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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OCTOBER

[ WEALTH & ]Investment

미국 주택시장 위축이
또 다른 위기를 낳을까?

지난 3월부터 시작된 미국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미국 부동산시장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위축된 부동산시장의 영향이 금융시장에
불안 요소로 작용할지에 대해 알아본다.

Writer. 박석현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애널리스트)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 보건 위기 국면은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을 빠르게 확산시켰고, 이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재정 팽창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시행한 제로금리정책 재도입으로 대응했다. 막대한 현금 유동성이 공급된 가운데 큰 폭의 마이너스 실질금리가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자산시장(주식·채권·부동산)의 충격은 2개월로 단기간에 일단락됐고, 오히려 초호황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했다. 주택시장 역시 이러한 자산시장의 호황을 이끈 한 축을 담당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미국 주택 가격 급등

코로나19 발발 직후 일시 부진하던 미국 주택 가격은 곧바로 강세로 전환했고, 제로금리와 어느 때보다 풍부해진 유동성을 기반으로 급등세를 이어갔다. 미국 주택 거래의 90%를 차지하는 기존 주택 가격은 2020년 9.4% 상승(연평균 중간 가격 기준)한 데 이어 2021년에는 17.8% 급등했고, 2022년 상반기에도 11.0% 상승을 이어가며 2년 6개월 동안 43.2% 급등했다.

미국 주택 거래의 90%를 차지하는 기존 주택 거래는 올해 상반기에
연율 기준 572만 호에 그치며 지난해 평균 대비 6.7% 줄어들었고,
이는 연간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에 해당한다.

연준의 공격적 긴축이 부른 주택시장 위축

미국 주택시장에 변곡점이 찾아온 것은 연준이 빠르게 금리를 올린 이후다. 예상을 뛰어넘은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연준은 3월부터 금리인상을 시작했고, FOMC를 통해 7월까지 네 차례 225bp 금리인상(3월 25bp, 5월 50bp, 6월 75bp, 7월 75bp)을 단행했다. 이로써 연준 정책 금리 밴드 상단은 2.50%에 도달했고, 시장금리 상승과 함께 미국 모기지 금리 30년물은 6%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그리고 높아진 금리 부담은 주택시장을 빠르게 위축시키고 있다.

팬데믹 이후 미국 기존 주택 가격 43.2% 급등

미국 주택 거래 큰 폭 감소

미국 주택시장 위축은 주택 거래에서 먼저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신규 주택 거래는 2019년 11.3% 증가한 데 이어 2020년에는 팬데믹 호황을 맞아 21.7% 급증한 바 있는데, 시장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2021년에는 11년 만에 가장 크게 줄어들며 -7.4%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 들어서는 지난해 평균 대비 -9.8%를 기록하며 거래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 미국 주택 거래의 90%를 차지하는 기존 주택 거래는 올해 상반기에 연율 기준 572만 호에 그치며 지난해 평균 대비 6.7% 줄어들었고, 이는 연간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에 해당한다. 미국 주택 거래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택 거래 선행지표인 잠정 주택 판매 현황과 주택시장 심리지표가 동반 급락하고 있는 점은 주택시장 거래 위축이 당분간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주택 매입 비용을 대변하는 모기지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올해 7월 주택 구입 모기지 신청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2%나 감소했다.

