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View
그 출판사, 그 시리즈
출판사마다 이름을 걸고 만드는 각종 시리즈물은
고유의 목소리를 확인하기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두고 보면 좋은 국내 대표 출판사의
문제적 전집 시리즈 7선.
Writer. 유나리 Photo. 각 출판사, 게티이미지뱅크
사소하지만 중요한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한 에세이
‘아무튼, ○○’ 시리즈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세 출판사가 함께 하나의 시리즈를 만드는 전례 없는 독특한 에세이 시리즈.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라는 질문 아래 탄생한 이 시리즈의 동그란 빈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무한대다. 2017년 9월 <아무튼, 피트니스>를 시작으로 최근인 2024년 12월 출간한 <아무튼, 뉴욕>까지 72권을 내놨다. 70권이 넘다 보니 주제도 취미나 취향(피트니스, 스릴러, 보드게임, 디지몬, 미드, SF 게임, 라디오, 식물, 요가, 문구, 후드 티, 클래식)부터 장소(뉴욕, 망원동, 현수동), 삶의 가치나 방식(메모, 정리, 친구, 비건), 짚어볼 만한 사회적 현상(예능, 언니, 반려병, 사투리) 등 “아니, 이런 걸로도 책을 쓸 수 있다고?” 싶은 모든 것이 망라되어 있다. 주제에 맞는 필자와 독특한 일 러스트, 주머니에 들어갈 만한 작은 크기, 160쪽가량의 가벼움으로 책 한번 읽는 데 큰 다짐이 필요한 독자의 진입 장벽을 최대한 깼다. 시리즈물을 쓱 훑어보고 관심 있는 주제의 ‘아무튼, ○○’을 집어 아무 곳에나 두고 손에 잡힐 때마다 읽으면 된다.
이 작고 귀여운 에세이 시리즈가 응원하는 건 결국 사소해 보여도 나를 나 자신이게 하는 것, 거대한 담론이나 서사는 모르지만, 우리에겐 우리가 살아내는 각자의 삶이 있다. 그 안에 있는 무수한 작은 것을 응원하는 작지만 강한, 전례 없는 시리즈물이다. 사회가 어떻게 판단하건 나의 작고 소중한 것들과 함께 행복하리! 아무튼, 우리는 그러하겠다는 옹골찬 외침이 시리즈 가득 들어차 있다.
이 시대, 우리의 좌표 찾기
마티의 ‘앳 at’, ‘온 on’ 시리즈
영어에서 ‘앳at’이 아주 구체적인 장소를 뜻하는 전치사라는 점을 떠올리면 마티의 ‘앳at’ 시리즈를 이해하기 쉽다. 앳 은 ‘이 세계에서 우리의 위치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시리즈다. 여성/남성, 피억압자/억압자, 빈자/부자, 장애인/비장애인까지, 사회 안에서 우리의 위치는 불 변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는 각자의 위치를 가늠하고 이해 할 수 있어야 한다. 마티는 특히 권력 바깥에 있는 사람들, 기득권을 탈주해 이 사회를 꼿꼿하게 가로지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앳’의 첫 번째 책이 <마이너 필링스>라 는 것은 이 시리즈의 정체성을 잘 드러낸다. ‘마이너리티’ 혹은 소수적 감성 정도로 해석되는 <마이너 필링스>는 백인 위주의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 여성으로 살아온 캐시 홍 작가가 당한 지난한 차별 속에서 피어난 일정의 우울함과 짜증 등의 감정을 담는다. 작가는 이 정서 안에서 생겨난 상처를 글로 쓰며 자신과 사회의 현주소를 정의한다. ‘앳’은 현재 <마이너 필링스> 외에 <젊고 아픈 여자들>,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몸 번역하기>까지 4권이 나왔다.
‘온on’은 ‘~에 대해’라는 뜻답게 그보다 폭넓고 유연한 다양한 주제를 종횡한다. 정지돈 작가의 <스페이스 (논)픽션 >을 시작으로, 도서관 여행자의 <도서관은 살아 있다>, 조명받지 못하지만 어디에나 존재하는 가난한 삶에 관해 쓴 <일인칭 가난>, 26년간 타국 생활을 하는 번역가가 떠남과 머무름을 반복하며 타인의 언어를 나의 언어로 바꾸는 일을 하며 사회와 자신을 이해해나가는 과정을 담은 <작가, 피정> 등 현재까지 7권이 나왔다.
무엇보다 읽기 편한 크기와 무게, 주제를 다루는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까지 만듦새도 훌륭하다.
