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IOR PLUS]Stay
100년 전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곳
상상 속
시간 여행을
현실로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할수록 어쩐지
옛것에 대한 향수가 커져만 간다.
풍요로운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마음 한쪽에 자리 잡은
고독과 공허감을
촉촉한 감성으로 채워줄 수
있는 곳, 1900년대풍 공간들이다.
Writer. 강은진
Photo. 임익순, 각 업체 제공
호텔이 된 한약방
춘화당_목포
객실과 내부 곳곳에 소암 현중화 선생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작가들의 작품이 걸려 있다.
객실과 내부 곳곳에 소암 현중화 선생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작가들의 작품이 걸려 있다.
스테이 옆 카페에서는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호텔이 된 한약방
춘화당_목포
춘화당 한약방. 옛 느낌이 물씬 나는 좁은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세월의 흔적이 잔뜩 묻어나는 한약방 간판을 만나게 된다. 정겨운 파란 글씨와 은색 대문을 보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던 골목길이 생각난다. 조심스레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깥 풍경과는 사뭇 다른 고풍스러운 광경에 목포의 100년 역사가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1929년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춘화당은 목포역과 유달산 사이, 원도심을 지키는 근대 한옥으로 복도형 툇마루, 처마 끝 유리 장식장 등 근대 한옥의 구조를 고스란히 간직해 목포시 문화유산 제24호로도 지정돼 있다. 1950년대 제중병원, 이후 조내과를 거쳐 1980년대 ‘춘화당’이라는 한약방 건물로 사용돼 웬만한 목포 사람들에게는 춘화당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과거 소유자는 광복 후 미군정기에 목포시장을 지내고 정명여학교 교장을 역임하는 등 모두가 인정하는 목포의 유지 의사 최섭 씨다. 조경에도 조예가 깊었던 그가 가꾼 정원은 수령 100년을 훌쩍 넘는 오래된 나무와 귀한 라일락·철쭉·동백 등 사계절을 대표하는 꽃들이 춘화당 한옥과 어우러져 여전히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근대의 이색적인 매력을 지닌 춘화당은 현재 본채와 별채는 숙박 시설로, 바깥의 건물은 카페로 쓰이고 있다. 최소한의 리모델링으로 근대 한옥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했지만, 정성 들여 쓸고 닦으며 관리한 덕에 고택 특유의 불편함은 거의 느낄 수 없다. 체크인을 위해 입구의 카페로 들어가면, 남도 출신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예술적 감성을 향유할 수 있다. 또 클래식 전통 공연, 로컬 푸드를 이용한 미식 콘서트 등 자체 행사도 진행한다. 춘화당은 목포 원도심 중앙에 자리해 각종 관광지와 맛집에 접근성이 뛰어나다. 목포근대역사관, 구 목포 일본 영사관 등 역사적 자산을 비롯해 유달산공원, 노적봉 예술공원, 목포근대역사 문화 예술공원 등까지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
주소 전남 목포시 영산로59번길 35-7
문의 010-9173-1935
홈페이지 www.instagram.com/chunhwadang_cafe
하이엔드 레트로 감성
보눔 1957 한옥 앤 부티크_북촌
보눔 1957의 한옥은 고급스러운 세련미가 잘 드러난다
하이엔드 레트로 감성
보눔 1957 한옥 앤 부티크_북촌
