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에 따른 공사비 폭등으로 곳곳의 정비 사업 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서울 은평구 대조 1구역의 재개발사업은 공사비 증가로 인한 분쟁으로 한 달째 공사가 중단된 상태이며, 잠실 진주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 또한 분양 일정이 미뤄졌다. 주택 공급의 주요 선행지표인 인허가와 착공 수치도 미래 주택 공급의 지연을 경고하고 있다. 2023년 인허가 수는 전년 대비 37% 감소했고, 착공 건수는 무려 52%나 줄었다. 공사비 급등과 금리 인상이 사업의 수익성을 크게 악화하며 주택 공급 또한 자연스럽게 줄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주택공급을 늘리고 건설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및 건설 경기 보완 방안’을 내놓았다. 1.10 부동산 대책으로 불리는 정부의 공급 정책에서는 시장 참여자에게 기회이자 투자 포인트가 될 부분이 보인다. 이번 정책이 투자자 입장에서 어떤 기회가 될 수 있는지 핵심 내용을 살펴보자.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 및
노후도 요건 완화

재건축의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패스트 트랙 도입을 추진한다.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 착수를 허용하며, 추진 위원회 구성부터 조합 설립에 이르는 절차를 정비구역 지정과 동시에 진행이 가능하다. 안전진단은 재건축의 첫 관문으로 재건축을 가로막는 수문장 같은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었던 지난 5년여간(2018년 3월~2022년 12월) 전국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21개로 재건축 진행을 더디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재건축 패스트 트랙이 시행되면 최대 3년 정도 사업 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정책 시행 시기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재개발 노후도 요건 또한 축소된다. 노후도 요건을 현행 66.7%에서 60%로 낮추고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 시 50%로 완화한다. 이에 따라 신축 빌라 건설로 노후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지역의 재개발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서울시의 모아타운 정책은 노후도 50% 충족이라는 낮은 기준점을 제시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81개 구역이 지정되며 큰 관심을 받았다. 노후도 완화 정책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즉시 시행 가능한 정책으로 현재 개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지역 확대

현 정부 임기 내 첫 착공, 2030년 첫 입주를 목표로 노후 계획도시 재정비를 진행한다. 선도지구를 지정해 정비 사업의 대표 주자로 빠르게 추진하며 건폐율과 용적률 인센티브 및 안전진단 면제 등의 유인책을 제시하는 정책이다. 특히 용적률은 특별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법적 상한선의 1.5배까지 인센티브를 적용받는다.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제3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 법적 상한은 300%로, 최대 450%의 용적률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용적률 인센티브에 따른 사업성 개선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기존 단지들이 재건축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추가로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 적용 대상을 확장해 특별법 적용 대상이 기존 51개 지역에서 전국 108개 지역으로 확대된다.
특별법이 적용되는 택지 목록은 ‘택지정보시스템’을 통해 지도로 확인 가능하며, 택지지구 내 대지 지분이 높고 용적률이 낮은 사업성 높은 단지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노후계획도시 재정비에서 선도지구 지정 유무에 따라 단지별 희비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 임기 내 착공을 목표로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에 선도지구로 지정될 경우 재건축 추진 속도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밝힌 선도지구 지정 기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주민 참여도 항목이다. 소유자 간 공감대를 형성해 사업 실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기준으로 제시했는데, 단지별 재건축 추진에 대한 동의율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에서는 재건축과 리모델링의 의견 대립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선도지구 지정은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규제 완화

오피스텔에 금지되어 있던 발코니 설치를 전면 허용해 주거용 오피스텔 공급을 촉진한다. 오피스텔 발코니 허용은 오피스텔 건축 기준 개정 절차가 진행 중으로 국회 통과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추진 가능하다. 현행 건축법상 발코니의 유효폭이 1.5m 이하일 경우 바닥면적에서 제외되어 흔히 서비스 면적이라고 칭한다. 아파트는 발코니를 확장해 실질적으로 전용공간을 더 넓힐 수 있으나 오피스텔은 발코니 설치 금지 조항에 따라 전용공간의 한계가 존재했다.
다만 현행 건축법 시행령상 주택에 설치되는 발코니만 실내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향후 오피스텔 발코니 확장은 정책 개정 없이는 불법이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향후 2년간 준공된 소형 신축 주택은 취득세, 양도세, 종부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월세 가율이 높은 도심지의 소형 주택은 수익형 부동산으로서 투자적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1세대 1주택자가 소형 주택을 추가로 구입 시 1세대 1주택 특례(양도세, 종부세)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2주택자 이상에게만 유의미한 정책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주택 세부담 경감

재향후 2년간 지방에서 준공 후 미분양된 주택을 최초로 구입하는 경우, 해당 주택은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높은 분양가나 낮은 상품성 등의 이유로 장기간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투자자는 주택의 상품성을 면밀히 따져 옥석을 가려내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의 주택 수 제외는 법 개정 사항이므로, 시행령 개정으로 진행되는 소형 주택 세금 인센티브와 달리 법 개정이 지연되거나 좌절될 수 있는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정책의 시행 시기 확인 필수

지난해 1월 3일 발표된 분양가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 정책이 12개월째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임시 합의로 실거주 의무를 3년 유예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선회한 모습이다. 법령 개정이 필수적인 정책은 실제 시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며, 시행 내용에 변경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언급한 재건축 패스트 트랙 정책과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세 부담 경감 정책 같은 경우도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법령 개정 사항이다. 따라서 정책 발표에 즉각 반응하기보다는 정책의 실제 시행 시기를 지켜보며 신중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