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IOR PLUS]Signature Hole
자연의 절경과 함께하는
용인 화산CC
화산CC는 널리 알려진 곳이 아니다.
하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손꼽히는 명문
골프장이다. ‘회원의, 회원에 의한, 회원을 위한’
골프장으로 관리하며
비즈니스 골프의 메카로
불리는 화산CC의 시그너처 홀을 소개한다.
Writer. 조수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Photo. 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화산CC
대한민국 시그너처 홀
대한민국에는 540개가 넘는 골프장이 있습니다.
이 모든 골프장에는 오너와 설계자가 가장 공을 들인,
그 골프장의 ‘얼굴’이라 할 홀이 있습니다.
적게는 18홀,
많게는 81홀 가운데 가장 멋진 딱 한 홀, 바로 ‘시그너처 홀’입니다.
2023년에는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명문 골프장의 명품 홀을
소개합니다.
분당·용인 등 경기 남부 지역은 ‘골프 8학군’으로 불린다. 서울에서 접근하기 편하고, 명문 골프장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많은 골퍼가 화산CC를 으뜸으로 꼽는다. 접근성, 경관, 코스 난도, 잔디 관리, 회원 서비스 등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그래서 나온 말이 ‘북北 일동, 남南 화산’이다. 한강 북쪽에선 일동레이크 GC를, 남쪽에선 화산CC를 최고로 친다는 얘기다. 용인 화산리에 자리 잡은 화산CC는 조용한 명문 골프장이다. 390여 명의 회원과 그들이 초청한 동반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라운드 기회를 잡기 쉽지 않다. 그래도 골프 전문가들이 명문 구장을 꼽을 때면 빠뜨리지 않고 이름을 올린다. 시그너처 홀인 18번 홀(파4)은 ‘빛나는 산’이란 뜻의 화산華山CC에서도 가장 찬란한 홀이다. ‘학이 날아드는 산’이란 뜻의 화학산華鶴山과 선녀들이 목욕한 웅덩이가 있는 시궁산時宮山으로 둘러싸인 이 홀 티잉 구역에 서니 이름과 꼭 어울리는 풍광을 지닌 골프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치에 넋을 잃은 기자에게 정수련 화산CC 대표가 말했다. “주변 좀 그만 둘러보세요. 이제 정신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핸디 캡 1번 홀이거든요.”
“왜 이곳을 알아보지 못했느냐”
화산CC는 1996년 문을 열었다. 식품첨가물 제조업체인 보락그룹 오너 일가가 목장으로 쓰던 땅을 골프장으로 바꿨다. 27개 홀을 들일 수 있는 땅에 18개 홀만 만들었다. 우리나라 1세대 골프장 설계가인 고故 임상하가 밑그림을 그렸고, 이후 안문환 설계가가 리모델링을 맡았다. 안문환은 화산CC의 리모델링을 맡은 뒤 실력을 인정받아 이후 제주 CJ 클럽 나인브릿지와 이스트밸리 공사를 담당했다. 이 터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화산CC는 시공사와의 갈등으로 1년가량 공사가 중단됐는데, 당시 한 대기업이 경기 남부의 최고급 골프장 터를 찾고 있었다. 이곳도 둘러 봤지만, 엉망으로 방치된 광경을 본 담당자들은 매입 후보에 올리지도 않았다. 이후 화산CC가 완공되자 그 대기업 회장이 담당 직원들에게 “왜 화산CC 부지를 보고하지 않았느냐. 둘러보고도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거냐”며 불호령을 내렸다고 한다. 그 대기업은 결국 경기 남부가 아니라 다른 곳에 골프장을 개장했다.
경기도 용인에 자리한 화산CC의 시그너처 홀인 18번 홀에서 세컨드 샷을 하고 있는 필자
비즈니스 골프의 메카
화산CC는 비즈니스 골프의 메카로도 꼽힌다. 친구나 가족 간 친목 도모를 위한 라운드보다는 사업 파트너들이 함께 찾는 비즈니스 수요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실제 회원의 상당수가 법인이고, 최근 몇 년 동안 거래된 회원권도 모두 법인이 사들였다고 한다. 정 대표는 “평생에 한 번은 꼭 방문 해야 할 골프장이라는 명성을 얻은 덕분에 법인의 회원권 매입 수요가 많다”며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화산CC에서 운동하자’고 하면 일이 더 잘 풀리는 모양”이라고 했다. 난도는 높은 편이다. 짧지 않은 길이(총길이 6,440m)에 공이 떨어질 만한 곳에는 어김없이 벙커나 해저드가 입을 벌리고 있다. 그린 빠르기는 평균 3.2m(스팀프미터 기준)에 달한다. 전략 없이 덤볐다가는 타수를 우수수 잃게 되는 골프장이다. 지금은 표준이 된 ‘원 그린’을 한국에 처음 도입한 골프장이기도 하다. 이전까지 국내 골프장은 일본의 영향을 받아 홀당 2개의 그린을 만들었다. 그린 상태를 관리하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안 쓰는 그린에 공이 올라가면 ‘드롭’을 해야 하는 등 매끄러운 진행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화산CC를 시작으로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일동레이크GC 등 이 원 그린을 도입하면서 국내 골프장의 기준도 바뀌었다.