띵동! 문 앞에서 벨을 누르면 커다란 철문이 열린다. 왠지 호텔이 아니라 아는 사람의 집을 방문하는 기분이 든다. 잘 가꾼 정원을 따라 들어가면, 기품이 흐르는 정원이 보인다. 어디선가 영화나 드라마 속 회장님이 나와 반갑게 맞아줄 것만 같다. 그렇게 보눔 1957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과거와 현재가 경계 없이 공존하는 북촌에 자리 잡은 보눔 1957 한옥 앤 부티크는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오래된 양옥을 개조한 부티크 호텔이다. 전통 한옥과 모던 양옥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이곳은 ‘보석 같은 장소’라는 뜻이다. 보눔 1957의 객실은 총 12개다. 한옥의 온돌 객실 2개와 양옥의 침대 객실 10개로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건물의 천장과 바닥, 계단, 조명은 1957년 지어질 당시 그대로라 하이엔드 레트로 감성을 만끽하기 그만이다. 특히 마당을 사이에 두고 한옥과 양옥이 조화를 이룬 모습이 신선하다. 마치 고매한 대감마님과 세련된 모던 보이 도련님이 나란히 선 모습이랄까. 양옥 1층 입구에 자리한 리셉션 위로 고풍스러운 샹들리에와 대들보, 붉은 벽돌이 이곳의 시간을 대신 말해주는 듯하다. 호텔로 개조하는 과정에서 현대의 재료로 새롭게 지은 한옥은 어딘가 럭셔리한 느낌을 풍긴다. 내부 역시 창호지 대신 유리를 덧댄 미닫이문과 반짝이는 마루, 샹들리에와 전통 자개장의 조합이 풍요로움을 더한다. 고전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양옥 객실은 보다 프라이빗하다. 천장과 바닥, 계단 등은 옛 모습 그대로라는데 촌스럽거나 낡은 구석이 없다. 한눈에도 그 시절 최고급 자재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관광객이 모두 돌아간 북촌의 늦은 오후, 고요가 호텔에 깃들기 시작하면 마당의 모과나무에서 은은한 향이 풍겨 온다. 그리고 진정한 휴식이 시작된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53
문의 02-763-1957
홈페이지 bonum1957.wordpress.com
하이엔드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한옥 객실
양옥 객실은 보다 프라이빗한 시간을 즐기기 좋다.
개화기 시대상 완벽 재현
강경호텔_논산
100년 전 개화기 근대건축 양식을 그대로 복원한 강경호텔
개화기 시대상 완벽 재현
강경호텔_논산
가베 한잔하러 떠나는 시간 여행의 최고 스테이는 강경호텔(스테이 인터뷰 강경)이다. 마치 드라마 세트장에 들어온 것처럼 근대 개화기 시대상이 완벽하게 재현돼 있기 때문이다. 바로 경성 구락부다. 100년 전 개화기 강경 지식인들의 뜨거운 열정과 애환이 담긴 근대 건축물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이다. 동해 원산항과 함께 조선 양대 포구였던 강경포구는 19세기 말엽까지 ‘1 평양, 2 강경, 3 대구’라는 말이 돌 정도로 큰 시장이었다. 강경이 번창하니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대거 몰려왔고, 근대화된 상점이 많이 생겨나며 은행까지 개설되었다. 1911년에 문을 연구 한일은행 강경지점이다. 논산시는 이곳을 매입해 강경역 사관으로 꾸미고, 커피숍과 호텔, 식당 등을 당시 모습 그대로 복원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 중심에 강경호텔이 있다. 레트로풍으로 꾸민 호텔은 시간 여행을 꿈꾸는 여행자의 로망을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곳이다. 근대 서양식 콘셉트의 고풍스러운 2층 호텔과 다다미방의 근대 일본식 객실 두 가지 테마로 구성해 취향대로 고르기 좋다. ‘커-피하우스’라는 당시 한글 글꼴 느낌을 물씬 살린 간판이 이색적인 카페 문을 열면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100년 전 바로 그 호텔에서 잠을 자고, 당시 신메뉴 돈가스를 맛보고, 커피하우스에서 우아하게 커피 한잔한다면 모두가 모던 보이, 모던 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강경역사관을 중심으로 남일당 한약방, 구 강경노동조합 건물(현 강경역사문 안내소)등 강경근대문화거리의 근대 건축물을 탐험하 듯 찾아다니다 보면 당시 번화했던 강경 일대를 쉽게 그려 볼 수 있다.
