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JANUARY+ FEBRUARY

[ LIFE & ]상식의 틀을 깨는 건축 스튜디오 ①

과감한 디자인과 환경을 고려한 기술의 조화

스뇌헤타 건축 스튜디오
Snøhetta

노르웨이 바다에서 솟아오른 빙하와 같은
오페라하우스,
해시계 모양의
신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조약돌 형태의
킹 압둘아지즈
세계문화센터….
노르웨이 건축 스튜디오 스뇌헤타는
과감한 디자인과
환경을 생각하는 공법으로
새로운 건축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Editor. 두경아 Photo. 스뇌헤타, 각 장소

등산객에게 안전한 피난처이면서도 지형, 풍경과 조화를 이룬 바루드 쉼터
Refuge de Barroude

은행나무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한 베이징 시립 도서관. 기둥은 옥상의 빗물을
모아 흘려보내는 기능을 해 지속 가능성에도 기여한다.

노르웨이 건축 스튜디오 스뇌헤타 Snøhetta는 1987년 노르웨이 건축가 셰틸 T. 토르센 Kjetil Trædal Thorsen과 젊은 건축가 그룹이 설립했다. 스뇌헤타라는 이름은 노르웨이 도브레피엘 순달스피엘라 국립공원에서 가장 높은 해발 2,286m의 스뇌헤타산에서 유래했다.

스뇌헤타는 설립 초기부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1987년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기념하고 계승하는 신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건축 디자인 국제 공모전에서 당선되며 명성을 얻었고, 이 프로젝트로 아가 칸 건축상 Aga Khan Award for Architecture을 받았다. 2008년 완공된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는 미스 반데어로에상 Mies van der Rohe Award과 환경디자인 연구 협회상 EDRA Great Places, 유럽 도시 공공 공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뇌헤타의 건축 철학은 “건물과 건축이 기후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며, 각 프로젝트에서 책임감 있게 건물을 짓는 데 중점을 두고,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동시에 사람, 식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 중립을 유지하면서도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고자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스뇌헤타는 교육·연구 시설, 도서관, 박물관, 문화 기관, 공연장 등 공공시설과 자연 공간에 집중해 왔다.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독창적인 방식을 통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익적 공간을 창조한다는 점에서 호평받고 있다.


2026년 완공을 앞둔 부산 오페라하우스.
제2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꿈꾸고 있다.


반쯤 물에 잠긴 태양의 모습을 형상화한 디자인

2,000년 전 고대 도서관의 부활

신알렉산드리아 도서관

2002년 완공된 이집트 신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단순한 도서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도서관은 기원전 288년부터 기원후 30년까지 존재했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기념하고 계승하기 위한 재건 프로젝트로, 인류 지식의 보고이던 고대 도서관의 영광을 되살리고자 했다. 스뇌헤타는 지중해를 배경으로 해시계를 연상시키는, 반쯤 물에 잠긴 태양의 모습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새 도서관은 고대 도서관이 있던 곳과 가까운 해안에 건립됐다. 건물은 원통을 비스듬히 절단한 형태로, 바다 쪽에서 보면 지름 160m의 거대한 원판 형태를 띠고 있다. 이 원판은 앞으로 기울어 있으며, 상부에는 고대 쐐기문자 문양이 새겨졌다. 외벽은 회색 화강암으로 제작했고, 여기에 세계 120개 언어의 알파벳이 새겨져 있다. ‘세월’, ‘여름’, ‘강’이라는 한글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원형은 태양을 상징하며, 지식의 순환성과 시간의 유동성을 표현하고 있다. 현재 신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이집트 10파운드 지폐 뒷면에 등장하며, 현대건축과 고대 유산의 조화로운 결합을 기념하고 있다.

외벽에는 세계 120개 언어의 알파벳이 새겨져 있다.

고대 도서관의 정신을 이어받아 다양한 언어의 서적과
디지털 자료가 보관돼 있다.