한국 공포의 현재
황금가지의 ‘중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
좋은 장르 문학 소설을 꾸준히 선보이는 황금가지가 내놓은 이 시대의 우리 공포 문학 작품선. 한국적 색채가 강한 공포 장르에 SF, 스릴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가 접목된 한국 공포 문학 중편선 시리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요일을 테마로 모은 7권짜리 공포 문학 단행본이다. 이 중 4편은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의 작가 프로젝트에 응모한 50편 중 선별한 것으로 참신한 우리나라 공포 문학의 현재를 경험할 수 있다. 단편과 장편 사이인 중편은 긴 소설 읽기가 어려운 사람에게도 쉽게 읽히며, 호흡이 짧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단편보다 몰입해 읽을 수 있다.
공포나 스릴러 등 특정 장르의 소설은 손이 가지 않는다거나,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믿었던 사람이라면 의심을 거두고 읽어볼 것.
이렇게 다양한 소설의 세계
은행나무 ‘시리즈 N°’, ‘에세’,
‘환상하는 여자들’ 시리즈
좋은 장르 문학 소설을 꾸준히 선보이는 황금가지가 내놓은 이 시대의 우리 공포 문학 작품선. 한국적 색채가 강한 공포 장르에 SF, 스릴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가 접목된 한국 공포 문학 중편선 시리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요일을 테마로 모은 7권짜리 공포 문학 단행본이다. 이 중 4편은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의 작가 프로젝트에 응모한 50편 중 선별한 것으로 참신한 우리나라 공포 문학의 현재를 경험할 수 있다. 단편과 장편 사이인 중편은 긴 소설 읽기가 어려운 사람에게도 쉽게 읽히며, 호흡이 짧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단편보다 몰입해 읽을 수 있다.
공포나 스릴러 등 특정 장르의 소설은 손이 가지 않는다거나,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믿었던 사람이라면 의심을 거두고 읽어볼 것.
청소년을 위한 새로운 생각들
휴머니스트의 ‘곰곰문고’
‘곰곰문고’는 휴머니스트에서 펴낸 청소년을 위한 시리즈물. ‘곰곰이 들여다봐야 만날 수 있는 가치, 세상과 나를 잇는 새로운 생각’을 전하는 것이 목표다. 2021년 <쇼핑의 미래는 누가 디자인할까?>를 시작으로 노동권, 소비, 비건, 역사, 탄소 중립, 의학 등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미래를 위해 꼭 알아야 하고 고민해 봐야 할 주제를 담고 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려운 주제를 쉽게 이해하고 싶은 어른까지, 적절한 인문서를 찾고 있다면 추천한다.
최근 출간한 <지붕 뚫고 홈런 스포츠 과학>을 비롯해 총 31권이 출간됐다.
지금 꼭 필요한 철학 입문서
까치글방의 ‘오늘을 비추는 사색’ 시리즈
국내에 다양한 인문·사회·자연과학 명저를 소개하는 출판사, 까치글방에서 고맙게도 철학 입문서를 내놨다.
‘오늘을 비추는 사색’ 시리즈는 장 자크 루소, 미셸 푸코,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에리히 프롬, 해나 아렌트, 카를 마르크스 등 시대를 관통하는 사상가 6명의 대표적 이론을 담았다. 푸코가 1970년대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한강의 와 그의 저서를 토대로 그가 평생 주장한 권력, 통치에 대한 이론을 짚고, 마르크스의 이론을 바탕으로 자본주의에 얽매인 우리의 현실을 돌아볼 단초를 준다. 지금 다시 이들이 소환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권력, 자유의지, 자본, 욕망, 휴머니즘 등 21세기에도 여전히 요원하고 희미한 개념을 재정의하고 확실히 가다듬기 위함이다. 책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느끼게 하는 좋은 시리즈다.
젊어진 이 시대의 인문 총서
민음사의 ‘탐구’ 시리즈
멀게만 느껴졌던 인문학을 우리 삶에 적용해 다가가려는 올바른 시도로 만들어진 시리즈. 학술서와 대중서라는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좋은 사례로 읽어볼 만하다. 민음사의 인문 총서 ‘탐구’ 시리즈는 일상에서 한 번쯤 느꼈을 법한, 혹은 느껴야 마땅한 ‘요즘’ 화두를 다룬다. 우리는 왜 이렇게 인터넷 콘텐츠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까? 이런 문제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20대 비평가 윤아랑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뭔가 배 속에서 부글거리는 기분>을 통해 현재 동시대 문화 현상과 그 이면의 의미를 탐구한 다. 페미니즘과 과학의 문제를 탐구한 과학기술자 임소연 의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정치가 삶에서 왜 중요한지를 찬찬히 설명하는 <우리를 바꾸는 우리>, 쏟아지는 온라인 홍수 속에서 사는 현재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개선할 점 등을 고찰한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 등 시의적절한 주제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