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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December

[ WEALTH & ]Real Estate

월세 트렌드,
주택시장의 뉴노멀이
될까

저성장 고금리 상황에서 역전세, 깡통 전세, 전세 사기 등 전세와 관련한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앞으로 주거 관련 비용 지출에서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추세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그렇다면 주택시장에서 월세는 새로운 수익형 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살펴보자.

Writer. 이선호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자문2팀 부동산전문가)
Photo. 셔터스톡

올해 5월 중순,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전세 제도가 수명을 다한 것 같다면서 이에 대한 개편 작업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역전세, 깡통 전세, 전세 사기 등으로 전세 제도가 사회문제로 부상하면서 전세 사기 특별법 제정과 더불어 향후 임대차 제도를 재정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혹자는 최근 상승세가 가파른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나 전세 사기 문제를 보면서 전세의 종말을 언급하기도 한다. 물론 오랫동안 우리 국민의 중요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전세 제도가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주택의 월세 전환 가속화가 지속된다면 주택시장에서 월세는 수익형 상품으로서 뉴노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세 제도의 왜곡 현상

전세 제도는 1970년대 이후 고도 경제성장기에 미비한 국내 금융시스템을 보완하면서 개인 간 직접금융인 사금융 역할을 해왔다. 집주인으로서는 전세금을 지렛대 삼아 손쉽게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었고, 세입자는 내 집 마련 전 주거 안정을 누릴 수 있었다. 금융 관점에서 전세금을 보면 집주인은 채무자, 세입자는 채권자인데, 집값 상승이 지속된 경제성장기에는 집주인으로서는 전세금 반환 부담이 적고, 세입자는 전세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었다. 그러다 2008년 이명박 정권부터 전세금 대출 제도를 시행하며 금융기관이 집주인과 세입자의 금융 매개 역할을 하게 되었고, 실질적으로 금융기관이 채권자가 되고, 집주인과 세입자는 모두 채무자 지위로 전락했다. ,br> 코로나19로 촉발된 고물가를 잡기 위해 단기간에 단행한 급격한 금리 인상은 전세 대출금 이자 부담 증가를 가져왔고, 이는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증가시켜 전세수요 감소와 전셋값 하락을 불러왔다. 집주인은 역전세로 전세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세입자의 주거비와 동조화된 금융비용의 증가가 전세 제도의 안정성을 깨뜨리며 채무자인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따라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해 집주인은 전세금 반환 부담을 줄이고, 세입자는 금융비용과 달리 변동성 없는 확정 월세를 선호하게 됐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고물가를
잡기 위해 단기간에 단행한 급격한
금리인상은 전세대출금 이자 부담
증가를 가져왔고, 이는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증가시켜 전세수요
감소와 전셋값 하락을 불러왔다.
집주인은 역전세로 전세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세 전환 가속화 지속될까

먼저 거시경제 측면에서 보면 과거의 고도성장보다는 생산 효율성 하락에 따른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 공산이 크고, 탈세계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로 초저금리 시대는 다시 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경제 저성장과 장기 중립 금리(2~3%) 단계에서는 장기적으로 부동산 자본이득(가치상승)보다는 소득 이득(월세 수익)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인구구조 측면에서도 결혼율 감소에 따른 1~2인 가구 증가로 월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수명 연장에 따른 고령층 인구 증가로 은퇴 세대의 안정적 현금흐름 확보를 위해 월세 상품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번 전세 사기 여파로 전세 제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악화되어 세입자는 전세금 반환 리스크를 고정적 월세 부담으로 일정 부분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세대출 금리 변동에 따른 불안정한 금융비용 대신 확정적 월세를 선택함으로써 안정적인 주거비 지출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역전세에 따른 자금경색을 고려해 반전세 또는 월세 형태로 전환하면서 갭투자보다는 임대 수익형 투자를 선호할 수 있다.
정부도 임대차 제도 정비에 착수하면서 전세 제도의 부작용을 줄이고 월세 전환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세입자 월세 세액공제 확대, 전세 반환 보증보험 가입 요건 강화에 따른 전세 감소, 도심형 소형주택(도시형 생활 주택·오피스텔 등)의 세제 완화로 월세 상품 공급 증대, 국민주택 규모 이하 아파트 매입 임대 사업자 등록제도 부활, 등록 임대 사업자 장기 보유 특별 공제 확대 등 여러 가지 제도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다주택자의 등록 임대 사업자 비율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월세 전환 가속화 요인

