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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AUGUST

[ SENIOR & ]Signature Hole

남춘천CC

한국 최고의 변별력
코스에
예술적 감성을
더한 골프 클럽

명문 클럽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본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그 좋은 예가 바로 남춘천CC다. 2019년 새로운 주인을 만나
미술관 같은 명문 골프 클럽으로 젊은 골퍼들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Writer. 조수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Photo. 남춘천CC, 한경 DB


대한민국 시그너처 홀

대한민국에는 540개가 넘는 골프장이 있습니다.
이 모든 골프장에는 오너와 설계자가 가장 공을 들인, 그 골프장의 ‘얼굴’이라 할 홀이 있습니다.
적게는 18홀, 많게는 81홀 가운데 가장 멋진 딱 한 홀, 바로 ‘시그너처 홀’입니다.
2023년에는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명문 골프장의 명품 홀을 소개합니다.

거칠고 도전적인 느낌의 챌린지코스 9번홀

대한민국이 ‘산의 나라’라는 걸 골퍼들은 주말마다 체감한다. 평지에 자리 잡은 골프장보다 산에 터를 잡은 골프장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산악 코스를 밟을 때마다 주말골퍼들은 불만을 터뜨린다. ‘좁고 짧다’는 이유에서다. 산을 깎아 페어웨이를 조성해야 하니 그럴 만도 하다. 넓고 길게 만들려면 공사비가 훨씬 많이 드니까.
강원도 춘천에 있는 남춘천CC는 조금 다르다. 꽤 험준한 금병산과 방아산 기슭에 걸쳐 있는데도 페어웨이 폭이 평균 75m, 최대 107m에 이른다. 웬만한 평지 골프장에 뒤지지 않는다. 전장은 6,812m(7450야드)로, 남자 프로 골프 대회를 치르고도 남을 정도다.
차를 타고 남춘천CC 입구에서 클럽 하우스로 향하는 길을 달리자 왜 이곳을 ‘산악 코스의 정수’로 부르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가파른 기울기에 차가 힘들어했다. 도로 양옆으로 줄잡아 수백 년은 이 터를 지켰을 법한 원시림이 버티고 서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 긴 홀과 짧은 홀이 번갈아 나오니 아까 친 샷을 또다시 칠 일이 없다. 14개 클럽을 한 번씩 다 휘둘러볼 때쯤 남춘천CC의 ‘얼굴’이 나왔다. 빅토리 코스 9번 홀(파 4)이다.


남춘천CC의 재탄생

남춘천CC는 2011년 회원제 클럽으로 태어났는데, 꽤 고급이었다. 명문 골프장으로 꼽히는 남촌CC, 더스타휴, 웰링턴CC(그리핀-피닉스 코스) 등을 설계한 송호골프디자인의 송호 대표가 밑그림을 그렸다. 27개 홀을 넣을 수 있는 135만㎡ 부지를 확보해놓고 18개 홀만 앉혔다. 공사는 삼성에버랜드에 맡겼다. 삼성이 개발한 잔디 ‘안양 중지’가 이 골프장에 식재된 이유다. 널찍한 부지에 명망 있는 업체의 설계와 시공, 당연히 좋은 평가가 나와야 하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호평보다 악평이 많았다. 하드웨어는 좋은데 코스 관리를 안 한다는 게 이유였다. 결과는 ‘코스 방치→골퍼 외면 → 적자 심화 → 코스 방치’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굴레였다.
방치된 골프장의 진가를 알아본 이는 윤일정 MDI 레저개발 회장이었다. 건설(36년 경력의 토목 전문가)과 골프(싱글 핸디캡)를 두루 잘 아는 그의 눈엔 ‘관리만 잘하면 명문이 될 코스’로 읽혔다. 그러곤 2019년 실행에 옮겼다. 윤 회장은 “오랜 기간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나쁜 평가를 받았지만, 기본 설계와 레이아웃이 훌륭하다고 판단했다”라며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 분명히 살아날 거라는 확신이 들어 사재를 털었다”라고 말했다.

