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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FEBRUARY

[ WEALTH & ]Insight

2023년 자산관리가
나아갈 방향

올해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회사와 투자자 모두 자산관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우리보다
앞서 시장을 발전시켜온 유럽의 금융회사에서
국내 자산관리가 나아갈 방향의 힌트를 찾아보자.

Writer. 김진선(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자산관리연구실장)
Photo. 게티이미지뱅크

2023년 자산관리 시장은 과연 어떻게 변화할까? 2022년 주식, 부동산, 코인 등 자산가격이 전반적으로 정체하거나 하락하는 분위기에서 다소 투자에 흥미를 잃었을 수도 있다. 그런 만큼 2023년 새해에는 과연 내 투자가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어디로 돈을 옮겨야 좋을지 고민이 많을 시점이다. 게다가 팬데믹 기간에 급등했던 자산가격이 회귀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만큼 돈을 잘 벌 수 있는 투자처를 고르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달러 투자, 지금이라도 해야 하나?

‘2800~3300’, 2021년 말 14개 주요 증권사가 예측한 2022년 상반기 코스피지수의 평균 범위다. 반기로 환산하면 수익률을 –6~10.8%로 전망한 것이다. 실제로 2022년 6월 말 코스피지수는 2332.64. 2021년 연말부터 2022년 6월 말까지 코스피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5분의 1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다. 전망이 어긋났다는 사실을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다. 주가나 시장을 전망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2021년 말만 해도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킬 것도,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펴며 도시를 봉쇄할 것도 예상할 수 없었다. 자산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너무나 많다. 전망만을 근거로 돈을 벌기 어려운 구조다. 이뿐 아니라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수익에서 우위를 보인 자산군도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 10년 동안 어떤 자산이 투자자에게 가장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었을까? 국내 주식, 국내 채권, 미국 주식, 미국 채권, 원자재, 금, 달러, 사모펀드Private Equity, 이하 PE , 부동산, 인프라 이들 10종의 자산을 대표하는 가격 지수를 바탕으로 2013년부터 2022년 9월까지 매년 수익률 순위를 산출해보았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 수익률에서 장기간 절대적 우위를 보인 자산군은 없다. 국내 주식KOSPI200의 경우 2017년은 수익률 2위, 2020년은 1위를 차지했으나, 각각 이듬해인 2018년과 2021년은 10위와 7위로 순위가 곤두박칠쳤다.

그림 1 과거 10년간 자산군별 수익률 순위

주1) 2022년 수익률은 3분기 말까지 수익률
주2) 활용한 지수: 미국 주식(S&P500), 미국 채권(Bloomberg US Treasury), 원자재(S&P GSCI), 금(Generic 1st ‘GC’ Future Comdty), 인프라(MSCI Infrastructure Net Total Return USD), 부동산(NCREIF Property), 달러(DXY), PE(Refinitiv Private Equity Buyout), 국내 채권(KTB(TR)), 국내 주식(KOSPI200)
자료 Bloomberg, 한국거래소,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안정적 수익을 위한 자산관리의
핵심은 포트폴리오 관리

