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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AUGUST

[LIFE &]Art

아트 페어 전성시대

아트 페어는 지상 최고의 미술 축제다.
전 세계 톱 갤러리가 가벽을 세우고
당대 최고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미술 장터라고 할 수 있다.
오는 9월, 프리즈 서울이 키아프와 동시에 개최해
한국에서도 그 열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Writer. 김재석(갤러리현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트 페어 부활 알린 아트 바젤

지난 6월, 스위스 바젤은 SNS 속 아트 월드의 중심이 되었다. 지난 6월 16일부터 19일까지 바젤의 메세플라츠에서 열린 아트 바젤에 유명 미술인과 문화계 인사가 총출동한것. 그들의 SNS 계정 속 피드와 스토리를 통해 공유한 페어 안팎의 생생한 낮과 밤은 팬데믹 이후 잔뜩 기죽었던 아트 페어의 화려한 부활을 선포하는 세리머니처럼 보였다. 전 세계 톱 갤러리가 한 장소에 모여 동시대 기라성 같은 작가들의 신작과 구작을 4~5일 동안 일제히 공개하는 일종의 미술 장터인 아트 페어는 2000년대 이후 글로벌 미술계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그중 매년 6월에 개최하는 아트 바젤은 세계 최고의 아트 페어로 명성이 높다. 지역을 대표하는 갤러리나 디렉터로 이뤄진 선정위원회의 깐깐한 지원 심사를 거쳐야만 막대한 부스비를 내고 참여할 수 있다. 아트 바젤은 1970년 바젤의 갤러리스트 에른스트 바이엘러Ernst Beyeler, 발츠 힐트Balz Hilt, 트루디 브루크너Trudi Bruckner가 의기투합해 설립했다. 첫 회에 10개국 90여 개 갤러리와 30여 개 출판사가 참여, 1만6,000명의 관객이 방문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1980년대에는 사진, 1990년대에는 영상 등 별도 섹션을 마련해 소개하는 등 미술계의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며 안착했다. 2000년대에는 좁은 부스를 벗어나 오픈된 환경에서 모든 유형의 야심 찬 동시대 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아트 언리미티드Art Unlimited 섹션을 개설해 화제를 모았다. 2002년 미국의 마이애미비치, 2013년 홍콩에 분점을 개설하며 글로벌 현상이 된 아트 페어 전성시대를 알렸다. 아트 바젤과 파트너인 UBS는 2017년 이후 전 세계 미술 시장의 동향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미술품 거래를 위한 단순 플랫폼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트 마켓의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기획력을 강조한 아트 바젤의 ‘피처’ 섹터 작가 솔로 부스
(사진 속 작품 Guido W. Baudach, Print Approx, 21×14cm)

20~21세기 미술사의 양상을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섹션 구성이 돋보인 아트 바젤

현대 미술사 흐름으로 섹션 구성

올해 아트 바젤은 289개의 갤러리가 참여해 역사적 걸작부터 신성 작가의 따끈따근한 신작까지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페어의 메인 역할을 하는 ‘갤러리즈’ 섹터, 기념비적 대작만을 엄선한 ‘언리미티드’ 섹터, 작가의 솔로 부스로 기획력을 강조한 ‘피처’ 섹터, 젊은 작가들의 솔로 무대인 ‘스테이트먼츠’ 섹터, 판화나 사진 등 에디션 작품을 모은 ‘에디션’ 섹터, 바젤 구도심 곳곳의 특정 장소에 설치한 ‘파르쿠스’ 섹터, 동시대 영상 작품의 형태를 점검하는 ‘필름’ 섹터로 이뤄졌다. 한마디로 20~21세기 미술사의 양상을 한 아트 페어에서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섹션을 구성한 것이다.
2022년 아트 바젤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언리미티드 섹터는 단연 화제의 중심이었다. 페어의 글로벌 디렉터 마르크 슈피겔은 “올해는 언리미티드 섹터가 매우 야심 찬 데다 전례 없이 다양했다”고 평가했다. 안드레아 지텔Andrea Zittel이 디자인하고 직접 만든 76개 유니폼으로 구성한 ‘A-Z Personal Uniforms, 2nd Decade: Fall/Winter 2003–Spring/Summer 2013’, 계단 같은 건축물의 일부를 캐스팅하면서 보이지 않는 공간의 영역을 미니멀한 조각으로 전환한 레이철 화이트리드Rachel Whiteread의 ‘Untitled(Upstairs)’, ‘언리미티드’ 출품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거대 철제 조형물을 공중에 매단 케네디 얀코Kennedy Yanko의 ‘By means other than the known senses’, 군인들에게 둘러 싸인 초대형 인물 형상을 통해 인간의 조건과 폭력성의 관계를 성찰한 폴커르트 더용Folkert de Jong의 ‘The Shooting...1st of July 2006’, 고대 그리스・로마 등 서구의 전통적 조각 양식과 동시대적 순간을 결합한 토머스 프라이스Thomas J.Price의 ‘Moments Contained’ 등은 대형 작품만의 스펙터클한 풍경을 연출했다. 비디오 작품으로는 야엘 바르타나 Yael Bartana의 ‘Malka Germania’, 브라질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안나 마리아 마이올리누Anna Maria Maiolino의 ‘Twice: X & Y’가 주목을 받았다.

