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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ALTH & ]Investment

달라지는 시장 환경, 현실을 직시하라

2022년 주식시장 전망

2021년의 주식시장은 개인투자자들의 공격적 투자에 따른 차별화된 양상을 보였고, 선진국과 신흥국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그 어느 때보다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2년 글로벌 & 국내 주식시장의
흐름을 살펴보자.

Writer. 윤세욱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투자전략팀 애널리스트)

2021년 주식시장 리뷰

2021년 글로벌 주식시장은 머니 러시 현상과 차별화라는 두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동학(또는 서학)개미로, 중국에서는 청년부추로, 또 미국에서는 로빈 후드와 월스트리트베츠로 대변되는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를 주도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들이 증시의 유동성을 제공하고, 테마 주식의 급등을 이끌기도 했기 때문이다. ‘Gen-Z’세대 투자자들은 주식, 가상화폐, NFT, 미술품, 음악 저작권 등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사들이는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으로 2021년 내내 글로벌 위험 자산 시장을 이끌어왔다.
주식시장으로 좁혀보면 테슬라를 비롯한 나스닥 종목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신성장 종목의 상승세가 두드러졌고, 대형 기술주 내 신규 IPO 종목들도 거센 투자 열풍에 휩싸였다. 연초에는 게임스톱, AMC 등 잊힌 페니주식에 대한 월스트리트베츠 이용자들의 거센 매수세로 공매도를 해온 헤지펀드들의 숏커버링을 유도해 이들의 백기 투항을 유발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개미들이 기관 투자자를 이길 수 없다는 전제하에 상상도 못 한 일들이 미국 주식시장에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의 근저에는 다양한 모바일 콘텐츠와 정보 기술의 발달에 따른 정보의 평등화, 일부 헤지펀드만 이용하던 투자 기술의 대중화, 테크로 무장한 Gen-Z세대의 대거 증시 유입 등이 빚어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미 연준은 테이퍼링을
실시하며 금리인상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놓았고,
신흥국은 인플레이션
가속화를 견디지 못하고
브라질·멕시코·한국 등이
연이어 기준금리 인상을
실시했다.

선진국 vs 신흥국의 뚜렷하던 양극화 현상

2021년 글로벌 주식시장에 나타난 또 하나의 특징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차별화된 흐름이다. 미국과 유럽의 대표 주가지수들의 최상위 주식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상승한 반면, 신흥국 주식은 지지부진하거나 오히려 주가가 급락해버렸다. 특히 신흥국 주식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는 중국 대형 기술주들은 나스닥 대형 기술주와 달리 대부분 연초 이후 마이너스권의 주가 상승률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 시진핑 공산당 정부의 ‘공동부유’ 정책에 따른 테크 기업 규제였다. 공동부유론을 통해 중국 3대 지도자로 등극한 시진핑 주석은 대기업과 대자산가를 압박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다 함께 잘사는’ 사회인 공동부유사회를 이루려는 원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그간 큰 규제 없이 중국 시장을 장악하고, 해외 특히 미국 주식시장에 주식예탁증권DR 형태로 상장해 글로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중국 기술주들의 사업 행태는 거대한 난관에 봉착했으며, 이에 따라 DR들의 주가는 많게는 90%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이러한 중국 시장의 혼란을 틈타 신흥국 증시 내에서 인도와 베트남이 대안으로 떠오르며 지수 상승세가 가파른 모습을 보였다. 인도와 베트남의 경우 미국의 환태평양 전략의 중심 국가로 떠오르며, 중국에서 이전되는 제조업 공장들이 재배치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최대 수혜 국가로 대두되었다. 이는 2022년 이후에도 이들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남아시아와 동남아에서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는 근거 중 하나로 작용하면서 코로나19 이후의 글로벌 성장 동력으로 풍부한 IT 인력과 젊은 인구를 보유한 두 나라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22년 글로벌 & 국내 주식시장 전망

