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MAY+JUNE

[LIFE &]Architecture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전 세계 건축물

도시의 회색 콘크리트 건물은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도시 열섬화 현상을 일으킬
뿐 아니라 에너지 사용량이 많아 온실가스
배출량도 상당하다.
그 대안으로 친환경 녹색
건물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진화하고 있는
환경친화적 건물을 소개한다.

Writer. 두경아

리틀 아일랜드는 강 위에 떠 있는 수백 개의 말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완성됐다.

처음부터 자연인 듯
미국 뉴욕 리틀 아일랜드

지난해 5월 미국 뉴욕 맨해튼 서쪽 허드슨강 위에 인공 섬이 생겼다. 인공 섬 리틀 아일랜드Little Island는 철길을 정원으로 만든 뉴욕 하이 라인 파크처럼 버려진 옛 55번 부두에 조성한 수상 공원이다. 구글 신사옥과 구조물인 베슬을 설계한 영국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이 초기 구상부터 인테리어, 디테일 등 디자인 전반을 맡았고, 링컨 센터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등의 조경을 담당한 MNLA의 시그니 닐슨이 참여했다. 개발은 민간 자본에 의해 이루어졌다. 하이 라인 파크 개발에 개인 최고 금액을 기부했던 딜러 부부가 또다시 투자에 참여했다.
허드슨강 위 9,700㎡(약 3,000평) 규모로 자리한 공원은 높낮이가 다른 132개의 튤립 모양 콘크리트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인공 대지를 만들어 조성되었다. 이렇게 만든 대지 위에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관목 등을 심었고, 그 사이로 산책길과 언덕, 계단, 700석 규모의 원형극장과 광장, 라운지 등이 들어섰다. 헤더윅은 강에 남아 있는 옛 부둣가의 흔적인 수백 개의 말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말뚝은 공원이 개장된 후에도 제거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데, 지역 역사 보존과 해양 식물 서식지 기능을 하게 되었다. 허리케인과 해일 등 자연재해를 대비해 바닷물에 부식되지 않은 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했고, 풍속과 조도 등을 계산해 기둥의 높낮이를 조정했다. 이 덕분에 자연스러운 굴곡이 생기면서 공원 안에 다양한 지형이 탄생했다. 공원을 관리하는 데 화학물질이나 제설용 염화칼슘 등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우수를 방류해도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박물관 지붕에 있는 동그란 창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시시각각 움직여 채광, 환기, 온도 등을 조절한다.

박물관 리모델링 시 이전 건물의 철골 중 95%를 재사용했다.

박물관 건물이 최고의 친환경 전시품
미국 캘리포니아 아카데미 오브 사이언스

캘리포니아 아카데미 오브 사이언스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는 샌프란시스코의 골든 게이트 공원 내에 위치한 자연사 박물관이다. 무려 150년 전인 1872년 설립됐으나, 1989년 지진으로 건물이 훼손되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2008년 재개관했다. 퐁피두 센터와 휘트니 미술관 등을 설계한 이탈리아 건축가 렌초 피아노가 맡았다. 재건축을 하면서 일부 건축물을 철거했는데, 그 과정에서 나온 폐자재를 새로운 구조물에 재사용했다. 이전 건축물의 철골을 95% 재활용했고, 단열재의 68%를 폐기된 리바이스 청바지를 제공받아 썼다. 또 지붕 처마에는 6만 개의 태양광발전 패널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도록 했다
살아 있는 지붕The Living Roof으로 불리는 박물관 지붕은 자연분해되는 5만 개의 코코넛 화분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그 위에 약 170만 종의 식물을 심었다. 지붕이 식물로 덮여 있으니 박물관 내부 온도가 5~6℃ 정도 낮아져 자연 냉방 효과를 낸다. 이 지붕을 덮은 얇은 토층은 연간 최대 1,400만 리터의 빗물을 받아 식물을 키우고 건물을 유지하는 데 사용된다. 지붕에는 원형 유리창이 달려 있는데 이 창을 통해 자연 채광은 물론, 환기와 온도 조절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이런 점들 때문에 2008년 미국그린빌딩협의회에서 최고 등급(플래티넘 인증)을 획득했다

계단식 논에서 영감을 받은 공중정원.

호텔 내·외부에 식재한 식물은 빗물 저장 시스템과 U-워터를 활용해 관리한다.