“그린에서 딱 소리 나면 끝”
18번 홀 티샷은 괜찮았다. 레이디 티(364m)에서 160m를 보냈으니 남은 거리는 200m 정도. ‘3온-2퍼트’로 보기bogey를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핀은 해저드에 가까운 오른쪽에 꽂혀 있었다. 5번 유틸리티로 120m를 보낸 뒤 9번 아이언으로 온 그린을 노렸다. 하지만 공 윗부분을 가격한 탓에 공은 그린을 넘어 왼쪽 뒤편 벙커로 빠졌다. 고운 모래를 헤집고 나온 공은 그린에 올랐지만, 홀에서 20m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화산CC의 그린이 워낙 넓다 보니 그린 끄트머리에 올리면 홀까지 거리가 너무 멀다. 화산CC의 평균 그린 크기는 1,000m²에 달한다. 최대한 멀리 보낸다는 생각으로 스트로크를 하니 ‘딱’ 소리가 났다. 순간 정 대표와 캐디가 동시에 ‘헉’ 소리를 냈다. 나는 듯이 굴러간 공은 홀을 넘어 반대편 에지에 닿은 뒤에야 멈췄다. 다시 온 그린 뒤 2퍼트. 더블파였다. 화산CC 취재 후에 만난 한 대기업 임원에게 이 일을 전하자 껄껄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화산CC 그린에서는 ‘딱’ 소리가 나면 끝이에요. 그린이 워낙 빠르고 예민해 공을 살살 달래서 치지 않으면 그린에서만 2~3타를 잃기도 합니다.” 그 얘기를 듣자 골프 커뮤니티에서 본 화산CC 이용 후기가 떠올랐다. “코스는 환상, 스코어는 환장.”분화구가 7개 솟아 있는 11번 홀(파3)은 이 골프장의 또 다른 얼굴이다. ‘화산火山 홀’로 불리는 홀이다. 분화구에 공이 들어가면 1타 이상 잃을 걸 각오해야 한다. 화산CC 정회원은 400명이 채 안 된다. 티오프 간격은 8분. 성수기에도 하루 70팀 이상 받지 않는다. 웬만해선 밀리지 않는다.
주말에도 회원은 2인 플레이
정 대표는 골프장을 운영하는 CEO인 동시에 정회원이다. 그의 회원 번호는 2번이다. 1번은 그의 형이자 대주주인 정기련 보락그룹 회장. 통상 별도의 회원권을 갖지 않는 일반 골프장 오너나 대표와 달리 화산CC 오너들은 개인 회원권을 소유하고 있다. 정 대표는 “‘오너십과 멤버십은 별개’라는 것이 설립 때부터 정한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화산CC는 ‘회원의, 회원에 의한, 회원을 위한’ 골프장이다. 경영상 모든 판단의 기준은 ‘회원에게 이익이 되느냐’다. 화산CC는 ‘억대 골프 회원권’ 시대를 연 골프장 중 하나다. 1996년 문을 열 때 당시 서울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이었던 1억원에 회원권을 분양했다. 업계에서는 “그게 팔리겠느냐”는 반응이 많았지만 회원권은 ‘완판’됐고, 화산CC는 고급 회원제 골프장으로 우뚝 서게 됐다. 그런 만큼 회원에 대한 예우는 확실하다. 코로나19가 터진 뒤 골프 붐이 일면서 대다수 골프장이 2인 플레이를 없앴지만, 화산CC는 지금도 주중은 물론 주말에도 2인 플레이를 허용한다. 물론 회원만 된다. 정 대표는 “장사가 잘된다는 이유로 원래 회원들이 갖고 있던 권리를 골프장 마음대로 빼앗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Information
규모 18 홀 (103만 9,272m² / 32만 평)
요금 그린 피 (비회원 기준 주중 22만 원, 주말 28만원)
주소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화산로 239
문의 031-329-7114
홈페이지 www.hwasanc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