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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FE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도시 ⑨

몰타 기사단이 건설한 유럽 최초 계획도시

Malta Valletta
몰타 발레타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남쪽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몰타공화국.
몰타의 수도 발레타는 1566년 몰타
기사단이 세운 유럽 최초의 계획도시로,
중세 도시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견고한 요새로 둘러싸인
도시 발레타로 안내한다.

Writer. 두경아 Photo. Vistit Malta

지중해에서 가장 매력적인 자연경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몰타. 이곳의 상업 중심지이자 수도인 발레타는 이국적 아름다움으로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도시다. 이곳은 몰타 기사단이 건설한 유럽 최초의 계획도시이며, 중세 시대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16세기, 성 요한 기사단은 이곳에 거점을 두고 북아프리카의 항만과 항로를 기습하는 전략적 활동을 펼쳤다. 이 때문에 발레타는 오스만제국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당시 기사단장 장 파리소드 라 발레트는 앞장서 싸우며 공방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그는 요새 복구와 증축하는 작업을 끝낸 뒤 생을 마쳤다. 이후 기사단의 요새가 도시로 발달했고, 도시 이름은 기사단장의 이름을 따 발레타가 됐다.

한때 몰타는 프랑스와 영국의 지배를 받았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이탈리아군의 공습으로 큰 피해를 입어 많은 역사적 건물들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영국령을 거쳐 1964년 몰타공화국으로 독립한 이후 발레타는 수도로 자리매김했다. 그럼에도 발레타에는 여전히 몰타 기사단과 관련한 건축물, 바로크건축, 매너리즘 건축, 근대건축,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이 어우러진 도시 풍경을 자랑한다. 성 요한 대성당, 몰타 기사단장 궁정 등을 비롯해 거리 곳곳 알록달록한 발코니나 로어 바카라 가든 등 볼거리가 가득하고, 기사단 요새의 흔적으로 온통 성벽에 둘러싸인 모습도 인상적이다. 이러한 역사성과 아름다움 덕분에 발레타는 시 전체가 198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2018년 유럽 문화 수도로 지정됐다.


황금빛으로 가득한 성 요한 대성당 내부

화려하고 아름다운 발레타 기사단의 유산

발레타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단연 성 요한 대성당 St. John’s Co-Cathedral 이다. 1577년 몰타 기사단이 수호성인 성 요한을 기리기 위해 세운 이 성당은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바로크 건축양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건축 물로 꼽힌다. 외관은 전형적 매너리즘 양식으로 건축되어, 마치 엄격한 요새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서면 황금빛으로 가득한 장식들에 깜짝 놀라고 만다. 성당 내부는 17세기 바로크 시대의 대표 화가이자 기사이던 마티아 프레티를 포함한 예술가들이 바로크양식으로 새롭게 장식했다. 프레티는 정교하게 조각된 석조 벽을 디자인했고, 아치형 천장과 측면 재단에 세례자 요한의 삶을 묘사한 벽화를 남겼다. 언뜻 보면 조각상처럼 입체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착시 현상을 이용한 평면 그림이다. 이곳은 기사단의 무덤이기도 하다. 성당 바닥에는 무려 400여 개 대리석 판이 깔려 있는데, 각각의 판에는 각 기사의 문장을 정교하게 새기고 라틴어로 그 사람의 일생을 기록해 놓았다. 성당 이 더욱 유명해진 건 바로 이탈리아의 거장 카라바조가 남긴 작품 덕분 이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추방을 피해 몰타로 도망쳐 왔는데, 이곳에서 ‘성 요한의 참수 The Beheading of Saint John the Baptist’라는 명작을 남겼다. 특히 이 그림은 종교화에 익명을 요구하던 당시 관습을 깨고, 그림에 자신의 서명을 세례 요한의 핏자국에 남긴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 다른 기사단 유적인 기사단장의 궁전 Grand Masters Palace은 과거 기사단 장이 기사단을 통솔하던 본부였으며, 현재는 정부 기관으로 사용하는 건물이다. 궁전 내부에는 기사단장이 사비를 들여 만든 아프리카와 인도의 풍물을 보여주는 태피스트리와 몰타 공방전(대포위전)의 명장면을 담은 그림 등이 남아 있다. 복도에는 중세 갑옷들이 줄지어 전시돼 있다. 궁전 옆에 위치한 무기고 The Palace Armory에는 기사들이 실제로 착용한 갑옷, 검, 대포, 마차 등 각종 유적과 함께 오스만제국의 무기까지 전시 돼 있다.

과거 기사단장이 기사단을 통솔한 본부인 기사단장의 궁전

바로크 대표 화가이자 기사인 마티아 프레티는 성 요한
대성당 내부에 세례자 요한의 삶을 묘사한
벽화를 남겼다.

기사단장의 궁전 복도에는 중세 갑옷들이 전시돼 있다.
  


1731년에 지은 유럽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극장 마노엘 극장. 오페라 전문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4층 높이의
고풍스러운 객석은 그 자체로도 볼거리다.

