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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AUGUST

[LIFE &]Travel Note

‘부엘타 아 에스파냐’ 자전거 대회 따라가는

스페인 소도시 기행

스페인 전역에 걸쳐 열리는 도로 자전거 대회 ‘부엘타 아 에스파냐’ 시즌이 돌아왔다!
8월 19일부터 3주간 자전거로 3,400km를 달리는 이 대회는 도시 재생으로 유명한 빌바오,
1,000년 전 유적이 남아 있는 라과르디아, 지중해 휴양도시 알리칸테, 투우의 도시 론다 등을 지나
수도 마드리드에서 마무리된다.

Editor. 두경아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12~69세 자전거 이용 인구는 1,340만 명으로 추산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며 자전거 인구가 크게 늘었고, 프로 못지않은 자전거 동호회 인구 또한 늘어나면서 세계 자전거 대회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유럽·일본 등에 수많은 자전거 대회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프랑스의 ‘투르 드 프랑스’, 이탈리아의 ‘지로 디탈리아’, 그리고 스페인의 ‘부엘타 아 에스파냐Vuelta a España, 이하 부엘타’는 세계 3대 도로 자전거 대회로 꼽히며 매년 월드컵 못지않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35년 시작한 부엘타는 매년 8~9월 중 약 3주 동안 스페인 전역을 가로지르는 약 3,400km, 21개 코스에서 이루어진다.

3대 자전거 대회 중 가장 늦게 시작했고 두 대회에 비해 유명세는 덜하지만, 코스에 산악 지대가 많아 드라마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가장 악명 높은 구간은 1999년부터 코스에 포함된 스페인 북부의 앙글리루Angliru 오르막 구간이다. 정상은 해발 1,573m이며 12km 거리와 가장 가파른 곳은 24%의 경사를 자랑한다. 이 구간이 얼마나 힘드냐 하면, 영국인 데이비스 밀러 선수가 이 코스에서 세 번 넘어진 뒤 경기를 포기하며 악명 높은 코스에 대한 항의를 했을 정도다. 그러나 힘든 코스인 만큼 화제가 되어 많은 사람이 이 구간에서 경기를 관람할 정도로 대회의 재미 요소로 자리 잡았다. 또 시에라네바다산맥과 메세타 고원도 고난도인데, 메세타 고원의 경우 강한 바람으로 인해 특히 힘든 구간으로 손꼽힌다. 매년 이 시기가 되면 대회를 주최하는 호스트 도시는 축제 분위기로 들썩인다. 개방된 도로에서 세계 최고 사이클 선수들의 경기를 가깝게 관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주요 지점에서는 관람객을 즐겁게 하는 스폰서들의 행사와 다양한 부대 행사도 열린다. 이름조차 낯선 스페인 소도시에 눈길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빌바오에 연간 13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일등 공신이다.




도시 재생으로 거듭난 문화 예술의 도시

빌바오Bilbao


스페인 북부 바스크 자치 지역에 위치한 빌바오는 자전거 마니아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도시다. 아름다운 자전거 길도 많고 자전거 투어도 많은데, 특히 도심을 가로지르는 네르비온강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건축물과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빌바오가 매력적인 도시로 알려진 건 얼마 전 일이다. 1970년부터 철강 산업이 쇠퇴하면서 네르비온강은 ‘죽음의 강’이라 부를 정도로 오염됐다. 다행히 1990년대부터 시작한 도시 재생 사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현재는 문화 예술의 도시로 사랑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1997년 개관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다. ‘구겐하임 효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미술관이 지닌 의미는 대단하다. 세계 최고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했는데, 미술관은 그 자체로 커다란 예술 작품을 빚어낸 듯 한 모습이다. 오래된 공장과 창고의 변신도 놀랍다. 1909년 건축한 대형 와인 창고를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아스쿠나 센트로아’가 대표적이다.

중세 요새 도시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라과르디아. 특히 산타마리아 데 로스 레예스 교회는 섬세하게 조각한 문으로 유명하다.




