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Travel Note
여왕이 사랑했던 여름 별장을 찾아서
영국 왕실
건축물 투어
“이곳보다 더 예쁜 곳을 보기란 불가능하다!”
오즈번 하우스에 대한 빅토리아 여왕의 찬사다.
영국 곳곳에는 왕실 별장이 있다. 격무에 지친
군주들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곤 했다.
영국 주요 관광지이기도 한
영국 왕실 건축물을 둘러보며 세상을 떠난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추모해보자.
Editor. 두경아
Photo. 영국관광청, 셔터스톡
왕실 공식 주거지 버킹엄 궁전의 하이라이트는 근위병 교대식이다.
영국은 7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왕좌를 지킨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세상을 떠난 뒤, 찰스 3세 국왕 시대를 맞이했다.
영국은 1066년 윌리엄 1세 대관식 이후 1,000년 역사를 가진 군주제가 존속하는 나라다. 여왕이 세상을 떠나자, 우려한 대로 몇몇 국가가 영연방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영국 내부에서도 군주제 폐지 주장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유고브)에 따르면 영국 국민의 대다수는 여전히 군주제를 유지하는 데 찬성하고(67%),
찰스 3세에 대한 기대감(63%) 역시 공고하다.
영국 군주제 존립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언제나 경제적 가치를 예로 든다. 영국 왕실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매년 상당하지만 왕가 관련 산업으로 영국이 벌어들이는 돈이 이보다 많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관광 효과다. 실제로 버킹엄궁전, 윈저성 등 왕실 관련 관광지는 매년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2020년 기준 왕가 관련 명소의 입장권
수익만 4,990만 파운드(약 772억원)에 달하며, 영국 전체가 벌어 들인 관광 수입은 2017년 기준 6억4,000만 달러(약 8,960억원)로 추산 될 정도다.
왕실 이야기는 이미 여러 차례 영화화됐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일대기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으로 제작돼 2016년부터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드라마를 주제로 한 관광 상품이 나왔을 정도.
900여 년 전 건설한 성채인 런던 타워는 현재 왕실 보물을 소장한 박물관으로 사용한다.
현재 윌리엄 왕세자 부부의 공식 거처인
켄싱턴 궁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이 거행된
웨스트민스터 사원
런던에는 왕실 관련 관광 명소만 탐방하는 관광 상품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으며, 여왕처럼 휴가 보내기, 왕실 가족의 쇼핑 목록 등 다양한 주제로 진화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영국 왕실이 지닌 콘텐츠의 힘이며, 영국 왕실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화려한 영국 왕실의 중심지, 런던
영국 왕실을 상징하는 명소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버킹엄궁전 Buckingham Palace일 것이다. 영국 왕실의 대명사인 이 궁전은 왕의 집무실이자 주거지로 쓰인다.
1703년 지은 저택을 조지 3세가 매입해 왕실 소유의 건물이 된 이후, 1837년 빅토리아 여왕이 즉위하면서 왕실 공식 런던 주거지로 사용되고 있다.
궁전은 건물 이외에도 2만㎡의 호수, 17만 4,000㎡의 대정원, 왕실 미술품을 소장한 미술관·도서관 등으로 구성된다. 궁전은 1년 중 오직 여름, 8~9월 두 달간 부분적으로
관람객에게 공개한다. 버킹엄궁전의 하이라이트는 근위병 교대식이다. 매주 월·수·금·일요일 11시부터 45분간 궁전 정문 앞에서 진행되는데, 이 행사를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든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 접해온 왕실 행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에서 열렸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이 엄수됐으며,
그의 대관식과 결혼식 모두 이곳에서 열렸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영국 국교회 성당으로, 본래 가톨릭 수도회 대수도원이었다가 헨리 8세가 국교를 성공회를 바꾼 후 현재의 형태가 됐다.
1066년 이후 모든 대관식이 이곳에서 거행됐고, 왕실의 중요한 이벤트가 대부분 이곳에서 열린다. 또 이곳은 처칠, 뉴턴, 헨델, 셰익스피어 등 영국 위인들의 무덤이기도 하다.
런던 내에서도 왕실 가족이 머물 수 있는 궁전은 여러 곳이다. 그중 하이드파크 서쪽에 위치한 켄싱턴 궁전Kensington Palace은 현재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머무르는
공식 거처로 사용되고 있다. 궁전 일부는 관람이 가능 하며 아름답게 꾸민 켄싱턴 정원도 둘러볼 수 있다.
런던 아이와 더불어 런던의 랜드마크는 바로 시계탑 빅벤Big Ben이다. 정확히 말하면 빅벤은 시계탑 속 종이고, 시계탑의 정식 명칭은 엘리자베스 타워Elizabeth Tower다.
2012년 엘리자베스 2세 즉위 60주년을 기념해 붙인 이름이다. 96m 높이에 설치한 빅벤은 1859년 5월 31일 처음 가동을 시작했고,
15분마다 한 번씩 울려 시간을 알려주고 있다. 다만, 엘리자베스 여왕의 운구 행렬이 지나갈 때는 1분에 한 번씩 울렸다.
영국 런던 템스강 북부에 위치한 성채이자 박물관인 런던 타워는 900여년 전,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건설했다. 이후 정치범들을 수용했던 감옥으로 사용하다가,
지금은 영국 여왕의 왕관을 비롯한 왕실 보물을 소장·전시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주말을 보내던 윈저성
빅토리아 여왕이 사랑한 왕실 별장 오즈번 하우스
왕실이 사랑한 별장이 있는 곳, 잉글랜드
영국 왕가의 명칭은 ‘윈저’다. 왕실 가문 이름을 딴 윈저성Windsor Castle은 1070년 윌리엄 1세가 지은 성채로,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보존해온 성으로 꼽힌다. 윈저성은 런던의 버킹엄궁전, 에든버러의 홀리루드하우스 궁전Holyrood House Palace과 함께 영국 군주의 공식 주거지다.
