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NOVEMBER+DECEMBER

[ LIFE & ]Classic Story

4개의 전설, 하나의 계절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그리고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호흡을 맞추는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까지.
서로 다른 전통과 사운드가 한 무대
위에서
교차하며 한 해의 가장 완숙한 계절, 클래식의
정점을 연주한다.

Writer. 강은진
Photo. 각 공연장 제공

헤르베르트 카라얀, 클라우디오 아바도, 사이먼 래틀을 잇는 러시아 출신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

베를린 필과 함께 슈만의 피아노협주곡을 들려줄 피아니스트 김선욱
  

베를린 필하모닉

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음악적 완벽의 전형이라 평가받는 베를린 필하모닉이 다시 서울을 찾는다. 2023년 첫 내한 이후 2년만, 그리고 악단 역사상 처음으로 사흘간의 대장정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친다. 11월 7일부터 9일까지, 키릴 페트렌코의 지휘 아래 3개의 다른 프로그램으로 완성될 이번 무대는 베를린 필의 전통과 진화가 동시에 호흡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이름 앞에는 늘 ‘정통’과 ‘혁신’이라는 수식이 나란히 선다. 1882년 창단 이후 헤르베르트 카라 얀, 클라우디오 아바도, 사이먼 래틀을 거쳐 음악사의 기준점을 세워온 오케스트라. 이들이 지금의 완벽한 앙상블로 진화한 배경에는, 음악을 ‘해부하듯’ 탐구하는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가 있다. 2019년부터 악단을 이끄는 그는 정제된 분석력과 섬세한 해석으로 ‘소리의 조각가’라 불린다. 언론 노출을 피하는 ‘샤이 가이’로 알려졌지만, 그의 리허설은 악보 한 마디를 수십 번 반복하는 집요한 몰입으로 유명하다. 그 끝에서 완성되는 베를린 필의 사운드는 한층 더 긴장감 있고 투명하다.
이번 내한은 그가 만들어온 음악 세계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11월 7일 첫날 무대는 바그너의 ‘지크프리트 목가’로 문을 열어 슈만의 피아노협주곡과 브람스 교향곡 1번으로 이어진다. 8일에는 야나체크의 ‘라치안 춤곡’, 버르토크의 ‘중국의 이상한 관리 모음곡’,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시카’가 이어지며, 9일 마지막 무대는 슈만의 ‘만프레드 서곡’과 다시 한번 슈만의 피아노협주곡, 브람스의 교향곡 1번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단 한 번의 공연이 아닌, 3일간의 여정을 통해 베를린 필의 다층적 얼굴을 만나는 셈이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협연 역시 이번 무대의 중심축이다. 2021년 베를린 필과의 첫 협연 이후, 그는 페트렌코가 이끄는 무대에서 ‘감성과 구조의 균형’을 보여주는 연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슈만의 피아노협주곡을 통해 피아노와 관현악이 서로의 숨결을 교환하듯 이어질 예정이며, 두 사람의 해석이 빚어낼 시적 긴장은 이번 공연의 백미가 될 것이다.
베를린 필은 고전 낭만주의의 깊이와 현대의 자유를 모두 품은 오케스트라다. 2014년 자체 레이블 ‘베를린 필하모닉 리코딩스’를 설립하고, 디지털 콘서트홀을 통해 전 세계 관객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전통을 새롭게 이어가고 있다. 음악사에 수많은 명연을 남겼지만, 그들은 여전히 현재형 오케스트라로 존재한다. 페트렌코의 지휘 아래 다시 울려 퍼질 브람스 교향곡 1번의 도입부, 슈만의 서정이 김선욱의 손끝에서 피어오르는 순간, 그리고 버르토크와 스트라빈스키가 그려낸 리듬의 격렬함까지. 세 공연을 모두 본다면, 그건 단순한 감상 영역을 넘어 ‘음악이 진화하는 현장’을 목격하는 진귀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일정 2025년 11월 7일(금) 오후 7시 30분 / 11월 8일(토) 오후 5시 / 11월 9일(일) 오후 5시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협연 피아니스트 김선욱(11월 7·9일 공연)
프로그램 11월 7일 바그너 ‘지크프리트 목가’ / 슈만 피아노협주곡 / 브람스 교향곡 1번 11월 8일 야나체크 ‘라치안 춤곡’ / 버르토크 ‘중국의 이상한 관리 모음곡’ /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시카’ 11월 9일 슈만 ‘만프레드 서곡’ / 슈만 피아노협주곡 / 브람스 교향곡 1번
문의 빈체로 02-599-5743

