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ALTH &]Art &
미술품에 걸린
리셀록
최근 일부 갤러리에서는 일정 기간 재판매를
금지하는 리셀록Resell Lock을 걸기 시작했다.
아트테크 열풍 속에서 작품 판매에 영향을
미쳐도 이 같은 조항을 두는 요인은 무엇일까.
Writer. 한혜미
(갤러리K 아트 딜러, <월 10만원 그림 투자 재테크> 저자)
Photo. 한경DB, 셔터스톡
아트테크의 명과 암
재판매를 뜻하는 리셀Resell은 신발, 가방, 시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진다. ‘피카소의 작품 A가 소더비 경매에서 2년 만에 3배 상승한 가격으로 낙찰’된 배경에는 미술품 리셀이 있다. 국내에선 2021년 개인 소장자의 미술품 양도소득이 ‘항상 기타소득’으로 법이 개정 되기 전까지, 반복성이 인정되면 미술품을 사업소득으로 과세했다. 미술품 리셀은 아트테크의 명암을 드러낸다. 미술품이 감가상각이 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오랜 시간 그림을 감상한 후 판매하는 데 경제적 이득까지 취하는 장점이 있다. 다만 판매하기 어렵고 미술 시장 이슈에 따라 원활하게 거래되지 않는 단점을 동반한다. 많은 이가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 중고 물품을 거래 하는 플랫폼에서 미술품을 거래하는 이유다. 최근 일부 갤러리에선 작품에 리셀록을 걸기 시작했다. 미술품을 구매해서 곁에 두는 건 인테리어, 아트테라피 효과와 예술가에게 후원하는 등 여러 부수적인 가치가 있다. 리셀을 하지 않아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더라도, 정서적 가치를 이유로 손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아트테크로 미술 시장이 활성화되어 작가가 작업 세계를 펼치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다. 아트테크 열풍 속에서 작품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데도 이 같은 조항을 두는 요인은 무엇일까? 미술품 거래의 배경을 바탕으로 아트테크를 바라보자.
미술품 경매업체 소더비의 직원들이 2018년 경매에 나온 뱅크시의 ‘풍선과 소녀’ 작품을 걸고 있다. 이 작품은 104만2,000파운드 (약 16억6,600만원)에 낙찰된 순간 그림이 세로로 잘려나가 충격을 줬다.
1차 시장, 가장 저렴해
미술품을 가장 좋은 가격에 구매하는 것은 가장 낮은 가격으로 구매하는 것이다. 누군가 급매로 내놓지 않는 이상 가장 싸게 파는 곳은 1차 시장이다. 좋은 미술품일수록 더하다.
미술 시장은 작가의 작품이 출품되는 1차 시장과 소장자에 의해 재거래되는 2차 시장으로 나눈다. 미술 시장의 1차 시장은 작가와 계약을 맺은 갤러리다. 1차 시장의 미술품 가격은 작가가 정하거나 갤러리와 협의한다.
작품가는 현재의 인지도와 시세를 반영하지만, 갑작스레 인기가 올랐다고 해도 이를 전부 미술품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다. 미술품 판매가는 올리는 것보다 내리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미술 시장 특성상 작품가가 내려가면 작품 가격이 흔들리는 모습으로 비쳐서 작가의 이후 작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2차 시장의 작품가 변동과는 다르다. 2차 시장은 개인 거래나 경매 등을 통해 미술품을 구매하는 방법으로,
시세 혹은 수수료를 더해서 작품을 거래 한다.
2차 시장의 거래가는 경제 상황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담겨 시세를 반영한다. 리셀을 고려해서 구매하는 것이라면 훗날 판매 때도 이와 같은 시세가 유지되거나 더 높아야 하는 상황이라 높은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작가가 작고해서 갤러리의 신작을 기대하기 어렵거나, 특정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경우를 제외하고는 1차 시장의 갤러리와 아트 페어에서 구매할 것을 조언하는 이유다.
인기가 높은 작품일수록 1차 시장을 통해 구매하는 것이 시세에 비해 낮게 구매
하는 방법이며, 이를 통해 훗날 경제적 이익까지 기대 할 수 있다.
작가와 고객이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아트 페어
작가와 고객이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아트 페어
대기 리스트와 리셀록
갤러리에서 구매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관심 작가가 속한 갤러리에 문의해서 구매가 가능한 작품 리스트를 요청하거나, 작품 판매를 위한 전시 중이라면 담당자에게 구매 의사를 표하면 된다.
작품은 전시 종료 후 받을 수 있으며, 대부분 수수료는 작품가에 들어 있지만 배송료는 별도다. 다만 그 과정은 인기 작가일수록 까다롭다. 구매할 능력이 있어도 작품 대기가 길어서 작품을 바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다.
일부 갤러리에선 작품을 구매할 개인 소장자를 직접 선별하기도 한다. 이전에 구매한 이력이 있거나 인지도가 높지 않다면 소장하고 있는 작품 리스트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갤러리의 판매가가 시세보다 낮을수록 더하다.
아트테크 열기로 작품을 2차 시장에 바로 내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갤러리에서는 오랜 기간 소장할 이를 찾는 선별 과정을 거친다. 시장 거래가 활발한 것이 작가에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자주 언급 되고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면 작가의 향후 비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다만 이는 양날의 검이다. 대표적인 것이 경매에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다. 또한 좋은 작품일수록 오래 보고 감상하려는 심리를
고려했을 때 시장에서 자주 거래되는 작품을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 시장에 자주 등장하는 미술품의 예술적 가치에 의구심을 더하는 이유다. 최근 경매시장에는 2022년 작품이 종종 출품된다. 올 초에 구매한 작품을 몇 개월 만에
시장에 내놓는다. 재테크만 고려해서 작품을 구매한 이들일수록 단기간 판매를 선호한다.
또한 일부 작가는 아트테크 붐으로 시세가 오르면서 이미 갤러리 판매가의 몇 배를 넘어섰다. 소장자로서는 몇 배 가격에 대한 차익을 완전히 외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여러 갤러리에서 시장에 유통되는 작품의 수급을 조절하려고 노력한다. 대기 리스트를 핑계로 작품 판매를 제한하거나,
2년 전후의 리셀록 조항을 신설했다. 리셀록을 건 작품은 해당 기간 동안 판매가 금지된다.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한국 추상미술 선구자 김환기의 대표작 ‘우주’가 100억원을 훌쩍 넘기며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관계 중심 미술 시장 이해해야
물론 모두가 미술품 차익을 기대하고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사정에 따라 약속된 기한을 지키지 못하고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 2년이 아닌 20년을 소장할 마음으로 구매했어도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셀록 조항이 있는 갤러리에서 작품의 재판매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갤러리에서 해당 작품의 재판매를 중개하는 예도 있다. 미술 시장은 ‘관계를 매우 중요시’한다. 대다수가 신뢰를 쌓은 관계에서 미술품을 거래한다. 작품 구매를 희망하는 이들이 원하는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다른 작가의 작품을 주문하는 이유다. 작가와 갤러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표출하면서 원하는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는 방법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관계가 형성되면 작품을 쉽게 판매하지 못하거나, 판매해야 할 때도 관계를 고려해 미리 상의한다. 리셀록 조항이 작품 판매에 제한을 두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같은 관계를 바탕으로 판매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를 무조건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