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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APRIL

[SPECIAL THEME]Focus

결정적 장면으로 보는
2024 트렌드

올 한 해를 지배할 키워드들,
그 키워드가 포착한 결정적 변화의 순간을 담았다.

Writer. 유나리 Photo. 셔터스톡, 언스플래시, 팬톤, 한경DB
Reference. <시대예보>(송길영 저, 교보문고), 플레이디 「2024년 광고·마케팅 트렌드 전망 리포트」,
LG경영연구원 「향후 30년간 확대될 액티브 시니어의 소비파워」,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여성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 펨테크」

 SCENE 1 

BB세대, 액티브 시니어로 화려한 복귀

앞으로 30년간 시장을 지배할 세력은 누구일까. 경기 불황이 길어지며 MZ세대가 소비에서 절약으로 전환한 가운데 베이비 부머Baby Boomer 세대의 약자인 ‘BB세대’가 신흥 큰손으로 떠오른다.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약 710만명의 세대를 말하는 BB세대는 그간 축적한 높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소비 주축으로 부상한다. 이들은 재력, 자신을 중시하는 가치관, 건강한 체력 등 사회 주요 일원으로 머무를 수 있는 조건을 다 갖춘 세대.
LG경영연구원의 보고서 「향후 30년간 확대될 액티브 시니어의 소비파워」를 보면 2021년 전국 주택 소유자 중 약 47%가 40~50대였고, 고가의 주택일수록 BB세대의 비중이 높았다. 전통적인 가족 관계에서 주는 돌봄에 익숙한 과거 실버 세대와는 여러모로 다른 이들은 가장 부유한 세대이자, 전통적 가치관과도 거리가 멀다. 예전 부모 세대처럼 ‘오직 자식’이 전부가 아닌 ‘나’ 위주의 왕성한 소비를 즐긴다. 또 지난 2022년 55세부터 69세의 인당 평균 소비를 분석하자, 25~39세의 85%에 뒤지지 않는 결과를 보였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에는 25~39세보다 평균 75% 정도만 지출했는데, 불과 몇 년 사이 10%나 소비 지출이 상승한 것. 코로나19 이후 MZ세대가 소비를 이끌며 시장의 중심에 있다 생각했지만, 실제 지갑을 연 건 바로 BB세대였다. 전체 인구 중 BB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도 증가할 전망이다. 통계청의 잠재 인구 추계를 보면, 55~69세 인구는 2029년 전체 인구의 24.7%를 차지하며 인구 비중의 정점을 찍는다. 지난한 불경기와 사회적 불확실성의 확산으로 MZ세대가 소비 대신 짠테크로 돌아선 것. 실제 ‘짠테크 도전’, ‘거지방’ 등의 신조어가 요즘 MZ세대의 새로운 소비트렌드를 증명한다.
여기에 이들은 디지털 사용도 익숙한 세대이며, 수동적이고 보수적인 기존 시니어와 달리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사회 변두리가 아닌 중심부에 머무를 저력을 여전히 갖춘 것. 자신을 실제보다 5~10년은 젊다고 생각하며, 노년을 끝이 아닌 제2의 시작으로 본다. 스스로 즐기며 살 준비가 된 신인류, 이제 그들의 시대가 왔다.



 SCENE 2 

고립의 시대, ‘진짜 리더십’의 부상

책 <2024 트렌드 모니터>는 2024년 사회 특징 중 하나로 ‘어른, 친구, 동료가 없는 3무無 사회’를 꼽았다. 꼰대 소리 듣기 싫어 피드백을 해주는 ‘어른’이 없고, 조언해 줄 수 있는 ‘친구’도 없다. 일의 재미와 의미, 직장의 가치를 느끼게 해줄 ‘회사 동료’도 없다. 점차 중요성이 커진 ‘개인 취향’이 어떤 가치보다 높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흐름의 결과다. 그래서 잘못을 따지는 건 꼰대스러운 뒤처진 발상이 되고, 조언은 건방진 간섭이 되고 만다. 그 결과 ‘소통’이 사라졌다. 남는 것은 고립된 개인.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에서도 2024년엔 핵가족을 넘어선 ‘핵개인의 삶’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개인들은 필요할 때만 찾을 수 있는 얄팍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거나 취향과 생각이 맞아 마찰 생길 일 없는 취향 중심 모임이 늘어날 것이라고.
이런 결과는 자연스럽게 소셜 미디어나 관심사가 맞는 사람끼리 모여서 부담 없이 이야기하고 나갈 수 있는 오픈 채팅이 인간관계의 주요 수단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책은 오히려 ‘어른다움’을 갖춘 진짜 리더십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본다.



