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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FEBRUARY

[ WEALTH ]Investment

AI 시대, 고용 없는
성장이
가져올 변화

특정 분야 기업의 영업이익이 크다고 반드시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을까?
AI를 중심으로 한 빅테크 기업의 성장이 고용과
물가안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통화정책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의 통화정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Writer. 최진호
(우리은행 WM상품부 Economist)
Photo. 프리픽

AI 투자를 둘러싼 논쟁 지속

AI 투자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2026년에도 AI, ICT 그리고 반도체가 이끌어가는 뜨거운 장세가 예상된다는 것이 금융시장의 메인 컨센서스로 자리 잡고 있으나, AI 과잉투자와 버블론에 대한 경계감도 적지 않은 모습이다. 연준의 주요 인사들과 월가의 구루 guru들이 발언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시장 변동성도 함께 확대되고 있으니 글로벌 주식시장의 랠리를 기대하는 가운데서도 한편으로는 취약한 불안심리를 감출 수 없는 모습이다. 그런데 사실 AI를 중심으로 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 랠리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주식시장은 이들 섹터와 일부 종목이 주가지수를 장기간 이끌고 왔음을 부정하기 어렵고, 그러다 보니 쏠림에 대한 문제와 가격 부담, 그리고 주가 고점 논란은 늘 상존하고 있다.

2026년 기업 이익 전망은 주가에 긍정적,
통화정책 전망은 다소 불투명

학계와 금융시장에는 주가를 설명하는 여러 이론과 모형이 존재한다. 해당 이론과 모형을 여기서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해당 내용들의 공통 핵심 요인을 정리해 보면, 가격 부담을 완화해 줄 수 있는 요인으로 1) 기업들의 이익이 증가하거나 2) 할인율(금리)이 낮아지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두 요인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더욱 좋다. 이런 맥락에서 첫 번째로 미국과 한국 주식시장의 기업 이익 전망치를 살펴보자. S&P500 기업들의 순이익은 2026년 2조 8,000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특히 IT 업종은 전체 순이익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에도 AI와 반도체 중심의 랠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코스피 기업들을 보더라도 2026년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인 410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반도체 영업이익 비중이 36%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IT 업종의 랠리를 시사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두 번째 금리(할인율)와 관련된 통화 정책은 2026년 전망이 주가에 우호적(통화 완화적)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경우 기준금리 인하 폭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의 통화정책은 어떤 배경에서 이런 컨센서스로 모아졌을까?

코스피 기업들을 보더라도 2026년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인
410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반도체
영업이익 비중이 36%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IT 업종의 랠리를 시사하는 부분이다.

한국보다 미국 통화정책 시계 視界가 더욱 불투명

어느 국가든 중앙은행의 공통된 통화정책 목표는 인플레이션 안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국가별로는 미 연준처럼 ‘최대 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이중 책무 Dual Mandate를 중요하게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나라도 있고, 한국은행처럼 물가안정(한국은행법 1조 1항)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금융안정(한국은행법 1조 2항)을 고려하는 나라도 있다. 한국은행법에 기초해서 생각해 본다면 최근 국내 물가상 승률이나 내년 물가 전망치를 고려해 볼 때 물가안정(2%)이라는 목표가 비교적 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금융안정에 대해 신경을 쓴다면 최근의 부동산 가격이나 가계부채 그리고 고환율을 근거로 기준금리 동결이라는 금융시장의 컨센서스가 비교적 빨리 형성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반면에 미 연준은 고용과 물가 중에 어떤 목표를 우선해야 하는지에 대해 주요 인사들마다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미국 고용 지표는 둔화를 가리키고 있지만, 물가는 여전히 목표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통화정책의 궁극적 목적인 거시 안전성 Macro Prudential을 달성하기 위해 정책의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출지는 미국 경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입장 차이가 나뉠 수 있다.

미국 고용시장 둔화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상황

미 연준이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고용 지표를 물가만큼이나 중요한 판단 지표로 삼는 데에는 경기 전반 Business Cycle을 가장 잘 대변 Proxy하는 지표 Index가 고용이면서도, 민간이 체감하는 가장 밀접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미국 경제 지표는 다소 애매모호 Ambiguous한 감이 없지 않아 해석하기가 상당히 곤란하다. 노동 수요(신규 고용자 수)는 분명 줄어들고 있는데, 노동 공급도 함께 줄어들면서 실업률은 안정적이다. 노동시장은 여전히 균형상태 Steady State라는 것인데, 이런 현상을 새로운 균형 New Normal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미 경기둔화를 대변하는 하나의 현상으로 해석할지는 정답이 없다. 고용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투자와 소비 측면을 보더라도 경기가 꺾이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부족해 보이고, 경기가 꺾이고 있지 않으니 물가도 쉽사리 내려오리라는 확신을 갖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인하기 힘든 한 가지는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중립 금리 대비) 제약적인 수준’이라는 정도이고, 여기에 고용이 둔화(정확하게는 정치적 지지율에 민감한 신규 취업자 수가 둔화)되고 있으니 향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제한적인 수준(1~2회 정도)까지는 가능할 것이라는 컨센서스로 모아지는 형국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상단을 기준으로 중립 금리에 부합하는 3.5% 정도까지 내려가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그 이하 수준까지 인하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미지의 영역이다. 통화정책의 판단 잣대 중 한 가지인 중립 금리조차 이론적 개념으로 추정된 값이기 때문이다.

노동과 ICT 투자의 대체탄력성 분포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AI 시대, ‘고용 없는 성장’이 가져온 달라진 통화정책의 잣대

이런 관점에서 최근 IMF에서 발간된 연구논문(IMF working paper, “From Servers to Rates: AI, ICT Capital, and the Natural Rate”, WP/25/224)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당 논문에서는 고용과 ICT 투자의 관계, 그리고 ICT 투자와 비용에 대한 관계를 실증분석을 통해 다루었는데, 연구 결과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고용과 ICT 투자는 코로나19 이후 상호 간의 대체탄력성이 유의미하게 높아졌으며, 둘째 코로나19 이후 Non-ICT 부분의 투자 비용은 감소했으나 ICT 부분의 투자 비용은 증가했다는 점이다. 첫 번째 결과에 요즘 현상을 비추어보면 최근 미국 신규 고용자 수 둔화 현상은 역사상 최고치를 향해가고 있는 AI 및 ICT 투자 증가로 인해 대체 관계에 있는 노동의 수요가 줄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두 번째 결과를 보면 AI 및 ICT 투자 증가로 ICT 부분의 투자 비용은 높아졌으나, Non-ICT 분야는 오히려 비용이 낮아졌기 때문에 인플레이션과 중립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두 가지 연구 결과 모두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붐과 함께 우리가 역사적으로 목격했던 ‘고용 없는 성장’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만약 이번 AI 및 ICT 투자 사이클에서도 고용 없는 성장이 동반되는 것이라면, 그리고 이런 현상에 대한 인식이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 확산된다면 연준은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데 신규 취업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고용 둔화보다는 물가안정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번 IMF에서 발간된 한 편의 연구 결과가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 단기간 내에 큰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AI 시대를 맞이하는 현시점에서 통화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서막일 수도 있다. 아울러 앞으로 오랜 시간을 AI와 함께 살아가야 할 세대에게는 AI로 대체되기 어려운 휴먼 Human만의 고유 한 영역이 어떤 것이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하는 숙제를 안겨 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