빈 필, 베를린 필과 함께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손꼽히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RCO와 첫 협연을 펼치는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RCO

가을 공기가 맑아질 무렵, 암스테르담의 정교한 소리가 서울로 향한다.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가 차세대 거장 클라우스 메켈레와 함께 한국 무대에 오른다. 11월 5일과 6일 서울, 9일 부산까지 이어지는 이번 투어는 세대와 시대를 잇는 음악의 항해이자, 클래식의 미래를 보여주는 무대다.
RCO는 1888년 창단된 네덜란드의 대표 오케스트라로, 그라모폰이 선정한 ‘세계 1위 오케스트라’(2008)의 명성을 얻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말러, 스트라빈스키가 직접 지휘하던 전통을 이어왔으며 특유의 투명하고 정밀한 음향은 콘세르트헤바우 홀의 공기와 함께 진화해 ‘암스테르담의 온도’라 일컬을 만큼 따뜻하고 세련됐다.
지휘봉을 잡는 메켈레는 올해 스물아홉 살. 차분하면서도 불꽃 같은 에너지를 지닌 그는 2027년 RCO의 제8대 수석 지휘자이자 시카고 심포니 음악감독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말러 페스티벌, 미국 투어, 신작 초연 등 굵직한 무대를 이끌며 세밀한 악상 처리와 날렵한 해석으로 전통속에 새로운 균형을 심어왔다.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11월 5일)은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슈타인과 함께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게르슈타인의 폭넓은 음색과 메켈레의 젊은 시선이 교차하며 세대 간의 대화가 이루어진다. 이어 버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이 RCO의 구조감과 현악의 밀도를 선보인다. 11월 6일 롯데콘서트홀과 9일 부산콘서트홀에서는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사코비크가 브루흐의 바이올린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그는 메켈레와의 오랜 호흡 속에서 감정의 조율을 완성해 클래식의 순수함을 되살린다. 무대는 말러의 교향곡 5번으로 이어지며 극적 서사와 감정의 깊이가 고조된다. 절정의 순간, RCO의 금관이 터져 나오면 청명한 공기 속에서 음 하나하나가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이번 투어의 마지막 도시 부산은 RCO의 첫 방문지다. 유럽의 중심에서 연주해 온 그들이 한국 남단의 바다를 향해 음악의 지평을 확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특별하다. 클라우스 메켈레와 함께하는 이 여정은 전통의 무게와 청춘의 감각이 교차하는, 지금 세계 클래식의 가장 생생한 단면을 보여줄 것이다.

클라우스 메켈레가 신뢰하는 음악적 동반자이자 차세대 스타 바이올리니스트로
평가받는 다니엘 로사코비크

테크닉과 감성의 균형을 갖춘 연주자로 평가받는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슈타인
  

일정 2025년 11월 5일(수) 오후 7시 30분
장소 예술의전당 6일(목)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 / 9일(일) 오후 5시 부산콘서트홀
협연 키릴 게르슈타인(피아노, 11월 5일) / 다니엘 로사코비크(바이올린, 11월 6·9일)
프로그램 11월 5일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 / 버르토크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11월 6·9일 브루흐 바이올린협주곡 1번 / 말러 교향곡 5번
문의 한국경제신문 공연사업국 02-360-4524