1) 선진국

2021년 12월 16일 기준으로 선진국 대표 지수라 할 수 있는 S&P500 지수는 연초 이후 24.3% 상승한 반면, MSCI EM 지수는 5.1% 하락한 상태다. 무려 29.4%의 단순 수익률 차이가 나타나 신흥국 지수에만 투자한 사람에게 2021년은 지옥 같은 한 해가 되었을 수도 있다.2022년에도 선진국 증시는 신흥국 대비 우위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한다. S&P500 지수의 2022년 주당순이익전망치는 약 8%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MSCIEM 지수 기준의 2022년 주당순이익 전망치는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으로 집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3월의 팬데믹 이후 주식시장의 급반등을 이끈 머니 무브Money Move에는 글로벌 저금리 환경이라는 특수성이 큰 역할을 했다. 중국을 제외하고 선진국 중앙은행 대부분이 제로금리 정책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자산 매입 프로그램에 더해 시민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 지급 정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이러한 현금 살포와 저금리 환경은 결국 자산가격 상승으로 귀결되었고, 글로벌 증시와 부동산, 심지어 가상화폐 시장까지도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 파티의 수혜를 입은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 규제가 강화된 중국 주식가격

  • S&P500 vs MSCI EM 지수

달라진 시장 환경, 옥석을 가려야 할 때

하지만 2022년의 시장 환경은 달라질 것이다. 이미 미 연준은 테이퍼링을 실시하며 금리인상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놓았고, 신흥국은 인플레이션 가속화를 견디지 못하고 브라질·멕시코·한국 등이 연이어 기준금리 인상을 실시했다. 이제는 위험 자산 시장에서 내가 산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선뜻 지불할 ‘더 바보The Fool’를 찾기가 2021년보다 더욱 힘들어지는 시기로 접어들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위험 자산, 특히 주식시장을 바라볼 때 ‘우량한 High Quality’ 자산이 어느 것인지를 세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유동성이 축소되고, 기업의 마진이 줄어들며, 공급망 붕괴가 지속되어 기업이 제품 출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더라도 혁신을 통해 살아남고,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려 미래의 수익성을 높여 갈 수 있는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s’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과연 어느 주식시장에 더 많이 있을까?

여전히 주목해야 할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

실리콘밸리 혁신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추적한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 문화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무엇일까? 바로 ‘No Rules’ 라고 할 수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혁신 기술을 창의적으로 수용하는 실리콘밸리의 경영 기법이 더욱 무서워지는 시기는 바로 2022년이 될 것이다. ‘얼굴책’이라는 한국말로 불리던 미국 대형 기술주의 사명이 하루아침에 ‘메타’로 바뀐 사례가 실리콘밸리 태생 미국 기업의 유연한 사고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형별 주식형 공모펀드 수익률 데이터를 살펴보면 연간 수익률 면에서 지난 8년 동안 꾸준히 중상위권을 유지한 것은 역시 북미 주식이었다. 물론 이 기간 나스닥을 위주로 한 미국 기술주들이 시장의 중심에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기 때문에 데이터의 편향성이 반영된 점에는 주의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의 관점을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바라본다면 글로벌 4차 산업혁명 주식들의 장기 성장성이 뛰어나다는 데에는 동의할 수 밖에 없다. 메타버스, 우주산업, 백신, 블록체인, VR·AR, 자율주행 등 기술 테마들은 2022년에도 시장에서 각광받는 주제로 남아 있을 것이다. 유형별 주식형 공모펀드 수익률 표를 자세히 보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2021년에만 해도 베트남 주식, 인도 주식을 샀으면 미국 주식보다 20% 정도는 더 벌었겠네”라고 하며 미국 주식보다 화끈한 신흥국 주식이 낫다고 충분히 주장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당연히 최고의 수익률을 위해 주식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신흥국 주식에 올인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을까?

2) 신흥국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는 이들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변동성이다. 우리는 단순 수익률 위주로 주식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지만, 결국 자산 시장의 중장기 수익률을 결정짓는 수익률은 위험 대비 수익률 Risk/Reward Return이다. 앞서 살펴본 수익률 표를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보자. 2016년 1등을 한 브라질 증시는 2017년 13등으로 내려 앉았고, 2019년 1등을 한 러시아 주식도 2020년 13등, -9.4%의 저조한 성적을 거두었다. 선진국 증시의 낮은 변동성, 적절한 수익률과 신흥국 증시의 높은 수익률-높은 변동성은 대조적이다. 물론 초고위험 투자 성향을 가진 초공격적인 투자자의 경우 신흥국 증시에 올인하는 것도 높은 수익률을 올리려는 도전적 투자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높은 변동성이 나타나는 시기, 즉 보통 글로벌 자금 시장이 경색되거나 지정학적 위험, 코로나19처럼 예기치 못한 재난이 닥쳐 올인한 자산이 급락할 때 추가로 동원할 수 있는 자산이나 유동성이 풍부한가를 따져봐야 한다. 혹시 높은 수익률을 위한 레버리지까지 활용했다면 단박에 큰 손실로 마진콜을 당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과연 이러한 변동성까지 감내할 만큼 신흥국 증시가 매력적일까?

