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Pick
어떤 매력에 빠져볼까?
테마별로 즐기는
우리나라 명산
국내 명산으로 꼽히는 산들은 사계절 어느 때고 찾아가도 좋지만,
특정 기간 혹은,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제각각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국내 명산 중 초보자도 쉽게 오르며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산 몇 곳을 테마별로 소개한다.
Writer. 지언
Photo. 셔터스톡, 한경DB, 게티이미지뱅크
다이내믹함과 모험을 원한다면
Plus Tip 바위산은 일반 산과 다르니 암릉 산행 시 장갑은 필수다. 암릉에 설치된 밧줄의 안전 여부도 꼭 점검한 후 이용해야 한다.
운해와 기암괴석이 빚어내는 풍광
영암 월출산(809m)
전남 영암군에 위치한 월출산은 해발고도가 높지 않지만 산세가 웅장하고 수려하다. 천왕봉을 주봉으로 구정봉, 사자봉, 도갑봉 등이 동서로 하나의 작은 산맥을 이루고,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이 많아 영산으로 꼽혀왔다. 또 설악산, 주왕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바위산으로 꼽힌다. 월출산의 명물은 길이 54m의 구름다리와 서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몰과 일출 풍광이다. 천왕 봉에 오르면 사방이 탁 트인 전망에 산과 구름이 어우러져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월출 산의 운해는 평야의 들바람과 영산강의 강바람이 맞부딪치며 만들어낸 장관이다. 운해와 기암괴석, 해가 어우러져야 월출산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 사무소에 서 시작해 구름다리, 천왕봉을 거쳐 구정봉, 미왕재, 도갑사에 이르는 주능선 길이 가장 인기 있는 코스다.
산행시간 6시간 난이도 ★★★★ 산행 거리 9km
많은 사찰과 명승고적을 품은 우리나라 12대 명산
합천 가야산(1,403m)
경남 합천의 가야산은 옛날 가야국이 자리한 이 지역에서 가장 높고 깊은 산이어서 붙은 이름이다. 우리나라 12대 명산 중 하나로 조선 8경에 속했다. 한국 최고의 계곡 홍류동이 있고, <정감록>에서 언급한 십승지 중 하나인 만수동(지금의 마수리로 추정)이 있는 곳이다. 홍류동 계곡 단풍은 전국 어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홍류동의 정확한 유래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봄에는 꽃으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붉게 물든 계곡물이 흘러서 명명됐다”라고 전한다. 홍류동 입구는 실제 지명이 무릉동이다.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무릉도원을 연상하기에 충분하다. 가야산 월별 방문객도 10월에 가장 많다. 전부 단풍 행락객이다. 그만큼 환상적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산세가 부드러운 구간도 있지만, 가야산에서 가장 유명한 만물상 코스는 가파르고 험하다. 바위들이 1만 가지 형상을 이루어 만물상이라 부르며 오랫동안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했으나, 2010년부터 오를 수 있게 됐다. 만물상 코스는 험준한 만큼 경치도 아름다워 예약해야만 입산할 수 있다.
산행시간 6시간 난이도 ★★★★★ 산행 거리 9km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싶다면
Plus Tip 대둔산은 유황 온천수로도 유명하니 산행 후 온천을 즐기는 것도 추천한다.
호남의 소금강
완주 대둔산(878m)
전북 완주, 충남 논산과 금산의 경계에 있는 대둔산은 기암절벽과 암봉이 어우러진 산세가 빼어나 ‘작은 설악산’ 또는 ‘호남의 금강산’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특히 가을이면 단풍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협곡마다 색색의 비단을 펼쳐놓은 듯하다. 정상 마천대를 비롯해 임금바위와 마왕문, 입석대, 신선바위, 돼지바위, 장군봉, 동심바위, 형제봉, 금강문, 칠성대, 낙조대 등 대부분의 명소가 주능선 남쪽인 완주군 방면에 있다. 초보자라면 케이블카를 이용해 정상까지 오르면 700m로 길지 않지만, 총 127개의 삼선계단이 가팔라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오르기 쉽지 않다. 대둔산의 명물은 국내 최초의 현수교인 금강구름다리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사이에 놓인 높이 80m, 길이 50m의 구름다리가 출렁거리며 짜릿함을 선사한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풍광 또한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산행은 주로 정상인 마천대에 올라 경치를 즐기고, 낙조대를 거쳐 용문골쪽으로 하산한다.