숲 부럽지 않은 호텔
싱가포르 파크로열 온 피커링 호텔

싱가포르 WOHA 건축설계 사무소에서 설계한 파크로열 온 피커링Parkroyal on Pickering 호텔은 2013년 문을 열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건물 내·외부에 일정 비율 이상의 녹지를 확보해야 건축 허가를 내주는데, 이 호텔은 정부가 정한 면적보다 2배나 넓은 면적에 녹지를 조성했다. 이러한 과감한 결정이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호텔의 신비로운 모습 덕분에 관광객이 끊임없이 찾는가 하면, 수직 정원을 벤치마킹하려는 전 세계 사람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이곳은 1885년 조성한 싱가포르 최초의 공원인 홍림공원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호텔 외부 정원은 계단식 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공중정원으로 구현했다. 빌딩 층층이 공중정원을 배치해 숲속 분위기를 연출했다. 호텔 내부는 대부분 목재로 마감했고, 벽면에는 외부와 마찬가지로 수직 정원을 조성해놓았다. 식물을 관리하는 데도 친환경 시스템을 적용했다. 빗물 저장 시스템과 U-워터(생활하수를 정수한 물)를 활용해 식물을 관리하고, 호텔 내·외부에 흐르는 물로 사용 중이다. 햇빛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천고를 높이고 통유리를 설치해 에너지 소모를 줄였으며, 밤에는 낮에 모아둔 태양열 시스템을 가동해 에너지를 절약한다.

리모델링된 한화빌딩은 건물 일체형 태양광발전 시스템으로 하루 평균 300kW의 전력을 생산한다.

태양 빛을 전기로 바꾸는 빌딩
한국 한화빌딩

1987년 건립된 한화그룹 본사 사옥이 45개월간의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2019년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한화빌딩 리모델링 설계는 네덜란드 건축 그룹 UN 스튜디오와 국내 대표 건축 설계회사 간삼건축이 협업해 진행했다. 재실 공법, 즉 한 번에 4개 층씩 순차적으로 공사를 하는 동안 나머지 층에서는 기존처럼 사무실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리모델링의 핵심은 ‘태양광’이었다. 빌딩 남·동측 8~29층과 옥상 전면에 건물 일체형 태양광발전 시스템BIPV과 옥상에 태양광 패널PV을 설치했다. 여기에는 자회사 한화큐셀의 태양광발전 기술을 활용했으며, 건물 주변의 태양 궤적을 분석하고 효율성을 고려한 위치와 각도로 태양광 패널을 배치했다. 이 덕분에 한화빌딩은 하루 평균 300k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빌딩 2개 층의 조명을 모두 밝히는 에너지에 해당한다.
건물은 기능과 함께 아름다움도 놓치지 않았다. 어둡고 차가운 느낌의 태양광 패널과 순백색 알루미늄을 디자인 포인트로 활용했다. 야간에는 자연, 데이터 처리, 에너지 흐름 등을 표현하는 외벽의 경관 조명을 밝힌다. 이 건물은 태양광 패널을 접목한 친환경 빌딩이라는 점에서 높은 주목을 받아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가 수여하는 ‘2021 CTBUH 어워드’ 레노베이션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국내 건축물로는 최초다

아크로스 후쿠오카는 덴진 공원과 접해 있어 최대한 자연과 어우러지는 모습으로 건축됐다.

스텝 가든에는 무려 200종, 5만 그루 나무가 자라고 있다.

친환경 건축물의 모범 답안
일본 아크로스 후쿠오카 스텝 가든

1995년 후쿠오카 도심에 건축된 아크로스 후쿠오카Acros Fukuoka는 공연장과 국제회의장 등이 자리 잡은 복합 문화시설이자 친환경 건축물의 모범 답안으로 꼽힌다. 설계는 아르헨티나의 해체주의 건축가 에밀리오 암바스가 맡았다.
거리 쪽에서 바라보면 평범한 건물처럼 보이지만 반대편인 덴진 중앙공원 쪽에서 바라보는 건물 전면은 푸른 식물로 뒤덮인 산과 같은 모습이다. 측면에서 보면 삼각형 모양을 띤다. 옥상은 계단식 정원인 ‘스텝 가든’으로 조성했다. 외벽을 따라 60m 높이 정상까지 이어진 계단식 정원은 2층부터 14층까지 약 5,400m²(약 1,633평), 면적에 76종 3만 7000그루의 나무를 심었는데, 현재는 새로운 종이 더해졌다고 한다. 이 덕분에 아크로스는 덴진 중앙공원의 푸른 잔디와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연출한다.
겉모습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규슈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크로스 주변 온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확연히 낮다고 한다. 스텝 가든이 여름철에는 뜨거운 햇빛을 반사해 실내 온도를 낮추고, 겨울철에는 찬 바람을 막아줘 난방 효과까지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