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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OCTOBER

[LIFE &]Architecture

한국 건축의 미래가 여기에!

2022 젊은건축가상
수상자들

우수한 신진 건축가를 발굴하고 양성하기
위해 2008년부터 문화체육부가 진행해온
‘젊은건축가상’.
올해 수상자는 김효영건축사사무소,
심플렉스건축사사무소, 카인드건축사사무소
3개 팀이다.

Editor. 두경아

용기 있는 표현이 두드러지는 압구정동 근린생활시설


유쾌하고 과감한, 새로운 건축물의 등장

김효영 / 김효영건축사사무소

“건축물의 성격을 찾아내기 위해 모든 상황을 긍정하려는 태도가 중요하고, 다소 과장되더라도 용기 있는 표현으로 성격을 드러내려고 한다.”
김효영 건축사가 추구하는 건축의 지향점이다. 바로 이 점이 그가 올해 젊은건축가상을 받은 이유인데, 이 상을 통해 그는 “경직되고 척박한 한국 현대건축의 토양에 거침없는 유희적 참조와 차용을 통해 건축 내부의 담론과 마찰을 유발하고, 낯설고 새로운 건축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이러한 관점이 가장 잘 녹아 있는 건축물은 경북 문경시에 위치한 ‘복터진집’이다. 기다란 직사각형 건물 꼭대기에 나열된 5개의 반원이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구름 같기도, 식빵의 옆면 같기도 한 반원들은 지붕 역할뿐 아니라 각각 다락방과 엘리베이터 오버헤드의 기능을 한다. 서울 압구정동 근린생활시설에서 그의 유쾌함은 더욱 도드라진다. 도로 쪽 벽돌 입면은 규칙적이면서 통일성 있는 모습으로 고전적이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지만, 주차장에 닿은 면은 스킵플로어·벽돌입면·박공지붕·발코니· 벽난로와 굴뚝·철제 계단 등이 마치 설치미술처럼 얽혀 있다. 그 사이 모서리에 붙은 야구공은 유쾌함의 절정이다.
인제 ‘스마트복합쉼터’ 리모델링은 김효영 건축사의 과감성을 엿볼 수 있는 작업이다. 이용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과감히 분리하고 덜어냈다. 기존 건물은 콘크리트 구조물만 남겨놓고 헐어내 소양호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로 완성했다. 이 건물과 엇갈리며 마주한 새 건물은 불규칙한 큰 물결 모양의 곡선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지나는 차량의 눈길과 발길을 붙들 수 있는 좋은 디자인이다.

유쾌한 분위기의 복터진집

복잡한 문제를 간결하면서 세밀하게

박정환·송상헌 / 심플렉스건축사사무소

성북구 하월곡동의 종암사거리는 위로는 높이 10m의 고가도로가 지나고, 땅으로는 북부간선도로와 내부순환로가 교차하는 지역이라 악명 높은 상습 차량 정체 구간으로 꼽힌다. 바로 이곳, 고가도로 하부와 도로 사이 어둡고 삭막한 분위기의 유휴 공간에 새로이 들어선 ‘종암스퀘어’가 있다. 2017년 서울시가 진행한 ‘고가하부공간 활용 공공공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탄생한 이 건물은 목제 루버로 마감해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커뮤니티 공간 겸 쉼터다. 내부 공간은 구획을 고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공간을 확장·분리할 수 있도록 폴딩도어를 설치했다. 목재로 이루어진 전체 구조물이 시각적으로 바깥 모습과 구분되게 한다면, 그 사이를 채우는 유리 창호와 목제 루버는 시끄러운 외부 환경을 극복하면서도 내외부를 통한 시각적 소통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건물 위를 덮는 지붕은 반투명 폴리카보네이트로 마감해 고가 밑에 머무는 비둘기의 배설물로 인한 오염을 방지하면서도 빛이 들어오게 했다.
종암스퀘어는 심플렉스건축사사무소를 공동 운영하는 박정환·송상헌 건축사가 설계한 건축물이다. 올해의 젊은건축가상은 “심플렉스건축사사무소는 한국 공공영역 건축의 지난한 과정에서 여러 복잡한 문제와 상황을 단순하면서도 간결하게, 그러나 정제된 이미지와 세밀함(디테일), 높은 완성도로 풀어냈다”고 평했다. 종암스퀘어는 이들이 올해의 젊은건축가상을 통해 받은 심사평을 더욱 와닿게 하는 건축물이다.
심플렉스건축사사무소는 호텔, 카페, 클럽하우스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의정부 고산지구에 위치한 ‘아나키아 카페 레스토랑’은 외부 자연과 내부 플랜테리어 공간이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이다. 건물은 단순한 직사각 형태이며, 남쪽과 동쪽 면은 전면 유리로 마감해 시야가 열려 녹음을 바라보며 온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서울 강남 도산대로 골목길에 위치한 ‘리버티 라운지’는 카페였던 2층 건물을 3층 규모의 라운지 바로 증축해 리모델링 한 프로젝트다. 전면은 금속 커튼 소재를 활용해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특성을 함께 지니도록 했다. 또한 색이 변하는 LED 조명을 통해 밤에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강원도 삼척에 조성 중인 ‘이사부독도기념관’은 삼척시가 2017년 진행한 공모전에서 입상한 당선작이다. 심플렉스건축사사무소는 이사부 장군이 출정하던 예전의 땅을 다시 드러내고 물을 도입함으로써 과거의 역사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육향산을 통해 독도의 이미지를 상기시켰다. 더불어 관람객이 내부 전시와 외부 경관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버려진 공간에 자리 잡은 종암스퀘어

