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IOR PLUS]Signature Hole
사우스케이프 CC,
세계가 인정하는
명품 코스
사우스케이프 CC는 이제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만한 명품 골프 클럽이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 선정 ‘세계 100대 코스’
중 9위에 오를 만큼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이곳의 백미는 남해 바다를
넘겨야 하는 파3홀이다.
Writer. 조희찬,김보라(한국경제신문 기자)
Photo. 김보라, 사우스케이프 CC
대한민국 시그너처 홀
대한민국에는 540개가 넘는 골프장이 있습니다.
이 모든 골프장에는 오너와 설계자가 가장 공을 들인,
그 골프장의 ‘얼굴’이라 할 홀이 있습니다.
적게는 18홀,
많게는 81홀 가운데 가장 멋진 딱 한 홀, 바로 ‘시그너처 홀’입니다.
2023년에는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명문 골프장의 명품 홀을
소개합니다.
티잉 에어리어에서 바라본 14번 홀 그린
입이 떡 벌어졌다. 그냥 놀랐다는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수천수만 명과 함께 봐야 할 백만 불짜리
절경을 딱 5명(동반자와 캐디 포함)이 10분 동안
(티오프 간격) 전세를 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눈앞에는 마치 애플 로고처럼 땅의 왼편을 바다에 내준 파 3홀이, 시선을 저만치 멀리 두면 반짝반짝 빛나는 남해 바다가 펼쳐졌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경치만큼은 세계 최고 골프장인 미국 사이프러스포인트의 시그너처 홀(16번 홀)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평했던 바로 그 홀. 경남 남해 사우스케이프 스파 &
스위트의 시그너처 홀(16번 홀 · 파3) 티박스에 올라선 순간은 이랬다.
바다를 품은 그린
물을 건너야 하는 파3홀은 수두룩하다. 하지만 사우스케이프 CC 16번 홀은 차원이 다르다. 연못이나 웅덩이가 아니라 바다를 건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홀은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일단 바다와 맞닿은 곳에 U자 모양의 땅을 갖고 있어야 시도라도 해볼 수 있다. 정재봉 사우스케이프 회장(81)은 “2007년 이곳을 처음 봤을 때 ‘여기에 반드시 골프장을 짓겠다’고 마음먹었다”며
“그때 이곳을 ‘바다를 건너는 파3홀’로 점지해뒀다”고 말했다.
그린은 바다 건너편 곶cape에 자리 잡고 있다. 티박스에서 홀까지 거리는 블랙 티 206m, 블루 티 185m, 화이트 티 153m, 레이디 티 138m다. 화이트 티 쪽으로 걸어가는 기자의 팔을 정 회장이 붙잡았다.
“이 홀만큼은 블루 티에서 쳐보세요. 화이트 티보다 경치가 훨씬 좋거든요.”
부담되는 거리였지만, 박완서의 소설 《그리움을 위하여》에 나오는 사량도를 가장 좋은 각도에서 볼 수 있다는 설명에 블루 티에 티를 꽂았다. 담당 캐디는 “바닷바람이 강하게 부니 평소보다 두 클럽 길게 잡는 게 낫다”며 “자신 없으면 드라이버를 잡아도 된다”고 했다.
남해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16번 홀 그린 전경
그 말에 4번 아이언을 집어넣고 18도 하이브리드를 꺼냈다.
잘 맞으면 200m는 족히 나가는 골프채다. 힘이 들어갔는지 살짝 ‘뒤땅’이 났고, 공은 여지없이 바다로 빠졌다. 드롭 존은 홀 오른쪽으로 30m 앞에 있었다. ‘칩 인’을 노렸지만, 바다 쪽으로 기울어진 그린은 공을 왼쪽으로 밀어냈다. 명문
골프장답게 그린 속도는 빠른 편(스팀프미터 기준 3.1m)이었다. 2퍼트, 더블 보기. 절경을 즐긴 대가는 꽤 쓰라렸다.
