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 ]Classic Story
제2의 악기,
국내 최고 클래식 공연장
BEST 5
클래식 음악은 유독 공연장을 ‘탄다’.
같은 공연장이라도 오케스트라마다 소리가 다르듯,
같은 오케스트라여도 다른 공연장에서 연주하면
소리가 다르게 들린다.
그렇다면 국내 최고
클래식 공연장은 어디일까?
Editor. 강은진 Photo. 각 공연장 제공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대한민국의 남쪽 끝에는 클래식 연주자는 물론, 애호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클래식 공연장의 ‘성지’로 꼽는 곳이 있다. 바로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이다. 독일의 유력 매체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은 내부가 나무로 된 고전적슈박스 Shoebox형 공연장으로, 음향이 탁월하며 바로 앞에는 바다가 있고 멋들어진 지붕 모양은 장 누벨이 루체른에 지은 콘서트홀과 닮았다. 세세한 부분은 잘츠부르크와 비슷하다. 지역민은 외지인과 구별되고, 연주자와 관객은 서울·도쿄·홍콩 또는 더 먼 곳에서 온 사람들이다’라고 평했다. 슈박스형이란 단어처럼 신발 상자란 뜻으로, 직육면체 모양의 가장 전통적인 공연장이다. 영화관에서 관객이 스크린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 것처럼 무대와 객석이 마주 보는 형태로, 무대의 소리를 객석에 일방향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마치 상자 안에서 소리가 퍼져 울리듯이 풍부한 반사음이 구현된다는 게 장점이다.
아주 작은 소리의 섬세한 울림까지, 깊은 저음부터 고음까지 모든 악기 소리를 공연장 구석구석까지 자연스럽게 전달해 관객에게 압도적인 청각적 몰입감을 선사한다. 자리도 타지 않는다. 1층에서는 압도적으로 정밀한 고해상도 음향을 경험할 수 있고, 2층에서는 자연스러운 ‘리버브 Reverb’ 효과가 더해진 음향적 입체감을 경험할 수 있으며, 꼭대기 층에서는 1층과 2층의 장점이 결합된 자연스러운 음향을 경험할 수 있다.
그야말로 단점이 없는 공연장이다 보니 연주자들 사이에서는 ‘녹음의 전당’으로도 일컫는다. 이곳에서 음반을 녹음한 음악가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김대진·손민수·임윤찬, 첼리스트 양성원·김민지·이정란·박유신,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한수진, 성악가 연광철 등 명단도 화려하다. 그러나 의외로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처음 녹음한 것은 한국의 연주자가 아닌 영국의 명바이올리니스트 대니얼 호프다. 2015년 공연 후 음향에 반한 그가 1년 후 세계적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 제작팀과 통영을 찾은 것이다. 이처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의 음향은 최상의 어쿠스틱을 자랑하는 세계적 콘서트홀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주소 경남 통영시 큰발개1길 38 통영국제음악당(도남동1)
규모 1,309석
스타일 슈박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클래식 공연장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곳이 크게 갈린다. 소리의 우열을 따지며 국내 3대장, 5대장 설왕설래해도 서울 예술의전당은 반드시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국내 최초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자타 공인 ‘전통의 강자’다. 대부분의 한국 클래식 애호가들이 처음으로 가는 곳이자 가장 많이 가는 곳, 그리고 높은 확률로 생애 마지막으로 방문하게 될 곳이라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1988년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클래식 공연장의 대명사로 통하며, 클래식 연주자들에게 꿈의 무대로 여겨진다. 아무리 음향이 좋은 신규 공연장이 개관을 해도, 예술의전당의 소리가 표준이자 기준이 되는 이유다.
