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MARCH+APRIL

[SPECIAL THEME]Report

2100 Change Map

변화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지금 이 파괴 속도라면 적어도
80년 안에 사라질지 모르는,
한 세기를 넘기기 힘든 현재의 풍경들.

Writer. 유나리
Photo. 게티이미지뱅크, 산림청, 순천시, 한경DB
Reference. 국립기상과학원, 국립산림과학원,
국립해양조사원, 그린피스, 농촌진흥청, 포츠담 기후
영향연구소, 한국환경연구원, 행정안전부


  1   제주 한라산 구상나무 숲

지구 온도가 오르며 추운 곳에 사는 북방계 식물의 생육지는 사라지고, 남방계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영역은 점차 확장된다. 국립산림과학 원이 1990년대 이후 20년간 고산 지역 침엽 수림 면적 분포를 분석한 결과, 기존의 1만 8000헥타르에서 25%에 달하는 4500헥타르의 숲이 감소했다.
이런 소멸 속도가 특히 가파른 곳은 제주도 한라산. 한라산의 구상나무 숲은 국내에서 기후 위기로 인한 변화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이다. 구상나무는 전 세계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산다. 한라산뿐 아니라 지리산·덕유산·속리산 등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만 사는 구상나무는 지구 기온이 낮았던 빙하기에는 한반도 전역에 서식했다 빙하기가 끝나고 기온이 오르자 산꼭대기로 피신해 남은, 빙하기의 흔적이다. 한라산 꼭대기의 구상나무 숲은 세계에서 가장 큰 구상나무 숲으로, 유일무이하다. 그러나 이 숲이 곧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파악에 따르면, 한라산 구상나무 숲은 지난 20여년간 39%가량 사라졌다.
국내 산림의 구조도 변하고 있다. 2015년 국내 산림 중 38%를 차지하던 침엽수림은 2055년엔 28.6%로 줄어든다. 침엽수림이 사라진 자리엔 34.2%이던 활엽수림(35.2%), 27.7%이던 혼효림(36.2%)이 자란다.



  2   순천만 갯벌 습지

멸종 위기종인 흑두루미 7,000마리가 찾아오는 유례없는 국내 절경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순천만 갯벌 습지도 위태롭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은 탄소 배출이 줄어들지 못하는 고탄소 배출이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2100년 국내 해안선은 최대 82cm 상승할 것이라 발표했다. 한국환경연구원 KEI은 2100년 최대 1.33~1.68m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경우 침수 면적은 국토의 4.1%에 달한다. KEI의 수치를 반영하면 순천만 갯벌 습지의 약 47.6%가 사라진다.
세계 5대 연안 습지 중 하나인 순천만 갯벌 습지는 순천·고흥·여수 3개 도시로 둘러싸인 22.6㎢의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다행히 순천시는 순천만의 가치를 잘 이해해 이를 지키고자 람사르 습지로 등록돼 특히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동천 하구 내 농경지를 매입했다. 이를 도시 차원에서 습지로 복원해 보호하기 위해서다.
습지는 단순한 물웅덩이가 아니다. 습지는 대기 중으로 탄소 유입을 차단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량을 조절하고, 대기 온도와 습도 등 기후를 조절하는 능력까지 지닌 독특하고 소중한 유기체다. 여름엔 온도를 식혀 주고, 겨울엔 온도를 보존해 다양한 동식물이 사는 작은 생태계이기도 하다.



  3   경북 사과밭

우리에게 친숙한 대표 과일, 사과가 사라지고 있다. 전국 사과 생산량의 62.1%를 담당하는 사과의 주산지 경북 지역에서 사과밭 면적은 30년간 44%나 줄었다. 기후변화로 더워지며 재배 면적이 점차 줄어든 것이다. 반면 강원도의 사과 재배 면적은 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한반도 과일 재배지 미래 전망 자료를 보면, 지금과 같은 최악의 지구온난화가 이어질 경우 20여 년 뒤 강원도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사과가 사라진다. 2070년대에는 강원도에서도 극히 일부에서만 재배 가능해지며, 2100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사과 재배 적지가 완전히 없어진다. 사과는 7℃ 이하의 온도에서 1200~1500시간을 보내는 ‘성숙기’가 필요하다. 이 성숙기가 고온이라면 품질이 나빠진다. 다른 대표 과일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배, 복숭아 등도 2090년엔 강원도 산간 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해진다.



  4   부산 해운대 사빈해안

해수면 상승은 기후변화로 인한 가장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영향 요소다. 태풍, 고조, 지전 등 다른 재해를 동반할 수 있어 위험도도 높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낮은 지대의 땅, 해안, 사구 등이 사라진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가장 대표적 피해는 바로 사빈해안 침식.
바다와 땅이 맞닿은 부분에 길게 펼쳐진 모래사장이 있는 해안을 사빈해안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곳은 부산 해운대, 남해 상주, 해남 송호리다. KEI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2100년이면 해운대 모래사장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라 예상했다. KEI는 우리나라 해안이 특히 해수면 상승에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전국에 있는 사빈해안은 110여 개.
만약 2100년까지 해수면이 1m 상승한다면 이들 중 80%가 손상된다. 최대 남해안은 87.3%, 서해안은 86.4%, 동해안은 69.9%가량 손실될 것으로 봤다.



