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Issue
CES를 보면 미래 기술이 보인다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 2024
매년 1월 초,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곳이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인 ‘CES 2024’이다.
중장기적 테크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어 매년 많은 기업과 관람객이 찾고 있다.
이번 CES 2024를 뜨겁게 달군 이슈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Writer. 지언
Photo. 한경DB
Reference.
지난 1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 2024’가 열렸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세계 150개국에서 4300여 개 기업이 참여했고 관람객은 14만여 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역대 최대 수치다.
올해 CES의 주제는 ‘올 투게더, 올 온 All together All on·모두를 위한 모든 기술의 활성화’이다. 이런 주제에 걸맞게 입이 떡 벌어지는 첨단 기술을 선보였다. 모든 기술을 관통하는 핵심은 생성형 인공지능 AI이다. 모빌리티, 푸드· 애그테크, 웰니스 테크, 지속 가능성, 가전 등의 AI가 적용되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였다.
HOT ISSUE 1
CES 2024 최고의 화제성, 스피어
올해 라스베이거스 최고의 화제는 단연코 매디슨 스퀘어 가든 MSG의 스피어 Sphere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지난해 9월 공식 개장한 스피어는 세계 최대, 최초의 구 형태 공연장이다. 최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미래의 라이브 엔터테인먼트’를 선보인 스피어는 지상 최대의 광고판이자 초현실적 예술 경험을 선사하는 세계인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CES 2024 현장을 찾은 이들은 1시간 관람에 10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도 스피어를 방문했다.
라스베이거스에 등장한 스피어는 어떤 예술 작품보다 황홀한 찬사를 받았으며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돔의 외벽인 엑소 스피어의 면적은 약 5만 3,884㎡, 여기에 작은 크기의 LED 스크린 약 120만 개를 설치했다. 삼각형 모양의 LED를 촘촘히 배열해 구 형태를 만들고 하나의 완성된 영상을 송출한다. 내부에는 구를 따라 1만 7,385석 규모의 극장이 있다. 십자형 에스컬레이터와 8층 높이의 아트리움 설계도 돋보인다. 천장의 절반은 16K 해상도의 LED 스크린이 감싸고 16만 7,000개의 스피커가 공연의 몰입감을 높였다. 바람이나 냄새를 느끼고 좌석이 움직이는 등 햅틱 기능도 갖췄다.
현대차그룹이 선보인 제로원. CES 2024에서 국내 스타트업 혁신 기술을 소개했다.
HOT ISSUE 2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온다
‘AI가 일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명제다. 지난 몇 년 동안 CES에서는 AI가 주요 화두로 등장해왔다. AI의 비약적인 성능을 보여주었는가 하면 AI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 즉 소비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왔다.
‘CES 2024’에서는 AI를 현실로 끌어냈다. 박람회장에선 세탁기·TV 등 익숙한 물건은 물론, 생경한 서비스와 기술 등이 모두 AI를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AI가 단순히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우리 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어 필수적 요소가 될 것임을 공언한 것이다. 이번 CES 2024에 참가한 기업들은 AI를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기반으로 사람과 사람의 소통, 업무 효율성 향상, 가정 내 기기들의 유기적인 연결, 외로움을 덜어줄 돌봄 기술 등을 보여주었다. 이는 CES가 강조한 ‘모두를 위한 인간 안보 HS4A’ 캠페인의 일환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1월 9일 개막식 기조연설 무대에 니콜라 이에로니무스 로레알 최고경영자CEO가 올랐다는 점이다. 화장품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기술 전시회인 CES 무대에 선 것이다. 그는 “우리는 기술이 가능한 것의 경계를 허물고, 전 세계 소비자들의 삶을 개선하며, 모든 개인의 무한하고 다양한 아름다움에 대한 요구와 열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CES의 기조연설 무대에서 반도체 칩이나 TV,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가 아닌 ‘AI 기반 립스틱’과 ‘헤어드라이어’를 공개해 관심을 받은 것이다.
