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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February

[SPECIAL THEME]Insight

모빌리티의 진보가
가져온 도시 변화

‘자동차’라는 단어보다 ‘모빌리티’를 더 많이 쓰는 시대다.
우리나라 최대의 자동차 전시회 ‘서울모터쇼’도 2021년부터는 ‘서울모빌리티쇼’로 명칭을 바꾸었을 정도다.
‘모빌리티’의 진보가 가져온 도시 변화를 짚어보고자 한다.

Writer. 이경현(한국인사이트연구소 소장)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대두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말 그대로 소형 이동 수단을 뜻한다. 전동 킥보드, 전기 스쿠터, 호버보드, 전동 휠 같은 것이다. 퍼스트 마일과 라스트 마일*의 연계를 통한 목적지까지 거미줄 같은 교통망을 구축하는 게 가능하고, 교통 소외 지역에서의 버스 노선 증설 같은 해결 방안보다 경제적 효율성 등의 장점으로 인해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은 대부분 공유 서비스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바이크 셰어링, 킥 스쿠터(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전동 킥보드’라 부른다) 셰어링, 스쿠터 셰어링 등의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스타트업 뿐 아니라 유수의 완성차 기업까지도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는 퍼스트·라스트 마일을 위한 최적의 친환경 이동 수단이라는 잠재성이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다.

* 퍼스트 마일이란 출발지를 나서 처음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인 버스같은 대중교통이나 자동차 등을 의미한다. 라스트 마일은 대중교통과 자동차에서 내려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것을 뜻한다.

라스트 마일 배송 혁신

퍼스트 마일과 라스트 마일은 본래 물류 분야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다. 특히 라스트 마일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마지막 접점을 뜻하는데, 모빌리티의 발전과 함께 라스트 마일 배송 방식이 변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표적으로 꼽는 것이 배달 로봇이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아마존 스카우트’로, 바퀴가 6개 달린 이 로봇은 주변 환경을 감지하는 센서를 탑재해 움직이는 장애물을 알아서 피해 다니며 물건을 배달한다.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디지트’는 사람처럼 이족 보행이 가능한데, 최대 18kg의 물건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배달할 수 있다.
배달 로봇은 사람이 배달하기 어려운 지역이나 악천후에도 활용할 수 있고, 배달원의 안전사고 예방이 가능하며, 냉장·온장·냉동 등의 기능을 갖추면 배송하는 제품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드론의 경우 단순한 배송보다 특수 목적의 라스트 마일 배송으로서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접근하기 어려운 도서 산간 지역의 배송이나 응급 의약품 전달 등에 활용한다면 배송 사각지대를 없애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위. 라스트 마일 배송의 가장 대표적 변화로 손꼽히는 배달 로봇
아래. 모빌리티 서비스를 각인시킨 '우버'

위.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 허브 역할을 하는 주차장
아래. 전기차, 수소차 등의 확대로 정유회사들은 기존 주유소의 변신을 고민 중이다.

대표적 공유 경제, 셰어링&헤일링 서비스

대중에 모빌리티 서비스라는 비즈니스를 각인시킨 것은 셰어링과 헤일링 서비스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우버’는 운전자와 탑승객을 연결해주는 라이드 셰어링 서비스이고, 차량을 호출해서 탑승하는 ‘카카오택시’는 카 헤일링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각각 다른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자동차를 소유하는 대신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공유 서비스’라는 점이다.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는 특히 교통 효율화의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사실 자동차를 소유한 대부분의 사람을 살펴보면 하루 중에서 자동차를 직접 이용하는 시간은 1~2시간에 불과하고, 도심에서는 주차난으로 고생한다. 보험·세금·유지·보수 등 부대 비용을 감안하면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 꼭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함으로써 유휴 차량은 줄이고, 사용 효율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바로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의 진정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MaaS, 모빌리티 허브와 슈퍼앱 등장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가 떠오르면서 중요해진 한 가지 개념이 더 있다. 바로 MaaS(마스, Mobility as a Service)인데, 핵심은 모든 이동 수단을 하나로 통합하는 개념이다. 하나의 통합된 디지털 플랫폼에서 이동 수단의 검색부터 예약, 결제 서비스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통합 앱 서비스를 가리키기도 한다. MaaS의 실현을 위해서는 모빌리티 허브로서 물리적 공간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슈퍼앱,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주목해야 한다. 최근 들어 국내 모빌리티업체들이 주차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차장은 각종 공유 모빌리티와 전기차, 자율주행차, 물류까지도 품을 수 있는 일종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 쏘카는 모바일 주차 플랫폼 ‘모두의 주차장’ 운영사인 모두컴퍼니를 인수했고, 카카오는 2017년부터 ‘카카오T주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차장 운영 업체인 GS파크24를 인수했다. 티맵 역시 주차장 2,000여 곳을 운영하는 나이스파크와 제휴를 맺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주차장이라는 공간적 거점을 활용해 다양한 모빌리티 수단을 모으고, 슈퍼앱을 통해 원스톱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큰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자동차

모빌리티와 삶의 변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는 바로 ‘탄소 중립’이다. 기후 위기는 이제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고, 전 세계는 앞다투어 탄소 절감을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0% 가까운 양이 자동차에서 발생하고 있어 자동차업계는 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자동차업계는 자연스럽게 ‘지속가능한 자동차’로의 전환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되었다.
전기차(Battery Electric Vehicle, BEV)는 화석연료와 엔진 대신 배터리와 모터로 구동한다. 이산화탄소를 직접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친환경 차량으로 인식하고 있다. 수소차는 정확하게는 수소연료전지차(Fuel-Cell Electric Vehicle, FCEV)를 의미한다. 수소로 만든 전기로 구동하기 때문에 크게 보면 전기차지만, 이미 충전된 배터리를 동력으로 삼는 전기차와는 달리 차량에 저장된 고압 수소와 대기 중 공기가 만나서 생성된 전기에너지로 움직인다.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순수한 물H2O만 배출한다는 점에서 친환경 모빌리티로 분류한다. 수소 연료의 효율적인 작동을 위해 공기를 빨아들여 필터로 먼지를 제거한 후 배기구로는 깨끗한 공기가 나오기 때문에 ‘움직이는 공기청정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동차업계는 전기차, 수소차와 같은 지속 가능한 자동차로의 전환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다.

디지털 고려장*과 모빌리티 양극화

기술의 발전으로 생활이 편리해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그림자에도 주목해야 한다. 택시를 앱으로 호출하는 일이 일반화되면서 앱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용자는 오히려 택시를 잡기가 어려워졌다. 눈앞에 보이는 빈 택시도 모바일로 호출하고 배차를 받아야만 탈 수 있는 일도 생길 수 있다.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년층의 경우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로부터 소외되면서 은행, 주민센터, 병원 등에서도 디지털 불평등을 낳을 것이다. 앞으로 모빌리티 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소외되는 계층의 문제는 더욱 늘어 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그림자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의 모빌리티는 이용자 경험을 더욱 중시하는 방식으로 개발해야 하며,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 스마트폰,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의 활용 능력이 떨어져 온라인과 모바일의 각종 혜택에서 소외되는 노년층을 늙고 쇠약한 부모를 산에 버렸다고 하는 옛 장례 풍습인 ‘고려장’에 비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