언리미티드’ 출품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거대 철제 조형물을
공중에 매단 케네디 얀코의 ‘By means other than the known senses’

매년 6월에 개최하는 아트 바젤은 세계 최고의 아트 페어다.

프리즈, 첫 서울 행사 큰 기대

오는 9월, 한국의 서울도 국제 미술계의 집중 조명을 한 몸에 받게 된다. 아트 바젤과 함께 아트 페어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프리즈의 첫 서울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작년 5월, 프리즈는 한국화랑협회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강남 코엑스에서 키아프 서울과 동시에 페어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참여 갤러리만 100곳이 넘는 대형 국제 페어가 한장소에 열려 어떤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지 벌써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프리즈는 2003년 동명의 미술 잡지를 창간한 어맨다 샤프Amanda Sharp와 매슈 슬로토버Matthew Slotover가 영국 런던에서 설립했다. 매년 10월 런던의 리젠트 공원은 프리즈 런던과 마스터즈를 방문하는 관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글로벌 아트 마켓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프리즈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11년에는 2000년 이전에 제작한 작품만 전시하는 고미술 중심의 페어인 마스터즈와 뉴욕 분점을 신설했다. 그리고 2019년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2022년 서울에서도 프리즈 아트 페어를 개최하기에 이른 것이다. 아트 바젤이 마이애미와 홍콩에 분점을 차린 것처럼, 프리즈도 북미와 아시아로의 도전을 감행했다.

북미 최고의 아트 페어로 진화한 프리즈 아트 페어.
사진은 지난 5월에 열린 프리즈 뉴욕

아트 바젤과 함께 아트 페어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프리즈.

한국 문화 예술의 세계적 관심

올해 상반기에 개최한 프리즈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의 아트 페어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각각 2월과 5월에 열린 프리즈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은 북미 최고의 아트 페어로 진화하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프리즈는 서울 에디션을 이끌 디렉터로 패트릭 리를 임명했다. 패트릭 리는 원앤제이 갤러리의 파트너와 디렉터, 갤러리현대 디렉터를 역임하며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미술계의 네트워크에 최적화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아시아의 프리즈 플랫폼을 론칭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서울은 예술에 대한 감성이 풍부한 놀라운 도시고, 이 분야의 세계적 예술 행사를 주최하기에 완벽한 장소”라고 소감을 밝혔다.
첫 프리즈 서울에는 100여 개의 세계적 갤러리가 참여하며 메인 부스 섹션, 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갤러리가 작가 개인전 형식으로 부스를 마련하는 ‘포커스 아시아’, 미술사적 가치를 지닌 2000년대 이전의 작품과 오브제를 엄선해 공개하는 ‘마스터즈’ 섹션으로 나눠 진행한다. 이에 국제 무대를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는 많은 미술인이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를 비롯해 각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준비 중인 대형 전시, 부산에서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까지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한 가을 시즌이 기대된다. K-팝에서 시작해 드라마, 영화, 춤 등으로 확대된 한국 문화 예술을 향한 세계적 관심이 이제 동시대 미술로 이어질 것이다. 프리즈 서울은 오는 9월 2일부터 5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프리즈 아트 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