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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OCTOBER

[ WEALTH & ]Investment

희비가 엇갈리는
유가와 금값

세계 경기의 주요 지표 중 하나인 금 시세와
국제유가는
최근 꾸준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둘의 근본적인 상승 요인에는
차이가 있다.
앞으로 금값과 국제유가는
어떻게 달라질지 알아보자.

Writer. 박석현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투자전략팀 Equity Analyst)
Photo. 프리픽

국제 금 시세는 8월 9일 기준 2,431달러(단위 트로이온스)를 기록하며 올해 들어 17.8% 올랐다. 지난해 13.1% 상승에 이어 2년째 가격이 오르고 있다. 원유 가격도 올해 들어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8월 9일 배럴당 76.84달러로 마감되며 지난해 말 대비 7.2% 상승했다. 하지만 WTI 가격의 경우 지난해 10.7% 하락했다는 점에서 사상 최고치 경신을 이어가는 금 가격과는 사뭇 다른 가격 추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 여건 및 산업구조 변화(수요)와 주요 산유국 생산 정책(공급)에 큰 영향을 받는다. 여기에 전쟁 같은 지정학적 요인과 미국 달러화 움직임, 금리 변화 등의 요인도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비교적 높은 특성을 갖는다.
금 가격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인플레이션과 금리(명목금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을 차감한 실질금리) 변화에 영향을 받지만, 글로벌 경기에 덜 민감하다는 특성이 있다. 또 금은 실물 수요가 꾸준히 뒷받침되는 반면, 금 공급(생산)량은 한계가 있다는 최근 몇 년간의 수요· 공급 특성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전망에서도 국제유가와 금 가격은 상반된 결과를 보여준다. 국제유가는 원유 시장 수급 전망 불확실성에 따른 가격 변동 위험에 노출돼 있는 반면, 금의 경우 견고한 수요와 제한적 공급이라는 수요 우위 전망에 여전히 힘이 실리고 있다.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 여건 및 산업구조
변화(수요)와 주요 산유국 생산 정책(공급)에
큰 영향을 받는다. 여기에 전쟁 같은 지정학적 요인과 미국 달러화 움직임, 금리 변화 등의
요인도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비교적 높은 특성을 갖는다.

금 가격과 국제유가

주요 산유국 일일 원유 생산량 추이

공급 우위가 이어질 전 세계 원유 시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 장기화되고 있고, 지난해부터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더해졌다. 두 전쟁 모두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중동의 전운은 확전으로 번질 위험마저 안고 있다. 전통적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원유 가격 급등의 도화선이 돼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짙어지는 중동 지역 전운은 유가 급등 위험을 부채질한다. 그럼에도 국제유가 움직임은 우려만큼 오르지 않는데, 이는 전쟁의 범위에 산유국 영토가 직접적으로 포함되지 않는 이유 외에도 원유 수급 전망에서 수요 우위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원유 수요는 중국 경제 둔화 지속과 신재생 에너지 생산 확대로 타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일정 수준의 유가 레벨 확보가 필수적인 산유국들(OPEC+)은 수요 둔화에 대응하는 원유 생산량 감축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감산 정책이 유가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OPEC+ 감산 정책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유를 생산하는 미국이 원유 생산을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원유 생산량은 올해 7월 기준 하루 1,330만 배럴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를 경신하는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000만 배럴 밑으로 내려갔다. OPEC+ 감산에 따른 혜택이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미국에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원유 시장점유율 하락을 두고 볼 수만 없는 OPEC+ 입장(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원유 생산량 미국 대비 각각 70% 하회)을 감안할 때, 무작정 감산을 고수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OPEC+는 올해 4분기부터 감산 정책 완화(자발적 감산 규모 단계적 축소)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가 추세적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원유 생산 확대 지속(트럼프 후보는 미국의 원유 생산 제한을 완화하는 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과 OPEC+ 감산 단계적 축소 등 공급 증가 요인을 감안할 때 국제유가는 하락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

금 가격 상승이 중앙은행 매입 수요에
상당 부분 의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을 수 있지만, 최근 수년간 인도, 중국, 튀르키예, 동유럽을 중심으로
신흥국 중앙은행이 주도한 금 매입이
내년에는 선진국 중앙은행으로도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앙은행 금 수요 이어질 전망

지난해 이후 전 세계 금 가격은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해초부터 올해 8월 9일까지 누적 수익률은 +33.8%를 기록하며 동기간 각각 +2.8%와 +11.9%를 기록한 선진국 국채 및 글로벌 회사채 투자수익률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또한 같은 기간 +14.6%에 그친 신흥국 주식시장 수익률을 2배 이상 상회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빅테크 주식이 주도한 선진국 주식시장 수익률 +32.7%를 소폭 상회하는 수익률을 달성했다. 금 가격이 강세를 보일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금 매입 수요가 늘었다는 점인데, 특히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증가가 두드러진다. 전 세계 금 수요의 90%가량은 그동안 민간 부문이 차지해왔는데, 민간 금 수요는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거의 제자리걸음을 이어갔다. 반면 중앙은행 금 매입은 2021년 450톤에서 2022년 1,082톤으로 급증한데 이어 2023년에도 1,000톤 이상의 대규모 금 매입이 이어졌고, 올해 들어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금 수요에서 차지하는 민간 부문 비중은 2022년부터 70%대로 하락했고, 중앙은행 비중은 2배 이상 높아진 20%대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금 가격 상승이 중앙은행 매입 수요에 상당 부분 의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을 수 있지만, 최근 수년간 인도, 중국, 튀르키예, 동유럽을 중심으로 신흥국 중앙은행이 주도한 금 매입이 내년에는 선진국 중앙은행으로도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 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 금 협회 World Gold Council 가 지난 6월 발표한 전 세계 중앙은행 대상 향후 1년간 금 매입 의사에 대한 서베이 결과 29%가 금 매입을 늘릴 것임을 밝혔고, 이는 2018년 서베이 실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공급(생산)량 증가가 한정될 수밖에 없는 산업 특성상 금 가격은 수요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데, 전 세계 중앙은행 금 매입 수요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은 수요 우위에 따른 금 가격 상승세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여기에 연준 금리 인하 사이클과 맞물려 금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실질금리 추이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도 금 가격 상승 전망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 된다.

전 세계 금 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