클래식 음악의 상징과도 같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

Wiener Philharmoniker

한 해의 끝자락, 빈의 황금빛이 서울의 밤을 물들인다. 1842년 창단 이래 세계 클래식의 중심에 서온 빈 필하모닉이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과 함께 한국을 다시 찾는다. 2019년 전석 매진을 기록한 전설적 조합이 6년 만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틸레만은 ‘독일 낭만주의의 수호자’라 불린다. 카라얀의 리허설 피아니스트로 출발한 그는 바그너, 브루크너, 슈만, 브람스에 이르는 전통 음악 속에서 음악 구조와 감정을 꿰뚫는 해석으로 명성을 쌓았다. 그의 지휘 아래 빈 필의 사운드는 더욱 유려해지고, 견고한 형식과 자유로운 감정이 맞물리면서 한 음 한 음이 황금빛 결을 입는다.
올해 무대는 독일 낭만주의의 정수를 담았다. 11월 19일 틸레만은 슈만 교향곡 3번 ‘라인’으로 포문을 열고, 라인강의 흐름처럼 장엄한 서사로 객석을 채운다. 이어 브람스 교향곡 4번이 변주와 푸가의 교차 속에 고요한 장엄함을 완성한다. 다음 날 20일은 브루크너 교향곡 5번 단독 연주로, 그가 평생 탐구해 온 브루크너 해석의 정점이자 ‘기도 같은 음악’으로 불리는 작품이다.
빈 필하모닉의 소리는 흔히 ‘황금빛 사운드’로 일컫는다. 음의 질감이 부드럽고 현의 울림이 공기 중에 둥글게 퍼지는, 오스트리아 빈 고유의 전통이 스며있는 음색이다. 지휘자 없이도 스스로의 해석과 질서를 지켜내는 ‘자치 오케스트라’로서의 자부심과 세대를 이어온 완벽한 앙상블이 그들의 정체성이다. 그리고 그 무대를 완성하는 이는 빈 필이 가장 신뢰하는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이다. 절제 속에서도 감정의 흐름을 숨기지 않는 그의 지휘는 기도처럼 깊은 몰입을 자아낸다. 이번 무대는 그가 그려온 독일 낭만의 궤적이 빈 필하모닉의 황금빛 사운드와 만나는 순간이 될 것이다.

일정 2025년 11월 19일(수) 오후 7시 30분 / 20일(목) 오후 7시 30분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프로그램 11월 19일 슈만 교향곡 3번 ‘라인’ / 브람스 교향곡 4번 11월 20일 브루크너 교향곡 5번
문의 한국경제신문 공연사업국 02-360-4524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는 11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다.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

Orchestra dell’Accademia Nazionale
di Santa Cecilia

12월의 서울, 음악이 가장 찬란한 순간이 찾아온다. 이탈리아의 대표 교향악단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가 지휘자 대니얼 하딩, 그리고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함께 무대에 선다. 새 음악감독과 함께하는 첫 내한이자, 임윤찬의 첫 라벨 협연 무대로 더욱 특별하다. 라벨의 피아노협주곡 G 장조는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낭만적 감정에서 벗어나 재즈의 리듬과 인상주의 색채를 오가는 이 작품 속에서 임 윤찬은 감정과 구조를 동시에 잡아내며 완전히 새로운 결을 만들어낸다. 섬세한 페달링과 긴 호흡, 그리고 한 음 한 음에 생명을 불어넣는 집중력은 그가 왜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젊은 거장인지 증명한다.
지휘자 대니얼 하딩은 산타체칠리아의 새 시대를 여는 인물이다. 이탈리아의 열정에 북유럽적 절제를 더해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투명하게 빚는다. 베르디의 ‘시칠리아섬의 저녁 기도’ 서곡으로 문을 열고, 임윤찬의 라벨 협연을 지나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이탈리아의 빛, 프랑스의 세련미, 러시아의 낭만이 한 무대에 펼쳐진다. 산타체칠리아는 1908년 창단 이후 수많은 거장과 함께하며 이탈리아 음악의 정수를 지켜온 오케스트라다. 그들의 생동하는 사운드가 임윤찬의 피아노와 만날 때 이 무대는 단순한 협연을 넘어 음악의 본질이 맞닿는 순간이 될 것이다.

일정 2025년 12월 4일(목) 오후 7시 30분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협연 피아니스트 임윤찬
프로그램 베르디 ‘시칠리아섬의 저녁 기도’ 서곡 / 라벨 피아노협주곡 G장조 /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문의 빈체로 02-599-5743



그라모폰상, 디아파종 황금상 등 세계적 음반상을 휩쓸며 젊은 거장으로 우뚝 선
피아니스트 임윤찬

일정 2025년 12월 4일(목) 오후 7시 30분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협연 피아니스트 임윤찬
프로그램 베르디 ‘시칠리아섬의 저녁 기도’ 서곡 / 라벨 피아노협주곡 G장조 /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문의 빈체로 02-599-5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