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Trend
스페셜티 커피 신 속으로
Coffee New Wave
19세기 인스턴트커피에서 스타벅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가
등장하며 대중화된
커피의 세계.
이제는 원두 자체의 맛을 느끼며
커피 생두까지 세세하게 신경 쓰는 고품질 커피,
스페셜티 커피 시대다. 그 선두에 선 3개 도시에서 카페 신을 이끄는 카페들의 커피 향을 전한다.
Writer. 유나리
Reference. <우리가 사랑한 커피>(한국경제신문)
London
차의 왕국에서 커피의 왕국으로, 브리티시 인베이전! 2007년 도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영국 국가 대표 제임스 호프먼 James Hoffmann이 우승을 차지한 이후 스페셜티 커피업계의 중심으로 단번에 떠오른 런던은 이 대회의 우승에 힘입어 2008년부터 카페 붐이 일었다. 제임스 호프먼은 이례적으로 코스타리카와 케냐의 커피만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며, 블렌딩하지 않은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의 유행을 일으켰다. 이런 산업적 성장과 함께 스페셜티 커피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2008년 제임스 호프먼과 아네트 몰베이어Anette Moldvaer가 설립한 ‘스퀘어 마일 커피 로스터스Square Mile Coffee Roasters’다. 스퀘어 마일은 스페셜티 커피 교육과 납품에 집중했고, 새로운 흐름에 참여하려는 커피인의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이러한 흐름을 지금까지 잘 이어오는 곳들이 있다.
프루프록 커피 Prufrock Coffee
2009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인 귈림 데이비스 Gwilym Davies가 운영하는 커피숍. 런던 스페셜티 커피업계의 성장을 이끈 중요한 곳이다.
귈림 데이비스는 2009년 런던의 커피숍 열 곳을 방문하면 프루프록에서 커피 한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디스로열티 카드를 만들어 스페셜티 커피업계의 화합을 이끌었다. ‘블랙’이라고 부르는 에스프레소와
롱 블랙, 플랫 화이트, 마키아토, 코르타도 등 에스프레소 메뉴는 물론 브루잉 커피 맛도 훌륭하다고 알려졌다. 여전히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방문해야 할 런던의 카페로 손꼽히는 곳.
prufrockcoffee.com
몬머스 커피 로스터스
Monmouth Coffee Roasters
제임스 호프먼과 스퀘어 마일이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관심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면,
몬머스 커피 로스터스는 이전부터 물밑에서 스페셜티 커피 확산을 위해 노력해온 곳이다. 1978년 코번트 가든에 문을 연 이래 소규모 농장이나 협동조합 등에서 꾸준히 좋은 품질의 생두를 구입한 몬머스 역시
스페셜티 커피의 성장에 확실한 자양분이 됐다. 브라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등 세계 커피 산지에서 원두를 소량씩 구입해 판매한다. 양질의 커피를 합리적 가격에 맛볼 수 있어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붐빌 때가 많다.
monmouthcoffee.co.uk
로슬린 커피 Rosslyn Coffee
영국 스페셜티 커피 저변이 확대된 데는 호주와 뉴질랜드 등 지구 반대편에서 인기를 끈 카페 문화를 적극 도입한 곳들의 역할도
컸다. 로슬린 커피도 그중 하나. 2018년 호주와 아일랜드 출신의 바리스타가 각자의 고향을 대표하는 커피를 선보이고자 의기투합해 문을 열었다. 에스프레소, 롱 블랙, 아메리카노와 플랫 화이트, 마키아토, 피콜로
등의 메뉴 외에 독특하게도 냉동 상태의 원두를 바로 갈아 스틸 소재의 드리퍼로 내려주는 푸어오버pour-over 방식(SP9)의 커피도 선보이고 있다.