로레알 이에로니무스 대표의 이날 발표는 생성 AI가 비즈니스의 근간을 뒤흔든 이후 완전히 바뀐 산업 지형을 상징한다. 이제 뷰티뿐 아니라 중공업 · 중장비 등 산업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기업은 테크 기업이며, 앞으로 모든 기업은 ‘인공지능 기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CES는 AI 기술과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중심으로 한 ‘산업 대전환 Great Transformation’이 진행 중임을 그대로 드러낸 이벤트였다. 가장 놀라운 것은 반려로봇이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반려동물처럼 집 안에서 사람을 쫓아다니며, 집 안 환경과 주변 기기를 인식하며 진화하는 반려로봇과 여러 센서를 기반으로 가족 구성원을 면밀히 이해하는 스마트 홈을 선보였다. 이 외에도 현대자동차그룹과 소니, 지멘스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가전, 자동차, 에너지, 유통, 물류,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탑재한 제품을 선보이며, AI가 더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님을 증명했다. 한마디로 AI가 우리 삶의 필수로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위로보틱스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의 걷기를 돕는 웨어러블 로봇 ‘윔’을 선보였다.
HOT ISSUE 3
디지털 헬스케어와 웰니스의 융합
CES 2024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새로운 기술의 전초 지로 주목받았다. 전시회에서는 비용 절감, 건강 형평성 개선, 인명 구호 등을 목표로 하는 혁신적인 기술이 대거 소개됐다. 디지털 치료법, 정신건강 관리, 수면 기술, 여성 건강 기술, 원격의료 서비스 등 앞으로 의료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트렌드였다. 아프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개인 맞춤형 치유를 위한 프로그램이 하나의 범주로 묶이기 시작했다.
AI, 머신러닝, 데이터 분석 등의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 건강 상태를 예측하고 예방적 건강 케어, 정확한 진단, 효율적인 트리트먼트 등을 가능하게 하는 솔루션은 앞으로 더욱 많이 등장할 전망이다. 게다가 이제는 스마트워치 대신 웰니스 웨어러블 아이템이 계속 선보일 것이다. 클래식한 시계처럼 보이지만 피트니스 및 건강관리 기능이 숨겨진 혁신적인 프리미엄 스마트워치다. 위로보틱스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의 걷기를 돕는 웨어러블 로봇 ‘윔’을 선보였다.
웨어러블 로봇은 주로 산업 현장에서 쓰이지만, 윔은 근력이 저하된 고령 사용자나 보행 운동이 필요한 환자를 위한 기기로 큰 관심을 모으며 ‘CES 2024 에이징 테크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P&G 솔루션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
반도체 기술을 결합한 SK하이닉스의 ‘AI 포춘텔러’
현대차그룹 슈퍼널이 공개한 차세대 AAU 기체 S-A2
HOT ISSUE 4
CES는 이제 최대 모빌리티 쇼
‘전자제품 박람회가 모터쇼가 됐다’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나온 지 몇 해가 지났다. 하지만 이제는 모빌리티와 전자제품의 경계를 나누는 것은 의미 없어 보인다. ‘자동차가 얼마나 빠르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자동차에서 무엇을 경험할 것인가’가 더 큰 관심사가 됐기 때문이다. 디자인보다 기능과 경험을 전시한 이유는 CES 2024의 화두가 AI와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일 것. 자동차 산업은 물리적인 형태와 기능에서 디지털 혁신으로 이동하고 있다. 추세에 맞춰 글로벌 자동차 완성차 업체들은 디지털 혁신과 다양한 신기술을 보여주었다. 자율주행 기술, 전기 자동차, 연결성, AI 등의 혁신적인 기술이 모빌리티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뿐 아니라 관련 기술 기업과 스타트업이 모여 새로운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600개 이상의 모빌리티 업체가 자율주행 차량과 전기차, 마이크로 모빌리티, 플라잉 카 등을 선보였는데, 이전에 주로 소개하던 모빌리티의 형태보다는 모빌리티에서 경험할 서비스와 기술 그리고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명했다.
