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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February

[SENIOR &]Signature Hole

동래베네스트GC

한겨울에도
푸른빛을 유지하는
한국 골프장의 역사

우리나라에서 여덟 번째로 오래된
부산 동래베네스트GC.
오랜 역사 덕분에 회색빛의 도심 한가운데 오아시스처럼 자리한다.
대나무가 빚어내는 절경과 한겨울에도
푸른 잔디를 만날 수 있는
동래베네스트 GC의
시그너처 홀을 소개한다.

Writer. 조수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Photo. 동래베네스트GC


대한민국 시그너처 홀

대한민국에는 540개가 넘는 골프장이 있습니다.
이 모든 골프장에는 오너와 설계자가 가장 공을 들인, 그 골프장의 ‘얼굴’이라 할 홀이 있습니다.
적게는 18홀, 많게는 81홀 가운데 가장 멋진 딱 한 홀, 바로 ‘시그너처 홀’입니다.
2024년에는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명문 골프장의 명품 홀을 소개합니다.

부산 남산역에는 비밀이 숨어 있다. 상가와 유동 인구로 북적이는 흔한 도심 풍경은 8번 출구에서 약 15분만 걸어가면 거짓말처럼 울창하고 아늑한 숲이 펼쳐진다. 금정산 자락에 정갈하게 자리 잡은 18개 홀을 돌다 보면 방금 전까지 도심 한복판에 있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진다. 부산이 품고 있는 ‘비밀의 정원’, 바로 동래베네스트 GC다.
골프장 곳곳에는 반백 년 세월이 묻어 있었다. 큼지막한 소나무와 향나무가 일품인 이 골프장의 시그너처 홀, 6번 홀(파 4)도 그랬다. 홀 왼쪽에 해저드와 금정산 자락을 끼고 크게 휜 도그레그 홀로, 산자락 너머에 그린이 있어 공략이 까다로웠다. “이 홀에서는 운과 실력 모두 갖춰야 스코어를 지킬 수 있습니다. ‘운칠기삼’, 정말 인생을 꼭 닮은 홀이지요.” 김도진 지배인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한국에서 여덟 번째로 오래된 골프장

동래베네스트 GC는 한국 골프장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1971년 김창원 신진 자동차 회장이 ‘동래 CC’로 문을 열었고 1978년 삼성이 인수했다. 삼성물산이 운영하는 골프장 가운데서는 1968년 개장한 안양 CC 다음, 국내 전체로 보면 여덟 번째로 역사가 긴 골프장이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아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산속에 파묻혀 일상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기에 동래베네스트는 오랜 세월 부산·경남 지역 정재계 인사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다. ‘골프광’으로 유명했던 고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도 부산에 올 때면 이곳을 종종 찾았다고 한다.
코스 곳곳에는 역사와 전통이 녹아 있다. 일본 골프장의 영향을 크게 받던 시절 만들어 지금도 홀당 2개의 그린을 쓴다. 그린 사이에는 오랜 세월을 품은 소나무가 서 있는 곳이 많다. 골퍼들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동시에 홀의 난이도를 끌어올리는 핸디 역할을 하는 나무들이다. 라운드를 돌다 만날 수 있는 380년 된 모과나무, 향나무 등은 웅장한 클럽 하우스로 단장한 요즘 골프장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유산이다.

도심 속이라고는 믿기 힘든 동래베네스트 GC 전경


1번 홀 티잉 구역에 서자 바람결에 실려온 사각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대나무 숲의 잎과 바람이 빚어낸 소리다. 동래베네스트 GC는 국내 골프장으로는 드물게 대나무를 조경에 적극 활용했다. 홀을 둘러싼 대나무와 곳곳에 배치된 소나무는 골프장을 한 폭의 동양화로 완성한다. 한국 토종 대나무 수종인 맹종죽이 약 3만 5,000m에 7만여 그루 심어져 있다. 4월이면 골프장 안의 대나무에서 캐어낸 죽순을 활용한 요리를 선보인다. 코스를 가득 메우는 벚꽃과 함께 전국의 골퍼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이는 일등 공신이다.



국내 유일 ‘금잔디 페어웨이’

한겨울에도 푸른 잔디를 볼 수 있는 동래베네스트 GC


국내 유일 ‘금잔디 페어웨이’