경제적
측면
저성장 경제성장률(GDP) 둔화,
선진국 진입, 불안정한 대외 여건
중금리 탈세계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고착화로 중립 금리 2~3% 추정
사회적
측면
인구구조 결혼율 감소에 따른 1~2인 가구 증가, 월세 수익 추구 은퇴 세대 증가
전세 기피 전세 사기, 깡통 전세, 역전세로
전세 거래 둔화
제도적
측면
보증 강화 전세 반환 보증보험 가입 요건
강화에 따른 전세 감소
세금 절감 세입자 월세 세액공제 확대,
도심형 소형주택 세제 완화
등록 임대 사업자 아파트 매입 임대 사업자 등록제도 부활, 장기 보유 특별 공제 확대

월세 시대, 현명한 투자전략

먼저 주택 상품에서는 안정성이 높은 대단지 소형 아파트를 눈여겨봐야 한다. 물론 이번 전세 사기의 주요 대상이던 다세대주택보다는 월세 전환 속도가 느리겠지만, 중대형 아파트 대비 세입자 월세 세액공제 요건에도 부합하고, 전·월세 전환률이 높아 월세 수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중대형 대비 갭투자가 많았던 소형 아파트의 시세가 이번 금리 인상 시기에 더 많이 하락해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되어 있는 상황이다. 대단지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거래량이 많아 환가성이 높고, 중대형 대비 실사용 면적은 작지만 아파트 커뮤니티와 복리 부대 시설을 동등하게 누릴 수 있어 효용성이 높기 때문이다. 개발업체(시행사·시공사) 입장에서도 소형 평형의 대단지 프리미엄을 고려해 최근 평형 포트폴리오에 초소형 비중을 높여 사업성을 강화하는 추세다.
입지 선정 시에는 1~2인 가구의 수요가 많은 역세권이나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가 선호하는 먹자 상권 또는 오피스 상권 인근을 선택해야 한다. 또 건물 관리 능력이나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면 역세권 이면부에 위치한 주거용 꼬마 빌딩(다가구주택·상가주택)도 투자해 볼 만하다. 빌딩은 집합건물이 아니라 토지와 건물로 이뤄진 부동산으로 향후 지역의 변화와 발전 방향에 따라 다른 용도로 개발될 잠재력도 보유하게 된다. 다만 복합 상권에 포함된 대학가를 제외한 독자적인 대학 상권은 임차료 지급 능력이 떨어지고,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상권 쇠퇴가 예상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장기 보유 목적의 투자라면 재건축이나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에 일찍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장기간 월세 수익을 누리다가 재건축이나 재개발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매각해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증여 혹은 양수도를 할 계획이라면 자녀의 라이프 사이클과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이클을 연계해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자녀가 미성년일 때 월세 수익으로 양육비에 보태 쓰다가 재건축 구역 지정 전에 사회 초년생이 된 자녀에게 증여해 신혼집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다.
월세형 주택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더라도 집주인 입장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월세가 꼬박꼬박 잘 들어 오는가 하는 점이다. 전세와 달리 보증금 규모가 작아 미납 월세를 담보하기 어렵다. 상업용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월세 시대에는 주거용 임차인의 신용도가 중요해질 것이다. 임대인은 월세 지급 여부를 보증금 규모가 아닌 임차인의 신용도를 보고 평가해야 할 테고, 임차인의 신용점수와 신용등급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월세 시대 투자전략

상품 소형
아파트
대단지(1,000세대 이상) 내
소형(전용 60㎡ 이하)아파트
재개발
/재건축
장기 보유 월세 수익
+@(구역 지정 등 개발 잠재 이익)
빌딩 1~2인 가구(사회 초년생·신혼부부 등) 타깃 주거용 꼬마 빌딩, 용도 전환 가능
입지 역세권 도보 10분(역에서 700m) 내,
역 예정(신안산선/수도권 지하철 연장 등)
상권
(빌딩)
사회 초년생→먹자 상권(유흥 상권), 신혼부부→오피스 상권, 대학 상권 지양
운용 증여 자녀 생애주기 고려(성장기→월세로 양육비 보충, 청년기→증여로 세대 분리)
임차인 임차인 신용도 점검, 최소 보증금 규모 > 월세×24개월

월세 시대 내 집 마련 전략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하는 무주택자는 월세 시대에 어떤 전략을 세우면 좋을까? 분양전환이 가능한 장기 민간임 대주택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장기간 안정적인 임대주택에 거주하면서 임대주택의 분양전환 또는 무주택자 우선 공급 청약 등을 동시에 노릴 수 있을 것이다.
인기 청약 단지의 경우 단기간에 당첨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장기간 무주택자 요건을 유지하며 종잣돈을 모으고, 가점을 높이고 청약 기회를 늘릴 수 있는 장기임대주택에 관심을 갖는 편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