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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on Impossible,
두 마리 토끼 잡기
전 세계 주식시장은 작년에 이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방심할 수 없다.
주식시장 상승을 뒷받침하는 두 가지 요인인 금리인하 속도와 기업이익 성장 속도가
양립하기보다는 보완적 성향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Writer. 박석현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투자전략팀 Equity Strategist)
Photo. 셔터스톡
지난해 전 세계 주식시장은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에서 뚜렷한 강세를 기록했다. 미국 S&P 500지수가 24.2% 상승하며 세계 주식시장 상승을 주도했고, KOSPI도 18.7% 상승했다. 지난해 높은 성과에 대한 반작용으로 올해 들어서는 지역별 수익률 편차가 생기고 있지만, 선도 시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시장의 경우 빅테크 주식이 주도하는 상승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대표 지수인 다우와 S&P 500지수는 올해 들어 모두 사상 최고치 경신에 성공했다.
올해 주식시장 상승을 뒷받침하는 두 가지 핵심 요인은 ① 미국 연준을 필두로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점, ② 여기에 기업이익 성장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은행 통화정책 기조가 뚜렷하게 완화될수록 채권 금리 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고, 이는 주식시장 밸류에이션 할인율을 낮추며 주가 상승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지난해 부진했던 국내외 기업이익 성장세가 올해 회복세로 전환될 경우 주식시장 상승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환경, 즉 주식 가격=기업이익 x 밸류에이션 멀티플
(PER)이 마련될 수 있다. 하지만 낙관적 기대가 그대로 현실화될 것으로 받아들이기는 성급하다. 특히, 올해 경제환경 속에서 금리 인하 속도와 기업이익 성장 속도가 양립하기보다는 보완적 성향을 나타낼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경기 여건이 양호해 기업이익 성장이 견고할 경우 금리 인하는 기대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될 것이다. 반대로 경기 여건이 부진할 경우 금리 인하가 빨라질 수 있지만, 기업이익 성장은 예상보다 부진해질 수 있다.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지난해와 같은 높은 주가 상승률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올해 주식시장에 대한 눈높이는 합리적 수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KOSPI와 S&P 500지수 추이
2024년과 2025년 연준 정책금리 점도표 변화
2024년 연준 금리인하 경로:
연준 점도표와 시장 기대의 격차 축소
연준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금리 점도표 변경을 통해 올해 말까지 3차례 금리 인하(75bp)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 과정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도 안정되는 점이 배경으로 지목됐다.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4개월간 이어졌던 금리 인상이 중단된 이후에도 연준 관계자들이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수사를 반복해 왔음을 감안하면 전향적인 정책 태도 변화다.
연준이 정책 전환을 예고하자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가 빠르게 부풀었지만, 이내 식으며 높은 변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거래에 반영되는 시장 기대는 3월 FOMC 첫 금리 인하와 연내 6차례 150bp 금리인하로까지 확산되기도 했지만, 1월 미국의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을 큰 폭 상회하자 첫 금리 인하 시점은 6월로, 연내 금리 인하 횟수는 3~4차례(75~100bp)로 빠르게 조정됐다.
낮아진 시장 기대감이 다시 회복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연준이 올해 어느 시점에는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물가 관련 경제지표 결과에 따라 기대감이 다시 피어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발 빠른 금리 인하와 함께 연내 큰 폭의 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국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겠지만, 물가 목표(2.0%) 달성까지는 여전히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가장 조심해야 할 시나리오는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속에서 인플레 수위가 일정 수준에서 더 낮아지지 않으며 금리 인하 횟수를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상황인데, 이럴 경우 12월 FOMC 점도표에 반영된 올해 3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조차 담보되지 못할 수 있다.
S&P500 지수 연도별 EPS 성장률 추이 및 전망
2024년 S&P500지수와
KOSPI 이익 전망 동반 부진
S&P 500지수 연간 주당 순이익(EPS)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경우는 2007~2023년 17년간 5차례다. 경기 침체 같은 특수한 상황에 따른 기저효과가 컸던 201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3차례로 줄어든다. 그만큼 연간 두 자릿수 이익 성장 달성은 쉽지 않은 과제라는 의미다. S&P 500지수 EPS 성장률이 지난해 부진을 벗어나 올해는 두 자릿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지만, 2월 현재 시장 전망치(블룸버그 컨센서스)는 한 자릿수대로 낮아지며 17년간 평균치인 7.0%에 수렴하고 있다. 현재 2024년 EPS 전망 시장 컨센서스가 완만한 하향 조정을 이어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올해 EPS 성장률이 장기 평균 수준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기업이익 전망 변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은 국내 환경 역시 마찬가지다. KOSPI 영업이익 증가율은 지난해 -20.4%에서 큰 폭 개선되며 +46.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도체 업황 개선 전망과 한국 전력 실적 정상화 효과를 제외하면 2024년 영업 이익성장률 전망치는 +11.8%에 그친다. 또 미국과 마찬가지로 KOSPI 역시 2024년 영업이익 전망 값 하향 조정이 이어지고 있어 올해 이익성장률 전망이 시간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 기업이익 전망이 예상보다 부진해지고 있는 이유는 올해 글로벌 경기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견고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경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고, 미국을 제외할 경우 주요국 경기 전망은 전반적인 부진이 동반되고 있다. 경제 펀더멘털 기반이 개선되지 못할 경우 기업이익 전망 부진 역시 반전되지 못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