아트 작품으로 가득 채운 클럽 하우스 내부

아트 작품으로 가득 채운 클럽 하우스 내부


3040 골퍼의 사랑을 받는 골프장

새 주인을 만난 뒤 골프장은 빠르게 변신했다. 페어웨이는 안양 중지로 빽빽하게 찼고, 그린 빠르기를 3.0m(스팀 프미터 기준) 안팎으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굿 샷엔 보상, 미스 샷엔 응징’이란 의미의 샷 밸류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확실한 코스로 만들겠다”던 설계자의 의도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윤 회장이 제주도에 있는 5성급 리조트인 씨에스호텔을 운영하며 터득한 식음 서비스 노하우를 더 하니 골프장의 신분이 바뀌었다. 골프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많은 골퍼가 남춘천CC를 라비에벨, 라데나 GC, 베어크리크 춘천보다 몇 수 아래로 봤는데 지금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골프장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남춘천CC에는 유독 30~40대 골퍼가 많다. 젊은 골퍼들을 사로잡은 매력 중 하나는 바로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클럽 하우스다. 다양한 미술 작품과 젊은 감성으로 채워져 있어 곳곳이 포토 스폿이다. 골퍼들의 눈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 작품은 클럽 하우스 한쪽 벽면을 채운 메릴린 먼로.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의 대표작을 실크스크린으로 뜬 판화 에디션이다. 그 옆에는 금중기 작가의 개구리 조각 ‘레인보우, 숲’이 골퍼들의 인증 숏 욕구를 자극한다. 남춘천CC는 이처럼 다양한 미술 작품을 곳곳에 전시해 방문객에게 마치 갤러리에 온 듯한 시각적 만족감을 선사한다.
윤 회장이 남춘천CC를 인수한 뒤 코스 관리와 함께 가장 공들인 게 바로 골프장에 ‘감성’을 더하는 것이었다. ‘미술관 같은 골프장’은 그 결과물이다. 그는 “골프 산업의 미래인 젊은 골퍼를 잡기 위해 라운드가 끝난 뒤에도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조성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챌린지 코스 4번 홀 옆에는 서울옥션의 미술 대중화 브랜드인 프린트 베이커리와 협업해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판화를 살 수 있는 ‘갤러리 아트 숲’도 자리한다.

다양한 미술 작품으로 채워넣은 클럽 하우스

홀 왼쪽에는 계곡이, 오른쪽에는 울창한 숲이 있는
빅토리 코스 9번홀


4단 그린의 늪을 피하는 방법

빅토리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시그너처 홀은 골퍼의 마음을 처음부터 불편하게 하는 홀은 아니었다. 일단 핀 이 한눈에 보이는 게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레드 티에서 핀까지는 281m(화이트 티는 315m). 여성이 공략하기에 짧은 거리가 아니다. 게다가 그린까지 쭉 오르막이라 실제 거리는 30m 이상 더 봐야 한다. 홀 왼쪽에는 기다랗게 계곡이, 오른쪽에는 울창한 숲이 있다.
윤 회장은 “좁아 보일 수 있지만 페어웨이 폭이 85m다. 부담 갖지 않고 힘껏 휘둘러도 된다”라고 부추겼다. 왼쪽 해저드를 너무 의식했는지 티 샷은 페어웨이 오른쪽 끝에 걸렸다. 일반 산악 코스였다면 언덕배기에 공이 박혔을 정도로 방향이 틀어졌다. 마치 쇼트 티를 꽂은 것처럼 힘 좋은 중지가 살짝 띄워준 공을 5번 우드로 때려 그린 왼쪽 러프로 보냈다. 핀까지 거리는 대략 60m. 눈앞에는 폭이 50m에 이르는 거대한 그린이 4개 층으로 물결치고 있었다. 골퍼에게 잊지 못할 악몽을 안겨주는 4단 그린이다. 52도 웨지를 잡으려는 기자에게 윤 회장이 “한 클럽 크게 잡아보라”고 말했다. “짧게 떨궈 오르막 퍼트를 치는 것보다는 5~10m 길게 보낸 다음 내리막 퍼트로 살살 달래 치는 게 낫다”는 조언이었다.
피칭 웨지로 가볍게 친 공은 운 좋게 1단과 2단 사이 턱을 맞고 내려와 1단 그린에 자리 잡았다. 이제 퍼트만 잘하면 된다. 이날 그린 스피드는 2.9m. 폭우와 불볕더위가 번갈아 괴롭히는데도 그린 상태는 좋았다. 핀에 붙이자는 심산으로 퍼터를 공에 살짝 대기만 했다. 2퍼트, 보기로 홀아웃했다. 상대적으로 편안했던 빅토리 코스를 마무리하자 무시무시한 챌린지 코스가 얼굴을 내밀었다. 이름 그대로 도전적이다. 남춘천CC에 ‘핸디 감별기’란 별명을 안겨준 코스이기도 하다. 윤 회장은 “대다수 아마추어 골퍼는 평소보다 5~10타 더 나온다고 한다”며 “남춘천CC에서 싱글을 쳤다면 일단 아마추어 최강자로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기록을 살펴보니 프로들도 헤맸다. 지난달 16일 막 내린 하나금융 인비테이셔널에서 4라운드 동안 나온 보기 이상 스코어는 78개로, 트리플 보기도 두 번, 그 이상의 타수도 한 번 있었다. 일본프로 골프투어 JGTO에서 6승을 거두고 이번 대회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히가 가즈키도 이 홀에서 발목을 잡혔다. 2라운드에서 두 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렸지만 언듈레이션에 발목 잡혀 3퍼트를 하는 바람에 보기를 범했다. 남춘천CC는 하루 80팀을 7~8분 간격으로 받는다. 대부분 홀이 원시림으로 둘러싸여 오붓하게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그린피는 주중 19만원, 주말 25만원이다.


Information

주소 강원 춘천시 신동면 오봉길 156
요금 그린피: 평일 15만~19만원, 주말 21만~25만원, 카트피 10만원(팀당)
문의 033-269-3000
홈페이지 whcc.kol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