1731년에 지은 유럽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극장 마노엘 극장. 오페라 전문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4층 높이의 고풍스러운 객석은 그 자체로도 볼거리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발레타 대표 관광지

트라이턴 분수 Triton’s Fountain는 발레타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가장 먼저 사진을 찍는 대표적 랜드마크다. 이 조형물은 그리스신화 속 바다의 신 ‘트라이턴트리톤’을 형상화한 것으로, 모두 도시 입구를 향해 시선을 두고 있다. 이들의 역동적 자세는 힘과 생명력을 상징하며, 물줄기가 분사되는 방식 또한 조각 전체에 움직임의 생동감을 더하도록 설계되었다. 분수 옆에 위치한 발레타 시티 게이트는 도시로 들어가는 관문이자, 450여 년 역사상 다섯 번째로 건설된 문이다. 최초의 문은 1566년에 건설되었으며, 현재의 문은 런던의 더 샤드 The Shard로도 유명한 세계적 건축가 렌초 피아노가 설계한 것이다. 2014년 완공된 이 문은 기존의 전통적 빅토리아 양식과는 전혀 다른 현대적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몰타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국립고고학박물관 National Museum of Archaeology으로 가자. 이 박물관은 16세기 몰타 기사단의 프로방스 지방 출신 기사들의 숙소로 사용하던 건물에 자리 잡고 있으며, 기원전 5200년부터 2500년까지의 몰타 유적을 다채롭게 전시하고 있다. 특히 타르시엔 신전 Tarxien Temples에서 발굴된 청동기시대 단검과 정교한 몰타 비너스상, 잠자는 여인상 Sleeping Lady 등 몰타를 대표하는 유물을 만날 수 있다.

마노엘 극장 The Manoel Theatre은 1731년에 지은 유럽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극장으로, 오페라 전문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4층 높이의 고풍스러운 객석은 그 자체로도 볼거리다. 현재 극장에서는 오페라뿐 아니라 연극도 열리고 있으며, 가이드 투어 프로그램도 있어 공연이 없을 때도 둘러볼 수 있다. 카사 로카 피콜라 Casa Rocca Piccola는 16세기에 지은 몰타 귀족의 저택으로, 50여 개 방과 3개 지하 방공호가 일반에 공개되어 있다. 대대로 내려오는 가구와 소장품을 통해 귀족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16세기에 지은 몰타 귀족의 저택 카사 로카 피콜라.
대대로 내려오는 가구와 소장품을 통해 귀족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16세기에 지은 몰타 귀족의 저택 카사 로카 피콜라. 대대로 내려오는 가구와 소장품을 통해 귀족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몰타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국립고고학박물관.
기원전 5200년부터 2500년까지의 몰타 유적을 다채롭게 전시하고 있다.


그랜드 하버를 내려다볼 수 있는 어퍼 바라카 가든.
정원 아래 위치한 경례 포대에서는 매일 정오 12시와
오후 4시에 의식용 대포가 발사된다.

아름다운 지중해와 자연을 만날 수 있는 명소

1년 내내 꽃이 지지 않는 아름다운 정원 역시 발레타의 자랑이다. 어퍼 바라카 가든 Upper Barrakka Gardens은 지중해 최고의 항구 그랜드 하버 Grand Harbour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덱을 갖춘 공공 정원이다. 계절마다 다른 꽃들을 정성스럽게 가꾼 정원이 있으며, 곳곳에 벤치가 마련돼 여유롭게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정원에서는 비토리오사 Vittoriosa의 그랜드 하버 마리나까지 탁 트인 전경을 조망할 수 있다. 정원 아래 위치한 경례 포대 Saluting Battery에서는 매일 정오 12시와 오후 4시에 의식용 대포가 발사되는데, 관광객에게는 매우 인기 있는 볼거리다. 이 포대는 본래 16세기 오스만제국의 침입에 대비해 설치된 방어 시설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전통을 기리는 상징적 행사로 그 기능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어퍼 바라카 가든에는 그랜드 하버와 정원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도 설치되어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

로어 바라카 가든 Lower Barrakka Gardens은 그랜드 하버를 따라 이어진 카스 티야 성벽 위에 조성된 공원이다. 공원 내에는 신고전주의 양식의 그리스 신전 형태의 기념물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는 몰타의 초대 영국 총독인 알렉산더 볼 경 Sir Alexander Ball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성벽 끝자락에 자리한 이곳에서는 그랜드 하버 입구는 물론 칼카라 Kalkara와 비토 리오사까지 시원하게 펼쳐지는 지중해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어퍼 바라카 가든에는 곳곳에 벤치가 있어 여유롭게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카스티야 성벽 위에 조성된 로어 바라카 가든.
몰타의 초대 영국 총독인 알렉산더 볼 경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그리스 신전 형태의 기념물이 자리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몰타 발레타

몰타의 수도 발레타는 예루살렘의 성 요한 기사단을 비롯한 군사 유산과 깊은 관계가 있는 도시다. 이 지역은 오랜 역사 동안 페니키아, 그리스, 카르타고, 로마, 비잔틴, 아랍 세력 그리고 성 요한 기사단의 지배를 거쳤으며, 총면적 55헥타르에 320여 개 기념물이 남아 있다. 그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역사 지구 중 하나로 손꼽힌다.

발레타는 신플라톤주의 사상에 영감을 받아 통일된 도시계획으로 조성되었으며, 르네상스 후반 이상주의의 대표적 산물로 평가받는다. 지정학적으로 침입이 잦았던 몰타는 자생적이고 독창적인 문화를 형성했으며, 도시 전체가 보루로 둘러싸인 요새 형태를 띠고 있다. 1566년 예루살렘의 성 요한 기사단과 군대가 이곳에 정착한 뒤 약 250년간 도시를 지배했고, 발레타는 그들의 군사적·정신적 유산을 고스란히 품은 공간으로 남아 있다.

몰타 발레타까지 어떻게 갈까?

현재 인천국제공항에서 몰타 국제공항까지의 직항 항공편은 없다. 대부분 로마, 프랑크푸르트, 취리히 등 유럽 도시를 경유해 입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몰타 공항에서는 ‘에어포트 다이렉트 4 Airport Direct 4’를 이용하면 20분 만에 발레타 시내에 도착할 수 있다. 만일 여행 기간이 넉넉하다면 이탈리아 남부 지역과 함께 돌아보길 권한다. 몰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가까워 페리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칠리아 포찰로 Pozzallo 항구에서 고속선을 타면 1시간 45분이면 발레타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