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JULY+AUGUST

[ WEALTH & ]Real Estate

소비트렌드 변화에 따른
상권의 진화

소비트렌드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오프라인 상권도 바뀌어야
그 공간이
살아남을 수 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 상권의 변화를 읽고 주도하는
것은 소매업을
운영하는 임차인이겠지만, 경쟁력
있는 임차인을 유치하려는 임대인의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다.

Writer. 조규성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전문가)
Photo. 프리픽, 한경DB

우리가 익히 아는 유명한 상권들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태어나고 성장하며 쇠퇴를 겪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역경을 헤치고 다시 회복하며 변화를 겪어왔다. 상권이 변화하는 건 사람들이 만들어낸 트렌드가 변하기 때문이다. 이런 트렌드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면 상권이 어떻게 변할지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말은 쉽지만 사실 트렌드를 정확히 예측하기도 어렵고, 바뀐 트렌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에 상권이 트렌드에 맞게 변화하는 데는 사실 다소간의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상업용 부동산시장을 분석할 때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소비트렌드의 변화다. 최근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매년 성장하는 온라인쇼핑의 성장일 것이다. 온라인 쇼핑의 비약적 성장은 상가를 임차해 소매점을 운영하는 임차인에겐 위협적인 요소다. 우리 가게 손님이 이젠 우리 가게에 오지 않고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쇼핑의 성장이 상권에 미친 영향

온라인으로 소비트렌드가 바뀌면서 오프라인 상권들 은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첫째는 소매업종의 부진이다. 가전은 물론 의류, 잡화 등 소매점은 상당한 부진에 시달리게 됐다. 온라인쇼핑이 처음 등장한 시기에는 신뢰의 문제도 있었지만, 빠르지 않은 배송 시간이 성장을 막는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진화를 거듭한 덕분에 이젠 주문만 하면 당일에도 배송이 완료되는 시스템을 갖춰 큰 기다림 없이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다. 거기에 유통마진이 빠져 가격까지 저렴한 편이라 사람들은 이제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일에 상당히 익숙 해진 상황이다. 제조를 한 회사도 매장을 운영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하고자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자체 온라인몰 제작과 홍보에 열 올리고 있다. 그나마 직접 방문해야 먹을 수 있던 식음료업종도 이젠 밀키트를 통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다양한 맛을 주문하고, 편리하게 먹을 수 있게 되니 소비자는 더욱 소매점을 이용할 일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졌다.

연도별 온라인쇼핑몰 거래액 추이

둘째, 공실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소매업이 부진 하면서 증가한 공실로 오피스빌딩과 상가의 공실률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무 공간 수요가 꾸준한 오피스빌딩에 비해 상가의 경우 온라인쇼핑의 타격을 받아 공실이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도 4분기와 2025년 1분기의 전국 공실률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2019년의 경우 오피스와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 차이는 불과 0.19%에 불과하고, 소규모 상가는 오피스에 비해 공실률이 5.26%나 더 낮은 수준이었다. 팬데믹 이후 오피스 공실률은 점차 낮아진 반면, 상가의 경우 공실률이 점차 높아져 2025년에는 오피스와 중대형 상가는 4.4%까지 격차가 벌어지고, 소규모 상가와는 1.4% 수준까지 격차가 줄어들게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때 온라인 구매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은 오프라인으로 쉽게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용도별 전국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 추이

