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ALTH & ]Real Estate
레고와 부동산,
모듈러 건축 시대의 도래
지금까지 부동산이라 하면 움직여 옮길 수 없는
재산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부동산에
대한 생각을 좀 더 유연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
재활용과 재사용이 가능한 모듈러 건축이
부동산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모듈러 건축은 무엇이고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살펴본다.
Writer. 이선호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컨설팅팀 부동산전문가
Photo. 프리픽, 한경DB
모듈러 건축의 등장
저출생으로 전체 장난감 시장은 줄어들고 있지만, 키덜 트 시장 성장과 더불어 소장용·교육용 수요도 확대되면서 일부 브랜드는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 첫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장난감은 단연 ‘레고 Lego’다. 매년 약 200억 개의 레고 브릭이 만들어지고, 초당 약 7개의 레고 세트가 팔린다는 이 장난감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가지고 놀고 수집하고 싶어 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라틴어로 레고는 ‘나는 조립한다’를 의미한다. 레고처럼 조립하는 모듈러 건축 Modular Building,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미리 제작한 다음 공사 현장에 설치·조립하는 건축 공법이 서서히 시장에 드러나고 있다. 최근 용인 영덕에서 국내 최고층(13층) 모듈러 주택이 준공된 데 이어 전남 구례에서는 국내 최초 모 듈러 단독주택 타운형 단지(DL이앤씨 시공)가 준공되었다. 또 세종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인 416가구 모듈러 임대주택을 선보인 데 이어 의왕 초평지구에서는 20층 짜리 모듈러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완공되면 국내 최고층(13층) 모듈러 주택 기록을 갈아 치운다. 국토교통부도 모듈러 건축 방식의 확산을 강조하며 모듈러 등 공업화 주택 공급 로드맵을 마련해 시행하고 점찍고 경쟁적으로 모듈러 전문 연구소를 구축하면서 있고, 대형 건설사들도 모듈러 공법을 미래 먹거리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모듈러 건축 프로세스
모듈러 건축 프로세스
모듈러 건축의 특징(L.E.G.O)
L(less, 절감) 모듈러 건축은 공장에서 사전에 제작된 모듈을 현장에 운반해 조립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공정화 된 생산 시스템을 적용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모듈 그대로 공사 현장으로 운반해 간단한 조립만으로 건축물을 완성하는 공법이므로 전통적인 습식 건설 방식보다 공사 기간이 30% 이상 단축되고, 규격화 된 모듈의 대량생산으로 규모의 경제 달성 시 공사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아직은 산업 태동기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공사업 위주로 진행되지만, 향후 4차산업 및 스마트 팩토리의 발전과 함께 모듈러 건축이 보편화될 경우 건설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E(Eco, 친환경) 국내 폐기물 발생량 중 건설 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는다. 모듈러 건축은 모듈을 분리해 재사용과 재활용이 가능함으로써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환경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현장 작업을 최소화해 소음, 분진을 낮춰 인근 주민의 환경적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향후 기후변화 및 산업계의 ESG 대응, 그리고 환경을 중요시하는 미래 주 소비계 층인 MZ세대의 가치 소비 측면에서도 모듈러 건축은 시대적 흐름이 될 수 있다.
G(Guard, 안전) 모듈러 공법은 공정의 많은 부분이 안전시설이 완비된 스마트 공장에서 표준화된 생산과정을 통해 이뤄짐으로써 안전과 품질을 모두 달성할 수 있다. 현장 작업이 최소화되면서 안전사고의 위험이 줄 뿐 아니라, 공사 기간도 단축돼 위험에 노출되는 시간도 감소한다. 최근 부실시공에 따른 아파트 건설 현장 붕괴 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시공사로서도 중대 재해에 따른 경영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다. 또 무인 공정이 고도화될수록 기능 인력 고령화와 숙련 인력 부족 등으로 건설산업이 겪는 고질적 인력난도 해소될 수 있다.