1,000년 전 시간으로 타임 슬립

라과르디아La Guardia


스페인 북부 알라바 지방에 위치한 라과르디아는 10세기 나바라 왕국이 조성한 요새 도시로, 칸타브리아산맥을 배경으로 포도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다. 도시 주변이 온통 포도밭이라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철저히 방어 목적으로 조성한 계획도시인 만큼 튼튼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전투가 일어날 경우 주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마을 밖으로 이어지는 지하 동굴을 곳곳에 뚫어놓았다. 현재 그 동굴들은 와인 창고로 사용되고 있으며, 관광객의 필수 투어 코스로 자리 잡았다. 다행히 큰 전쟁 피해는 없어서 구시가지는 1,000년 전 중세 시대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도시로 들어가는 5개의 입구나 좁은 골목길, 탑, 건물 모두 옛 모습 그대로다. 도시를 조망하기 좋은 수도원 타워Torre Abacial, 아름다운 산타마리아 데 로스 레예스Santa María de Los Reyes 교회, 마요르 광장에 있는 신新시청사 시계 등이 볼거리다.

지중해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휴양지

알리칸테Alicante

알리칸테는 스페인 남부 발렌시아주에 위치한 도시다. 지중해와 맞닿아 있어 온화한 날씨 덕분에 휴양도시로 사랑받고 있다. 도시는 코스타 블랑카 해변을 따라 발달했는데, 아름다운 바닷가와 도로에 즐비한 야자수가 그림과도 같다. 야자수가 늘어선 에스플라나다 데 에스파냐 보행로는 650만 개 대리석 타일로 포장돼 있어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로로 꼽힌다.
이 도시를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는 166m 높이의 베나칸틸산 정상에 우뚝 솟은 산타 바르바라성Castillo de Santa Barbara이다. 무엇보다 이 성은 알리칸테시를 360도 조망할 수 있는 좋은 포인트지만, 성 자체를 둘러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스페인에서 가장 큰 중세 요새 중 하나인 이 성에는 펠리페 2세 홀, 감옥, 무기고 등 당시의 유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하루 네 번(영어로 두 번)에 걸쳐 진행하는 가이드 투어를 하면 더욱 알차게 돌아볼 수 있다.

알리칸테는 야자수가 늘어선 에스플라나다 데 에스파냐 보행로와 166m 높이의 베나칸틸산 정상에 우뚝 솟은 산타 바르바라성으로 유명하다.

절벽 위 그림 같은 풍경

론다Ronda

스페인 남부의 주요 도시 론다는 엘타호 협곡 위 다리로 유명하다. 도시를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누는 120m 깊이의 협곡은 양쪽으로 깎아 내린 듯한 절벽을 이루고, 그 한가운데로 과달레빈강이 흐른다. 이 협곡 사이를 이은 3개의 다리 중 가장 나중에(1793년) 완공한 것이 ‘새로운 다리’라는 뜻의 누에보 다리Puente Nuevo다. 다리 중앙에 위치한 공간은 감옥등의 용도로 쓰다가 현재는 다리 역사를 담은 전시장으로 사용 중이다. 신시가지에는 1784년 건설한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의 론다 투우장이 있다. 그 앞에는 18세기 근대 투우의 창시자 프란치스코 로메로의 동상이 서 있다. 론다는 근대 투우의 발상지로, 이곳은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답고 오랜 역사를 지닌 투우장 중 하나로 꼽힌다. 지금도 투우 경기가 열리고 있으며, 바로 옆에는 투우 박물관도 있어 투우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다. 투우장 뒤쪽에 있는 전망대 공원은 가파른 절벽과 산, 누에보 다리를 두루 조망할 수 있는 뷰포인트다. 가능하다면 협곡 밑으로 내려가 누에보 다리를 제대로 감상해보자.

론다는 투우의 발상지로, 아찔한 협곡 위에 설치한 누에보 다리가 랜드마크다.