오직 클래식 음악 연주만을 위해 지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어떤 대곡이라도 거뜬히 받아내기로 정평이 나 있다. 소리가 머무는 잔향 시간이 2.1초로 소리를 가장 멀리, 풍부하면서도 부드럽게 전달하는 울림이 뛰어나다. 너무 건조하지도, 너무 울리지도 않아 음의 왜곡이 없다. 이른바 ‘깔’ 만한 요소가 없는 안정적인 음향을 들려주는 것이다. 다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아주 크고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 있어 음압이 상대적으로 낮다. 소리가 퍼지고 홀에 꽉 차지 않아 소규모 실내악이나 독주회보다는 오케스트라 공연이 보다 최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규모 2,505석
스타일 빈야드 Vineyard(홀 중심에 무대가 있고 객석이
경사진 형태로 에워싸는 모양)에 가까운 부채꼴
부천아트센터 외관
부천아트센터
지난 2023년 5월 개관한 부천아트센터는 K-클래식 부흥기를 대표하는 공연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은 그야말로 ‘신상’ 공연장이지만, 명성만큼은 이미 유서 깊은 공연장 못지않다. 음향 좋은 곳으로 언제나 세 손가락 안에 든다. 서울과 인천이라는 거대 도시 사이의 애매한 지역적 핸디캡조차 가볍게 극복하며 ‘음향의 전당’이라는 찬사를 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소리다.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클래식 전용 홀 중 유일하게 파이프오르간을 갖춘 부천아트센터는 세계 최초로 설치한 이중 반사판을 통해 각각의 장르에 맞는 음향과 예술 성을 구현할 수 있어 ‘한국 공연자의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객석이 무대를 감싸는 빈야드 형태와 풍부한 반사 음향을 추구하기 위한 직사각 형태의 슈박스형을 동시에 구현했다. 관객은 음악에 둘러싸이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연주자의 의도대로 음악적 강약이 전달되고, 청중과 연주자 사이 시각적 친밀감을 잃지 않도록 객석의 배치와 객석 공간의 기하하적 구조를 만들어냈다.
특히, 소음과 진동을 최대한 차단해 클래식 음악의 어쿠스틱이 최대한 발현되는 공연장 환경을 자랑한다.바닥과 벽 천장을 이중 슬래브로 설계하고, 수천 개의 방진 마운트와 방진 매트를 설치해 소리를 촘촘히 잡아낸 수준은 가히 완벽을 넘어 광기에 가깝다.
주소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소향로 165(중동)
규모 1,445석
스타일 빈야드, 슈박스 절충형
아트센터인천 외관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
인천을 대표하는 공연 시설이자 송도국제도시의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아트센터인천은 객석 수 기준 서울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에 이어 단일 공연장으로는 국내 세 번째 규모다. 4층 규모의 1,727석 공연장은 더 좋은 소리를 얻기 위해 최고급 공법을 총동원하다시피 했다. 물결무늬 천장에 벽체는 거리에 따라 두께와 재질이 다르고, 객석마다 등받이 높이까지 서로 다르다. 어떤 좌석에 앉아도 직접음과 반사음의 조화가 뛰어나다. 콘서트홀은 관객이 오케스트라를 둘러싸는 빈야드와 직사각 형태로 풍부한 반사음이 구현되는 슈박스형 각각의 장점을 혼합했다. 이같은 정밀한 소음·진동 차단 시스템으로 관객과의 거리는 좁히고 음악적 몰입감은 한껏 높인다.
지휘자가 지휘하는 손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특화된 건축미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내부의 빛을 활용해 일관성 있는 경관이 구현되는 미디어 파사드 시스템까지 장착했다. 콘서트홀은 바다를 형상화해 수려한 공간 디자인을 구현해 아트센터인천이 공연장 중 가장 예쁘다고 손꼽는 이도 많다. 통영처럼 바다도 끼고 있어 공연 후 여운까지 공연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는 관객들에겐 최고 공연장이다.
주소 인천시 연수구 아트센터대로 222
규모 1,727석
스타일 빈야드, 슈박스 절충형
대구콘서트하우스 전경
대구콘서트하우스
지난해 대구시민회관에서 클래식 전용 홀로 리모델링한 후 10주년을 맞은 대구콘서트하우스의 아담한 홀은 어느 자리에서도 소리가 균일하고 선명해 ‘소리 좋은 공연장’으로 입소문 났다. 재개관 초기만 해도 이전엔 들리지 않던 미세한 소리까지 들리고, 긴 잔향과 풍성한 울림이 깊은 감동을 준다는 관객과 너무 많은 소리가 들려 집중하기 힘들다는 관객으로 극명하게 나뉘었다. 이후 마감재로 사용한 목재가 점점 마르기 시작하면서 소리가 달라지기 시작하자 하나둘 호평이 늘면서 이제는 제법 마니아층까지 보유한 공연장으로 이름이 높다.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은 슈박스 형태로 거리가 짧아 반사음의 음향이 매우 우수하다. 특히 무대 면과 객석 사이가 인접해 관람객의 몰입감이 높고, 시청각적 생동감 및 소리를 한결 고르게 느낄 수 있다. 콘서트 전문 공연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음향 시스템은 오케스트라 연주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우수한 녹음 시스템이 함께 설계된 것으로 알려진다. 오케스트라 연주를 본다면 특정 악기 소리가 크게 들리는 앞쪽보다 중간이나 뒤쪽 좌석이 좋다.
주소 대구시 중구 태평로 141
규모 1,284석
스타일 슈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