아쉬워하는 필자의 표정을 봤는지 정 회장이 말을 건넸다. “원래 설계는 지금이랑 정반대였어요. 지금 서 있는 그린이
티박스고, 저 멀리 티박스가 그린이었죠. 그랬다면 순바람을 타고 티샷한 공이 그린에 올랐을 텐데….” 애초 사우스케이프 CC는 골퍼가 남해를 오른쪽에 끼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식으로 설계되었다. 그래야 골퍼가 홀마다 바다를
보면서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16번 홀의 경치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는 것만 빼면 나무랄 데 없는 설계였다. 하지만 16번 홀의 멋진 자연경관을 살리지 못하는 게 못내 마음에 걸린 설계자 카일 필립스Kyle Phillips는 정 회장에게 설계 변경을 제안했다.
수백억원을 추가로 들여 전체 코스를 시계 방향으로 재설계하자는 것이었다. 필립스는 스코틀랜드 킹스반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야스링크스 등
자연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골프장을 만들어 유명해진 설계가다. 정 회장은 그 자리에서 변경을 승인했다.
“어쩔 수 있나요. 대한민국에서 제일 멋진 시그너처 홀이 나온다는데. 원래대로 설계했다면 16번 홀의 경관이 지금처럼 황홀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정 회장은 16번 홀과 14번 홀, 15번 홀 등 세 홀에 트로이카(세 필의 말이 끄는 썰매)라는
이름을 붙였다. 바다로 뛰어드는 말을 연상시키는 이 홀들의 지형이 트로이카를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12번 홀 그린 전경. 이 홀 그린 옆 바다에는 김 양식장이 자리하고 있다.
4,000억원이 빚어낸 걸작
정 회장이 골프장 주인으로 변신한 건 올해로 딱 10년째다.
원래 직업은 잘나가는 여성복 브랜드 오너였다. 타임 · 마인 · 시스템 · SJSJ 등 패션 브랜드를 거느린 한섬을 만들고
키운 패션맨이었다. 25년 동안 애지중지 키운 회사를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에 4,200억원에 팔았고, 그 돈을
고스란히 사우스케이프를 짓는 데 쏟아부었다. 골프장, 클럽 하우스, 호텔 등 숙박 시설 건립에 든 돈만 4,000억원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18홀 골프장을 짓는 데 드는 공사비(약 1,000억원)의 4배를 투입한 것이다. 자연경관을 그대로 살리면서 골프장을 지으려니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었다. 마음먹으면 골프장 5개를 만들 수 있는 넉넉한 부지(130만 m²)를 확보했지만, 18개 홀만 뚫었다.
이런 식으로 골프장을 지으면 돈벌이가 안 된다는 걸 패션으로 일가를 이룬 사업가가 모를 리 없었다. 더구나 그때는 골프의 인기가 시들한 탓에 지방 골프장은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반도 최남단에 전 재산을 들여 골프장을 지으니, 사람들은 그를 두고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수군거렸다. 실제 그랬다. 사우스케이프는 지을 때도, 2013년 문을 연 뒤에도 그야말로 ‘돈 먹는 하마’였다. 해를 거듭할수록 적자가 쌓이자
정 회장은 서울에 보유하고 있던 건물들을 모두 팔아야 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궁금증은 더 커졌다. ‘도대체 얼마나 골프를 좋아하길래 전 재산을 다 걸고 골프장에 매달릴까?’
이날 확인한 정 회장의 골프 실력은 보기 플레이 수준이었다. 시니어 티에서 90타보다 조금 더 쳤다. 정 회장은 골프를 좋아하지만, 안 치면 죽고 못 살 정도로 마니아는 아니라 고 했다. 적자가 날 걸 뻔히 알면서도 전 재산을 걸고 사우스케이프를
지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는데, 나는 죽어서 이름 대신 골프장을 남기고 싶었다. 사우스케이프는 (수익성을 생각하는) 사업가 정재봉이 아니라 ‘예술가 정재봉’이 지었다”고.
