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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로 풀어본 법률
조기 증여,
안전하게 할 수 있나요?
자산가들의 노후 고민 중 가장 큰 부분은 증여에 대한 것이다.
자산을 어떻게 승계해줘야 할지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증여 후
자녀들이 재산을 탕진하거나
부모를 냉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렇듯 재산 증여 시 불안한 마음을
달래줄 방법은 없을까?
Writer. 김앤장법률사무소 상속·증여팀
Q 자식들이 재산을 탕진할까 걱정돼요.
저는 재산의 일부는 좋은 일에 사용하고 나머지 재산은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다만 자식들이 물려받은 재산을 금방 탕진할까 봐 걱정입니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지인이나 기관에 맡긴 뒤 재산에서 발생한 이익을 공익단체와 자식들에게 나눠주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미국에서는 신탁을 이용해 다양한 방법의 증여 및 상속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국내에서도 가능한지요.
A
신탁을 이용하면 자녀에게 안정적으로 재산을 승계해주면서도 부모가 원하는 방법으로 자산을 관리·운영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도 상속 신탁 제도가 있어 다양한 유형의 신탁을 설정하고, 수익자를 지정해 수익자가 신탁재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수령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상속 신탁을 이용하면 굳이 유언장을 작성할 필요 없이 신탁 계약으로 재산상속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가진 돈, 유가증권, 부동산을 신탁해 생전 및 사후 신탁재산의 수익권을 취득할 수익자를 지정함으로써 의도한 대로 사용 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재산을 신탁하고 부모가 정한 비율대로 공익단체와 자녀가 재산에서 발생한 수익을 가져가게 할 수 있습니다.
상속 신탁의 장점
이런 상속 신탁의 가장 큰 이점은 위탁자의 의사에 따라 다양한 재산 승계 방법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부모가 재산을 자녀에게 증여하면 그 재산을 부모가 원하는 방법으로 관리할 수 없지만, 신탁을 이용하면 자녀에게 안정적으로 재산을 승계해주면서도 부모가 원하는 방법으로 자산을 관리·운영할 수 있습니다. 신탁을 활용하면 상속 분쟁을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탁재산은 위탁자와 수탁자 모두로부터 독립된 재산으로 취급하므로 원칙상 위탁자와 수탁자의 일반 채권자가 신탁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할 수 없어 재산을 지킬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신탁
상속 신탁은 형태가 다양한데, 생전에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가 사망 시 신탁이 설정 되는 방법(유언 신탁)도 가능합니다. 이와 달리 신탁을 설정하면서 살아 있을 때는 수익을 자신이 가져가고, 사망 후에는 다른 사람에게 수익이 분배되도록 설계할 수 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이클 잭슨은 살아 있는 동안 신탁에서 나온 수익을 자신에게 귀속시켰으며, 사망 시 유산의 20%를 어린이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나머지 유산의 50%는 어머니에게 돌아가도록 분리해 운영했습니다. 또한 어머니 사망 후에는 자신의 자녀들에게 동등하게 분배되도록 하는 신탁을 설정해 거액의 상속재산을 둘러싼 분쟁을 최소화하고 미성년 자녀들을 보호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나아가 수익자를 순차적으로 지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신탁을 설정하면서 자신이 사망한 후 배우자와 자녀가 수익자가 되게 하고, 그 후 배우자와 자녀가 사망하면 손주가 연속해 수익자가 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Q 효도 계약서를 아시나요?
자식이 성년이 되면 자립해서 살길 바라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아 자식들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선 성급하게 재산을 물려줬다가 자식이 불효하는 바람에 후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이른바 ‘효도 계약서’를 작성하라고 권유하더군요. 과연 실효성이 있는 건가요.
A
은퇴 생활자들 사이에 “자식에게 재산을 한 푼도 안 주면 맞아 죽고, 반만 주면 무서워서 죽고, 다 주면 굶어 죽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하는데, 왠지 모를 씁쓸함이 남습니다. 민법은 증여 계약의 무상성을 고려해 증여 계약에 특수한 해제 사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중 자녀가 재산을 물려받은 뒤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경우와 관련해 민법 제556조에서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때 증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효도 계약서는 이런 민법상 조건부 증여 법리를 차용한 부모와 자식 간 계약을 말합니다.
효도 계약 승소사례
실제로 부모가 아들에게 2층 주택과 대지를 증여하면서 “본건 증여를 받은 부담으로 부모님과 함께 동거하며 부모님을 충실히 부양한다. 아들은 위 부담 사항 불이행을 이유로 한 부모님의 계약해제 기타 조치에 관해 일체의 이의나 청구를 하지 아니하고, 즉시 원상회복 의무를 이행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았는데, 그 후 아들이 자신들을 충실히 부양하지 않자 아들에게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청구를 제기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10여 년에 걸친 법정 싸움 끝에 대법원은 “이 사건 증여 계약은 피고가 부모인 원고 부부를 충실히 부양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것이므로 부담부증여에 해당한다. 피고는 이와 같이 ‘충실히 부양’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원고는 이를 이유로 증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판시해 아들에게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을 원상회복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위 재판에서 원고인 부모가 승소할 수 있었던 것은 증여 당시 ‘부모를 잘 모시겠다’는 각서를 받아뒀기 때문입니다.
효도 계약서 작성시 유의사항
이런 효도 계약서 양식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가 자녀에게 바라는 부양의무 정도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자녀가 부양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증여 계약을 해제하며 증여한 재산을 모두 반환한다는 내용을 포함해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서 유리합니다. 물론 이런 효도 계약서가 있다고 해도 자녀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는 경우 소송으로 다퉈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증여 계약을 해제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심리적 고통이 따를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자녀가 재산을 물려받은 뒤 부모를 부양하지 않거나 부모를 상대로 패륜 범죄를 저지른 경우, 과거의 증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불효자 방지법’ 같은 입법적 조치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