 SCENE 3 

새로운 형태의 가족, ‘협력 가족’의 시대

극도로 개인화된 삶에서 가족의 의미도 변한다.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는 이런 흐름으로 인해 공동체의 의미가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뜻이 맞는 개인끼리 협력하며 사는 ‘협력 가족’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대안 가족이 탄생하는 것. 자립한 핵개인은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마음 맞는 동반자를 찾아 스스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만든다.
이름하여 ‘협력 가족’. 돌봄과 협력으로 맺어진 대안 가족 형태다. 그에 맞춰 주거 공간 형태도 바뀐다. 같이 살더라도 각자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각자공생’의 트렌드가 주거 공간에도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동산 개발회사 피데스개발이 발표한 ‘2024~2025년 공간 트렌드’에는 ‘각자공생룸’이 포함됐다. 부부가 한집에 함께 살더라도 각자의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개인 방, 각자의 공생룸이 주요 공간 소비 트렌드로 떠오를 것이라고 봤다. 싱글끼리 한집을 공유하거나 비결혼 커플 밍글 Mixed Single족, 고령자 가구에 입주 간병인 공간을 따로 구성하는 등 한집에 사는 구성원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공간 구성도 다채로워질 것이라고.



 SCENE 4 

다시, 여행이다 ‘여행의 귀환’





 SCENE 4 

다시, 여행이다 ‘여행의 귀환’

2024년은 억눌렸던 여행 욕구가 폭발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세계적 숙박 플랫폼인 부킹닷컴은 2024년을 두고 이렇게 요약했다. ‘여행의 귀환’.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올라간 항공권, 숙소 비용은 아직 이전 수준으로 내려오지 않았고, 불경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제한된 환경 속에서 어떤 여행을 떠나려 할까?
부킹닷컴은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며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호수, 바다 등으로 떠나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 잘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곳으로 불쑥 떠나는 무계획 즉흥 여행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올해 힐링 여행이 ‘잠’에 집중된다는 것도 차이점. 부킹닷컴에 따르면 한국인 여행객 10명 중 7명은 휴가지에서 하고 싶은 일로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자고 싶다’를 꼽았다. 이렇게 대답한 국가는 중국, 홍콩, 태국, 한국 순으로 비중이 높았는데, 모두 아시아 국가라는 것이 눈에 띈다.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아시아 국가 중심으로 수면 여행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억눌림 속에서 여행은 다시 강력한 탈출구가 돼줄 예정이다. 이렇게 즉흥적으로 잠을 자며 쉬러 가는 여행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평범한 일상과 닮았다. 이제 여행은 완전한 삶의 한 부분이자 삶 그 자체로 등극할 것이다.


 SCENE 5 

펨테크의 부상, 갱년기 극복될까





 SCENE 5 

펨테크의 부상, 갱년기 극복될까

다양한 기술 트렌드가 2024년을 이끄는 가운데, 베르너르 포헐스Werner Vogels 아마존 부사장 등 여러 전문가가 특히 주목한 분야는 바로 펨테크Femtech의 도약. 여성Female과 기술Tech을 합친 단어인 펨테크는 여성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춘 기술과 서비스를 말한다. 그동안 다양한 질병을 탐구하며 놀랄 만한 의료기술이 나왔지만 난임과 임신, 월경, 갱년기 등 여성 특이적 질환에 대한 해법은 더디게 나온 편이다. 하지만 2024년을 시작으로 펨테크 부상과 함께 다양한 여성 질환에 대한 탐구가 이어질 것이다.
국제 시장정보 업체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세계 펨테크 시장 규모가 2020년 약 225억 달러(약 26조7,000억원)에서 2027년 650억 달러(77조3,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이점은 초기 펨테크 시장이 월경·임신·수유 등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 타깃이었다면, 앞으로는 중년 여성의 건강이나 갱년기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점이다. 평균수명 연장,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와 함께 여성 건강의 중요성이 개인을 넘어 사회적 이슈로 확산했고, 더불어 폐경 이후 삶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SCENE 6 

ESG 말고 이제는 ‘DEI’ 시대

한동안 기업의 화두는 ‘ESG’였다. 올해부터는 ESG보다 DEI를 더 많이 접하게 될 것.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Inclusion의 약자인 ‘DEI’는 누군가의 배경이나 정체성, 장애 등에 대한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의 공정한 대우를 촉진하는 개념으로, 지난 몇 년간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인사 요인으로 꼽혀왔다.
<채용 트렌드 2024> 역시 국내외 최신 채용 동향 중 ‘DEI’ 의 중요성을 꼽는다. 책에 따르면 <포천> 500대 기업 중 80% 이상이 DEI를 기치로 내걸 만큼 주요 화두다. 기업들이 특정 가치를 인사에 반영할 정도로 중요하게 본다면, 이건 시대의 흐름이 그렇다는 의미다. 개개인의 취향이 중요해지는 핵개인의 시대, 전통적 가족상이나 리더십이 부재한 시대.