rosslyncoffee.com
San Francisco
스페셜티 커피의 심장부 같은 도시! 샌프랜시스코에서는 양질의 스페셜티 커피숍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이곳은 같은 서부 해안에 위치한 시애틀과 함께 미국 최고의 커피 도시로 꼽힌다. 하지만 방향은 다르다. 시애틀이 스타벅스의 고장으로 커피 산업의 2세대를 이끌었다면, 샌프란시스코는 스페셜티 커피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중심에 선 것이 바로 블루보틀 Blue Bottle 커피다. 2002년 클라리넷 연주자 제임스 프리먼 James Freeman이 유럽 최초의 커피 하우스 ‘푸른 병 커피’에서 영감을 받아 문을 연 이곳은 로스팅한 지 48시간 이내의 원두를 5분간 천천히 내리는 슬로 커피를 표방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모든 것이 빨리 돌아가는 시대에 천천히 커피 맛을 음미하도록 하는 정공법을 택한 것. 이 혁신적 방법은 ‘커피업계의 애플’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커피 맛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포 배럴, 사이트글라스 커피, 레킹볼 커피 로스터스부터 미국 최초의 아이리시 커피 바인 부에나비스타 카페 등 다양한 커피 문화가 자유롭게 혼재하며 스페셜티 커피의 대중화를 이끈다.
리추얼 커피 로스터스
Ritual Coffee Roasters
‘커피를 마시는 것은 일상을 멋지게 만들어주는 의식ritual과 같다’는
의미에서 이름 지어 2005년 문을 연 곳. 창업 초기부터 인텔리젠시아 커피, 스텀프타운 커피 로스터스에 맞먹는 실력을 지닌 초대형 신인으로 주목받았다. 대표 커피는 시즌별 싱글 오리진 원두로 내린 스위트투스 커피.
스위트투스 커피는 꼭 푸어오버 방식으로 맛볼 것. 리추얼은 2010년 하리오의 V60 드리퍼를 사용한 푸어오버 커피 바를 미국 최초로 디자인한 내공 깊은 곳이다.
ritualcoffee.com
레킹 볼 커피 로스터스
Wrecking Ball Coffee Roasters
오래된 건물이나 구조물을 파괴하는 커다란 쇠공과 같은 임팩트를
의미하는 레킹 볼. 이곳은 스페셜티 커피 신에서 제3의 물결이란 단어를 최초로 사용한 트리시 로스게브Trish Rothgeb가 문을 연 스페셜티
커피업계의 터줏대감이다. 시그너처는 고지대에서 재배해 청량하고 깔끔한 맛의 푸어오버 커피.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 LA G&B 커피의
찰스 바빈스키Charles Babinski도 자신의 매장에서 레킹 볼 원두를 사용할 정도로 인정받는 곳이다.
wreckingballcoffee.com
사이트글라스 커피 Sightglass Coffee
블루보틀 커피 출신의 로스터 2명이 의기투합해 문을 연 이 스페셜티
커피숍은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의 투자를 받았다. 블루보틀 커피가 다양한 헤지펀드의 자금을 받아 성장했고, 필즈 커피는 페이스북(현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의 도움을 받았듯 샌프란시스코의 기업은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곳은 커피의 개성을 살리는 데 주력한다. 대표 블렌딩은 강렬한 산미가 일품인 아울스하울. 라테인 밀크 커피의 산미도 강렬하다.