상권의 변화, 물건을 파는 공간에서 경험을 파는 공간으로

온라인쇼핑으로의 고객 이탈은 사실 갑자기 닥친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오프라인의 상권들도 그에 맞게 조금씩 진화해오고 있었다. 과거의 소매점이 단지 물건을 파는 공간 또는 가격에 맞는 수준의 음식을 먹는 공간 이었다면 이젠 경험을 사고 기억을 만드는 공간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감각적 인테리어를 즐기고 SNS에 경험을 나누며, 단순한 맛이 아닌 문화를 소비한다.
최근 생겨난 대부분의 매장은 특화된 인테리어를 통해 소비자가 방문해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내고 있다. SNS에 감각적이고 독특한 인테리어 경험을 올리며 온라인 구매로는 얻을 수 없는 문화에 대한 소비를 이어 가는 것이다. 이 경험은 SNS를 타고 계속 퍼져나가 외국인 관광객까지도 불러오는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관광지 문화에 대한 경험이 중요한 관광객에게는 관광 안내서 역할도 해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단순히 인테리어가 좋은 것이 능사가 아니다. 팔고자 하는 제품의 콘셉트를 부각시키는 요소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콘셉트와 인테리어가 잘 어우러지는 공간은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화제성 있는 콘셉트로 꾸며 방문을 유도하는 대표적 예가 바로 팝업스토어이다. 팝업스토어는 일정 기간만 운영하는 한시적 매장으로, 특가 또는 한정판 제품을 팔거나 홍보와 제품 경험을 목적으로 꾸미는 경우가 많기에 대부분 인테리어가 자신만의 콘셉트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한시적 기간의 특성상 단기간에 방문이 집중되고,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성수동 같은 상권의 경우 팝업스토어의 비중이 높아져 재미있는 공간이 계속해서 창출되고, 이 재미있는 공간은 또 유동 인구를 불러오는 선순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다른 변화의 모습은 이른바 옴니채널의 부상으로 소매점은 더 이상 판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자세한 설명을 인터넷에서 글과 영상으로 접해도 직접 체험 해보는 것만 못한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이의 경험은 나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 그렇기에 소비자는 제품에 대한 경험을 원하고, 이를 체험하게 해줄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판매는 온라인으로 해도 오프라인에 체험만을 위한 공간을 운영하거나, 온라인 에서만 팔던 의류를 오히려 오프라인으로 들고나와 직접 경험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판매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소매점은 제품을 알리고, 신규 소비자를 끌어오는 채널이 되고, 인지도를 높여 온라인 판매 역시 증가시키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눈여겨볼 것은 새로 생기는 소매점의 경우 한 가지 아이템에 집중하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잡다하게 많은 아이템을 다루는 소매점은 전문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제 온라인이 그 역할을 대신 해주는 비중이 커지다 보니 이제 소매점은 한 가지 아이템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리고 그런 소매점은 SNS에서 인기를 끌며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에서 쉽게 구하지 못할 깊이 있는 아이템을 취급하는 소매점은 아직도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결국은 콘텐츠의 경쟁, 임차인은 임대인의 콘텐츠

오프라인 상권은 어떻게 하면 유동 인구가 상권 내에 더 오래 머무르며 소비하게 하는가를 계속 고민하며 변화하고 있다. 환경의 변화 속에서 상권이 살아남는 것은 결국 다른 곳과 차별화된 콘텐츠를 갖는 것이다. 그것이 차별화된 인테리어일 수도 있고, 한정판 제품을 살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일 수도 있다. 또한 같은 물건을 좀 더 다양한 각도로 경험해 보고 구매하게 하는 공간이며, 해당 장소에 와야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일 수도 있다. 따라서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고민이 계속되는 한 상권이 변화할 수는 있어도 아직 쉽게 전멸하진 않을 것이다. 임차인에겐 위에 열거한 것들이 차별적인 콘텐츠이겠지만, 임대인에겐 이런 차별적 노력을 하는 임차인이 차별화된 콘텐츠일 것이다. 단순히 임대료의 많고 적음만 따질 것이 아니라 내 건물에 들어오는 임차인이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지, 그 콘텐츠가 과연 내 건물의 입지와 어울리는지 판단해야 한다. 당장은 임대료가 약간 더 적더라도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성공할 수 있는 임차인을 알아보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임차인의 성공이 곧 내 건물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약간 임대료는 포기했지만 성공적인 콘텐츠를 가진 입지를 얻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