바닥부터 옥상까지 이어지는 비스듬한 디자인은 방문객에게 설산을 오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노르웨이의 빙하와 피오르를 형상화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2008년 4월 개장한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는 노르웨이 최초의 오페라하우스로, 건축학적·예술적 관점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항상 방문객으로 붐비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건축디자인을 맡은 스뇌헤타는 오페라 하우스를 바다에서 솟아오른 노르웨이의 빙하와 피오르로 표현했다. 건물 외벽에는 3만6,000장의 흰색 대리석 패널과 투명 유리를 사용해 설산과 빙하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바닥부터 옥상까지 이어지는 비스듬한 디자인은 방문객들에게 설산을 오르는 듯한 느낌을 주며, 세계 최초로 지붕 위를 걸을 수 있는 오페라 하우스로 사랑받고 있다. 옥상의 알루미늄 패널은 햇빛을 받으면 빙하처럼 반짝이며 독특한 매력을 더한다. 반면 내부는 북유럽산 목재를 사용해 따뜻하고 부드러운 공간으로 연출했다.
이 건물은 바다 밑으로도 연결되어 있는데, 오페라의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위치하는 곳은 수심 12m의 바다 밑이라고 한다. 내부에는 오페라·발레·콘서트를 위한 3개 홀이 있으며, 1,364석의 대극장 외에도 200~400석의 공연장과 여러 연습실 등 총 1,100개 방이 있다. 건물 내외부 디자인뿐 아니라, 홀의 음향설계 역시 완벽에 가깝다는 평을 받고 있다.

내부는 북유럽산 목재를 사용해 따뜻하고 부드러운
공간으로 연출했다.

홀의 음향 설계도 완벽에 가깝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막 한가운데 조약돌이 모여 있는 독특한 외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4개의 조약돌이 이루는 미학

킹 압둘아지즈 세계문화센터

킹 압둘아지즈 세계문화센터는 2018년에 개관한 곳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다란 Dhahran의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다. 이 건물은 조약돌이 모여있는 독특한 외관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110m 높이의 메인 타워는 3개의 조약돌로 둘러싸여 있다. 조약돌 형태의 건물은 각각 도서관, 강당, 대회당으로 사용된다. 또 다른 조약돌인 키스톤 Keystone은 메인 타워와 도서관 사이에 기울어진 채 고정되어 있다. 각 건물은 물리적·기능적으로 모두 저마다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키스톤은 로마의 아치 구조처럼 전체 구조를 지탱하며 안정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단순한 건축 요소를 넘어 문화의 상호 의존성이라는 개념을 상징하는 것으로, 문화가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상호 연결된 힘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적 상호 의존성이라는 개념은 과거에서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는 타임라인에 의해 연결돼 있다. 타임라인을 건축적 표현으로 드러냈는데, 건물의 일부는 과거를 상징하는 기반 위에 세우고,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뻗어 있는 건물로 미래를 형상화한다. 미래에 대한 상징은 건물의 기능성과 더불어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개방형 프로그램에도 반영되어 있다.

모두에게 다양한 학습과 문화 경험을 제공하는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각각 공연장과 도서관

모두에게 다양한 학습과 문화 경험을 제공하는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각각 공연장과 도서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문화적 오아시스를 지향한다.


2만 개 이상의 투명도가 다른 유리로 이루어진 외관.

현대 파리의 중심에 있는 통합 건물

르몽드 그룹 본사

스뇌헤타는 프랑스 유명 출판 미디어 기업인 르몽드 그룹 Le Monde Group의 본사를 설계했다. 이 건물은 파리의 구시가지와 현대적인 지구가 만나는 교차점에 위치한 있다. 르몽드 그룹 본사는 2만3,000㎡ 규모의 조형미가 돋보이는 유리 건물로, 길이는 130m에 이른다. 건물 하중을 부지 전체에 고르게 분산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뇌헤타는 양 끝에 7층짜리 건물을 세우고 가운데를 비우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이렇게 생긴 아치형 공간은 공공 광장으로 활용되어 방문객이 잠시 머무르며 쉴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된다.
이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픽셀화된 유리 외피다. 외벽은 772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정교한 패턴으로, 2만 개 이상의 픽셀화된 유리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유리 요소는 투명도에 따라 완전 투명부터 불투명까지 다양한 범위를 나타내며, 빛의 변화에 따라 건물 외관이 달라지는 독특한 시각적 효과를 제공한다. 이 설계는 내부에서 멋진 경관을 조망할 수 있게 하면서도 일광 유입을 극대화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외피의 정교한 패턴은 신문과 잡지의 인쇄 글자를 상징하며, 1만㎡에 달하는 입면 전체가 하나의 텍스트 패턴처럼 보인다. 이 패턴은 멀리서 보면 더욱 선명하게 읽히며, 르몽드 그룹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파리의 독특한 도시 풍경에 조화롭게 녹아든다.

건물 사이의 아치형 구조는 누구나에게나 열린 광장으로 활용된다.

야외 테라스에서는 주변 도시 풍경과 센강을 내려다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