현대차그룹은 목적 기반 모빌리티 PBV와 미래 항공 모빌리티 AAM 기술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또한 수소에너지 생태계 구축과 소프트웨어 기반의 대전환을 강조했다. 특히 폭스바겐은 IDA 음성 어시스턴트에 챗 GPTChatGPT를 통합한 차량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운전 중에도 챗 GPT로 검색한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는데, 기존 음성 제어 기능을 뛰어넘어 인포테인먼트, 내비게이션, 에어컨 공조기를 제어한다. 자동차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CES 2024에선 친환경적인 아웃도어 모빌리티 솔루션이 펼쳐졌다. 가까운 거리를 더 편리하고 지속 가능하게 이동해 주는 탈것들이다.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는 접이식 스쿠터와 챗 GPT를 탑재해 대화가 가능한 전기자전거, 새로운 형태의 신발 같은 이동 수단이 처음 공개됐다. 모빌리티 산업은 디지털 혁신의 길을 걷고 있다. 자율주행, 전기차, AI, 소프트웨어는 모빌리티의 미래를 형성하는 주요 축이며, 이러한 혁신이 우리의 생활과 환경, 이동 수단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목적 기반 모빌리티 PBV와 미래 항공 모빌리티 AAM 기술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또한 수소에너지 생태계 구축과 소프트웨어 기반의 대전환을 강조했다. 특히 폭스바겐은 IDA 음성 어시스턴트에 챗 GPTChatGPT를 통합한 차량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운전 중에도 챗 GPT로 검색한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는데, 기존 음성 제어 기능을 뛰어넘어 인포테인먼트, 내비게이션, 에어컨 공조기를 제어한다. 자동차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CES 2024에선 친환경적인 아웃도어 모빌리티 솔루션이 펼쳐졌다. 가까운 거리를 더 편리하고 지속 가능하게 이동해 주는 탈것들이다.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는 접이식 스쿠터와 챗 GPT를 탑재해 대화가 가능한 전기자전거, 새로운 형태의 신발 같은 이동 수단이 처음 공개됐다. 모빌리티 산업은 디지털 혁신의 길을 걷고 있다. 자율주행, 전기차, AI, 소프트웨어는 모빌리티의 미래를 형성하는 주요 축이며, 이러한 혁신이 우리의 생활과 환경, 이동 수단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퍼스널 모빌리티인 ‘다이스’ AI 기반으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SK그룹의 수소연료전지로 이동할 수 있는 열차
HOT ISSUE 5
주요 화두는 인간 안보
CES의 전반적인 주제는 지속 가능성, 그리고 기술을 통해 세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CES는 무언가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는 의미에서 안보를 생각하고 있다. 식량 안보 Food Security를 생각해 보면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깨끗한 공기와 물을 확보하거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인간 안보 Human Security다. 바이오메트릭 기술, 안전 감시 시스템, 위기 상황 대응 기술 등의 분야에서 혁신 기술이 늘어나고 있다. 농업 및 푸드 테크, 스마트 도시, 핀테크, 블록체인 기술 등이 모두 인간 안보와 관련된다. 최첨단 기술
1 이 공개되면 그에 따른 문제들도 고민이 필요하다. 전기차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하지만 동시에 배터리 폐기물을 만든다. CES 2024에 전시된 새로운 기술들에선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고민도 엿볼 수 있었다. CES 2024의 지속 가능한 기술들을 살펴보면 스타트업의 성과가 눈부시다. 바이오, 모빌리티, 기후 테크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스타트업이 주목받았다. 기술로 기후 위기를 극복한다.
이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SK그룹이었다. SK그룹은 탄소 감축 기술로 기후 위기가 사라진 ‘넷제로 netzero’로 세상을 테마파크 어트랙션으로 구성했다. 또 AI로 운세를 점치고, 로봇 암의 자동차 쇼를 공개하는 등 탄소 감축 기술을 위트 있는 방식으로 선보이며 큰 화제를 모았다. 테슬라는 삼성전자와 함께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을 선보였다. CES 2024에서 기술 혁신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린 테크 기술은 삶의 질을 높이고, 환경친화적인 생활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무엇보다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협력, 스타트업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