O(Option, 선택) 모듈러는 수요자 맞춤형 측면에서 획기적으로 개선된 공법이다. 예를 들어 침실과 거실, 주방 등 고객이 원하는 유닛을 마치 레고처럼 선택하고 조립해 배치할 수 있다. 모듈 단위로 제작되기 때문에 건물의 크기와 형태를 쉽게 조정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모듈을 추가하거나 제거해 공간을 확장 또는 축소할 수 있다. 또 모듈러 유닛을 해체해 새로운 장소로 이동 후 재조립도 가능해 보통의 건축물과는 상이한 감가상각 방법을 적용해야 할 듯싶다.
모듈러 건축이 부동산시장에 끼칠 영향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장기간에 걸쳐 모듈러 건축이 뉴노멀이 된다면 건설(개발) 기간의 단축은 부동산 수급의 안정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개발 사이클을 보면 수요가 강한 상승장에 인허가 및 착공이 늘었다가 준공 시점에 하락장을 만나 수급 불일 치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건설 기간이 단축되면 수급 불일치 기간이 짧아지면서 가격 변동성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주택공급이 부족한 도심 지역이나 재건축 지역에 신속한 주택 공급이 가능하게 되고, 공급 부족 장기화에 따른 가격 급등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공급자(사업 시행자,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비와 공기가 줄면서 공사원가(인건비, 금융비 등) 절감으로 사업성이 개선될 것이고, 공급가(분양가)를 낮춰 분양성을 더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모듈러 건축 아래서는 건설업의 제조업화로 시공사의 책임 준공 리스크가 줄고 건설 기간도 짧아지면서 개발사업의 미준공 위험도 낮아질 것이다. 또한 재사용·재활용이 가능한 모듈 유닛 자체가 하나의 상품화가 된다면, 제조업 기업인 현대차 그룹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것처럼 건설업도 제작, 유통, A/S 등의 밸류 체인화가 가능할 것이다. 수요자(소비자, 투자자) 입장에서는 모듈 유닛을 선택, 조합해 공급자 관점이 아닌 수요자의 니즈를 반영한 상품화가 가능할 것이다. 또 집합 건물이 아닌 단일 소유 부동산의 경우 재사용·재활용 특성으로 인해 모듈 유닛만의 거래가 가능해 건물 감가가 현저히 줄어듦에 따라 부동산 가치가 현재와는 다른 방식으로 평가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지역 변화에 따른 표준적 이용이 바뀌면 손쉽게 용도 변경이 가능함에 따라 민첩하게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미성숙 상권 지역에 주택 유닛으로 공간을 사용하다 상권이 활성화 될 무렵 상가 유닛으로 신속하게 대체하는 것이다. 공사 기간(무수익 기간)도 짧을 뿐만 아니라, 주택 유닛과 상가 유닛의 교환 개념으로 본다면 공사비는 해체·설치 관련 비용에 국한된다.
모듈러 건축 사례
국내 최초 타운형 모듈러 단독주택 단지 (DL이앤씨, 전남 구례)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13층)(현대엔지니어링, 용인 영덕)
부동산투자 시 유연한 사고를
지금까지 집이나 상가 등의 건물은 부동산 不動産, 토지나 집처럼 움직여 옮길 수 없는 재산이었다. 그러나 모듈러 공법 등 기술혁신으로 이제 건물은 이동할 수 있는 동산 動産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아 왔던 건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꿀 때가 오고 있는 것이다. 건물은 원가법(재조달원가에 감가수정 해 대상 물건의 가액을 산정)으로 평가하고, 지으려면 오래 걸리고, 노후화하면 철거 후 폐기물이 되었다. 모듈러 건축이 뉴노멀이 되는 시대에는 건물도 거래사례비교법(동일성 또는 유사성 있는 물건의 거래 사례와 비교해 산정)으로 평가할 수 있고,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단기간에 시공할 수 있으며, 재사용·재활용으로 지속 가능한 이용을 할 수 있다. 아직은 레고의 듀플로(유아용) 단계지만 엑스퍼트(성인용) 단계에 이르면 이 모든 변화를 피부로 느낄 것이다. 거스를 수 없는 메가트렌드인 기후변화(친환경)와 자원 부족, 기술의 도약 가운데 모듈러 시대는 더 빨리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