산행시간 4시간 난이도 ★★★ 산행 거리 5km
Plus Tip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화왕산 인근의 관룡산도 같이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Plus Tip 산 정상에서 관룡사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으면 된다.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용선대와 관룡사에 들를 수 있다.
산 정상에서 즐기는 10리 억새 평원
창녕 화왕산(756m)
경남 창녕 동쪽에 위치한 화왕산은 봄에는 진달래, 가을에는 환상적인 억새 풍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정상부의 평원은 다른 산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지형으로 가을이면 그곳이 억새밭으로 변해 장관을 이룬다. 산이 높지는 않지만 경관이 수려하고, 북쪽 능선은 바위를 깎아지른 듯해 철옹성 같은 느낌 을 자아낸다. 화왕산의 등산로는 자하곡 매표소에서 시작한다. 입구의 화왕산성을 지나 환장고개까지 길게 이어진 돌계단을 오르는데, 1.8km에 달하는 구간으로 걷는 시간만 따져 40분쯤 걸린다. 환장고개에 올라 서면 눈앞에 드넓은 억새밭이 나타난다. 억새밭은 서문과 동문을 잇는 등산로 양쪽으로 완만하게 펼쳐져 있다. 하산할 때는 도성암을 거쳐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면 된다.
산행시간 3시간 난이도 ★★★ 산행 거리 6km
조선 8경으로 꼽던 단풍의 아름다움
정읍 내장산(763m)
Plus Tip 단풍만 감상하고 돌아갈 것이 아니라 내장사 부속 암자인 원적암 일대의 비자림(천연기념물 제153호)이 유명하니 꼭 둘러보자.
전북 정읍의 내장산은 예부터 가을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산 이다. 단풍 명산 중에서도 단연 첫손에 꼽히는 이유는 지리적 위치 때문이다. 일교차가 크고 일조시간이 길수록 단풍의 색이 선명한데, 내장산은 남부 내륙에 위치해 일교차도 크고 주위에 큰 산이 없어 일조시간도 길다. 단풍나무의 수종도 애기단풍나무, 신나무 등 11종으로 다양해 화려한 색감의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내장산 특유의 애기단풍은 잎이 어린아이 손처럼 작고 앙증맞으며, 빛깔이 고운 것이 특징이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내장산 입구 일주문부터 내장사 앞 극락교까지 2km 구간의 길 양쪽에 수령 50~200년 된 단풍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어 특히 인기가 많다. 등산 초보라면 단풍 터널을 지나 케이블카를 타고 연자봉 아래의 전망대에 다녀온 후 내장사를 거쳐 내려오는 코스가 적당하다. 단, 케이블카 이용 시 긴 대기 시간은 감수해야 한다. 일반 코스는 내장사를 거쳐 까치봉을 지나 정상에 오른 후 연자봉을 통해 하산한다.
산행시간 4~5시간 난이도 ★★★ 산행 거리 7km
바다와 산을 모두 즐기고 싶다면
Plus Tip 고흥까지 온 만큼 소록도 탐방도 같이 해볼 것을 추천한다. 고흥 일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꼽히며 연 3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8개의 암봉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고흥 팔영산(609m)
전남 고흥에 위치한 팔영산은 8개의 봉우리가 절묘한 산세를 이루고 있어 이름난 산이다. 특히 멀리서 바라보면 날카로운 봉우리들이 나란히 늘어선 모습이 한눈에 들어와 누가 보더라도 그 수려한 산세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고흥분소를 지나 능가사 쪽 등산로로 진입해 1봉인 유영봉부터 순서대로 8봉인 적취봉까지 종주한 후 탑재를 거처 하산하는 원점 회귀 산행을 많이 한다. 8개의 암봉을 오르내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암봉마다 표지석을 설치해 포토존 역할을 하며 소소한 재미를 준다. 암봉의 연속이지만 안전시설도 잘 갖춰 위험하지 않고 봉우리 사이의 우회로를 이용하면 초보자나 노약자도 무리 없이 산행을 할 수 있다. 바위를 타는 스릴과 더불어 발아래 보이는 고흥 앞바다 풍광은 팔영산이 아니면 누리기 어려운 호사다. 봉우리 위에서 보는 낙조 또한 멋지다. 낙조 시간에 맞춰 산행 계획을 세워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산행시간 4~5시간 난이도 ★★★ 산행 거리 8km
Plus Tip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의 고향이 바로 통영이다. 박경리 작가의 서재를 재현한 공간부터 국내외에 출간된 작가의 책에 대해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 박경리 기념관도 찾아가 보길 권한다. 통영에 왔다면 충무김밥과 통영꿀빵을 맛보는 재미도 놓치지 말자.