신흥국 대표 주자 중국 증시, 반등의 기회 있을까

2022년 신흥국 시장의 수익률을 결정할 열쇠도 중국의 손아귀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일반적인 예상은 중국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되고 난 이후인 내년 3분기에 중국 증시도 더욱 긍정적인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 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헝다그룹을 비롯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채무불이행 우려가 지속되고 있고, 교육 업체와 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 대형 기술주들은 뉴욕 증시 상장 폐지 여부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정부 규제와 이전 상장 이슈 등이 해결된 이후에야 본격적인 중국 주식들의 반등 여부가 주목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주가가 많이 하락했기 때문에 단기 반등을 노린 투기적 움직임은 중간중간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마켓 타이밍은 일반 투자자가 노릴 만한 위험 대비 수익률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기억하기 바란다.

2022년에도 한국 증시는
신흥국 증시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신흥국 증시의 반등
여부에 한국 코스피 지수의
방향이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3) 한국

2022년 한국 코스피 지수는 어떻게 될까? 2021년 11월 수출액 600억 달러를 넘어선 한국은 무역 규모에서 세계 8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미 한국의 무역 규모만 보면 선진국 중에서도 핵심적인 나라가 되었지만, 코스피 지수는 MSCI 기준으로 여전히 신흥국 지수 내의 한 자리에 묶여 있다. 일단 2022년에도 한국 증시는 신흥국 증시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신흥국 증시의 반등 여부에 한국 코스피 지수의 방향이 직접적으로 연동되어 있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결국 2022년 신흥국 증시의 반등, 쉽게 생각해보면 홍콩 증시의 반등세에 연동된 한국 증시의 흐름을 예상해볼 수 있다. 중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중국 핀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이 가시화된다면 한국 증시에 대한 시각도 더욱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한국 주식시장

한국 증시의 내부적인 기대 요인도 충분하다. 일단 한국 증시는 싸다. 신흥국의 여러 나라에 비해서도 한국 증시는 주가수익률이 10x 수준으로 이익 대비 싼 구간에 들어 있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싼 것을 좋아하는 투자자들이 있는 반면, 싼 게 비지떡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많은 것이 문제다. 일종의 모멘텀이 가시화되어야 한국 증시의 추가적인 상승세가 도드라질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한국 증시를 짓누른 것은 국내 증시의 대표 격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 시각이었다. 2021년 하반기 D램 현물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내며 이러한 우려를 부추기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현물가격 하락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사업부 실적에 부정적 업종 환경인 것은 맞으나, 실제 3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우려한 것보다는 긍정적인 반도체 사업부의 실적으로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12월 초에 들어서는 D램 현물가격이 7일 연속 상승하는 등 일부 메모리 반도체 업황 반등의 기미가 보이면서 두 업체의 주가도 소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반도체 산업 내부의 변화가 지속된다면 싼 한국 증시 반등 상승 모멘텀의 1이 될 수 있는 요소다. 한국 증시가 넘어야 할 산이 또 남아 있기는 하다.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위험에의 노출, 글로벌 제조업 경기의 바로미터, 글로벌 쇼크 발생 시 현금 인출만 하는 외국인의 높은 비중, 낮은 배당 성향의 후진적 지배 구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MSCI Quality 국가별 지수를 기준으로 EM 지수의 향후 12개월 PER 18.13 대비 Korea Quality 지수는 10.75x로, 약 40.7%의 할인율을 나타내고 있다. 같은 종류의 상품인데 조금 하자가 있다고 해도, 40% 정도 깎아주면 살 만한 것이 한국 증시라는 제품이 아닐까? 글로벌 금융시장이라는 도시의 중심가에 기아의 포터 1톤 전기 트럭(없어서 못 파는 2021년의 히트 전기차 상품이다)을 몰고 가서 “떨이요~ 떨이~”를 외쳐보고 싶은 한국 증시의 2022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