둥근 탑 꼭대기에 왕실 깃발이 걸리면 여왕이 성에 머물고 있다는 표식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주말 대부분을 윈저성에서 보냈고, 노년에는 주로 이곳에서 생활했다.
특히 부군인 필립 공이 사망한 이후에는 거의 대부분 이곳에 머물렀다. 2018년 해리 왕자와 매건 마클의 결혼식이 열린 곳도 이 궁전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렘브란트와 루벤스 등 유명 화가의 작품과 다양한 수집품이 전시된 공간을 비롯해 왕실이 사용하는 공간까지 둘러볼 수 있다. 조지 6세 추모 예배당 바닥에는 엘리자베스 2세의 추모
석판이 안치됐으며, 예배당은 일요일 예배 참석자에게만 개방한다.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곳에는 왕실의 별장도 있다.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은 1845년 아름다운 와이트섬Isle of Wight에 이탈리아 르네상스 궁전 스타일로 여름 별장인
오즈번 하우스Osborne House를 지었다. 빅토리아 여왕은 이곳을 매우 사랑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지인에게 “이곳보다 더 예쁜 곳을 보기란 불가능하다”는
편지를 남겼을 정도다. 1861년 앨버트 공이 사망하자 빅토리아 여왕은 더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고, 1901년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크리스마스를 보낸 샌드링엄 하우스
이슬람 사원이 연상되는 로열 파빌리언
노퍽주 샌드링엄 인근에 있는 샌드링엄 하우스Sandringham House는 4대 걸친 왕들의 사저다. 1862년 당시 웨일스 공이던 에드워드 7세와 왕세자
빈 덴마크의 알렉산드라를 위해 구입했고, 딸린 사유지를 잉글랜드 내 가장 훌륭한 사냥터로 가꿨다. 조지 5세와 조지 6세가 이곳에 머물다가 세상을 떠났다.
조지 6세는 자신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왕비에게 “이곳에 있을 때 항상 행복했고 이곳을 사랑한다”는 편지를 남길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 조지 6세 사망 후에는 엘리자베스
2세에게 상속됐는데, 여왕은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 등 기념일을 보냈다.
영국에서 가장 독특한 왕궁을 꼽으라면 브라이턴에 위치한 로열 파빌리언Royal Pavilion일 것이다. 이슬람교 사원이 연상되는 외관으로,
인도·중국·이슬람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조지 4세 왕이 1832년 인도 고딕 스타일로 리모델링해 별장으로 사용했다. 외관은 둥근 탑과 첨탑 등 인도풍으로 지었고,
내부에는 천장화와 크리스털 샹들리에, 동양에서 수입한 도자기와 장식품으로 화려하게 꾸몄다. 조지 4세가 세상을 떠난 후 빅토리아 여왕은 이 별장을 브라이턴시에 팔았다.
현재는 브라이턴시의 랜드마크로 시민과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낸 스코틀랜드 밸모럴성
왕실의 완벽한 쉼터, 스코틀랜드·웨일스
스코틀랜드는 여전히 영국에서의 분리 독립을 외치며 잉글랜드에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지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스코틀랜드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 장례식에 백파이프 연주를 해달라”고 유언을 남겼을 정도다. 백파이프는 스코틀랜드를 상징하는 악기다. 그의 어머니가 스코틀랜드 백작 가문 출신이다 보니, 스코틀랜드는 여왕의 외가인 셈.
애버딘셔에 위치한 밸모럴성Balmoral Castle은 영국 국왕의 여름 별장이자 사저다. 1852년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인 앨버트 공이 개인적으로 영지를 구매, 기존의 건물을 허물고
건축해 1856년 완공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매년 여름을 이곳에서 보냈다. 그의 공식 일정인 리즈 트러스 총리 임명도 이곳에서 이루어졌고, 이틀 뒤 이곳에서 영원히 잠들었다.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의 신혼여행지이기도 하다.
스코틀랜드의 왕실 공식 주거지는 에든버러에 있는 홀리루드하우스 궁전이다. 원래 1128년 데이비드 1세가 세운 수도원이었으나, 증축을 거듭해 16세기부터 스코틀랜드 왕과 여왕의
궁전으로 사용했고, 지금도 영국 왕실의 스코틀랜드 공식 주거지로 쓴다. 엘리자베스 2세는 7월의 ‘홀리루드 주간Holyrood Week’이라 일컫는 일주일간 이 왕궁에 머물렀다.
왕실 가족이 머무를 때를 제외하면 로열 아파트먼트와 정원은 대중에게 개방된다. 홀리루드하우스 궁전에서부터 에든버러성까지 이어진 1.6km의 길은 로열 마일(왕실 전용 도로)이라고
부른다. 중세 시대의 건축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 구시가 길은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해 에든버러 대표 관광지로 꼽힌다.
웨일스에서 가장 큰 섬인 앵글시Anglesey는 왕실이 가장 사랑하는 은신처다. 윌리엄 왕세자가 결혼 후 신혼집을 마련한 곳이기 때문이다. 당시 헬기 조종사로 근무했던 왕세자는
앵글시에 있는 공군기지에서 군 복무를 했다. 섬이지만 육지와 다리가 이어져 있어 찾아가기 좋으며, 해안 둘레 길은 뛰어난 국가 자연경관으로 지정됐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보매리스Beaumaris성 등 유적지가 있어 볼거리도 다양하다.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한 에든버러성
런던 왕실 명소 편하게 둘러보기
더 크라운 런던 워킹 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