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IOR PLUS]Festivals
눈부신 여름,
유럽 클래식 음악 축제
유럽의 여름은 바야흐로 클래식 음악 축제 시즌이다.
세계적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연주자,
성악가들이 축제 현장으로 모여들고,
공연장은 물론 거리거리마다 음악 꽃이 활짝 핀다.
싱그러운 여름 내음에 묻어나는 아름다운 음악 선율은 완벽 그 자체다.
Writer. 강은진
Photo. 각 축제 공식 홈페이지 및 페이스북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아노 축제
라로크당테롱
Festival International de Piano de La Roque d'Anthéron
그야말로 한여름 밤의 꿈같은 피아노 축제다. 남프랑스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위대한 예술가들의
음악은 숨이 막힐 정도로 황홀하다. 매년 7월부터 8월까지 무려 6주간 펼쳐지는 라로크당테롱 피아노 축제는 폴세잔의 고향 엑상프로방스와 가까운 라로크당테롱에서
열린다. ‘프랑스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불리는 베르동 협곡 주변에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클래식 마니아에게는 유명한 곳이다. 세계에서 제일 큰 피아노 축제이자 가장 아름다운 축제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피아노 리사이틀을 중심으로 협주곡, 교향곡에 이르기까지 클래식 음악은 물론 현대음악, 재즈 등 모든 장르가 연주된다. 마치 숲속 한가운데 있는 듯한 착각마저 자아내는
플로랑성Château de Floran 메인 야외무대는 자연 속에서 잔향없이 공중으로 흩어지는 온전한 음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다. 음과 음 사이 여백을 채우는 건 새소리와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뿐이다. 1981년 시작한 이래 유리예고로프 Youri Egorov, 마르타 아르헤리치 Martha Argerich,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Krystian Zimermann 같은 세계적 연주자들이 이 축제와 함께해왔다.
43회를 맞는 올해는 새로운 클래식 스타로 우뚝 선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초청을 받아 차이콥스키와 쇼팽을 연주한다.
www.festival-piano.com
오페라 애호가의 성지
베로나 오페라 축제
Arena di Verona Opera Festival
매년 6월부터 9월까지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의 고대 로마
유적지 아레나 디 베로나Arena di Verona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오페라 축제다. 2,000년 전 검투사들이 혈투血鬪를 벌였던
원형경기장에서 펼쳐지는 남다른 스케일의 수준 높은 공연은 오페라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황홀하게 만들어준다. 로마의 콜로세움보다 먼저 세워진 고대 유적지 야외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무대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주세페 베르디 Giuseppe Verdi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13년에 시작했다. 제1·2차 세계대전 때를 제외하고 매년 여름 빠짐없이 열렸는데, 특히 올해는 베로나 오페라 축제 100회를 맞는 특별한 시즌으로 <아이다>,
<카르멘>, <세비야의 이발사>, <리골레토>, <라트라비아타>, <마담 버터플라이> 등 그동안 가장 인기 있었던
작품을 중심으로 3개월 동안 모두 49회의 공연을 선보인다. 그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플라시도 도밍고 Plácido Domingo를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핫한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 Jonas Kaufmann,
고음의 황제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 Juan Diego Florez 등의 갈라 콘서트도 예정되어 있다. 티켓 최고가는 230유로지만, 25유로짜리 꼭대기 자유석도 경기장을
내려다보며 오페라를 즐길 수 있어 매력적이다. 다른 축제와 달리 성악가와 오케스트라는 마이크를 쓰지 않는다.
www.arena.it/en
환상적인 수상 오페라
브레겐츠 축제
Bregenzer Festspiele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Bregenz에서 매년 7~8월에 개최하는
오페라 축제다. 베로나와 함께 야외 오페라 축제의 양대 강자로 손꼽힌다. ‘플로팅 스테이지 Floating Stage’라고 불리는
호수 위의 수상 무대가 유명하다. 1946년 ‘일주일간의 브레겐츠 축제 주간 Week-long Bregenz Festwoche’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는데, 당시 음악 공연을 선보일 만한 공간이 없어 콘스탄스 호수에 큰 바지선 2척을 띄우고 갑판 위에 간이무대를 만든 것이 시초였다. 한밤중 호수 위에서 펼쳐지는
매혹적인 공연에 관객들이 환호하면서 곧 국제 행사로 확대됐다. 축제 기간이면 브레겐츠 인구의 10배가 넘는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 높다.