주소 충남 논산시 강경읍 계백로 167번길 50
문의 010-8107-9156
홈페이지 stayinterview.co.kr
일본식 다다미 객실 전경
개화기의 고풍스러운 서양식 객실
화려했던 옛 명성 그대로
호텔목화_목포
1964년 근대 양옥 여관 관해장으로 운영됐던 목화호텔 전경
화려했던 옛 명성 그대로
호텔목화_목포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묵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독산 바위 위에 있는 이곳은 1964년 근대 양옥 여관 관해장으로 문을 열어 당시 목포를 방문한 대통령 등이 묵은 고급 숙소였다. 이뿐 아니라 근대 역사를 다룬 수많은 영화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세월이 지나 여관 산업은 쇠퇴했지만, 이러한 공간의 가치를 살리고자 2020년 호텔목화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목화라는 호텔의 이름은 옛 목포항에서 면화 물동량이 많았던 역사적 사실에서 비롯됐다. 오래된 건물의 매력을 최대한 보존한 호텔목화는 총 6개 객실이 있는 한옥 사랑채와 1층부터 3층까지 총 13개 객실이 있는 근대 양옥 여관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곳의 한옥은 조선 시대 장산도 원님의 사랑채로 쓰이던 약 330년 된 고택으로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한옥 건축 기법 20여 가지가 그대로 남아 있어 가치를 더한다. 호텔목화의 백미는 양옥 301호 대통령실이다. 말 그대로 목포를 방문했던 대통령들이 묵던 방이다. 크지 않은 객실이지만 특별한 기운 때문인지 꿀잠이 보장된다. 과거 한옥과 여관의 형태를 보존한 호텔목화의 객실에서는 바깥 풍경을 즐길 수 없지만, 건물 루프톱에 올라가면 목포항을 비롯해 유달산, 항동시장 등 원도심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체크인·아웃은 호텔목화에서 도보 약 5분 거리에 위치한 호텔목화 카페& 베이커리에서 돕는다. 카페는 1899년 6월 창간한 목포 최 초의 지역 신문사 건물이었다. 캐리어를 끌고 가는 일반 호텔과 달리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밴 골목길 계단을 올라가야 하지만, 레트로 감성 가득한 호텔목화에서의 시간은 그런 수고로움은 얼마든지 감수하고도 남을 만하다.
주소 전남 목포시 만호로38번길 4
문의 010-2900-8399
홈페이지 hotelmokhwa.modoo.at
조선 시대 장산도 원님의 사랑채였던 330년 된 목화호텔 한옥 스테이
근대 양옥 여관의 객실
제대로 된 촌캉스 명소
밭가운데집_태안
시골의 안온함을 느끼기 좋은 밭가운데집
단정한 온돌방은 옛 추억을 만끽하기 좋다.
이름 그대로 밭 가운데 있는 농가 주택이다. 그 옛날 서울로 간 머리 좋은 장남이 늘 그리워했을 법한 집이다. 1950년대에 지은 이 집은 요즘 유행한다는 ‘촌캉스’로 뭉뚱그리기엔 아까운 단정한 기운이 흐른다. 소담한 방에서 하룻 밤 자고 있어나면 묵은 피로가 절로 가신다. 조용한 시골의 정취는 덤이다. 무엇보다 아직도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방을 덥히는 모습은 정겹기만 하다. 현대식 호텔과 비교하면 조금 불편할지 모르지만, 이곳을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편안한 하룻밤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시간이 없어 읽지 못한 조금 두꺼운 책 한 권 챙겨서 밭가운데집으로 떠나보자. 따뜻한 아랫목이 그 누구보다 반갑게 맞이해줄 것이다.
주소 충남 태안군 태안읍 그절미길 30-8
문의 010-9135-678
깊은 산속 오두막 마을
고운동천_산청
지리산 깊숙한 곳에 위치한 산장 고운동천
깊은 산속 오두막 마을
고운동천_산청
산속 깊은 곳에 시인의 집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밤이면 별이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는 알음알음 입소문 자자한 산장이다. 지리산 골짜기 7만여 평의 숲에 자리 한 이곳은 찻집과 식당으로 사용하는 본관을 중심으로 여러 채의 오두막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집 은 작은 연못이 딸린 너와집 고운채다. 산중의 사계절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다. 워낙 깊은 산속에 있다 보니 여름이라도 군불을 지펴야 방 안의 냉기가 가실 정도다. 가을 단풍의 화려함은 말해 무엇하리. 고운동천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것은 주인의 일품요리다. 투숙객에게 제철 채 소를 이용해 만든 소담한 아침과 저녁 식사가 제공되는데, 정갈하기 이를 데 없다. 고운동천의 밥상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 이들이 많다.
주소 경남 산청군 시천면 고운동길 377 고운동천
문의 010-9732-1377
홈페이지 www.instagram.com/goun._.dongch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