한겨울에도 푸른 잔디를 볼 수 있는 동래베네스트 GC 세컨드 샷을 위해 걸어가는 페어웨이에 발을 디딜 때마다 느껴지는 감각이 유독 부드러웠다. 얇은 잎이 땅에 바짝 붙어 있어 “삼성 골프장인데 안양 중지 대신 양잔디를 사용했나”고 물으니 김 지배인이 껄껄 웃었다. “확실히 밟는 느낌도 다르지요? 한국에서 유일하게 ‘금잔디’를 깐 페어웨이입니다.”
한국 잔디의 일종인 고려지, 일명 금잔디는 국내 골프장에서 가장 흔하게 쓰는 중지보다 잎의 폭이 좁고 밀도가 높아 양잔디처럼 폭신하고 부드러운 촉감을 제공한다. 잔디 높이 17mm를 유지하기에 샷 밸류도 정확하게 측정한다. 그러면서도 중지처럼 한국의 혹서기에 강하다. 어느 때보다 폭우와 폭염이 심했던 2023년 여름을 지내고도 페어웨이가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양잔디와 한국 잔디의 강점만 모아놓은 품종이지만 국내에서는 동래베네스트 GC에서만 만날 수 있다. 연중 온난한 기후에서 자라는 종이라 남부 해안가 일부 지역에서만 생육할 수 있는 데다 병충해에 취약하고 관리 비용이 비싼 탓이다. 페어웨이가 길고 평탄해 걷기 좋은 4번 홀(파 5)은 금잔디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홀이다.
동래베네스트 GC는 여기에 ‘한 끗’을 더했다. 바로 한겨울에도 푸른색을 유지하는 페어웨이다. 삼성물산의 골프장 가운데 유일하게 겨울 휴무 없이 문을 여는 골프장이기에 겨울철 골퍼들의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숙제였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덧파종 overseeding’이었다. 단풍이 들어 누렇게 변색되는 늦가을이면 싱싱한 녹색빛을 띤 양잔디 라이그래스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4년간의 시도 끝에 2023년부터 18개 홀 모든 페어웨이에 덧파종을 완성했다. 폭염과 폭우가 쏟아지는 여름에는 더위에 강한 고려지로, 한겨울에는 추위에 강한 라이그래스로 페어웨이를 메우면서 1년 내내 푸르고 빼곡한 페어웨이를 선보이게 됐다. 김 지배인은 “덧파종을 하면서 페어웨이의 잔디밀도도 이전보다 4배 늘어나 고객들의 만족도가 크게 올라갔다”라며 “다른 골프장이 휴장하는 12~1월이 동래베네스트 GC에선 최고 성수기”라고 말했다.



‘운칠기삼’ 인생을 꼭 닮은 홀

페어웨이가 길고 평탄해 걷기 좋은 1번 홀

대나무 숲 조경이 특징인 동래베네스트GC의 2번 홀



‘운칠기삼’ 인생을 꼭 닮은 홀

6번 홀 티잉 구역에 섰다. 티샷 목표 지점은 페어웨이가 꺾이는 지점 오른쪽 끝에 있는 향나무. 그런데 조금이라도 더 그린에 가까이 떨어뜨리고 싶은 욕심이 묻어났는지 티샷은 속절없이 눈앞의 해저드로 향했다. 동반자들 덕분에 멀리건을 얻어 다시 한번 티샷을 했고 페어웨이 가운데 140m로 안전하게 공을 보냈다. 전장이 길지 않은 데다 크게 휘어 있으니, 장타자라면 산자락을 넘겨 곧바로 그린을 노리는 것도 가능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지배인은 “장타에 자신 있는 남자 골퍼들은 종종 도전하신다. 하지만 원온은 거의 못 봤고, 이 글은 더더욱 못 봤다”고 했다.
세컨드 샷 지점에 도착하니, 무슨 얘기인지 알 것 같았다. 그린까지 이어지는 오르막, 그리고 2개의 그린 사이 자리 잡은 소나무 탓에 설령 티샷이 산자락을 넘겨도 그린 공략이 쉽지 않다. 김 지배인은 “단으로 물결치는 이 홀 그린을 ‘악마 그린’이라 부르는 골퍼가 많다”라며 “공이 어중간하게 떨어지면 어느새 4퍼트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라고 말했다. 운이 따르지 않으면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없고 운이 좋아도 실력이 없으면 스코어를 잃는, 인생의 축소판 같은 홀인 셈이다.
그날 6번 홀은 왼쪽 그린을 사용하고 있었다. 제발 소나무 아래로만 가지 않길 바라며 7번 아이언으로 공을 보냈다. 운이 따랐는지 나무 왼쪽으로 충분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어프로치 부담이 줄었다. 2단으로 물결치는 그린은 핀 이 어디에 꽂히든 골퍼들의 퍼트 실력을 매섭게 시험한다. 여기에 잔잔하게 숨어 있는 라이들 탓에 3퍼트로 홀 아웃. 더블보기였다. 김 지배인은 “싱글골퍼들도 투 퍼트로 마무리하기 쉽지 않은 홀이다. 이 정도면 운이 나쁘지 않았다”라고 위로해 줬다. 대나무 숲이 빚어내는 절경은 라운드 내내 골퍼들을 감동시킨다. 5번 홀(파3)에서는 반드시 온그린을 성공시키는 것을 권한다. 카트 도로를 따라 대나무 숲을 가로지르는 호사스러움을 누릴 수 있다. 총 18홀, 회원제 골프장으로 회원은 모두 1,200여 명이다. 회원권 손 바뀜이 거의 없을 정도로 회원들의 충성도가 높다.



Information

주소 부산 금정구 하정로 66
그린피 회원: 평일 6만7,000원, 주말 7만2,000원 / 비회원: 평일 20만원, 주말 24만원
문의 051-580-0300
홈페이지 www.benestgolf.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