브레겐츠 축제는 특히 색다른 연출과 강렬한 무대 디자인으로 무대 자체가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2007~2008년에 공연한 <토스카>는 영화 <007 퀀텀 오브 솔러스>에 주요 장면으로
등장하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올해는 <에르나니>, <나비부인>, <베르테르> 등을 공연하며, 지난해에 이어 취리히 오페라하우스의 예술감독 안드레아스 호모키 Andreas Homoki가 <나비부인>의 연출을 맡아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무대를 선보인다.
www.bregenzerfestspiele.com
영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축제
BBC프롬스
BBC Proms
올해로 128회를 맞는 영국 최대의 클래식 음악 축제다. 영국 국영방송사 BBC가 주최하며, BBC 교향악단을 비롯해
영국 최고의 음악인들과 해외 우수 연주자들이 참여한다. 저렴한 가격에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을 선보이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했기에 클래식 음악에 수반되는 암묵적인 규정이나 격식에서 탈피해 자유롭게 진행된다.
‘프롬스’는 프롬나드콘서트 Promenade Concerts의 줄임말로, 청중들이 바닥에 앉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편안하게 음악을
듣는 콘서트 형식을 말한다. 런던의 하이드파크를 포함해 스코트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지의 공원에서 열리는
‘프롬스 인 더 파크Proms in the Park’와 영국 작곡가들의 곡과 애국심을 고취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하는 ‘프롬스의 라스트 나이트 Last Night of the Proms’는 BBC프롬스의 하이라이트다.
올해는 7월 14일 금요일부터 9월 9일 토요일까지 진행한다. 지난해 한국에서 수필집 <한 번 더 피아노 앞으로>를 펴내기도 한 영국의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 Stephen Hough와 세계적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공연도 준비돼 있다.
www.bbc.co.uk/proms
알프스에서 펼쳐지는 클래식의 향연
베르비에 축제
Verbier Festival
스위스를 대표하는 클래식 음악 축제로 1994년에 시작했다. 매년 여름 약 2주간 열리는 이 축제는 유명 연주자는 물론 음악 애호가들을
해발 1,600m에 위치한 알프스의 작은 마을 베르비에로 불러들인다.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세계적 음악가들의 연주를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독주부터 오케스트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편성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마그달레나 코제나 Magdalena Kozena,
브린 터펠 Bryn Terfel, 토마스 크바스토프 Thomas Quasthoff 등 세계 최정상 성악가들의 독창회를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는 건 베르비에 축제뿐이다. 또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 Evgeny
Kissin과 마르타 아르헤리치 Martha Argerich,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Mischa Maisky 같은 세계적 연주자들과 어린 음악가들의 마스터 클래스가 열리는가 하면,
촉망받는 유망주들에게 과감히 무대를 개방하기도 해 혁신적인 음악 축제로 평가받는다.
올해는 주빈 메타 Zubin Mehta의 지휘와 유자 왕 Yuja Wang의 피아노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으로 오프닝 무대를 시작하며, 브람스를 포함해 헝가리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슈 토프 버러티 Krist'of Bar'ati와 프랑스 피아니스트 쥘리앵 캉탱 Julien Quentin이 함께 준비한 바흐, 비발디의 실내악 협주 등 피아노 리사이틀과 실내악 연주, 교향곡 연주회까지 다양한 공연이
계획돼 있다.
www.verbierfestival.com
모차르트 고향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잘츠부르크 축제
Salzburg Festival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잘츠부르크 축제는
세계 최고의 음악 축제다. 잘츠부르크는 세계적 음악가를 가장 많이 배출한 도시로 유명하지만, 특히 모차르트와 불가분의 관계다. 더욱이 이 축제는 1870년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의 완전한 악보가 발견되면서, 모차르트 연구 기관인 국제 모차르테움 협회가 발족해 1877년부터 모차르트 음악제를 8회에 걸쳐 연 것이 모태가 되었다.
이후 1920년 극작가 후고 폰 호프만슈탈 Hugo von Hofmannsthal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Richard Strauss의 주도로 처음 개최했으며, 1956년 잘츠부르크
태생의 거장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Herbert von Karajan이 예술감독을 맡으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매년 7~8월에 걸쳐 5주 동안 펼쳐지는 축제 기간에는
200여 개 공연을 매일 선보이며 베를린 필하모니, 빈필 하모니 등 세계 정상급 연주 단체가 참가한다.
무엇보다 잘츠부르크 축제는 오페라와 관현악 공연뿐 아니라 실내악, 독주회, 연극 공연까지 펼쳐지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예술제로서 독보적 위치를 지닌다. 대축제극장 Gro βes Festspielhaus을
중심으로 모차르트 하우스는 물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합창 경연이 열린 펠젠라이트슐레 Felsenreitschule 등 잘츠부르크 시내 전역에서 수많은 공연이 진행된다.
올해는 베르디의 <맥베스>, <팔스타프>, 헨리퍼셀의 <인도 여왕>,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등을 공연할 예정이다.
www.salzburgerfestspiel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