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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APRIL

[ WEALTH & ]Investment

동상이몽同牀異夢
시즌 2를 맞이하며

금융 불안정과 경기침체 가능성, 작년보다 낮아진 소비자물가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 유지 입장을 밝혔다.
기준금리 인하를 기다리던 시장의 기대와 다른
연준의 태도에 적잖은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Writer.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Economist)
Photo. 셔터스톡

최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가 가시화되고 있다. 나아가 금융시장은 그동안의 공격적 금리인상이 가져 올 수 있는 금융 불안정과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게 반영하며, 기준금리 인상 종료 이후에 도래할 금리인하 사이클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연준은 현재의 고금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필요시 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매파적 스탠스를 보여 시장과 연준의 동상이몽 시즌 2가 전개되고 있다.
시장과 연준의 동상이몽 시즌 1은 작년이었다. 2022년 3월 연준이 코로나19 이후 첫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때만 하더라도 앞으로 도래할 연준의 기준금리가 5%를 넘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은 극히 드물었다. 2022년 3~4월에 선도 금리로 추정한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 terminal rate은 2023년 5월에 3%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난 2023년 5월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5%가 넘었고,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 여전히 선을 긋고 있는 연준이 버티고 있다. 결과적으로 시장과 연준의 동상이몽 시즌 1은 연준의 승리로 귀결된 셈이다.

연준과 시장은 경기침체의 심도 depth를 서로 다르게 예상

올해는 매크로 환경이 작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9%대까지 치솟았던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5%대까지 낮아졌으며, 그동안 물가상승을 견인하던 주거·임대 비용과 임금 상승률 등이 제자리를 찾아가려고 방향을 선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변화 폭이 아직 크지 않고, 임금과 연동된 서비스 물가가 높다는 점이 인플레이션 경계 요인으로 남아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물가상승률 하락의 상당 부분이 기저 효과 base effect에 기인했기 때문에 기저 효과가 제거되는 하반기에 서비스 물가가 빠르게 낮아지지 않는다면 전체 물가상승률 역시 더 이상 낮아지지 않고 4~5%대에서 횡보하는 흐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물가안정 2%를 목표로 하는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는 이유다.

연준과 시장의 동상이몽 시즌 2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금융 불안 현상과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 system risk를 잘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 기인한다.

이런 상황을 금융시장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높아진 기준금리 수준이 경제 전반에 제약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특히 고금리 부작용 중 한 가지 현상으로 은행 위기 banking crisis가 불거졌다는 점, 그리고 과거 은행 위기는 대부분 급격한 수요 위축이 동반된 경기침체 hard landing로 이어졌다는 경험을 고려하면, 금융시장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을 예상하는 것도 무리한 기대로 보이지 않는다. 금융시장이 연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준과 시장의 견해 차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결국 연준과 시장의 동상이몽 시즌 2는 현재 진행 중인 금융 불안 현상과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 system risk를 잘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 기인한다. 특히 시스템 리스크 관리는 경기침체의 심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다. 이에 대해 연준과 재무부 등 정책당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미국 은행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이 내포된 주요 인사들의 발언과 연준의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숫자들은 급격한 경기침체보다는 완만한 연착륙 soft landing을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수준을 크게 하회하고 있는 채권시장 금리와 장단기 금리 차 역전 현상은 곧 닥쳐올 급격한 경기침체를 반영하고 있다. 과거 미국에서는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 25개 은행이 파산하며 총자산 약 3,700억 달러가 증발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올해 3월까지 미국에서 2개 은행이 파산했는데, 그 총자산 규모가 약 3,190억 달러라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가 설명되는 부분이다.

연준의 주요 경제지표 전망

구분 2023년 2024년
2022년
12월
전망
2023년
3월
전망
2022년
12월
전망
2023년
3월
전망
실질
GDP
성장률(%)
0.5 0.4 1.6 1.2
실업률(%) 4.6 4.5 4.6 4.6
근원
PCE
인플레이션(%)
3.5 3.6 2.5 2.6
점도

중간값(%)
5.1 5.1 4.1 4.3

자료 : Fed,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미국에서 파산한 은행 수와 파산 은행들의 총자산 추이

채권 자산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

연준과 시장의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동상이몽 시즌 2의 결론이 어떻게 될지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와 대응전략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시장이 예상하는 바와 같이 수요 위축이 동반된 급격한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경우다. 이 상황에서는 서비스 물가의 하락도 동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연준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여력이 높아진다. 기준금리 인하기에는 높은 자본 차익capital gain을 누릴 수 있는 장기채권 long duration 매수가 유리하다. 다만 수요 위축이 동반된 경기침체에서는 기업 이익도 함께 부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식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dot-com bubble 붕괴 당시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하(2000년 12월 6.5% → 2002년 10월 1.75%)되는 국면에서 같은 기간 동안 S&P지수는 약 30% 하락했다.

미국 기준금리와 점도표 1년 후 기준금리,
주요 국채금리 추이

둘째, 연준이 예상하는 바와 같이 완만한 경기침체가 진행되는 경우다. 이 상황에서는 시장이 기대하는 기준 금리 인하 시점이 이연되면서 단기금리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단기금리 상승기에는 채권의 이자수익 carry profit을 누릴 수 있는 단기채권 short duration 매수가 유리하다. 아울러 수요 위축이 급격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 이익 감소 역시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아 주가의 하락 폭은 제한될 것이다. 낙폭이 심했던 섹터나 종목들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저평가 주식을 중심으로 매수하는 전략도 유효할 수 있다. 현재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하고 있지만, 연준의 점도표에서 시사한 2024년 말 최종 금리 수준은 4.3%로 현재 기준금리 수준 대비 약 80~100bp 낮은 레벨이다. 미국 경제가 연준의 시각대로 흘러간다고 하더라도, 결국 시기와 속도의 문제일 뿐 일정 수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진행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는 것이다. 상기 언급한 첫 번째와 두 번째 경우의 수에서 교집합은 채권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