올해 가장 수익률이 높아질 자산 또는 종목을 정확히 선정하고, 언제 가격이 떨어지거나 오를지 또한 정확히 예상해 매매에 나서는 것이 돈을 벌기에 이상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이는 신의 영역이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모든 상품은 가격을 예측할 수 없을뿐더러 오랜 기간 수익률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시장변화에 최대한 영향을 덜 받는 방식의 투자, 바로 포트폴리오 투자가 답이다. 포트폴리오 투자는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여러 자산에 분산해 투자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금융상품을 여러 개 구매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자신의 투자 성향과 장기적 시장 전망을 반영해 최적의 위험 대비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자산 간 배분 비율을 찾아 내는 것이 핵심이다.
포트폴리오 투자의 기본 원리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을 함께 투자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한 자산의 가격이 떨어질 때 다른 쪽에서는 수익을 보기 때문에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통계적으로는 이러한 상황을 두 자산 간 ‘상관관계가 낮다’라고 표현한다. 예를 들어 살펴보자. 과거 5년(2018~2022년 3분기) 동안 매 분기 말 연간 수익률을 산출했을 때 국내 주식은 평균 4.4%의 수익률을 보였으며, 가장 손실이 클 때가 –30%였다(그림 2에서 파란색 선). 이 기간 중 국내 주식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큰 국내 채권, 해외 부동산1)에 분산해 투자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국내 주식과 국내 채권에 같은 비율로 투자한다면 평균 수익률은 3.3%로 조금 낮아지지만, 최대 손실률은 –16.9%로 절반에 가깝게 줄어들게 된다(초록색 선). 그리고 여기에 해외 부동산을 20% 섞으면 평균 수익률은 4.5%로 올라가고 최대 손실 폭은 –10.3%로 줄어들게 된다(주황색 선). 일반적으로 포트폴리오에 포함하는 자산 수가 많을수록 자산가격의 변화가 줄고, 수익률은 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나의 자산 또는 종목에만 소위 몰빵으로 투자했을 때 수익률이 높은 경우도 물론 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운이 따르거나, 손실을 감당하면서 가격이 급등할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다. 자산관리의 목적은 특정한 기간 내에 최대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안정적 수익을 내는 것이어야 한다.

그림 2 단일자산과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비교

포트폴리오 관리가 안착된 유럽의
자산관리 시장

필자는 2022년 10월, 운 좋게도 유럽 유수 금융회사(HSBC, UBS, BNP Paribas, Julius Baer 등)의 자산관리 담당자를 만나 이들의 자산관리 비즈니스 시스템에 대해 연구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자본시장과 자산관리 영업이 발전해온 나라답게 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이에 맞춰 운영도 잘되고 있었다. 이들 금융회사 담당자가 예외 없이 자사 자산관리 영업의 특징이자 강점으로 내세운 것이 ‘고객 중심’의 철학이었고, 이를 위한 실행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포트폴리오 기반’의 고객 자산관리였다. 금융회사가 특정 상품의 판매에 집중하다 보면 고객 입장에서는 이상적인 자산관리 대안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리스크에 대한 고객의 성향을 고려해 자산군별로 배분 비율을 정하고, 그 비율 내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제시하는 이른바 톱다운top-down 방식2)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런 방식의 자산관리는 최고의 수익률은 올리지 못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이 안정적으로 꾸준히 관리되기 때문에 고객에게는 이익이 된다. HSBC에서는 고객 포트폴리오 목표수익률을 5~6% 선에서 설정하고, 자산관리 담당자PB 성과를 고객의 수익률과 연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 유지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의미다. 고객우선주의 철학은 자산관리 영업을 위한 제반 시스템의 설계와 운영에도 영향을 미친다. UBS는 PB가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본점의 리서치 조직과 자산 배분 담당 조직 등이 협업해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이를 전산시스템으로 구현해 이용 편의성을 높인다. 또 시스템상에서 고객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다시 배분하는 리밸런싱을 하도록 제안한다. BNP 파리바BNP Paribas는 최근 고객군을 기존 PB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던 대중 부유층(운용자산이 1억~3억원인 고객)까지 전략적으로 확장하고 있는데, 이들에게도 포트폴리오적 접근을 우선시한다고 소개했다. 대중 부유층은 아무래도 금융사 입장에서 고액 자산가에 비해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중심의 비교적 단순한 포트폴리오로 접근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원칙은 포트폴리오 관점의 자산관리인 것이다. 이 금융회사들은 자문이나 일임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문이란 고객에게 투자방안을 조언하는 행위이며, 일임은 고객의 돈을 맡아서 금융회사가 대신 운용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국내 자산관리 서비스 중 자문이나 일임 형태를 띠는 것으로 증권사의 랩Wrap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다.