  5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해수면 상승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 빙하와 빙상이 녹아 바닷물의 양이 늘기 때문이다. 전 지구 해수면 상승 예측치도 매해 경신 중이다. 유엔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 6차 보고서는 현재 수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유지된다면 금세기 말에 해수면이 1.1m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정도만 상승해도 미국의 뉴욕·뉴올리언스, 중국의 상하이, 인도 뭄바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세계적인 대도시가 사라진다.
그중에서도 상승의 위험이 가장 먼저 닥치는 곳은 바로 섬나라다. 바닷물이 범람해 저지대가 침수되고 지하수엔 염분이 스며 마실 수 없게 된다. 당연히 농작물 수확도 어려워진다.
생명이 살기 힘든 곳이 되는 것이다. 섬나라 수도인 자카르타의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이유다. 세계기상기구 WMO의 관측에 따르면 1만 7,000여 개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해수면은 상승하고, 지하수를 계속 뽑아 써지반 은 내려앉고 있다. 2100년이면 해안 도시 대부분은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 1,100만 명이 거주하는 대도시인 수도 자카르타는 연평균 5~10cm씩 가라앉고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자카르타 북부의 지반은 3~4m 내려앉았다. 성인 두 사람의 키만큼 물속으로 가라앉은 셈이다. 이 속도라면 2050년엔 도시의 3분의 1 이상 물에 잠긴다. 그래서 부랴부랴 인도네시아 정부는 수도 이전을 추진 중이다. 2022년부터 보르네오섬 동부 인근에 새로운 계획 수도인 ‘누산타라’를 개발 중이다. 본래 2024년 수도로 천도할 계획이었으나 아직 건설 중이라 미뤄졌다.



  6   몽골 고비사막

고비사막은 사라지진 않는다. 다만 더 넓어지고, 사막 주변의 아름답던 목초지와 호수 등 우리가 기억하는 고비사막의 조화로운 풍경은 사라진다. 사막화가 심해지고 있어서다.
1940년부터 2015년까지 몽골의 평균기온은 2.24℃ 올랐다. 이는 전 세계 평균을 초과한다. 여름철 몽골은 더 뜨거워지고 더 건조해졌다. 그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곳은 대표적 관광지인 고비사막이다. 이상 기온으로 몽골의 강과 호수 흐름이 감소해 고비사막을 포함한 몽골 내 건조 지역의 사막화가 더 심해지고 있는 것. 숲과 호수는 사라지고 모래언덕이 더 넓어지고 있어, 고비사막의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할 판이다. 고비 지역의 울란 호수는 바닥을 드러내고 말랐으며, 당연히 호수 주변으로 동식물을 키우며 살던 사람들도 사라졌다. 초원은 모래밭이 되고, 점차 영역을 넓혀 침범하는 모래를 피해 주민들은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다. 변화의 영향은 몽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고비사막과 내몽골에서 일으킨 황사는 국내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기도 한데, 사막화가 심해지면 미세먼지 또한 심각해진다. 영화 <매드 맥스> 속 세상이 어쩌면 먼 미래가 아닐지도 모른다.



  7   히말라야 빙하

미 항공우주국 NASA은 지난 2월 남극 해빙의 범위가 1979년 위성 관측 이래 가장 작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빙하가 녹고 있다. 남극만 문제가 아니다. 이미 지구 곳곳의 더 작은 빙하가 녹고 있고, 알프스 정상의 만년설 풍경도 바뀌었다. 아이슬란드 서부에 있던 빙하 오크외쿨은 2014년 녹아 없어졌다. 일부 기후학자와 지역 전문가가 빙하 장례식을 치렀고, 그 자리에 묘비 같은 명패를 세웠다. 해빙의 시대다.
우리와 가까운 곳의 사정은 어떨까. 히말라야는 남극과 북극 다음으로 얼음과 눈이 많은 지역이다. 그런데 이 히말라야 고산지대 빙하가 2100년이면 최대 80%까지 사라질 수 있다고 예측됐다. 네팔 통합산악발전국제센터 ICIMOD 연구진이 히말라야 빙하는 2011~2020년간 이전 10년보다 65% 더 빨리 녹았고, 온난화가 지금처럼 진행되면 2100년에는 현재 빙하의 80%가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도 약 100년 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빙하로 빙폭 길이만 700여 m에 달하는 쿰부 빙하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게재했다.
히말라야 빙하가 사라지면 인도, 네팔, 부탄 등은 주요 수원을 잃어 농업은 물론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다. 하지만 위험 요소는 또 있다. 빙하가 녹아서 남기는 것이 물뿐만 아니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빙하 안에 온실가스인 메탄이 다량 매장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고, 얼마 전엔 히말라야 빙하에서 새로운 바이러스 1,700여 종을 발견하기도 했다. 어떤 변화와 위험이 닥칠지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이런 불확실성과 위험만 선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