그 덕분에 사우스케이프는 세계가 인정하는 명품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 100대 코스’ 중 9위(2020년)에 올랐을 정도다. 넉넉한 앞 뒤 팀 간격(10분)도 오롯이 골프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국내 최초로 베네치아 건축 비엔날레 대상(황금사자상)을 받은 건축가 조민석 씨가 디자인한 사우스케이프 CC 클럽 하우스. 남해의 하늘을 품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세계적 건축가가 지은 ‘조연’,
클럽 하우스
사우스케이프를 세계가 인정하는 명품 골프장으로 만든 주연이 경치라면, 조연은 클럽 하우스다. 사우스케이프는 남해 바다를 굽어보는 곳에 자리 잡은 이 클럽 하우스를 짓는 데만 700억원이 들었다.
웬만한 골프장 건립비에 맞먹는 규모다. 국내 최초로 베네치아 건축 비엔날레 대상(황금사자상)을 받은 건축가 조민석의 작품이다. 나비 날개를 연상케 하는 처마와 시원하게 트인 기하학적 구조물은 남해의 하늘과 바다를 오롯이 품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로비를 클럽 하우스에서 분리한 뒤 앞뒷면과 천장을 튼 구조는 국내외를 통틀어 처음 시도한 방식이다. 정재봉 사우스케이프 회장은 “남해의 자연과 눈부신 햇살을 클럽 하우스 안에서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클럽 하우스는 해 뜨는 아침부터 석양이 질 때까지 사진을 찍는 이들로 북적인다.
정 회장이 전 재산을 들여 완성한 골프장인 만큼 그의 손길은 골프 코스 곳곳에 묻어 있다. 코스 중간에 있는 그늘집 두 동은 바다를 바라보는 곳에 지었다. 수평선과 골프 코스, 남해의 기암절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목 좋은 곳에 자리 잡았다. 절벽에 들어선 까닭에 언뜻 보면
영화 <아이언 맨> 속 토니 스타크의 집을 연상케 한다. 배용준 · 박수진 커플 등이 머물다 간 호텔은 소설가 고故 이외수의 집과 트윈 트리 빌딩 등을 지은 건축가 조병수가 설계했다.
측면에서 바라본 사우스케이프 CC 클럽 하우스
입구에서 바라본 사우스케이프 CC 클럽 하우스. 로비를 클럽 하우스에서
분리한 뒤 앞뒷면과 천장을 튼 구조는 국내외를 통틀어 골프장에서 처음
시도한 방식이다.
클럽 하우스 내부에 있는 ‘뮤직 라이브러리’. 파주 음악 감상실 ‘카메라타’의
주인장인 방송인 황인용 씨가 설계했다.
직사각형 상자 형태를 쌓아 올려 단순하면서 경쾌한 리듬감이 특징이다. 골프장 조경은 정영선 씨가 맡았다. 국내 조경업계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화이트 톤의 풀과
꽃들로 정제된 디자인을 선보였다. 코스와 풍광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은은한 멋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우스케이프에는 골프장만 있는 게 아니다. 최고급 스위트 호텔과 피트니스센터, 스파, 음악당, 트레킹 코스, 와인 바, 수영장 등도 들어서 있다. 건물 안에 있는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은 하나같이 명품이고, 클럽 하우스와 호텔은 예술품으로 장식돼 있다.
클럽 하우스 로비 중앙에는 영국 유명 설치 작가 톰 프라이스Tom Price의 블루 멜트다운 체어가 놓여 있다. 미국 조명 예술가 린지 애덜먼Lindsey Adelman의 샹들리에가 있는 레스토랑, 방송인 황인용 씨가 설계한 뮤직
라이브러리도 핫 플레이스가 됐다.
한반도 남쪽 끝에서 만나는 골프 힐링의 끝은 미식이다. 외주 케이터링업체를 쓰는 대신 20여 명의 셰프가 상주한다.
콘셉트는 ‘로컬’이다. 남해의 유자, 멸치, 한우, 아나고 등으로 맛을 낸다. 쑥이 나지 않는 계절엔 남해 돌미나리를 직접 키워 도다리미나릿국을, 남해의 튼실한 멸치로는 과메기 처럼 해풍에 살짝 말려 멸치과메기를 만든다.
Information
규모 130만m²
요금 그린피 25만원(월~목요일), 29만원(금요일,공휴일), 33만원(토·일요일,연휴)
주소 경남 남해군 창선면 흥선로 1545
문의 1644-0280
홈페이지 www.southcap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