기술 발전은 우주 덕분이었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으로 지금의 정보 기술IT 혁명, AI 기술 기반 등이 마련됐다. 과거엔 우주가 국가 영역의 중대한 사명을 띤 프로젝트로 주로 육성됐다면, 앞으로는 비즈니스가 되고 대중화된다. 시에라 스페이스가 CES에서 선보인 상업용 우주선 ‘드림 체이서’와 차세대 국제 우주정거장 ‘오비탈 리프’ 등은 우주가 생각보다 더 가까워졌다는 것을 보여 준다. 드림 체이서는 저궤도에서 지구 왕복 상업 여행이 가능한 유일한 민간 우주선으로, 일반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공항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획기적 차이점이다. 또 최소 열다섯 번은 사용할 수 있는 추진체에 우주여행 시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 회귀 성능 등 여행을 하는 일반 고객 기준에 적합하게 변화했다.
노후해 지구에 떠 있는 국제 우주정거장을 대신할 것으로 기대되는 오비탈 리프는 우주 복합 비즈니스 파크라 불려도 손색없을 만한 거대 규모로, 연구 개발은 물론 물류·관광·숙박·농업 등 우주탐사와 관련한 모든 비즈니스를 지원할 공간으로 기획됐다.
이제 창문 밖으로 대륙이나 해양 풍경 대신 우주 인증샷을 남기고, 우주정거장에서 관광할 날이 머지않았다.

오비탈 리프

시에라 스페이스의 드림 체이서

05.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앞에서 본 멋진 변화의 장면도 결국 지금 소개할 이 핵심 키워드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바로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난제를 위해 기업의 친환경·사회적 책임·지배 구조 개선 등을 묻는 ESG다. ESG는 현재로서는 지구 파괴 속도를 줄이고 인류에게 미래를 가능하게 할 유일한 브레이크다.
미국 예일대 저널 논문 ‘성장의 한계 업데이트 2020’은 기술 진보와 인식 전환이 없다면 2050년 이후 경제성장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렇게 불붙은 환경 이슈는 지속적으로 강조해도 모자람 없는 주제라는 것이 CES에서 재확인됐다. 참가 기업들은 제품 생산부터 유통, 폐기 및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 녹색 기술을 사용하거나 아예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기술을 보여줬다.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생산 효율을 높인 스마트 공장을 제시한 포스코, 바다 오염의 주범인 해양 플라스틱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기술을 공개한 슈나이더 일렉트릭, 친환경 수소에너지 솔루션을 선보인 SK그룹·플러그파워 등의 움직임이 반가운 이유다. LG전자는 실물 제품 없이 QR코드와 사진이 붙은 나무 기둥만 전시했다. QR코드를 찍으면 가상 체험관으로 연결되도록 하고, 접착제 없이 나무 찌꺼기를 압착해 만든 재활용 자재를 활용해 부스를 꾸몄다. 가상현실 재현 기술과 친환경 의지까지 한꺼번에 보여준 영리한 사례다. 앞으로 이런 전시회 풍경을 자주 보길 기대한다.

SK그룹 전시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 그간 기업이 진행한 탄소 감축의 노력을 담은 디지털 숲으로 꾸몄다.

LG전자의 CES 부스. 실물 없이 QR코드를 붙인 기둥만 출품했다.


CES 현장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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