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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OCTOBER

[SPECIAL THEME]Report

커피 상식 백과

당신이 커피에 대해 잘 몰랐거나
잘못 알고 있던 것,
그리고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한 진실.

Writer. 유나리
Photo. 셔터스톡
Reference. <더 커피 북>(아네트 몰배르 지음, 시그마북스),
<커피 이야기>(김성윤 지음, 살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Q1. 커피에도 제철이 있다?
커피는 가을에 더 맛있다고?

사시사철 마시는 전천후 음료라 딱히제철이 없지만, 커피도 마시기 딱 좋은 제철이 있다. 바로 초가을이다. 이 시기는 커피 원두 수확과 입고 등을 고려해 나온 것이다. 아프리카, 인도, 중앙아메리카 등 주요 커피 산지에서는 대부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커피를 수확한다. 최고의 커피를 뽑는 경매인 ‘컵 오브 엑설런스’ 이후 좋은 품평을 받은 원두는 6월경 배에 실려 약 한 달 후 국내에 도착한다. 이후 약간의 과정을 거쳐 원두가 유통된다. 무더위가 가시고 슬슬 선선해질 무렵이 햇원두를 맛볼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인 것.

Q2. 카페인 함량이 제일 많은 커피는
콜드브루?

카페인 추출은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카페마다 사용하는 원두도 다르고, 추가하는 에스프레소 샷도 다르다. 카페인양을 정확하게 정량해서 비교하기 어려운 것.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고 비교적 동일한 조건에서 카페인양을 확인해보기 위해 전남대학교 식품공학과 연구팀은 일곱 가지 추출 방법에 따른 카페인양을 비교한 눈문 ‘커피의 추출 방법에 따른 이화학적 특성’을 한국식품과학회지에 게재했다. 에스프레소, 모카 포트, 핸드 드립, 더치커피 혹은 콜드브루로 알려진 워터 드립, 프렌치 프레스, 사이폰, 터키식 커피의 일곱 가지 추출 방법 중 동일한 조건 내에선 에스프레소의 카페인 함량이 가장 많았다. 일곱 가지 커피 모두 카페인 함량은 0.39~2.65mg/ml 내외였는데, 에스프레소가 2.65mg/ml을 차지한 것. 가장 카페인이 적은 커피는 워터 드립 방식이었다. 아메리카노와 라테 중엔 아메리카노가 더 카페인 함량이 높을까? 그렇지 않다. 두 메뉴 모두 일반적으로 동일한 양의 에스프레소 샷이 들어가므로 카페인 함량에 큰 차이가 없다. 우유를 넣는다고 카페인이 중화되는 것도 아니다. 흔히 다크 로스팅한 원두의 카페인 함량이 더 높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아주 강하게 볶은 원두의 카페인 함량이 더 적다.




Q3. 아메리카노, 기원은 어디일까?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커피 메뉴인 듯한 아메리카노. 우리에게 커피는 대부분 아메리카노를 뜻하는데, 때로 유럽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에스프레소를 주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럴까? 아메리카노Americano는 이탈리아어로 아메리칸 커피를 뜻한다.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 메뉴로, 기원은 바로 미국이다. 1773년 보스턴 차 사건 이후 미국인이 커피를 홍차처럼 연하게 마시는 스타일이 유행하며 미국식 커피가 됐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에 가담했던 이탈리아가 항복한 1943년 연합군이 커피 마시는 모습을 보고 ‘양키들이나 먹는 구정물’이라는 조롱의 뜻으로 “아메리카노!”라고 외쳐 이름 붙었다는 설이 있다.


Q4. 커피 원두, 냉동실에 보관해도 될까?

2주 안에 마실 수 있다면 상온에 둬도 괜찮지만, 2주를 넘길 것 같다면 냉장고나 냉동고에 보관하자. 단, 냄새 차단은 철저히 할 것. 시중에서 원두를 구입할 때 포장지는 내부가 은박이라 빛이 침투하지 못한다. 또 포장지 앞쪽의 작은 밸브는 원두에서 발생한 기체를 내보낸다. 이 정도 포장이라면 직사광선 없는 실온에서 2주 정도는 맛과 향을 유지해준다. 단, 포장을 열 때 들어간 공기를 최대한 빼고 닫을 것. 만약 2주를 넘길 것 같다면 2주 내에 먹을 양을 제외한 나머지는 밀봉해 냉장고나 냉동실에 보관한다. 둘 중 어디든 괜찮다. 커피의 향기 성분은 기체라 온도가 낮을수록 적게 날아간다. 단, 냉장고 속 잡내가 들어오지 못하게 철저히 밀봉할 것. 또 냉장고에서 꺼냈을 땐 커피가 상온이 될 때까지 개봉하지 말자. 차가운 커피가 상온에 노출되면서 물방울이 생기는데, 그 수분으로 인해 커피 성분이 저절로 추출되기 때문이다. 만약 향을 오래 즐기고 싶다면 분쇄 전 통원두로 보관하자. 분쇄하면 향이 더 빨리 날아간다.


Q5. 커피에 기름이 뜨는데, 마셔도 될까?