이 시대를 감싸 안아야 하는 것은 바로 지구에 들어찬 인간 수만큼이나 빼곡한 다양성에 대한 응당한 인정이다. 올해는 국내도 이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서서히 흐름에 응답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미국, 유럽, 중남미 등의 지역에서 여성, 장애인, 세대, 인종 등을 주제로 한 30여 개의 ERGEmployee Resource Group 활동을 운영한다. 여성 리더 확대를 위해 노력해 지난 10년간 여성 임원 비중을 3배가량 늘렸고, 장애인 임직원을 위한 편의시설 개선, 장애인 임직원과 가족들로 구성된 자문단 ‘삼성 패밀리 서포터즈’를 만드는 등의 활동을 한다. 현대그룹은 2023년 말 DEI 가치 경영을 중심으로 리더십, 온라인 MBA, 디자인 싱킹 등의 맞춤형 교육을 실시했다. 오비맥주는 ‘DEI의 달’을 만들어 서로를 인정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자고 독려한다. LG유플러스, NH투자증권 등은 비혼 지원제도를 도입했다.
이런 움직임이 실제 성과와 연관이 있을까? 맥킨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등의 조사에 따르면 그렇다. 맥킨지 보고서는 성별 다양성 상위 25% 기업이 평균 이상의 수익을 기록할 가능성은 하위 그룹보다 21% 높다고 발표했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도 기업의 DEI 점수가 높을수록 재무 성과와 연결되는 적응력 점수가 늘어났다고 언급했다. 아직 국내 기업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걸음마 수준이지만, 변화하는 사회상을 따라가기 위해서라도 올해부터 DEI에 대한 고려는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SCENE 7 

1990년대 미니멀리즘의 부활

패션은 돌고 돈다. 지난 몇 년간 2000년대의 세기말 트렌드가 인기를 끌었다면 올해엔 1990년대다. 이때는 좋은 소재로 깔끔하지만 디테일이 살아 있는 미니멀리즘이 대세였다. 1990년대 캘빈 클라인이나 헬무트 랭, 질 샌더의 실루엣을 기억한다면 올해 유사한 디자인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 브랜드는
1990년대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표본으로 현란한 디자인 대신 단순함으로, 소재가 지닌 장점을 잘 살려 우아함을 표현한다. 영화 <위대한 유산> 속 여주인공 귀네스 팰트로의 옷차림을 떠올려보자. 지난 밀라노, 파리 2024 S/S 컬렉션은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 한 디자인에 고급스러운 소재, 절제된 테일러링을 사용한 디자인이 주를 이뤘다. 컬러도 그레이, 네이비를 비롯한 뉴트럴 등을 사용해 자연스러운 우아함을 표현했다. 단, 이건 요즘 유행하는 ‘올드머니 룩’과는 좀 다르다. 올드머니 룩이 ‘부자처럼 보이는’ 옷차림에 집중한다면, 올해 유행할 미니멀리즘은 옷 그 자체에 집중하고 꾸밈없다는 점에서 올드머니 룩보다 훨씬 담백하다. 옷으로 어떤 상황이나 지위를 표현하기보다 옷 자체의 매력에 빠질 때다.



 SCENE 8 

올해는 더 따뜻하게,
2024 컬러는 ‘피치 버즈’

미국 색채연구소 팬톤은 매년 그해를 대표하는 컬러를 발표한다. 이들은 새롭게 영향력을 지닐 색을 찾기 위해 전 세계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야부터 미술, 예술, 패션, 디자인, 여행, 사회·경제적 조건 등을 두루 고려하고 분석한다. 그렇게 나온 색이 ‘올해의 컬러’다. 그만큼 한 해의 전체적인 분위기, 시대정신을 가늠하기 좋은 지표가 된다.
팬톤이 꼽은 올해의 컬러는 바로 ‘피치 버즈Peach
Buzz’. 핑크와 오렌지 사이, 오묘하면서 따뜻한 색으로 아늑함과 편안함이 강조된 색이다. 팬톤은 “현재 우리는 삶에서 많은 혼란을 겪고 있고, 우리를 보살펴줄 색상이 필요한 때”라며 “벨벳처럼 부드러운 복숭아 컬러는 모든 것을 포용하는 정신을 담아 몸과 마음, 영혼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팬톤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과 단체, 도시 등에서도 대표색을 꼽는다. 페인트 브랜드 벤저민 무어가 꼽은 올해의 색은 블루-바이올렛 계열의 은은한 ‘블루 노바Blue Nova 825’. 해 질 녘 어두운 푸른빛 하늘에 석양이 드리운 순간의 빛을 딴 잔잔하고 신비로운 컬러. 서울시가 꼽은 2024년 서울의 색은 ‘스카이 코랄’. 분홍빛 노을로 물든 한강의 하늘색을 따서 정했다. 유난히 부드러움과 따스함이 강조된 올해의 색처럼, 2024 년엔 포용과 따스함이 깃들 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