놓치지 말아야 할 보석 같은 도시들

비토리아, 이룬, 비야비시오사, 트루히요

스페인의 소도시에 대해 더 깊게 알고 싶다면 자치 지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스페인에는 2개 자치도시와 17개 자치 지역이 있다. 각각 거주하는 민족이 다르며, 그들만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북부 바스크 자치 지역에는 바스크어를 쓰는 바스크인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스페인 내에서 경제 수준이 높은 지역으로 유명하다. 비토리아-가스트리스Vitoria-Gasteiz라는 도시 이름은 바스크어와 스페인어를 병기한 명칭이다. 비토리아는 중세 시대 유적이 많이 남아 있는 유서 깊은 도시다. 19세기 반도전쟁에서 프랑스 군대를 몰아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비토리아 전투를 기념하는 승전비가 유명하다. 유엔 세계녹색도시상을 받은 친환경 도시이기도 하다. 또한 바스크 자치 지역에 위치한 이룬Irun은 상업 및 유통 중심지다. 고대 로마 시대 이전부터 있던 오이아소Oiaso라는 도시에 기원을 두고 있다. 70~200년 사이 이곳에 살던 로마인의 도시생활상을 잘 보여주는 오이아소 로마 박물관이 있고, 18세기에 지은 바로크풍 시청이 아름답다.
비야비시오사Villaviciosa는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자치주에 속한 도시다. 일명 ‘아스투리아스의 심장’이라 불리며, ‘비옥한 마을’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땅이 기름지다. 특산품은 사과주. 길이 8km에 달하는 비야비시오사 하구와 유럽 최고의 서핑지로 유명한 로딜레스 해안이 있으며, 산티아고 순례길의 북쪽 노선이 지나간다.
스페인 서부 카세레스주에 있는 트루히요Trujillo는 스페인의 도시 중 중세 시대 분위기를 가장 잘 간직한 곳이다. 곳곳에 로마 시대 유적과 이슬람 시대의 성채가 남아 있다. 16~17세기의 대광장 등 도시를 걷다 보면 중세 시대에 사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다. 마요르 광장에는 트루히요 출신인 페루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동상이 있다. 야자수 마을로 알려진 엘체Elche나 하몽 축제가 열리는 아라세나Aracena도 스페인의 소도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운 도시다.

중세 시대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는 비토리아-가스트리스

상업 및 유통 중심지 이룬은 고대 로마 시대 이전부터 있던 오이아소라는 도시에 기원을 두고 있다.

트루히요는 곳곳에 로마 시대 유적과 이슬람 시대의 성채가 남아 있어 도시 전체가 역사 박물관이다.

중세 시대 복장을 한 비야비시오사 주민들

세계 최강 사이클 선수를 눈앞에서

2022 부엘타 아 에스파냐

올해 부엘타 아 에스파냐 대회는 8월 19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개막해 3일간의 오프닝 데이를 갖고 9월 11일 마드리드에서 마무리된다. 코스는 매해 바뀌지만, 결승점은 전통적으로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다. 6개 평지 구간, 4개 구릉 구간, 7개 산악 구간 등 도합 21개 구간으로 나뉘며 총 3,280.5km를 달린다. 팀 타임트라이얼 구간과 개인 타임 트라이얼 구간이 각각 1개씩 있다. 올해 대회에는 에콰도르 출신 리차르드 카라파스Richard Carapaz가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 남자 도로 경주 금메달을 딴 선수다.
스타디움이 아닌 개방된 도로에서 진행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시간만 맞춰 코스 길목에서 기다리거나 결승점에서 대기하면 세계 최고 사이클 선수들의 경기를 가까이에서 관람할 수 있다. 또한 관람객의 이목을 끄는 여러 가지 자전거 관련 부대 행사와 부스도 마련해 특별한 추억을 만들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부엘타 아 에스파냐 안내 www.lavuelta.es/en

위치·교통편 스페인의 소도시는 대도시 공항을 통해서만 갈수 있다. 북부 도시라면 바르셀로나 공항으로 입국하면 된다. 중부나 남부 도시의 경우는 마드리드 공항(바라하스 국제공항)으로 입국해야 편리하다. 바르셀로나는 7월 23일부터 아시아나항공에서 직항편을 주 2회 운행한다. 마드리드는 현재 대한항공에서 일주일에 4~5회 직항편을 운행 중이다.


세계 3대 자전거 대회 중 하나인
부엘타 아 에스파냐

스페인 전역에서 열리는
부엘타 아 에스파냐의
열기를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