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NOVEMBER+DECEMBER

[SPECIAL THEME]List

내러티브로 전설이 된 브랜드 Top 5

Legends Never Die

샤넬, 애플, 테슬라 하면 각각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이 확실한 기업 이미지는 ‘서사’라는 거대한 내러티브로 더욱 확고해졌다.
내러티브 전략을 영리하게 활용해 전설이 된 브랜드들의 이야기.

Writer. 유나리
Photo. 셔터스톡, 스페이스X, 애플, 이케아, 테슬라, 한경DB Reference.
<스토리의 과학>(킨드라 홀 지음, 윌북), <애플은 왜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텔링에 집중했을까?>(염승선 지음, 책들의정원),
<트렌드 코리아 2022>(김난도 외 지음, 미래의창)

1

상상력으로 이끌라 테슬라

애플에 이은, 요즘 대표 혁신 브랜드는 바로 테슬라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우주 발사체를 쏘며 ‘미래’를 판다.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를 통해 에너지 혁신을 말하고, 우주 산업인 ‘스페이스X’와 뇌 연구 산업인 ‘뉴럴링크’까지 만들어 미래의 혁신을 가져올 브랜드가 바로 테슬라 임을 강조한다.
테슬라의 이런 미래에 대한 감성 내러티브는 일론 머스크의 꿈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어려서부터 우주에 대해 관심이 많던 일론 머스크는 아폴로 11호가 일군 신화를 보고 언젠가 자신도 우주로켓을 자체 개발해 인류를 달과 화성에 보내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그는 페이팔 등의 사업으로 축적한 부를 우주에 쏟아부었다. 로켓 발사는 번번이 실패했지만 그는 낙담하지 않고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결국 민간 최초로 로켓을 쏘는 데 성공했다. 우주를 향한 그의 집념과 의지는 다큐멘터리로도 제작했을 정도다.
지난해에는 LA의 교통 체증을 해결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보링 컴퍼니를 설립하고,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율 주행 지하 터널을 뚫었다. 도보로 25분 걸리던 거리를 2분에 갈 수 있는 고속 터널이다. 일론 머스크는 다소 허황돼 보이는 꿈을 공표하고, 사람들이 잊을 때쯤 그 꿈에 다가갔다고 발표한다. 테슬라라는 브랜드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런 내러티브 방식에 매료되지 않기란 어렵다. 자신의 꿈을 위해 거액을 아낌없이 투자하며 실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가는 모습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기에 충분하다.

지금 테슬라를 구매하는 것은 일론 머스크가 제시하는 미래 청사진에 동조하는 것과 같다. 애플이 혁신과 아이덴티티를 극도의 세련된 방법으로 제시한다면, 테슬라는 창업자의 꿈을 향한 여정을 좌충우돌하며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가깝다. 사람들은 그의 꿈이 허황하다고 여기다가도 어느샌가 기어이 하고야 마는 그 모습에 숨죽여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살지 못하는, 혹은 잃어버린 유년 시절의 꿈을 자신의 힘으로 갑부가 돼 이뤄가는 여정은 이보다 더 매력적일 수 없을 테니.

2

담론, 가치를 내러티브에 녹여라 샤넬

특히 명품 브랜드일수록 내러티브를 만드는 일에 집중한 다. 역사가 짧은 브랜드들은 유서를 만들고, 대를 이어 내려온다는 전통의 이미지를 차용한다. 샤넬은 브랜드가 차용하는 내러티브가 단순히 창업자의 신화를 넘어 특정 담론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창업자 코코 샤넬의 다양한 일화를 통해 그를 신화적 존재로 만들고, ‘여성 해방’이라는 내러티브의 담론을 브랜드에 담아 한 세기 넘게 잘 유지하는 중이다.
아마 샤넬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코코 샤넬의 대략적 일대기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며 ‘코코’라는 애칭으로 불리게 되고, 부잣집 남자를 만나 상류사회에 발을 딛는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저 동화 같은 전개지만 코코 샤넬은 조금 달랐다. 당시 여성의 몸을 억압하던 치렁치렁한 드레스와 가방, 구두 대신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 그렇게 코르셋, 다트 등이 사라진 새로운 옷을 내놨다. 단순한 옷이 아닌 ‘해방’의 상징들이다. 당연히 세상은 열광했다.

이러한 창업자의 일화를 꾸준히 재생산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행보에 발맞춰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한다. 그렇게 지금도 샤넬 백을 사기 위해 사람들은 여전히 오픈런을 한다. 이 가방은 단순히 예쁜 가방이 아니다. 여성의 두 손을 해방시켜준, 유구한 상징성을 담은 물건이다.
시대를 지배하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단계를 열어준 주인공, 코코 샤넬의 내러티브는 여전하다. 바닷가 휴양지를 걷는 듯한 콘셉트의 패션쇼에서 모델들은 신발을 들고 맨발로 걷거나 피날레에서 반전, 페미니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한다.
코코 샤넬은 모든 여성을 아름답다고 생각했고, 그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창업주의 사상을 잇는 브랜드의 영속성 또한 내러티브 전략 성공에선 필수다.