동양의 나폴리를 품은 명산
통영 미륵산(461m)
경남 통영의 미륵도에 있는 미륵산은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명산의 덕목을 두루 갖추고 있다. 통영과 연륙교로 이어지는 미륵도 중앙에 자리하고 있어 한려해 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울창한 수림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과 갖가지 모양의 바위가 비경을 이루고 있다. 또 고려 중기 작품인 지장 보살상과 시왕상 등을 모신 용화사 같은 고찰도 산재해 명산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미륵산의 등산로는 거미줄처럼 조밀하게 나있다. 일반적으로 용화사 광장에서 시작해 관음사, 도솔암, 여시재를 거쳐 정상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코스를 많이 선택한다. 4km 정도 거리에 2~3시간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미륵도 역시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섬 남단에 자리한 달아공원의 관해정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특히 일품이다.
산행시간 2~3시간 난이도 ★★ 산행 거리 약 4.2km
눈꽃의 신비로움을 즐기고 싶다면
환상적인 눈꽃과의 만남
무주 덕유산(1,614m)
덕유산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때 찾아도 늘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넘치는 산이지만, 겨울 풍광이 특히 백미로 꼽힌다. 눈꽃과 상고대가 황홀경을 이루는 능선과 고산 특유의 빼어난 조망 덕분이다. 특히 1월은 방문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스키장 곤돌라를 이용하면 접근하기 쉽지만, 직접 산 을 오른다면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험준한 산세와 매서운 바람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구천동 탐방지원센터에서 인월담을 지나 백련사까지는 비교적 편안한 산책로였다면, 백련사부터 정상인 향적봉까지 2.5km는 오르막이 끝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추위도 잊게 한다. 덕유산 눈꽃 산행의 하이라이트는 향적봉에서 설천봉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주목, 구상나무, 철쭉나무에 눈이 켜켜이 쌓여 피워낸 눈꽃과 상고대는 덕유산에서만 볼 수 있는 절경이다.
산행시간 6시간 30분 난이도 ★★★★ 산행 거리 17km
봄기운을 느끼고 싶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대 철쭉 군락지
합천 황매산(1,108m)
Plus Tip 철쭉 군락지까지 길이 잘 닦여 있고 오토캠핑장도 잘 조성되어 있다. 밤에 즐길 수 있는 은하수와 환상적인 일출은 뜻밖의 선물이 될 것이다.
황매산은 지리산 바래봉, 소백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철쭉 군락지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황매산은 전국 최대 규모로 유명하다. 방탄소년단 RM의 ‘들꽃놀이’ 뮤직비디오 촬영지이자 미국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곳 50선’에도 꼽혔다. 황매산의 철쭉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5월 초. 자동차를 이용해 철쭉의 바다, 황매평전까지 쉽게 오를 수 있지만 황매산의 매력을 고스란히 만끽하고 싶다면 모산재를 거쳐 올라갈 것을 권한다. 가파른 길을 종종 바위를 타면서 올라야 하지만, 온 갖 모양새의 기암괴석이 힘든 순간마저 즐기게 만든다. 모산재에서 황매산 정상으로 가다 보면 철쭉 군락지가 나 타난다. 아마도 지금껏 볼 수 없던 광경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황매평전에서 정상까지 가는 코스는 경사 급한 계단이지만, 정상에서 철쭉이 만개한 모습을 내려다보는 즐거움을 놓칠 수 없다면 기꺼이 오를 일이다.
산행시간 6시간 난이도 ★★★★ 산행 거리 13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