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MAY+JUNE

[ WEALTH & ]Investment

각자도생의 통화정책과
채권투자

지난 4월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금융통화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로 내수경기 부양보다는 물가안정에 중심을 두는
통화정책 기조가 확인된 만큼 이에 따른 채권투자 전략 역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Writer.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투자전략팀 Economist)
Photo. 프리픽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이연移延

한국은행은 4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행(3.5%)대로 동결하기로 금통위 위원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위원들의 의견을 살펴보면, 총재를 제외한 6명 중 5명이 3개월 후에도 현재 기준금리 수준(3.5%)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으나, 1명은 기준 금리 인하 검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 위원이 3개월 후에도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한 이유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었고, 1명의 위원은 내수 부진에 대한 대응과 근원물가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헤드라인)은 3.1%(3월) 수준으로 2월에 이어 연속 2개월째 3% 초반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 측면을 대변하는 근원 core, 농산품과 에너지 제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의 전망치(연간 2.2%)에 부합하는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즉 최근 물가 상승률 하락이 평탄하지 않은 것은 농산품이 전체 상승률을 높이는 가운데, 연초 대비 높은 유가도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한국은행 총재는 이러한 헤드라인 물가와 근원물가의 이원화 decoupling 현상을 통화정책 운용의 큰 불확실성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이 평탄하지 않은 것은
농산품이 전체 상승률을 높이는 가운데,
연초 대비 높은 유가도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준금리와 주요 기간물 국채 금리 추이


한국 수입물가 상승률과 WTI 유가 상승률 추이

당분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대외 여건이 좌우할 것으로 예상

원론적으로는 통화정책이 총수요 관리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근원물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기후 요인 등 작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농산품, 지정학적 리스크나 산유국들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받는 원유 가격 등을 국내 통화정책으로 제어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이 민간의 기대 인플레이션 형성과 실제 생활에서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근원물가가 낮아지고 있다 하더라도 섣불리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안길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금통위원들의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이 언제 나올지에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가, 환율 등 대외 변수가 당분간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면에서 최근 대외 요인을 살펴보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건 조성에 긍정적으로 전개되는 모습은 아닌 것 같다. 먼저 최근 원/달러 환율은 연초 대비 5% 이상 높아진 가운데 연고점을 경신하며 레벨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 아울러 연초 대비 약 20% 가까이 높은 국제유가까지 고려하면, 국내 수입 물가 상승이 다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스라엘과 이란을 중심으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점은 유가와 원/달러 환율 안정에 긍정적이지 못하다. 그렇다고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만 해결되면, 글로벌경제가 한국은행 의 기준금리 인하 환경에 긍정적일지 예상해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미국은 견조한 성장성을 기반으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는 반면,
유럽은 그렇지 못한 성장세로 인해 유럽중앙은행 ECB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강화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금리 차이를 확대하면서
유로화 약세로 인한
상대적 달러 강세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각자도생의 통화정책과 채권투자

블룸버그에서 집계하는 주요 투자은행들의 2024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연초 1% 초반에 불과했으나 최근 2.2%까지 높아진 가운데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 (1월: 3.1% → 3월: 3.5%)도 함께 반등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연방기금금리 FFR 선물시장에 반영된 올해 예상 기준금리 인하 폭은 연초 5~6회에 달했으나 최근 1~2회까지 줄었고, 인하 시점도 삼사분기로 이연되었다.
이렇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이하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는 이유는 결국 미국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성이 기반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견조한 성장성을 기반으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는 반면, 유럽은 그렇지 못한 성장세로 인해 유럽중앙은행 ECB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강화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금리 차이를 확대하면서 유로화 약세로 인한 상대적 달러 강세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아울러 원/달러 환율도 쉽게 낮아지기 어려운 환경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금통위원들의 주된 목소리가 내수경기 부양보다는 물가 안정에 중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이연 되었고, 국내 채권금리는 지난해 말 대비 중장기물 중심으로 상승했다. 동 과정에 서 수익률 곡선 Yield Curve은 장단기 금리 차 역전이 해소 되면서 기울기가 가팔라졌다. 올해 채권 투자자의 성적표를 살펴보면 장기물보다 단기물에 투자한 사람들의 수익률이 더 높은 셈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수익률 곡선이 추가로 가팔라질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응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당분간 채권 투자는 단기물을 우선 고려하되, 장기물은 가격 부담이 완화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투자시계 investment horizon 아래 분할매수로 접근하는 편이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