미국 주택 가격 정점 통과 신호 증가

제로금리와 역대급 유동성 환경 속에서 팬데믹 기간 중 급등한 미국 주택 가격은 정점 도달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 올해 6월 신규 주택 중간 가격은 40만2,000달러를 기록했는데, 기존 주택 중간 가격은 41만6,000달러를 기록하며 가격 역전이 일어났다. 신규 주택 가격이 2개월 연속 하락한 것과 달리 기존 주택 가격은 오름세를 지속한 점이 일시적 가격 역전의 원인이 됐지만, 중간 가격을 기준으로 신규 주택보다 기존 주택 가격이 높아진 것은 1999년 기존 주택 가격이 집계를 시작한 이후 2005년 6월에 이어 두 번째에 해당할 만큼 이례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급등한 주택 가격이 정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을 내포한다.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역사적 고점을 경신한 점도 미국 주택 가격의 정점 도달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1인당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 가격(신규 주택 중간 가격 기준)은 1970년 이후 장기 평균 676%를 과열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고, 750~800% 수준을 역사적 정점 수준으로 삼을 수 있는데, 올해 들어 이 비율은 828% 까지 상승한 바 있다. 소득 대비 주택 가격 상승이 과도하게 이루어진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고 있는 시장 환경은 주택 가격이 정점 확인 후 조정 국면을 거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소득 대비 주택 가격 역사적 고점 경신

연준 정책 금리와 국채 및 모기지 금리

미국 주택시장 위축이 또 다른 금융 불안 요인이 되지는 않을 전망

둔화하기 시작한 미국 주택 가격 상승세가 주택 거래 감소에 이어 조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워낙 가격 상승세가 가팔랐다는 점에서 주택 가격 조정 폭이 커질 위험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향후 예상되는 미국 주택시장 위축이 금융시장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첫째, 연준의 금리인상 폭이 향후 점차 줄어들며 국채 금리와 주택 모기지 금리 상승 압력도 점차 낮아질 수 있다. 7월 FOMC 기자회견을 통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누적된 정책 조정이 경제와 물가상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면서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물론 연준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물가상승률이 일단 정점을 통과한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에 따라 향후 연준 정책 조정 폭이 추가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연준이 추가 금리인상을 이어가더라도 9월 FOMC부터 인상 폭이 줄어들며 올해 금리인상 사이클이 기존 시장 전망(연방기금 금리선물에 반영된 올해 추가 금리인상 폭 100bp)에 부합하는 수준에 머무를 경우 시장금리 상승 압력은 점차 줄어들 수 있으며, 이는 미국 주택 가격이 급락 위험에 빠지기보다는 연착륙 국면으로 안착할 가능성을 제공한다.

미국 기존 주택 재고 역사적 최저 수준

미국 은행 대출 중 부동산 대출 비율

둘째, 미국 주택 가격이 금리 상승·거래 급감·경기 전망 위축 등의 영향으로 향후 조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낮은 재고 부담을 고려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급락 조정 위험은 제한될 수 있다. 미국 신규 주택 재고는 거래 급감 영향으로 올해 6월 45만7,000호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62.6% 급증했고,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최고치 대비 80%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 주택 재고에서 신규 주택보다는 전체 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기존 주택이 더 큰 의미를 갖기 때문에 여전히 낮은 기존 주택 재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기존 주택 재고의 경우 거래 부진 영향으로 최근 증가세를 보이긴 하지만, 6월 현재 126만 호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400만 호를 상회하던 것에 비해 30% 수준에 불과하다. 주택시장 환경이 위축되더라도 역사적 최저 수준에 위치하고 있는 기존 주택 재고는 주택 가격 조정 압력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셋째, 미국 가계대출 비율이 꾸준히 하향 안정되고 있고, 금융권의 가계 부동산 대출 비중도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 주택시장 위축에 따른 금융시장 위험 확대는 적절히 관리될 수 있다. 미국 GDP 대비 가계 대출 비율은 올해 1분기 말 현재 75.1%로, 역사적 고점을 형성한 금융위기 직전 2008년 1분기 97.7%에서 꾸준히 하향 안정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상업은행 대출에서 차지하는 가계 부동산 대출 비중 역시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큰 폭으로 낮아졌다. 만기형 및 리볼빙 주택담보 대출 비율은 금융위기 당시 각각 24%와 9%까지 높아진 바 있는데, 올해 1분기 기준으로 각각 18%와 2%로 크게 낮아졌다. 미국 가계와 금융권의 부동산 위험 노출이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에서 미국 주택시장 위축에 따른 파급 위험도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