포트폴리오 중심의 자산관리 서비스
확산을 위한 요건

포트폴리오 중심의 자산관리가 고객 지향적 방식이라면 왜 국내에는 널리 도입되지 못하고 있을까? 사실 국내 금융회사의 자산관리는 고객 자산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배분해 관리하기보다는 개별 금융상품(펀드, 보험 등) 판매에 치우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럽과 비교 할 때 역량이나 자원이 부족하다기보다 자산관리의 목표 자체가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앞서 말했듯 시스템은 목표 또는 철학에 부합되도록 구축하기 마련이다. 일단 규제의 문제도 있다. 국내 자산관리 영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의 경우 자문이나 일임이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어 있다. 투자자문업은 부동산에 한해 수행할 수 있으며, 투자일임업은 개인종합 자산관리계좌ISA에 한해 가능하다. 최근에 금융당국에 서는 종합 자산관리자로서 은행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자문업에 대한 제한을 풀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 규제 이슈는 점진적 해결이 기대된다. 이 외에도 근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가 수수료 부과 방식이다. 국내 자산관리 영업의 수수료는 대부분이 펀드나 보험상품을 팔고 받는 판매수수료다. 자문 수수료의 비중이 최대 90%에 이르는 유럽계 은행과 큰 차이가 있다. 국내 금융회사도 PB 또는 모바일 앱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거나 적합한 펀드를 추천하는 등 투자자문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무료 서비스다. 금융 회사는 수익을 내기 위해 금융상품 판매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만약 국내에서도 자문 수수료 중심으로 수수료 체계가 확립된다면 포트폴리오 관리를 위한 자문이 활성화될 것이다. 투자자는 적정한 수준에서 자문 수수료를 지급 하고, 금융회사는 유료 서비스에 걸맞도록 서비스의 질을 업그레이드하게 될 것이다. 얼핏 보면 투자자가 부담하지 않던 수수료를 추가로 냄으로써 결과적으로 투자수익률이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추가 비용 부담보다는 포트폴리오 중심의 자산관리 문화가 정착하면서 생기는 이득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회사의 자문 수수료 수익은 고객이 자문을 의뢰한 자산 가액에 자문 수수료율3) 을 곱해 산출한다. 이런 방식이 정착하면 금융회사 수익 증대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관리 자산 규모를 확대하고, 이를 오래 유지하는 일이 되기 때문에 수수료율이 높은 특정 상품을 팔고자 하는 유인은 사라진다. 시장 변동으로 큰 폭의 손실을 경험한 고객이라면 계속해서 그 금융회사에 돈을 맡기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수수료 체계 변화는 투자 문화 변화를 가져온다. 금융회사의 수익원이 자문 수수료 중심으로 바뀐다면 고객의 투자 문화도 유럽처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다. 투자자가 기꺼이 수수료를 지불할 수 있도록 공급 측면에서도 최선을 다해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위해 금융회사는 투자자의 다양한 목표수익률과 리스크 감수 성향, 시장 전망을 반영해 자산 배분안(모델 포트폴리오)을 정교하게 다듬고, 자산 배분안에 맞춰 실행하기에 적합한 우수 상품을 조달해야 할 것이다. 투자자가 시장 환경과 투자 대안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거나,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시장과 투자자의 포트폴리오를 모니터링하고 적시에 대안을 제시해 올바른 투자를 결정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금융회사의 역할이다.

2023년, 자산관리 서비스 진화에
대한 기대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규모가 커지면서 자산관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다. 앞서 살펴봤듯 시장과 제도적 측면에서도 자산관리 발전의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이에 더해 자산관리 시장을 양적으로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업그레이드하려는 금융회사의 노력이 우선되어야 하며 투자자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전문성 높은 양질의 자산관리 서비스가 제공되고, 제값을 지불하면서 서비스 혜택을 향유하고자 하는 투자 문화가 정착해 금융회사와 투자자가 서로 윈윈하는 선진화된 자산관리 시장. 2023년이 대한민국에서 그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