외부 자연과 내부 공간이 조화를 이룬 아나키아 카페 레스토랑

과거의 역사성과 독도 이미지를 드러낸 이사부독도기념관

고성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낸 서로재



차 한잔 이상의 그윽한 경험을 선사하는 몽재


수도승과 같은 진지한 시선으로

이대규·김우상 / 카인드건축사사무소

카인드건축사사무소의 ‘카인드 Kind’는 ‘친절한’이 아닌 ‘유형’, 즉 ‘다양성’이라는 의미다. 이대규와 김우상 건축사는 사무소 이름처럼 다수의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공공건축에 대해 다양한 생각으로 진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강원도 고성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낸 쉼의 공간 ‘서로재’는 도로·담장·객실을 선형으로 배치해 자연스럽게 건물 내부로 이어지는 긴 동선을 만들어 작은 골목을 지나 각 객실의 내부 공간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이로써 건축이 녹음과 바람 소리, 새소리와 어우러지며 하나의 자연 요소가 되게 하는 것이다.
서촌에 자리 잡은 보안여관 내 작은 테라스 공간에 조성한 차실 ‘몽재’는 좋은 차 한잔 이상의 그윽한 경험이 가능한 공간이다. 어두운 톤의 마감은 창을 통해 보이는 북악산 봉우리와 한옥의 기와지붕 등 서촌 풍경과 공예가들의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좋은 배경이 된다. 이곳의 매력은 들창을 열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제각기 다른 높이로 열리는 들창을 통해 서촌의 하늘이 드러나며 온전히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벤디드 하우스, 즉 ‘휘어진 집’이라는 뜻의 이 주택은 곡선과 직선의 조화, 과감하지만 과하지 않은 붉은 컬러로 눈길을 끈다. 이 건축물은 건축의 형태적 요소를 강조함과 동시에 다양한 방식으로 빛을 담고 있다. 1층 공용공간은 창과 문을 여러 각도로 열게 해 다양한 풍경과 빛의 경험이 가능하게 했다. 2층은 외부 테라스와 중정이 한정된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중정은 ‘7377 하우스’에서도 잘 활용했다. 우이동 골목 안쪽에 있는 낡은 주택을 증축과 리모델링한 프로젝트였는데, 이들은 기존 건물을 토대로 한 작업에서 중정이 ‘한 재료의 단단함과 빛・하늘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설계했다.
카인드건축사사무소는 “대지 위에 각각의 요소가 질서를 찾고,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섬세한 공간적 경험이 가능하도록 하는 건축을 고민한다”고 말한다. 또한 “우리가 짓는 건축의 중심에는 ‘정서적 공간’이 있다”며 “생경하지만 자유로운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건축을 밀도 있게 탐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고민은 젊은건축가상의 심사평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들은 “수도승과 같은 진지한 태도와 현장에의 집요한 관여를 통해 시각문화 중심의 디지털 시대에 공감각적이고 정서적인 공간에 대한 환기와 탐구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중정을 잘 활용한 7377 하우스


형태적 요소를 강조하면서 다양한 빛을 담아낸 벤디드 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