3

매체를 잘 활용하라 이케아

이케아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각각의 테마를 갖고 잘 꾸며진 쇼룸,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연출한 자연스럽고 생기 넘치는 카탈로그 등이 그중 하나일 것이다.
이케아는 가치를 전달하는 데 열중하는 브랜드다. 그들은 ‘많은 사람을 위한 더 좋은 생활을 만든다’는 비전과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매체를 잘 활용할 줄 안다.
이케아 매장 소식은 언제나 뉴스거리다. 침실, 서재형 거실, 장난꾸러기 청소년의 방, 1인 가구의 부엌 등 다양한 콘셉트의 쇼룸을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이들 쇼룸은 단순히 그럴싸한 게 아니라 아주 제대로,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다. 쇼룸의 면적은 작지만, 그 안에는 공간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가구와 물건을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지 상당한 아이디어와 팁이 들어 있다.
1951년부터 2020년까지 발행(현재는 온라인 발행)한 카탈로그 또한 강력한 내러티브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이케아의 카탈로그 안에는 다양한 커플, 가족 구성원, 인종 등이 등장한다. 우리 옆집에 사는,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렇게 제대로 된 브랜드 가치를 녹이기 위해 치밀한 조사는 필수다. 이들은 매장 개장 5~6개월 전부터 근처 가정 100여 곳을 방문해 정량적·정성적 평가를 거친다. 단순히 가족 구성이나 사는 형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삶의 이야기를 듣는다. 인터뷰한 가정에서 정서적 요구 사항을 듣고 이를 카탈로그에 반영한다. 그래서 그토록 리얼하고 자연스럽다.

이렇게 얻은 매체는 다른 나라에서도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어 그 지역 태생 브랜드인 것처럼 친화력을 갖게 한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이케아 매장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매장 분위기는 같지만 그 안의 구성은 다 다르다. 이케아 기흥점과 부산점 쇼룸이 다른 것처럼. 이런 데이터에 기반한 치밀한 배치, 적절한 매체 활용은 좋은 내러티브를 쌓고 완성한다.

4

진정성 있게 행동하라 파타고니아

전문가들이 꼽는 내러티브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진정성’이다. 브랜드가 지닌 내러티브와 불일치하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 사례를 잘 보여주는, 이보다 더 진정성 있을 순 없는 브랜드가 바로 파타고니아다.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1973년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말자’는 철학 아래 탄생했다. 상업 브랜드로서 상반되어 보이는 2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파타고니아는 실제로 행동한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온 힘을 다해서.
소재나 공정 과정에서 친환경, 윤리적 과정을 고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제품 판매 수익 일부를 자연에 돌려주는 사회 공헌 활동도 한다. 다른 친환경 브랜드들이 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인다고? 이들은 디테일이 다르다. 100% 유기농 목화만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요, 코끼리 상아 대신 열매를 가공한 단추를 쓴다.
게다가 대놓고 광고도 한다. 2011년엔 환경보호를 위해 “이 재킷을 사지 말라 Don’t Buy This Jacket”는 카피를 대문짝만 하게 넣은 광고를 내보냈다. 그것도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에.
일견 이상해 보이는 브랜드의 이런 행보엔 창립자 이본 쉬나드가 있다. 그는 환경보호에 ‘진심’이다. 그 진심이 어느 정도냐면, 이본 쉬나드는 지난 9월 “지구가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The earth is our only shareholder”라며 30억 달러, 한화 4조원에 달하는 주식 모두를 기부했을 정도다.
기업의 목적인 ‘이윤 추구’에 정반대되는 내러티브를 가진 기업, 그리고 그 내러티브에 100% 충실한 진정성을 갖춘 파타고니아는 요즘 시대가 원하는 브랜드의 이상향으로 꼽히며 ‘진짜 착한 기업’의 내러티브를 완성했다.

5

고객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라 애플

성공적인 내러티브를 만들려면 그 내러티브는 기업의 관점이 아닌, 고객의 관점에서 쓰여야 한다. ‘과연 우리의 주된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무슨 이야기를 해야 고객이 관심을 가질까?’,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종국엔 ‘그 말을 우리 식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의 질문이 수반된다. 애플은 이 질문에 충실한 최고의 내러티브를 만든 기업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애플은 유일무이한 브랜드가 됐다.
스티브 잡스가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라는 슬로건을 내놓은 1990년대는 디지털 기술이 부상하던 시기였다. 사람들은 기계의 부속품 대신 자신만의 무언가 다른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뭔지는 잘 몰랐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는 그것을 알려줬다. 이를 통해 그는 고객에게 애플의 프로세서 성능이나 윈도보다 뛰어난 점에 대해 알리는 대신 ‘남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쓰는 브랜드가 바로 애플’이라는 것을 아주 세련되게 각인 시키려 했다. 새로운 세대의 디지털 기술이 앞으로 세대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그것을 당신들은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어떻게? 바로 애플을 사용하면서, ‘Think different’ 하면서. 그래서 당대와는 다른 생각을 했던 명사들, 피카소와 아인슈타인, 간디, 찰리 채플린 등을 광고에 등장시켰다. 그들이 만약 컴퓨터를 쓴다면 그건 바로 맥Mac일 거라고 말이다. 그렇게 애플은 현재까지 혁신과 세련된 디자인 등으로 한끗 다르게 생각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순한 슬로건의 성공이 아니다. 브랜드가 적절한 질문을 던졌고, 그 답이 옳았다. 그리고 그 답을 담는 그릇, 즉 내러티브가 좋았기 때문이다. 애플은 내러티브 전략이 성공하려면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교과서적인 사례다. 사람들은 여전히 애플의 신제품이 나오면 또 어떤 혁신을 보여줄지, 그들이 어떻게 다르게 생각했는지 궁금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