sightglasscoffee.square.site
부에나비스타 카페 The Buena Vista
샌프란시스코의 커피 산업은 스페셜티 커피와 전통적 커피가 서로
잘 어우러져 농축된 매력을 자아낸다. 그 독특한 분위기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오래된 커피 바다. 위스키에 커피를 넣고 48시간 숙성 기간을 거쳐 부드러움과 단맛이 빼어난 크림을 올린 아이리시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차갑고 달콤한 크림과 따뜻한 커피, 강렬한 아리리시 위스키가 만나 피로에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이완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thebuenavista.com
Berlin
도전과 열망, 자유로 부상하는 도시이자 지금 가장 핫한 스페셜티 커피 성지. 유럽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는 이 도시는 한때 커피가 금지된 도시였다. 1777년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는 수입하는 커피의 인기로 나라의 돈이 모두 외국으로 빠져나간다며 커피를 금지시켰다. 커피를 몰래 마시다 잡히면 감옥에 가던 도시에서 지금 베를린의 커피 신은 전 세계 어느 도시보다 빛난다. 세계 각국에서 온 바리스타와 실험 정신 및 개성으로 무장한 카페 주인들은 베를린을 새로운 스페셜티 커피 성지로 만들고 있다. 이런 빛나는 성장의 배경엔 금지된 것에 도전하는 열망이 깔려 있었다. 커피 금지령이 내려지자 독일 여성들은 최대한 커피 맛과 비슷하게 치커리를 볶아 만든 치커리 커피를 마셨고, 세계 최초로 카페인 제거 기술을 개발한 곳도 독일이며, 핸드 드립 도구 역시 독일의 주부 멜리타 벤츠가 발명했을 정도다. 한때 금지됐기 때문인지 독일인의 커피 사랑은 여느 유럽 국가보다 지극하다. 독일인의 커피 소비량은 1인당 연간 5.2kg으로 전 세계 7위에 달한다. 커피의 나라 이탈리아(11위)보다 순위가 높다. 베를린이 개성 넘치는 커피 신을 형성하게 된 것은 역사적 이유와도 연관 있다. 1990년대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급속한 변화의 흐름 속에 있던 도시는 2000년대 살인적 유럽 물가를 피해 모여든 젊은 영혼들의 성지가 됐다. 이때 당연히 카페 문화도 성장했다. 이런 뿌리 깊은 도전 정신을 토대로 성장한 베를린의 스페셜티 커피 신을 이끄는 곳을 찾았다.
더 그린스 The Greens
‘정글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을 모토로 문을 연 더 그린스는 예술가 레지던스와 전시장을 겸하는 곳에 자리해 베를린 아트 신의 분위기까지 경험할 수 있다. 조경 건축가가 오픈한 이곳은 내부가 온통 허브, 선인장, 잡초 등 갖가지 초록 식물로 채워져 있다. 찾기는 쉽지 않지만, 아지트처럼 아늑하게 꾸민 카페 분위기 덕분에 인기가 높다. the-greens-berlin.de
파이브 엘리펀트 로스터리
Five Elephant Roastery
윤리적 방식으로 전 세계에서 얻은 양질의 커피를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려는 대중화의 노력이 담긴 곳. 파이브 엘리펀트 로스터리는 원두 산지를 찾아가 커피 생산자와
지속 가능한 계약을 맺고, 직접 커피를 구매하는 방식을 독일에 도입한 스페셜티 커피계의 선구자다. 카페는 작지만, 오직 커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미니멀한 에스프레소바 스타일로 운영한다.
fiveelephant.com
보난자 커피 Bonanza Coffee
창업자인 한국계 독일인 최유미와 키두크 로이스 Kiduk Reus는 영국 런던의 몬머스 커피에서
‘이상한 맛’의 커피를 접하고 스페셜티 커피에 눈떴다. 이후 ‘더러운 장소, 노동 착취의 환경에선 고품질 커피를 생산할 수 없다’는 모토 아래 전 세계 커피 산지를 직접 찾아가 확인한
최고 품질의 원두만 사용한다. 우유가 조금 들어간 피콜로가 시그너처 메뉴로, 최근 한국에도 매장을 열었다.
bonanzacoffee.de
벤 라힘 Ben Rahims
베를린이 다양한 커피 실험실의 무대임을 증명하는 카페. 튀니지 태생의 벤 라힘이 호주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던 경험과 고향 튀니지에서 차・커피에 둘러싸여 살던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 문을 연 곳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핸드 드립 방식의 스페셜티 커피부터 튀르키예의 전통 커피 기구인 제즈베 czeve로 내린 모카커피도 판매한다.
benrahim.de
키오스키 Kioski
사무실이 밀집한 크로이츠베르크 건물 안 뜰에 위치한 커피 오아시스! 키오스키는 강렬한 노란색으로 유명한 슬로베니아의 빈티지 키오스크 K67을 디자인한 건축가 사샤
마츠흐티크에게 의뢰해 베를린으로 가져온 오리지널 키오스크 형태의 카페다. 바쁜 직장인을 겨냥해 에스프레소와 핀란드 식 쌀 파이 같은 요깃거리도 함께 판다.
kioski.ber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