커피 음료 표면에 기름이 떠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기름을 마셔도 되는 걸까? 정답은 Yes. 커피 음료에 뜬 기름은 커피콩에 들어간 지질 성분 때문에 생긴다. 커피콩에 열을 가하면 지질 성분이 분해돼 커피 오일이 생기고, 카페스톨cafestol과 카웨올kahweol로 분해된다. 이 성분은 훌륭한 커피 향의 일등 공신이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면 거품을 머금고 있는 크레마가 생긴다. 그 크레마 속에 커피 오일이 들어있다. 추출 도구에 따른 커피 속 오일 성분을 분석한 한인과학기술자네트워크 연구 자료에 따르면 프렌치 프레스에는 오일이 6~12mg/cup, 에스프레소 머신엔 4mg/cup, 핸드 드립처럼 필터를 사용해 내린 커피엔 0.2~0.6mg/cup의 오일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일은 종이 필터로 대부분 걸러지는 것. 원두를 강하게 로스팅할수록, 원두가 신선할수록 오일이 많이 나온다. 디카페인 역시 오일이 많이 나온다. 만약 위의 조건이 아닌데도 지나치게 기름이 많이 나오고 냄새도 다르다면 로스팅한 지 오래된 원두를 사용했거나, 그라인더 청소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Q6. 로부스타는 정말 맛없을까?

커피 좀 마신다는 사람들이 아라비카는 비싸고 맛있는 것, 로부스타는 싸고 맛없는 것으로 여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정말 그럴까?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는 다른 원두이고, 맛은 주관적인 만큼 정량 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아라비카가 무조건 더 맛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편견에 기인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실제 가격은 아라비카가 더 비싸다. 이는 맛의 차이보다 로부스타가 병충해에 강해 아라비카보다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그렇다. 로부스타는 아라비카에 비해 당이 적고 카페인이 많다. 즉 단맛이 적고 쓴맛이 강한 편. 기호에 따라 고르자. 신맛을 좋아하면 아라비카, 구수하고 쓴맛을 즐기면 로부스타가 좋다. 로부스타는 크레마도 풍성하게 생겨 우유와 섞였을 때 진가가 제대로 드러난다.


Q7. 도대체 커피는 몸에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이건 아주 해묵은 논쟁이다. 프랑스의 <라루스 백과사전>은 과감하게도 “커피가 지식인, 군인, 선원은 물론 더운 날씨에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표적 커피 비판론자인 이탈리아 의학자 시니발디는 “이 음료는 신경쇠약을 일으키고, 위액의 변화를 가져온다”며 노골적으로 폄하했다. 아직도 커피와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커피는 건강에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커피가 간암을 예방해주고 인지 기능을 높여준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카페인 외에도 탄수화물, 지방, 미네랄, 단백질 등 100가지 이상의 커피 속 성분이 상호작용해 간을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폴리페놀이라는 성분이 주로 항산화・항염증・항암 효과가 있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위염, 위궤양 등 위 건강에 나쁘다는 것 또한 입증됐다.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렇게 권고한다. 커피 속 카페인이 과다하면 심장 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 노인이 커피를 많이 마실 경우 이뇨 작용 때문에 탈수와 변비가 올 수 있다. 골다공증이 있다면 칼슘 흡수를 방해하니 더 피하자. 결론은 뻔하다. 하루 서너 잔 이내에서 개인의 상황에 맞춰 적절히 마실 것!



Q8. 원두 없이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환경에 대해 우려하는 열풍은 커피업계라고 다르지 않다. 환경문제와 지속 가능성이 중요해지면서 이제 커피도 ‘친환경’ 타이틀을 단다. 앞으로는 원두 없이도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정답은 Yes.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커피콩 없는 커피beanless cofffee’가 탄생한 것.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아토모 커피Atomo Coffee와 콤파운드 푸즈Compound Foods 등은 버려진 씨앗이나 과일 껍질을 분자 단위로 분해해 성질을 변화시키고 미생물을 합성해 커피 맛을 내는 분자를 추출하고 있다. 아토모 커피는 대추씨, 치커리 뿌리, 포도 껍질 등을 분자 단위로 분해하고 카페인을 재조합한 분자 커피를 선보였다. 대체 커피의 등장은 현재의 재배 방식으로 커피를 언제까지 마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왕립 식물원은 지금 같은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면 2038년엔 커피 생산량이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최악의 경우 2040년 즈음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원두가 멸종할 수 있다는 섬뜩한 예측도 내놨다. 이에 부지런히 대체 커피를 찾는 속도가 빨라졌다. 아토모 커피가 내놓은 대체 커피의 맛은 어떨까? 아토모 커피 자체 결과이긴 하나, 회사가 워싱턴 대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스타벅스 커피와 자사의 대체 커피를 블라인드 테이스팅한 결과 7 대 3으로 대체 커피가 압승을 거뒀다고. 실제로 더 부드럽고, 탄 맛도 덜했다는 평가다. 앞으로 대체 커피 시장의 성장은 자연스러운 추세로 보인다.

Q9.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커피를
마신 인물은 고종?

커피를 마신 최초의 한국인이 조선 시대 고종이라고 흔히 알려져 있지만 이는 틀렸다. 고종이 커피를 즐기기 이전, 이미 조선 땅엔 커피가 들어왔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전파 된 것은 조선 철종 11년으로, 조선에 살고 있던 베르뇌Berneux 신부(한국 이름 장경일)가 들여온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1860년, 그가 인편을 통해 “커피 40리브르 (약 20kg)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기록이 있기 때문. 1863년에도 커피를 추가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이 1885년 펴낸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이라는 책에도 조선의 커피 문화가 등장한다. 또 친일파 윤치호가 남긴 일기에도 1885년 커피를 한잔 마시고 서원으로 돌아왔다는 기록이 있다. 고종보다 10년은 빠른 것. 1895년 아관파천으로 고종이 커피를 접해 빠져들었다는 이야기는 <조선왕조실록> 등 당대의 기록엔 없는 이야기다. 단, <고종실록>에는 1898년 커피 찻주전자에 대한 언급이 있다. 고종이 최초로 커피를 접한 사람은 아닐 확률이 높지만, 다양한 차나 커피 등을 즐기고 서양 문물을 적극 흡수한 것만은 확실하다.